Demon Returner RAW novel - chapter (266)
266화 남벌(南伐) (7)
얼마나 달렸을까?
전신이 흠뻑 땀으로 젖어 있었다.
‘아직인가?’
숨이 턱까지 차올랐을 무렵, 낮은 음성이 들려왔다.
“이곳에서 쉬지.”
전검은 드디어 걸음을 멈출 수 있었다.
“후우…….”
긴 심호흡.
쉬지 않고 이백 리를 뛰는 것은 그와 같은 고수에게도 곤욕이라 할 수 있었다.
“미안하게 되었습니다.”
어두운 얼굴의 주인공은 수왕이었다. 그는 자신을 안고 뛴 좌호법에게 고개를 숙였다. 좌호법은 오른손을 내저으며 그의 말을 받았다.
“이 빚은 다음에 갚게.”
“차후 반드시 갚겠습니다.”
좌호법은 고개를 돌려 북쪽을 바라보았다. 지금쯤이면 우호법과 천마신교가 결판을 냈을 터였다.
‘우라고 해도 살아남긴 힘들겠지.’
우호법의 무공은 그와 백중지세였다. 하지만 상대의 숫자가 너무나 많았다. 포위망을 빠져나오면서 본 이들만 해도 수백이었다.
천마신교는 그들을 잡기 위해 적어도 오백 이상의 병력을 동원한 것이 분명했다.
“저 산을 넘으면 더는 추격해 오지 못할 것입니다.”
전검의 말에 좌호법이 고개를 끄덕였다.
“내일 아침까지는 넘어야 할 걸세.”
그의 말에 전검이 눈썹을 위로 세웠다.
“내일 아침이라면……. 너무 서두르시는 것 아닙니까?”
좌호법이 시선을 남쪽으로 돌리며 답했다.
“놈들에게 추격할 여지를 주면 곤란해.”
수왕도 같은 생각이었다.
“놈들이 추견을 이용하고 있으니, 마우(磨牛)강을 건너기 전까지는 긴장을 늦출 수 없을 것입니다.”
마우 강은 십만대산 근방에서 가장 큰 강으로 주변 유목민들의 생명줄과 같았다. 이 강을 건너면 냄새로 추적하는 추견은 그들의 흔적을 찾을 수 없었다.
“준검, 따라올 수 있겠나?”
일행 중 가장 무공이 떨어지는 이는 준검이었다.
“아직 가능합니다.”
좌호법은 그의 대답에 고개를 끄덕였다.
“힘들면 무리해서 따라오지 말고, 나중에 합류해도 괜찮네.”
그는 낙오한 이를 챙겨 줄 만한 여유가 없다고 생각했다.
“명심하겠습니다.”
좌호법은 전검에게는 상태를 묻지 않았다.
전검은 그가 자신의 무공을 믿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좌호법님은 날 믿고 있지만, 그분의 기대에 미치지 못할 수도 있다.’
그는 오대검의 필두였지만, 준검보다 약간 더 나을 뿐이었다.
좌호법이 수왕에게 손을 뻗으며 말했다.
“자, 이제 가 볼까?”
물을 마시던 준검이 눈을 크게 떴다.
“벌써 출발합니까?”
그는 아직 지친 상태였다. 좌호법은 시선을 그가 아닌 수왕에게 돌렸다.
“자네는 어떻게 생각하나?”
“일다향만 더 쉬도록 하죠.”
“허, 우리가 그 정도로 여유가 있나?”
좌호법은 우호법이 벌어 준 시간을 낭비할 생각이 없었다. 수왕이 고개를 가볍게 흔들었다.
“호법님, 준검과 전검에게는 휴식이 더 필요합니다.”
좌호법은 두 사람 모두 휴식이 필요하다는 말에 미간을 좁혔다.
“겨우 이 정도에 지쳤단 말인가? 둘 다 궁에 돌아가면 부지런히 무공을 연마해야겠군.”
준검과 전검은 동시에 두 손을 모았다.
