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mon Returner RAW novel - chapter (304)
304화 정사대전 (10)
무당과 화산.
두 문파 중 어느 쪽의 검이 더 강하냐고 묻는다면 확답을 할 수 있는 이는 많지 않다.
쾌검을 중시하는 이들은 화산을 뽑을 것이고, 중검과 부드러움을 미덕으로 삼는 이들은 무당을 택할 것이다.
그러나 한 가지는 확실했다.
협공과 진법을 중시하는 검진만큼은 무당이 화산 위에 있다.
“북두대진!”
현원도장의 명에 따라 무당 제자들이 북두칠성 모양으로 늘어섰다.
명운은 물론 천마신교 무인 대부분이 무당파의 천강북두대진과 진무칠성진을 알고 있었다.
‘한 번쯤 상대할 때가 되었지.’
스물한 명의 무당제자가 일곱 명씩 나뉘어 세 개의 북두대진을 펼쳤다.
무당파의 천강북두대진, 줄여서 북두대진이라 부르는 검진은 수백 년 전 흥했던 전진파의 천강북두진에서 비롯되었다.
당시 전진파는 중원 무림의 중심이었기에 수많은 문파가 그들의 천강북두진에 영향을 받았다. 청성파나 아미파, 그리고 공동파와 화산파에도 천강북두진의 영향을 받은 검진이 있을 정도였다.
무당파의 천강북두대진은 그 수많은 검진 중 가장 유명하며, 가장 강력했다.
‘천강북두진은 북두성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검진이기에 북두성이 무너지면 검진 자체가 무너진다.’
천강북두진은 워낙 유명해서 천마신교에서도 여러 가지 파훼법이 나와 있었다.
문제는 지금 상대하는 검진이 천강북두진이 아닌 천강북두대진이라는 것이었다. 두 검진은 비슷하면서도 달랐다.
천강북두진은 북두진을 내어 주면 검진 자체가 무너졌지만, 천강북두대진은 북두진의 위치를 변화시켜 검진이 깨어지는 것을 막았다.
쉽게 말해 천강북두진의 단점을 보완한 것이 무당파의 천강북두대진이었다.
“종남은 넓게 뒤를 받친다!”
종남 장문인 나운의 명에 따라 종남 제자들이 크게 세 사람을 우회했다.
하후문은 그 광경을 보고는 미간을 좁혔다.
“공자님!”
그는 우회하는 종남파를 막고자 했다. 하지만 명운은 움직이지 않았다.
“하후문, 정면에 집중하라!”
일단 무당파부터 상대하라는 명이었다.
진백강은 그의 명이 옳다고 생각했다.
‘무당만 해도 버거운 상대다. 종남까지 신경 쓰다가는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패할 것이다.’
그와 하후문이 각자 하나씩 천강북두대진을 맡을 수 있다면, 명운의 부담을 크게 줄일 수 있었다.
‘우리가 버티는 사이 교주님께서 말코도사의 검진을 깨뜨릴 것이다.’
그러나 명운은 두 사람에게 기댈 생각이 없었다. 그는 바로 앞으로 뛰쳐나갔다.
쉬익!
그의 돌진에 무당파 제자들이 검을 세웠다.
“온다!”
목소리를 높인 것은 현원도장이었다. 그는 지금 상황을 낙관하지 않았다.
‘대마두의 실력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산동악가 악철군, 하북팽가 팽현후, 무림맹주 남궁민, 그들은 모두 강자였다. 대마두는 그런 강자들을 쓰러뜨리고도 멀쩡히 눈앞에 서 있었다.
‘절반의 희생으로 대마두를 막을 수 있다면 크게 득을 봤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무림의 태산북두 중 하나로 불리는 무당파.
그 무당파에서 고르고 고른 제자 스무 명.
그중 절반이 쓰러져도 이득이라면 상대는 얼마나 강하단 말인가?
현원도장은 지금까지 상대해 본 적이 없는 강적이라고 그를 평가했다.
“검을 앞으로!”
현원도장이 재차 목소리를 높였을 때였다.
발아래에서 날카로운 살기가 느껴졌다.
‘이것은!’
살기를 느낀 것은 그만이 아니었다. 검진을 짜고 있는 스물한 명 모두가 발아래에서 살기를 느꼈다.
“이건!”
모두의 시선이 발아래로 향하는 순간, 현원도장이 목소리를 높였다.
“아래가 아니다!”
