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mon Returner RAW novel - chapter (290)
290화 무림맹주 (7)
제갈직은 명운의 말을 듣고는 미간을 좁혔다.
‘천원대라고?’
천원대는 무림맹의 배신자들이 소속된 부대였다. 문현이라는 자는 스스로 무림맹 출신이라 이야기하고 있었다.
‘말이 안 되는 일이다.’
저처럼 뛰어난 이가 무림맹에서 마교로 넘어갔다면 분명 여러 이야기가 흘러나왔을 것이다.
‘설마 자신의 신분을 속이는 것인가?’
상대가 마교라면 그럴 수도 있었다. 무림맹이 생각하는 마교는 이기기 위해서는 무엇이든 하는 자들이었으니까.
‘하지만 저자의 실력이 마음에 걸린다.’
문현이라는 자는 산동악가의 악 가주를 쓰러뜨린 것도 모자라 이번에는 하북팽가의 팽 가주를 쓰러뜨렸다. 잇달아 두 세가의 가주를 쓰러뜨린 강자가 약간의 이득, 그러니까 무림맹주 남궁민의 방심을 유도하기 위해 자신의 신분을 속인단 말인가?
제갈직은 이 물음에 대한 답을 쉬이 할 수 없었다.
‘십장로라는 자들을 만나 보진 못했지만, 그들의 위명을 생각한다면 쉽게 신분을 속이진 않을 것이다.’
이러한 견해에 따르면 그의 눈앞에 서 있는 자는 천원대의 문현이라고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천원대의 고수라고 하기에는 그의 무공이 너무 뛰어나다.’
문현은 오대세가 가주들을 압도하는 무위를 보여 주었다. 그런 자가 배신자들의 부대인 천원대 출신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무리였다.
그렇다면 문현이라는 강자는 어떠한 이유로 천원대에 소속되어 있는 것일까?
제갈직의 미간에 골이 파였다.
‘설마 그런 것인가?’
그가 내린 결론은 다음과 같았다.
– 문현이라는 자는 무림맹의 무공을 마교의 속성법으로 두루 배운 고수다.
구파일방과 오대세가의 무공은 속성이 불가능한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마교의 비술로 그것을 가능하게 했다면, 예상 이상의 결과를 얻을 수 있을지도 몰랐다.
물론 이것은 그의 가정에 불과했다. 천마신교는 그러한 일을 시도한 적이 없었고, 문현이란 이름도 명운의 위장 신분에 불과했다.
하지만 제갈직은 이러한 결론을 무시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맹주께서 위험할 수도 있겠군.”
그의 혼잣말을 들은 남궁석이 얼굴을 굳혔다.
“군사, 그것이 무슨 말입니까?”
제갈직은 남궁석의 날카로운 지적에 머리를 긁적였다.
“혼잣말을 했을 뿐이오.”
“방금 맹주께서 위험하다고 말씀하시지 않았습니까?”
“상대의 무공이 범상치 않기 때문이오.”
남궁석은 앞서 명운과 겨뤄 본 적이 있었다. 그는 명운의 검격에 강한 인상을 받은 바 있었다.
“그의 무공이 범상치 않다는 것은 인정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맹주께서 위험하다는 이야기는 인정할 수 없습니다.”
그는 남궁민이 중원 무림의 최강자라고 생각했다.
‘소림과 무당에 수십의 고수가 있다고 해도 맹주님을 넘어설 자는 없다.’
남궁민은 그가 지금까지 만나 온 고수 중 단언컨대 최강이었다.
“작은 가능성에 대한 이야기였소.”
“불길한 이야기는 하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제갈직은 어깨를 내리며 긴 한숨을 내쉴 수밖에 없었다.
“후우…….”
곧 싸움이 시작될 것이다.
‘결국, 맹주께서 승리하시겠지.’
제갈직도 남궁민의 승산이 높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는 남궁석의 생각처럼 남궁민과 문현의 차이가 크지는 않다고 생각했다.
‘반걸음 정도 맹주께서 앞서 있다.’
전력을 다해 싸운다면 대략 백여 초식쯤에 승패가 결정되리라 생각했다.
휘익!
한차례 돌풍이 불며 말들의 움직임이 혼란스러워졌다. 그러나 두 사람은 말을 타고 있지 않았기에 돌풍은 싸움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시작할까?”
먼저 말을 건넨 것은 명운이었다. 용호대는 이 순간에도 악전고투 중이었기에 승부를 오래 끄는 것은 좋지 않았다.
“자신이 있는 모양이군.”
명운이 남궁민의 말을 받았다.