“죄송합니다.”
수왕이 오른손을 들며 말했다.
“운기행공을 한 번 하고 나면 괜찮을 것이다.”
그가 일다향이 필요하다고 말한 것은 운기행공을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좌호법은 그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운기행공이라. 그러는 것이 좋겠군.”
준검과 전검이 운기행공에 들어간 사이 좌호법과 수왕은 앞으로의 일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수왕, 그대는 본교가 가교를 이길 가능성이 얼마나 된다고 생각하나?”
수왕은 그의 물음에 짧은 한숨을 내쉬었다.
“후우……. 솔직히 말씀드리면 삼 할이 채 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명왕께서 나서신다고 해도?”
“그렇습니다.”
좌호법이 살짝 미간을 좁혔다.
“박하군.”
“명운이라는 자의 무공이 대단했습니다.”
“가교의 교주 말인가?”
좌호법과 우호법은 비로궁 성벽 위에서 두 사람의 대결을 지켜본 바 있었다.
“그는 시종일관 여유를 가진 채 절 상대했습니다.”
“그대는 부상을 당한 상태가 아니었나?”
“그것을 감안한다고 해도 그의 무공이 월등했습니다.”
멀리서 지켜본 이와 직접 겨뤄 본 이의 평가가 달랐다.
“흠, 그 정도인가?”
“어쩌면 교주님보다도 위일 수 있습니다.”
파천궁주 천혁.
그는 공식적으로 파천궁의 일인자였다. 하지만 좌호법은 그의 무공이 파천궁 제일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교주보다 위라. 그럴 수도 있겠지.”
수왕이 그에게 물었다.
“호법께서는 아직도 명왕님의 무공이 더 위라고 생각하십니까?”
좌호법은 망설이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처음부터 지금까지 단 한 번도 교주는 명왕을 넘은 적이 없었네.”
수왕은 그의 말에 눈을 가늘게 떴다.
“정말 그렇습니까?”
명왕의 무공이 대단하다는 소문을 들은 것이 벌써 이십 년. 그러나 그는 직접 명왕의 무공을 경험한 적이 없었다.
‘명왕의 무공은 전설로만 내려오는 것이 아니었던가?’
좌호법이 담담하게 말했다.
“자네는 명왕님을 믿지 않는 모양이군.”
“그분의 무공을 본 적이 없으니까요.”
“예전에는 대단했지.”
“호법께서는 그분의 무공을 보셨습니까?”
좌호법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보기만 했을까?”
직접 싸워 봤다는 말.
“죄송하지만, 결과를 말씀해 주실 수 있으십니까?”
이것은 단순한 호기심을 넘어 파천궁의 전력을 계산하기 위한 물음이었다.
좌호법은 어려운 것 없다는 듯 바로 대답했다.
“상대가 되지 않았어. 십 초식도 버티지 못했지.”
좌호법의 무공은 명왕과 교주 그다음이었다.
‘본교의 삼인자가 십 초식도 버티지 못했단 말인가?’
수왕은 그의 말을 믿을 수 없었다.
“정말로 십 초식도 버티지 못하셨습니까?”
좌호법은 그의 물음에 피식하고 웃었다.
“명왕께서 손에 사정을 두지 않으셨다면 일격에 끝났을 것이야.”
믿기지 않는 차이였다.
“말씀대로라면 명왕님의 무공이 천하제일이 아닙니까?”
“난 그렇게 생각하네.”
천하제일의 무공을 지닌 자가 어째서 서장의 산속에 숨어 있는 것일까?
수왕은 미간을 좁힐 수밖에 없었다.
“수왕.”
“예?”
“그분께서 움직이지 않는 것은 교주 때문이기도 하네.”
“교주님의 위상을 생각해서 자신을 드러내지 않는다는 말씀이십니까?”
“그렇지.”
수왕은 말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본교는 강자존의 법을 따르고 있지 않습니까?”
강자존.
가장 강한 자가 법이자 진리이다.