그는 명운의 수법을 꿰뚫어 보았으나 늦고 말았다.
파악!
핏줄기와 함께 비명이 흘렀다.
“악!”
“크헉!”
명운은 발아래로 살기를 내뿜어 무당 제자들의 시선을 빼앗았다. 그리고는 속도를 높여 검진 안으로 들어선 것이었다.
쉬익!
그는 잇달아 두 명을 벤 뒤 몸을 돌려 세 번째 무당 제자를 베었다.
촤악!
날카로운 소리와 함께 붉은 피가 대지를 적셨다.
“으으으윽.”
단숨에 세 명.
현원도장이 이끄는 천강북두대진은 이미 그 기능을 상실하고 말았다.
“어찌 이런 일이!”
문제는 명운의 검이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는 사실이었다. 그는 바로 왼쪽에 있는 무당 제자를 향해 돌진했다.
이번에는 무당 제자도 반응했다. 그는 명운의 검격을 위위수현이라는 초식으로 받아 내고자 했다. 그러나 검과 검이 마주치는 순간 명운의 검이 기름을 바른 듯 미끄러졌다.
‘이럴 수가 있나?’
그의 눈이 커진 순간.
명운의 검이 그의 옆구리를 베었다.
팍!
짧은 파열음과 함께 비명이 흘러나왔다.
“크윽.”
무당 제자는 고통을 억누르며 검을 휘둘렀지만, 그의 검은 허공을 치고 말았다.
‘말도 안 되는…….’
명운은 쾌(快) 그 자체였다. 그는 자세가 무너진 무당 제자를 상대하는 대신 북두대진의 중심으로 파고들었다. 그리고 여기서 그의 전진이 처음으로 막혔다.
콰아아아앙!
폭음과 함께 언덕의 먼지가 사방으로 흩어졌다.
“크으으윽.”
주변에 있던 무당제자들은 모두 서너 걸음씩 뒤로 물러서야만 했다.
“대단한 위력이다.”
“사숙께서 대마두의 공격을 받아 내신 것인가?”
명운의 검격을 받아 낸 것은 현원도장이었다. 그는 두 손으로 검을 잡은 채 미간을 잔뜩 좁히고 있었다.
‘내가 대마두를 얕보고 말았구나.’
속도와 힘.
그 두 가지에서 명운은 그의 상상을 초월하고 있었다.
“그걸 받아 냈군.”
명운은 여유가 넘쳤다.
현원도장은 단전에서 내력을 끌어 올리면서 목소리를 높였다.
“현인! 현도! 무엇을 하느냐! 놈을 쳐라!”
그는 일대일 대결은 사치라고 생각했다.
‘절반이 아니다. 우리 모두의 목숨과 놈의 목숨을 바꾼다고 해도 이쪽이 이득이다.’
무당의 정예와 종남의 정예로 명운을 쓰러뜨릴 수 있다면 무림의 큰 화를 막을 수 있다. 그는 이렇게 생각했다.
“명에 따르겠습니다!”
현인진인과 현도도장.
두 사람은 현원도장의 사제였다.
그들은 각기 하나의 천강북두대진을 거느리고 있었는데, 사형의 명에 따라 진을 변화시켰다.
“목표는 대마두다!”
두 개의 검진이 명운을 향해 움직였다.
명운은 검진이 자신을 향해 움직이고 있음에도 태연했다.
“계산이 빠르군.”
현원도장은 명운의 움직임을 놓치지 않기 위해 신경을 곤두세웠다.
“난 맹주와 다르다.”
남궁민처럼 일대일로 대결하지 않겠다는 말이었다.
명운은 그의 말에 냉소했다.
“물론 다르지.”
그는 생각했다.
‘남궁민은 무극에 이른 무인이었고, 그대는 아니다.’
절정의 끝자락에 있다고 해도 무극에 이른 무인과는 비교가 되지 않았다.
‘시작해 볼까?’
스윽.
명운이 속도를 조금 높였을 뿐인데, 무당 제자들의 시선은 따라오지 못했다.
“대마두가 사라졌다?”
“어디지?”
검진을 펼치고 있던 이들은 목표를 잃고 당황했다.
“놈이 사라졌습니다.”
“위를 살펴라!”
“위에도 없습니다.”
오직 현인진인만의 명운의 움직임을 흐릿하게나마 읽을 수 있었다.
“왼쪽으로 온다!”