“자신이 없다면 이 자리에 서 있지 않았을 것이다.”
남궁민은 고개를 끄덕였다.
“거대한 벽과 마주치기 전까지 다들 자신이 최고라고 생각하지.”
두 사람은 단순히 말을 주고받는 것이 아니었다. 그들은 말을 주고받으면서 상대의 움직임을 살피고자 했다.
‘강한 살기는 느껴지지 않는다. 이것은 녀석이 감정을 억누를 수 있는 강한 인내심을 갖추고 있다는 말이다.’
남궁민은 문현이 끈질긴 자라고 생각했다.
‘끈질긴 자를 이기기 위해서는 조급함을 버릴 필요가 있다.’
무림맹주라는 이름에 집착해 호쾌한 승리를 노리기보다는 착실한 싸움을 하고자 했다.
휘익!
두 번째 돌풍이 불었다.
“그쪽에서 오지 않는다면 이쪽에서 가지.”
명운의 말에 남궁민이 미소를 지었다.
“젊은 친구. 자만하지 않는 게 좋아.”
그는 애검 서혼(恕魂)을 들었다.
남궁세가 사람 중에는 서혼을 처음 보는 이들도 많았다.
“저 검이 바로 서혼인가?”
“머리카락을 떨어뜨리면 그대로 베어진다는 명검이지.”
“그게 정말인가?”
“맹주님의 검 아닌가? 그 정도도 안 되면 오히려 곤란해.”
명운이 든 검에는 희(熙)라는 한 글자가 쓰여 있었다. 경은은 그에게 이 검을 바치면서 검의 이름이 아닌 처음 검을 가졌던 이의 이름이라고 말한 바 있었다.
– 검명은 알 수 없었습니다. 다만 노 대주가 뛰어난 검이라고 하였습니다.
검을 고른 사람은 사실 경은이 아닌 노혁준이었다. 그는 경은이 너무 비싸지 않은 검 중 좋은 검을 골라달라는 말에 이 희라는 글자가 쓰인 검을 골라준 것이었다.
명운이 유명한 명검이 아닌 희라는 검을 선택한 것은 그가 천원대 출신 문현으로 위장해야 했기 때문이었다.
“먼저 가겠소.”
명운은 희를 세웠다.
휘익!
바람이 그의 검을 타고 흘렀다.
남궁세가 무인들은 순간적으로 돌풍이 그의 주변에 몰아쳤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남궁민의 생각은 달랐다.
‘기를 검신에 모으고 있다.’
강대한 내력은 주변 공기의 흐름을 바꾸었다. 그의 예상대로라면 명운이 검에 모은 기운은 검오기와 같거나 그 이상이었다.
‘설마 검강을 쓰는 것은 아니겠지?’
그는 명운이 검강을 쓴다면 그것은 터무니없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팍!
짧은소리와 함께 명운이 바위 위에서 몸을 날렸다.
목표는 당연히 남궁민이었다.
남궁세가 무인들은 이 싸움에 관여하지 않고 두 사람의 행동에 시선을 집중했다.
쉬익!
바람이 이는가 싶더니 어느새 명운이 남궁민의 코앞에 다가와 있었다.
‘빠르다!’
남궁민은 경공을 전개하는 대신 그 자리에서 명운의 검을 받아 냈다.
쾅!
폭음과 함께 두 사람 주변에 기파가 흘렀다.
“제법이구나.”
남궁민의 두 다리는 땅으로 일 촌 정도 들어가 있었다. 이는 명운이 휘두른 검에 만근의 힘이 실려 있었다는 뜻이었다.
“그쪽도 보통은 아니군.”
명운은 공격을 마친 뒤 일 장 뒤로 물러나 있었다.
남궁석은 그의 빠른 움직임에 속으로 탄성을 터트렸다.
‘언제 저곳까지 물러났단 말인가?’
두 사람의 첫 공격과 방어는 화려한 검기 대신 힘과 힘의 대결이었다.
견식이 부족한 자들은 화려함이 적은 것을 보고 별것 아니라 말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이곳에 모인 이들은 조금 전 벌어진 두 사람의 공방이 얼마나 대단한 것인가를 잘 알고 있었다.
“이번에는 이쪽에서 가지.”
명운은 담담하게 남궁민의 말을 받았다.
“얼마든지.”
그는 첫 공격에서 남궁민의 내공이 예상보다 깊다는 것을 알아냈다.
‘검을 움직이기 전, 기의 움직임이 느껴지지 않았다. 그 말은 전력이 아닌 여유를 가지고 내 공격을 받아쳤다는 말이다.’