천마의 막내 제자 천수가 사형들과 척지게 된 것도 이 강자존의 법 때문이었다.
“명왕님은 천가(天家)가 아닐세.”
수왕은 속으로 혀를 찼다.
‘천가라는 핏줄 때문에 천하제일의 무공을 가진 자가 고개를 들지 못한다면 어찌 가교를 욕할 수 있겠는가?’
그는 파천궁도 천마신교 못지않게 썩어 있다고 생각했다.
“실망한 얼굴이군.”
“모르겠습니다.”
“언젠가는 명왕께서 세상에 나오실 걸세.”
수왕은 시선을 북쪽으로 돌렸다.
‘좌호법의 말이 사실이라면 우리 사왕은 무엇 때문에 목숨을 잃었단 말인가?’
그는 자신들이 마치 소모품이 된 것처럼 느껴졌다.
* * *
멋진 싸움을 기대한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이처럼 허무한 끝을 생각한 것도 아니었다.
툭. 툭.
다리를 타고 흘러내리는 피는 그의 것이었다.
가슴에서부터 허리까지 길게 그어진 상처는 치명상이었다.
“윽…….”
짧은 신음과 함께 붉은 피가 터져 나왔다.
‘끝났구나.’
솨아악!
검이 허공을 가른 것은 누군가를 베기 위함이 아니었다.
검신에 묻은 피.
단지 그것을 허공에 뿌리기 위함이었다.
그는 소리만으로도 상대가 검을 거두었음을 알 수 있었다.
‘대단한 무공이다.’
눈을 감겨 줄 동료가 존재하지 않았기에.
그는 스스로 눈을 감았다.
곧 숨이 멈추고 의식이 사라질 것이다.
누군가는 이 시점에서 어머니를 말한다고 했다.
그러나 그는 어머니에 대한 기억이 없었다.
그래서였을까?
그는 마지막으로 한 사내를 떠올렸다.
‘녀석과 명왕님의 싸움을 보지 못하는 것이 한스러울 뿐이구나.’
그는 생각했다.
언젠가는 반드시 두 사람이 싸우게 될 것이라고.
척.
명운은 현검을 검갑에 넣고는 몸을 돌렸다.
“뒤를 맡기겠다.”
그의 짧은 한마디에 혜선단주 장연비가 두 손을 모았다.
“존명!”
아들이 아버지의 원수를 갚는 것.
그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었다.
“석 대주.”
명운의 호명에 석비연이 급히 다가왔다.
“교주님, 부르셨습니까?”
“놈들의 흔적은?”
명운은 이곳에 흉수가 모두 모여 있었을 것으로 추측했다.
‘베지 못한 둘도 어딘가에 있을 것이다.’
석비연이 대답했다.
“추혼대가 추적하고 있습니다.”
“아직이라는 말이군.”
“사원에 놈들의 흔적이 많을 것이니, 곧 방향을 잡을 수 있을 것입니다.”
명운은 고개를 끄덕이며 오른손을 내저었다.
“좋다. 결과가 나오는 대로 보고하라.”
“존명!”
석비연은 치마 대신 무복을 입고 있었는데, 그럼에도 특유의 기품은 사라지지 않았다. 그녀가 물러가려는 순간 명운이 그녀를 다시 불렀다.
“석 대주.”
석비연이 걸음을 멈추며 대답했다.
“예, 교주님.”
“아버님과 비교하면 어떠했는가?”
석비연은 아버지 명증을 가장 오래 모신 여인이었다. 명운은 그녀가 아버지의 무공을 가장 잘 아는 이라고 생각했다.
“전력을 다하셨습니까?”
“다했다면?”
“그랬다면 아직 아버님에 미치지 못하십니다.”
아직은 명증이 더 위다.
명운은 그 대답에 만족했다.
“고맙군.”
“속하는 교주님의 물음에 답하였을 뿐입니다.”
명운이 부드러운 목소리로 그녀에게 말했다.
