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mon Returner RAW novel - chapter (275)
275화 진짜 그림자 (5)
“일선에서 물러난다고 해도 검을 놓는다는 말은 하지 말게.”
부교주 유청은 그녀의 재능이 아깝다고 생각했다.
‘천화신녀도 능가했던 재능이 아닌가?’
많은 이가 말하길 사마진의 재능은 그의 뒤를 이어 신교제일검에 오를만하다고 했다.
“검을 들기에는 부족한 재능입니다.”
유청은 미간을 좁혔다.
“그대의 재능이 부족하면 다른 이들은 어찌 검을 들 수 있겠는가?”
그는 사마진에게 뭔가 일이 있었다고 생각했다.
‘일이 있지 않았다면 나를 찾아오지도 않았을 것이다.’
앞을 가로막은 거대한 벽.
유청은 그 벽이 명운일 것으로 추측했다.
“잘 모르겠습니다.”
사마진은 고개를 숙였다. 그녀와 같은 강자가 고개를 숙인다는 것은 흔히 있는 일은 아니었다.
“교주님 때문이군.”
“아닙니다.”
“아니다?”
“스스로 벽을 느꼈기 때문입니다.”
유청이 차갑게 말했다.
“벽을 느끼지 않는 무인이 어디 있단 말인가? 그대의 검은 그토록 쉬운 것이었나?”
사마진은 그의 꾸짖음에 제대로 항변할 수 없었다. 그의 말대로 벽을 느끼지 않는 무인은 없었다. 아니, 대부분의 무인이 벽을 느끼고 그 벽을 부수거나 넘기 위해 피나는 노력을 했다. 그러나 그녀는 노력하는 것을 포기하고자 했다.
유청이 계속해서 말했다.
“무릇 누구나 자신의 재능을 한탄하고 높은 자리에 서 있는 이를 부러워하기 마련일세. 나 또한 그랬네.”
“부교주님께서 말입니까?”
유청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
“신교제일검에 올랐을 때, 천하를 오시할 수 있다고 생각했네. 하지만 그것은 자만이었고, 현실은 그렇지 못했네. 생각해 보게. 무극에 이르지 못한 자가 어찌 천하를 논할 수 있겠나?”
그의 무공은 교주를 제외하면 따를 자가 없다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하지만 그는 끝내 무극이란 벽을 넘지 못했다.
“예전에는 이런 생각을 하기도 했지. 나도 신공을 배웠다면 무극에 이르렀을 것이라고.”
이는 거짓이 아니었다. 그보다 반걸음 뒤에 있던 명증이 천마신공을 배움으로서 무극의 경지에 이르게 되었다.
사마진이 그를 바라보며 말을 끌었다.
“신공을 배운다면…….”
명증을 넘어 천하제일인에 도전할 수 있을 것이다.
유청은 그 생각을 한두 번 한 것이 아니었다. 잠자리에 몸을 눕히면 항상 그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명가의 핏줄이 아니었고, 천마신공의 ‘천’자도 접할 수 없었다.
“신공은 오직 명가에게만 허락된 것이지.”
유청이 차갑게 웃었다.
“후후, 생각해 보게. 무극이란 깨우침이라 하지 않았던가? 한데 신공을 연마하게 되면 그 깨우침 없이 무극에 이를 수 있다네. 이보다 더 쉬운 일이 세상에 있을까 싶기도 하더군. 그래서 한때는 교주님에게 시기심을 가지기도 했지.”
그가 말한 교주는 명운이 아닌 명증이었다. 앞서도 이야기했지만, 그는 명증보다 더 뛰어난 재능을 가지고도 명가의 핏줄이 아니라는 이유만으로 그는 천마신공을 배울 수 없었다.
사마진은 그의 마음에 맺힌 한을 어느 정도는 이해할 수 있었다.
‘신교의 가르침은 강자존에 있다. 그러나 핏줄은 강자존과는 상관이 없는 것이다. 그것은 단지 명가의 기득권을 위해 존재한다.’
진정한 강자존을 믿는다면 명가를 부정해야만 했다. 그리고 그것을 하고자 한 이가 바로 파천궁의 초대 궁주 천수였다.
물론, 그가 세운 파천궁도 지금에 와서는 천마신교와 마찬가지로 천가의 핏줄을 받드는 집단으로 변질하고 말았다.
“깨달음을 얻을 때까지 검을 놓지 말라는 말씀이십니까?”
유청은 고개를 흔들었다.
“깨달음을 얻지 못한다고 해도 검을 놓아서는 안 된다는 말을 하고 싶었네.”
무인에게 검은 혼이자 목숨이었다. 검을 놓는다는 것은 더는 무인으로서 삶을 살지 않겠다는 말이었다.
“잘 모르겠습니다.”
그녀의 마음을 무너뜨린 자.