명운은 공격에 앞서 지맥의 힘을 검에 불어넣은 바 있었다. 그 공격을 여유 있게 받아넘겼다면 남궁민의 공력은 이공자 명각을 능가한다고 할 수 있었다.
‘적어도 아버지를 습격한 흉수 정도는 될 것이다.’
역시 무림맹주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휙!
남궁민의 애검 서혼에 바람이 일었다.
명운은 그의 검에 흐르는 기운을 읽고는 미간을 좁혔다.
‘주변의 기운이 검에 빨려들고 있다.’
그와 같은 깨달음을 얻기라도 한 것일까?
남궁민은 단전이 아닌 외부에서 힘을 빌어 오고 있었다.
“후흡…….”
한 호흡.
그 직후 남궁민이 검이 움직였다.
휘익!
위에서 아래로 크게 내리그은 검.
명운은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백색 검기를 보고는 미간을 좁혔다.
‘검기가 백색이라고?’
그는 자허도장의 검오기를 상대한 적이 있었다. 지금의 검기는 그때 검오기와 비슷한 느낌이었다.
‘정면으로 받는다면…….’
받아 낼 수는 있었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그의 모든 힘을 이곳에 모인 이들에게 보여 주어야 했다.
아주 짧은 망설임.
콰앙!
결국, 그는 검오기를 막아 내는 것을 선택했다.
첫 공방과는 비교도 되지 않은 기파가 대지를 흔들었다.
“큭.”
몇몇 남궁세가 무인들은 충격음에 귀를 막았다.
‘연격?’
명운은 첫 공격을 막은 뒤 검을 왼쪽으로 돌렸다.
콰앙!
다시 한번 그의 몸이 크게 흔들렸다.
검오기를 사용한 공격이 연격으로 들어왔던 것이었다.
‘이것으로 끝이 아니다.’
주변을 흐르는 기가 그에게 말하고 있었다. 남궁민의 공격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콰앙!
세 번째 공격은 뒤쪽이었다.
명운은 몸을 돌려 세 번째 공격을 막은 뒤 경공을 전개했다.
슈우우욱!
남궁민도 경공을 전개해 그를 따라붙었다.
쾅! 쾅! 쾅!
바위를 둘러싸고 잇달아 세 번의 폭음이 들렸다.
남궁민은 쉬지 않고 명운을 공격하고 있었다.
‘빠르고 날카롭다. 이것이 남궁세가의 검인가?’
그는 첫 공격을 한 뒤, 뒤로 물러나 상황을 살폈다. 하지만 남궁민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 그는 강력한 검격으로 명운을 몰아붙였다.
콰아아아앙!
이번에는 전보다 훨씬 더 큰 폭음이 들려왔다.
“바위가 흔들린다!”
남궁세가 무인들은 눈을 크게 떴다.
“기의 충돌로 일어난 기파가 바위를 흔들다니!”
보긴커녕 들어 본 적도 없는 일이었다.
남궁석은 절정에 접어든 무인이었기 때문에 두 사람이 얼마나 높은 곳에서 싸우고 있는지 알 수 있었다.
‘초식을 펼치고 있지만, 초식이 없는 것이나 다름이 없는 싸움이다.’
절정에 접어든 무인은 점점 초식을 잊게 되며, 기의 흐름은 반대로 점점 중시하게 된다. 그리하여 절정의 끝자락에 이르게 되면 검기는 물론 강기나 무형기 같은 기운을 자유자재로 사용할 수 있었다.
콰아앙!
이번에도 폭음이 들려왔다.
“음, 문현이라는 자가 이 정도일 줄이야.”
남궁세가 무인들은 남궁민의 무공보다는 명운의 무공에 더 놀라고 있었다.
“악 가주를 베었다는 말이 진짜였군.”
명운과 남궁민은 순식간에 이십 초식을 겨루었다. 두 사람의 동작이 빠른 만큼 겨룬 초식의 숫자도 빠르게 올라갔다.
“점점 빨라지고 있습니다. 검격이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입니다!”
남궁세가 무인 중 무위가 낮은 자는 명운과 남궁민의 움직임을 따라가지 못했다.
“집중해라!”
남궁세가 무인들은 생각했다.
‘평생 한 번 볼 수 있을까 말까 한 싸움이다.’
솨아아아아!
남궁민은 검오기 대신 일순간에 다섯 발의 검기를 날렸다. 검기는 각기 다른 방향에서 명운을 노렸다.
명운은 희를 크게 휘두르며 한 번에 다섯 발의 검기를 받아 냈다.
콰앙! 콰앙! 콰콰콰쾅!