“아첨하지 않은 것만으로도 공이라 할 수 있네.”
교주에게 아첨하는 이가 아홉이라면 아첨하지 않는 이는 하나에 불과했다.
석비연은 허리를 더욱 깊이 숙였다.
“속하, 교주님께 어찌 거짓을 이야기할 수 있겠습니까?”
“그 말은 옳지 않군.”
“교주님.”
“많은 이들이 교주에게 거짓을 말하거나 아첨을 하지. 물론 교주는 그것을 탓해서는 안 될 걸세. 대부분이 그러하니까.”
모든 아첨을 구별할 수 없다면, 아첨한 자를 탓해서는 안 된다. 그는 단지 운이 없었던 것일 뿐이니까.
석비연이 조심스럽게 고개를 들며 말했다.
“교주님께서는 저희를 믿지 않으시는 것 같습니다.”
그녀는 이것이 위험한 발언일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하나 명운은 그녀를 탓하지 않았다.
“아니, 난 그대들을 믿네.”
“하지만…….”
“믿기 때문에 그대에게 이런 말을 하는 것일세.”
석비연은 생각했다.
‘이것이 교주님의 진심이라면, 교주님은 너무나 정직한 분이시다.’
그녀는 명운의 모든 모습을 기억하고 있는 이 중 하나였다.
명운이 처음 태어났을 때, 그리고 처음으로 걷기 시작했을 때, 서숙으로 옮겨 갔을 때, 그리고 장성하여 교주에 오른 때를 모두 기억하고 있었다.
“조금 전의 말은 고치도록 하지.”
석비연이 다시 두 손을 모으며 허리를 굽혔다.
“저희를 믿는다는 말씀 말이십니까?”
“그대들을 믿는 것이 아니라 그대를 믿는 것일세.”
“네?”
“석 대주는 내가 믿을 수 있는 몇 안 되는 사람이니까.”
석비연은 자신이 감당하기 힘든 총애라 생각했다.
“교주님, 어찌하여 그런 말씀을 하십니까?”
명운이 몸을 돌리며 그녀의 물음에 답했다.
“연이라는 아이가 그러더군. 그대가 교주님께 내 이야기를 많이 했다고.”
연은 홍비의 심복으로 지금은 경은 아래에서 서재를 관리하고 있었다.
“제가 말입니까?”
“그대가 좋은 말을 많이 해 준 덕분에 내가 이 자리에 설 수 있었다고 하더군.”
“과한 이야기입니다.”
석비연도 연을 알고 있었다. 그녀는 연이 왜 자신에게 유리한 말을 했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다른 아이라면 모를까? 연은 그런 말을 할 이유가 없다.’
그녀는 홍비의 가장 강력한 경쟁자였다.
“과한 말은 아닐 걸세. 아버지께서 막내에 불과한 내게 관심을 주시게 된 것은 그대와 석 장로 덕분이니까.”
명운이 두각을 나타내게 된 것은 귀주석가와 연결되면서부터였다.
“전대 교주님께 마땅히 그렇게 이야기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녀는 당시의 대화에 사심이 들어갔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내가 생각한 것과 진실을 그대로 이야기했을 뿐이다.’
명운도 그쯤은 알고 있었다. 그러나 그는 그것만으로도 자신에게 큰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했다. 그녀가 부정적인 말을 했다면, 그것만으로도 그에게는 치명상이었다.
“석 대주, 돌아가면 차나 한잔하도록 하지.”
석비연이 깊이 허리를 숙였다.
“속하, 교주님께 차를 끓여 올리겠습니다.”
명운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기대하지.”
그는 그녀가 처음으로 차를 끓여 주었던 때를 기억했다.
‘다섯 살 때였던가?’
다섯 번째 생일.
그는 아버지를 만나기 위해 태화전을 찾았다. 하지만 명증은 사냥을 나간 뒤였다. 시녀장이었던 석비연은 낙심한 그를 가엽게 여겨 직접 차를 끓여 준 바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