화왕.
그와의 싸움을 그녀는 잊을 수가 없었다.
“사마 단주, 세상이 공평하다고 생각하나?”
사마진은 천천히 고개를 흔들었다.
“아뇨. 공평하지 않습니다.”
그녀는 그 누구보다 세상이 공평하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유청이 재차 물었다.
“어째서 공평하지 않은가?”
“누군가는 훌륭한 집안에서 모든 것을 갖춘 채 태어납니다. 하지만 누군가는 부모의 얼굴도 모르는 채 버려집니다.”
전자는 대산팔가의 자제들.
후자는 사마진 본인을 말하는 것이었다.
“그대는 세상이 불합리하다고 생각했나?”
“어느 정도는 그렇습니다.”
“후후후, 자네도 그런 생각을 했었단 말이군.”
사마진이 아미를 세웠다.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나는 그대가 세상의 모든 것을 다 가졌다고 생각했네.”
“세상의 모든 것이라고요?”
부모의 얼굴도 모르는 채 살수로 키워진 여인.
그 여인이 어찌하여 세상의 모든 것을 다 가졌단 말인가?
“여인에게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가?”
사마진이 카랑카랑한 목소리로 그의 물음을 받아쳤다.
“설마 미모라 말씀하시려 하는 것입니까?”
그녀는 유청의 말에 미간을 좁힐 수밖에 없었다. 그가 뭇 사내들처럼 자신을 희롱하려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유청은 그들과 달랐다.
“사마 단주, 여인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랑하는 이의 사랑을 받는 것이 아니던가?”
그의 한마디에 사마진이 눈썹이 아래로 내려왔다.
“옳은 말씀입니다.”
“많은 여인이 그대와 같은 아름다움을 가지지 못해 원하는 사랑을 얻지 못했지. 그들은 그대를 보면서 생각할 걸세. 세상은 왜 이리 공평하지 못한 것이냐고?”
“부교주님께서는 제 외모와 명가의 핏줄이 같은 것이라고 말씀하시는 것입니까?”
유청이 가볍게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후우……. 나는 단지 세상의 불합리함을 이야기하고자 하네. 무극에 이르는 자와 이르지 못하는 자, 단지 노력만으로 그것을 가를 수 없다는 말이지.”
노력 위에 재능과 핏줄이 있다.
무극에 이른 자는 유청과 다른 이야기를 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사마진에게는 그의 말이 조금 더 옳게 들렸다.
“재능과 노력. 그것이 제가 검을 놓으려 하는 것과 무슨 관계가 있을까요?”
그녀의 물음에 유청이 답했다.
“그대는 재능의 한계를 느꼈기 때문에 검을 놓으려 했던 것이 아니던가?”
사마진은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인정할 수밖에 없군요. 무극에 이를 수 없으니, 포기하겠다. 그렇게 말한 것 같습니다.”
“포기하지 말게. 아니 검을 놓지 말게.”
유청은 잠시 뜸을 들인 뒤 말을 이었다.
“자네에게 해 주고 싶은 말이 한 가지 더 있네.”
후배에 대한 충고.
사마진은 두 손을 모았다.
“부교주님의 조언, 새겨듣겠습니다.”
유청이 목소리를 가라앉히며 말했다.
“나는 무극에 이르는 길이 하나라고 생각하지 않네.”
이것은 사마진도 동의하는 바였다.
“깨달음 없이 천마신공을 익혀 이른 이가 있으니, 옳은 말이라 생각합니다.”
명가의 교주들은 대부분 깨달음이 아니라 천마신공으로 무극의 경지에 이르렀다.
“사마 단주, 깨달음을 얻은 이에게 배우는 것도 하나의 방법일세.”
이것이 그가 하고 싶었던 진짜 이야기였다.
사마진은 그의 말에 눈을 크게 떴다.
“깨달음을 얻은 이에게 배운다면…….”
“교주님께 묻게. 자네라면 교주님께서는 무엇이든 가르쳐 주실 걸세.”
“교주님의 제자가 되란 말입니까?”
“제자가 되지 않더라도 무공을 배울 수 있지 않은가?”
유청은 명운에게 깨달음에 관해 물을 수 없었다. 하지만 그녀는 달랐다. 그에게 얼마든지 그것에 관해 물을 수 있었다.
아니, 그녀는 이미 명운에게 그것에 관해 물은 바 있었다.
“…….”
사마진이 고개를 숙이자 유청이 말했다.
“자네의 무공은 모두 스스로 깨달은 것인가?”
그녀가 어렵게 답했다.
“아닙니다.”
“한데 어째서 무극에 관해 묻는 것은 어려워하는가? 스스로 깨달음을 얻어야만 진정한 무극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인가?”