폭음과 함께 기파가 그의 몸을 감싸고 돌았다.
‘요란한 공격이군.’
남궁민의 공격은 대부분 견실한 것이었다.
‘그가 이처럼 요란한 공격을 했다는 것은…….’
자신의 눈과 귀를 속이기 위한 것이다.
명운의 입가에 미소가 맺혔다.
‘진짜는 뒤나 위에서 오겠지.’
예상대로였다.
그의 머리 위에서 무시무시한 힘이 느껴졌다.
‘온다!’
명운은 두 손으로 검을 받친 뒤 위에서 쏟아지는 공격을 받아 냈다.
콰아아아아아아아앙!
검기가 아닌 검강이 떨어진 듯한 충격이 몸에서 느껴졌다.
파팍!
위에서 쏟아진 힘이 너무나 강했던 것일까?
그가 서 있던 땅이 반 척 가까이 주저앉고 말았다.
“크윽…….”
입에서 짧은 신음이 흘러나왔다.
연격이 들어온다면 막는 것이 쉽지 않을 것 같았다. 다행히 연격은 들어오지 않았다.
“크크크, 그것을 막았군.”
남궁민은 명운 앞에 서서 두 손으로 검을 쥐고 있었다. 그의 검은 정확히 명운의 검신 중앙을 누르고 있었다.
명운은 미간을 좁힌 채 그의 말을 받았다.
“내가 이 정도에 쓰러지길 바란 것인가?”
남궁민은 그의 물음에 냉소했다.
“아니.”
파악!
짧은 소리와 함께 두 사람은 거리를 벌렸다.
바위 왼쪽에 선 것은 명운이었다.
“더 보여 줄 것이 있는가?”
남궁민은 그의 반대편 즉 바위 오른쪽에 섰다.
“물론.”
제갈직은 조금 전 격돌을 보고는 마른침을 삼켰다.
‘맹주님의 무공이 이 정도였단 말인가? 그리고 그것을 막아 낸 저자는 대체 정체가 무엇이란 말인가?’
무림맹의 무공을 속성으로 익혀 강해졌다고 하기에는 너무나 강했다.
남궁석은 이제 주먹을 꾹 쥔 채 두 사람의 대결을 바라보고 있었다.
‘격이 다르다.’
그는 절정에 들어선 무인인 만큼 조금 전 대결에 얼마나 큰 힘이 사용되었는지 대략 짐작할 수 있었다.
‘나 같은 필부는 꿈도 꿀 수 없는 힘이었다.’
공격을 펼친 남궁민은 물론, 그것을 막아 낸 문현도 그가 이를 수 없는 경지 위에 서 있었다.
“언덕 아래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걸까?”
“폭음이 계속 들려오는군.”
임진풍을 비롯한 용호대 무인들은 홀로 싸우고 있는 명운을 돕고자 했다. 하나 남궁세가와 그들의 전력 차이가 너무 컸다.
게다가 언덕을 내려가게 된다면 포위될 위험이 있었다.
임진풍은 대도를 쥔 손에 힘을 주었다.
“지금은 이곳을 지킬 수밖에 없다.”
그는 언덕 위에 서서 명운과 남궁민이 싸우는 것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콰아앙!
폭음과 함께 대지가 울렸다.
강력한 기가 다시 한번 충돌한 것이었다.
“이것이 진정한 고수의 싸움인가?”
“이런 싸움은 처음 봐.”
동쪽에서 싸우던 진백강도 계속된 울림에 병력을 뒤로 물렸다.
“뭔가 북쪽에서 일어나고 있다.”
무림맹의 지휘를 맡았던 오행문주 하주도 한걸음 뒤로 물러났다.
“북쪽이라면 팽 가주인가?”
개방의 오 장로가 고개를 흔들며 그의 물음에 답했다.
“팽 가주는 아닐 겁니다.”
그는 팽 가주라고 하기에는 공기의 울림이 너무 크다고 생각했다.
‘팽 가주 이상의 무인이 싸우고 있다.’
한쪽은 분명 무림맹주 남궁민일 터였다. 하지만 나머지 한쪽이 문제였다.
‘소문의 십장로가 진짜로 있었단 말인가?’
그는 미간을 좁혔다.
‘마교의 십장로가 이렇게 강하다면 어째서 마교는 중원을 침공하지 않은 것인가?’
마교에 무림맹주 남궁민과 같은 무인이 열 명이 넘는다면 무림맹은 그들의 침공을 막아 낼 수 없었다.
“도무지 모를 일이군.”
그는 혼잣말을 중얼거리며 고개를 흔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