사마진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부교주님의 말씀대로입니다. 스스로 깨닫지 못한다면 그것을 이룰 수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네. 신공의 예가 있지 않은가? 무극이란 누군가의 가르침으로도 오를 수 있네.”
천마신공이란 결국 천마의 가르침이었다.
“부교주님과 이야기하니, 머릿속이 더 복잡해지는군요.”
“복잡한 이야기는 아닐세. 빗물이 바다로 흘러드는 길이 여러 갈래이듯 무극에 이르는 길도 여러 갈래인 것뿐.”
유청이 옅은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
“사마 단주, 이 자리에서 답을 얻으라 말하지 않겠네. 다만 검을 놓는 것은 다시 생각해 보게.”
사마진이 두 손을 모은 채 고개를 숙였다.
“부교주님의 말씀, 명심하겠습니다.”
유청은 그녀가 물러가는 것을 보며 생각했다.
‘가르침이 조금 지나쳤을지도 모르겠군.’
그러나 그는 그녀를 그냥 둘 수 없었다.
‘연비가 생각나게 만드니까.’
장연비가 방황할 때와 지금의 그녀는 꽤 닮아 있었다.
* * *
“교직을 달라는 말인가?”
명운의 앞에 앉아 있는 이는 사마진이었다. 그녀는 경장 차림을 한 채 고개를 끄덕였다.
“교주님의 사랑을 받는 것과 무위도식하는 것은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과거 명운은 그녀에게 부교주직을 약속한 바 있었다.
“부교주라면…….”
사마진이 딱 잘라 말했다.
“아뇨. 그 자리는 아직 제게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명운은 그녀의 한마디에 두 손을 모았다.
“그러면 어떤 자리를 원하는가?”
“특별히 원하는 자리는 없습니다. 다만 일선에 나서지 않고도 교주님을 도울 수 있었으면 합니다.”
일선에 나서지 않고 명운을 돕는다. 그녀의 과거 지위를 생각한다면 시녀장을 생각해 볼 수 있었다. 하지만 그 자리는 이미 원영재에게 준 터였다.
‘서관도 경은이 있으니, 그녀에게 줄 자리가 마땅치 않군.’
돈을 관리하는 자리 역시 강하원에게 맡긴 바 있었다.
“장로 자리가 비어 있는데 말이야.”
비어 있는 십장로 중 한자리.
명운은 그녀가 이 자리를 받아들일 리 없다고 생각했다. 역시나 사마진은 고개를 흔들었다.
“장로가 되기에는 너무 이르지 않겠습니까?”
“그대의 입맛에 맞추는 것이 제법 어렵군.”
사마진이 씽긋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쉬운 문제라면 이렇게 교주님을 찾아오지 않았을 것입니다.”
명운은 긴 한숨을 내쉬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쉬운 문제는 아니군.”
“그리고 하나 더 부탁이 있습니다.”
“여기에 한 가지 더?”
“교주님을 매일 볼 수 있었으면 합니다.”
사랑하는 이를 매일 만나고 싶다. 여인으로서 아니 연인으로서 당연한 바람이었다.
명운은 오른손으로 턱을 받쳤다.
“더 어려워졌군.”
“그럴까요?”
“가장 좋은 것은 시녀장인데 말이야.”
“원 소저에게 주었으니, 곤란하겠죠.”
명운은 오늘따라 유난히 사마진이 아름다워 보인다고 생각했다.
‘경장 차림 때문일까?’
그녀가 오늘처럼 마음먹고 미모를 뽐내는 일은 드물었다.
경은은 두 사람 뒤쪽에 서 있었는데, 사마진의 미모가 몹시 마음에 걸렸다.
‘나는 도저히 상대가 되지 못하겠구나.’
화려함과 청순함.
사마진은 그 두 가지를 모두 가지고 있었다.
“진, 고민한 것이 있다면 조금 이야기해 주지 않겠어?”
그의 목소리가 달라졌다.
경은은 그의 목소리에 담긴 친근함에 속으로 긴 한숨을 내쉬었다.
‘두 사람의 사이는 확실히 가깝구나.’
그녀가 침울한 표정을 지었을 때였다.
“교주님의 호위라면 어떨까요?”
그의 곁에서 종일 그를 지킨다.
“불가.”
사마진은 바로 아미를 세웠다.
“왜 안 되는 것이죠?”
“진을 종일 곁에 서 있게 할 수는 없어.”
교주의 경호를 담당하는 호위는 생각보다 고된 일이었다. 교주가 움직이지 않는 한 문밖에 꼿꼿이 서 있어야 했고, 그것이 아니라고 해도 주변을 떠날 수 없었다. 이러한 이유로 생리 현상과 일과의 자유 또한 제약을 받았다.
“제게 숨기는 일이 있기 때문일까요?”
명운이 굳은 음성으로 답했다.
“난 진에게 아무것도 숨기지 않아.”
숨기지 않는다. 과거의 생을 뺀다면 이 한마디는 진실이었다.
“뭔가 조르는 아이처럼 되어 버렸네요.”
“애초에 내가 무리한 요구를 했으니까.”
“무리한 요구라면…….”
“진이 그냥 내 곁에 있어 주기만을 바랐으니까.”
명운은 그녀를 향한 감정을 숨김없이 드러냈다. 연인과 대화하고 있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그러나 경은에게는 이것이 조금은 섭섭하게 느껴졌다.
“부시녀장은 어떨까요?”
“곤란해.”
“왜죠?”
“진을 원 소저 아래에 둘 수는 없어.”
사마진이 밝은 목소리로 그의 말을 받았다.
“저는 괜찮아요.”
“내가 안 괜찮아.”
경은이 속으로 긴 한숨을 내쉬었을 때였다.
‘하아……. 두 사람은 전과 비교할 수 없이 가까워졌구나.’
두 사람이 매일 동침하지 않는 것이 이상할 정도였다.
다음 순간, 인기척과 함께 시녀장 원영재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교주님, 석 대주가 찾아왔습니다.”
흑살대주 석비연의 방문.
명운은 고개를 문 쪽으로 돌렸다.
“들라 하라.”
스윽.
문이 열리자 무복을 입은 석비연이 안으로 들어섰다. 그녀는 한껏 멋을 낸 사마진을 보고는 가볍게 놀랐다.
‘사마 단주가 돌아왔다고 하더니, 사실이었구나.’
그녀는 애써 그 모습을 보지 못한 듯 예를 올렸다.
“속하, 교주님을 뵙니다.”
명운이 손을 뻗으며 말했다.
“앉게.”
그는 그녀를 사마진의 반대편에 앉게 했다.
“그래 무슨 일로 찾아왔는가?”
석비연은 대답 대신 시선을 사마진에게 돌렸다.
“괜찮으신지요?”
사마진에게 할 수 있는 이야기가 아니라는 물음이었다.
명운은 오른손을 들었다.
“괜찮네. 진에게 나는 숨기는 것이 없네.”
석비연은 그의 한마디에 멈칫했다.
“하오나, 이번 일은…….”
“어떠한 일이든 숨기지 않을 것일세.”
명운이 굳은 음성으로 답했으나 석비연은 이야기를 시작하지 않았다. 그러자 사마진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돌아가 보도록 하겠습니다.”
그 순간 명운이 그녀의 손목을 잡았다.
“괜찮다고 했어.”
“교주님?”
“앉아. 나는 진이 그렇게 하길 바라고 있어.”
석비연은 명운의 행동을 보고는 속으로 탄성을 터트렸다.
‘하! 사마 단주를 향한 교주님의 총애가 대단하구나.’
그녀는 사마진에 대한 그의 마음이 경은에 대한 총애 못지않다고 생각했다.
‘교주님은 한마음으로 두 여인을 품을 수 있는 것일까?’
모를 일이었다.
사마진은 얼굴을 살짝 붉히고는 자리에 앉았다.
명운은 그녀의 손목을 놓아주지 않은 채 석비연에게 명했다.
“말하게.”
석비연은 두 손을 모은 뒤 입을 열었다.
“교주님의 그림자가 될 후보를 추렸습니다.”
사마진은 그녀의 이야기를 듣자마자 말끝을 올렸다.
“그림자라고요?”
명운이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내 부재 시 날 대신할 그림자를 만들었으면 해.”
“그것이라면 제가 할 수 있어요.”
“진이?”
사마진의 역용술은 수왕과 버금갈 정도였다. 하지만 그녀는 여인이었다. 명운처럼 키가 큰 사내로 역용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었다.
“키가 다르다고 해도 목각을 사용하면 충분히 가능합니다.”
“목소리나 체형은?”
“그것도 바꾸지 못한다면 역용술이라고 할 수 없죠.”
사마진의 대답에는 자신감이 넘쳤다.
‘진이라면 믿을 수는 있는데…….’
그녀라면 비밀을 지키는 것을 넘어서 그에게 해가 되는 어떠한 일도 하지 않을 터였다.
명운은 시선을 석비연에게 돌렸다.
“석 대주는 어떻게 생각하나?”
석비연에게는 부담스러운 질문이었다. 그러나 그녀는 이러한 질문에 답하는 요령을 알고 있었다.
“사마 단주의 역용술이 대단하니, 시험을 해 보시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사마진의 역용술을 보고 결정하자.
명운은 그녀의 의견에 동의했다.
“그렇게 하는 것이 좋겠군.”
사마진이 밝은 목소리로 말했다.
“교주님, 오늘 당장 보여 드리겠습니다.”
그림자는 어떠한 지위도 아니었지만, 그녀는 자신의 재능을 살릴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만족하는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