그가 목소리를 높인 순간 핏줄기가 솟아올랐다.
솨아아아아!
목을 베인 무당 제자는 비명도 지르지 못한 채 바닥에 쓰러졌다.
투욱.
주변의 무당 제자들은 일제히 명운을 향해 검을 뻗었다.
“제길!”
“받아라!”
그러나 그들의 검은 허공을 쳤을 뿐이었다.
속도에서 그들은 명운의 상대가 되지 못했다.
“서로 보호하라!”
현원도장은 목소리를 높였지만, 보이지 않는 적을 상대로 그것이 될 리가 없었다.
‘이렇게 터무니없는 자일 줄이야.’
촤아아아아악!
길게 베이는 소리와 함께 또 한 명의 무당 제자가 쓰러졌다.
‘벌써 여섯이다.’
스물한 명의 무당 제자 중 남은 것은 이제 열다섯.
이런 속도로 쓰러진다면 일식경 안에 싸움이 끝날 터였다.
‘천하의 천강북두대진이 이렇게 무너질 줄이야.’
천강북두대진은 수비와 공격이 모두 조화를 이룬 검진이었다. 하지만 그가 생각하지 못한 것이 하나 있었다.
천강북두대진은 초식에 바탕을 둔, 그러니까 일류 고수들의 싸움에서 가장 큰 위력을 발휘하는 검진이었다.
상대가 기의 흐름 즉, 검기를 마음먹은 대로 펼칠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천강북두대진은 그 위력을 잃었다.
하물며 명운은 화경에 이른 무인이었다. 화경에 이른 무인을 상대로 초식의 이점을 바란다는 것은 코끼리를 상대로 방패를 드는 것과 같았다.
“검진을 유지하라!”
현원도장은 무기력한 천강북두대진을 지키고자 했다. 이는 다른 대안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명운은 흩어져서 상대하기에는 너무나 강했다.
솨아아아!
다시 한번 핏줄기가 솟아올랐다.
하후문과 진백강은 명운의 실력에 혀를 내두를 뿐이었다.
‘허! 공자님께서 더욱 강해지셨구나!’
‘교주님께서는 우리와는 완전히 다른 경지에 계시다!’
명운이 싸우는 것을 잠시 지켜보던 두 사람은 무기를 고쳐 잡았다.
“가지.”
진백강이 말하자 하후문이 그것을 받았다.
“가겠습니다!”
하후문은 왼쪽, 진백강은 오른쪽에서 무당제자들을 향해 달려들었다.
휘이이익!
하후문은 말 위에서 크게 창을 휘둘렀다.
타앙!
무당파 이대제자는 검을 들어 그의 공격을 막았다.
불꽃과 함께 요란한 소리가 퍼져 나갔다.
이십 년 동안 검을 익힌 무인답게 그는 하후문의 맹공에도 물러섬이 없었다. 하지만 적은 하후문만이 아니었다.
촤악!
짧은 소리와 함께 그의 왼쪽 다리가 꺾였다.
“큭.”
주변을 빠르게 움직이던 명운이 그의 다리를 베고 지나간 것이었다.
“비겁한!”
이대제자는 대노했지만, 정면의 하후문은 냉소했다.
“수십 명이 한 명을 상대하는 녀석들이 무슨 비겁을 찾는단 말이냐!”
그가 크게 창을 휘두르자 이대제자의 손에 들린 검이 허공을 날았다.
타아앙!
“크윽…….”
죽음을 앞에 둔 순간.
뒤쪽에 서 있던 사제가 앞으로 달려 나와 하후문의 창을 받아 냈다.
타앙!
불꽃과 함께 창이 막혔다.
창을 막아 낸 이대제자가 검에 내공을 불어넣으며 목소리를 높였다.
“어림없다!”
하후문은 그의 외침에 냉소했다.
“이것은 어떠냐?”
그가 고삐를 당기자 말이 두 발을 높이 들었다. 그는 말과 함께 무당 제자를 내리찍을 생각이었다.
“위험해!”
다리를 다친 무당 제자가 고함을 내지른 순간, 검진을 이루고 있던 무당 제자 셋이 허공으로 뛰어올랐다. 그들은 허공에서 하후문을 향해 협공을 펼쳤다.
슈! 슈! 슈슉!
하후문은 세 방향에서 날아오는 공격에 이를 악물었다.
“이놈들!”
그는 창을 크게 휘둘렀으나 모든 공격을 막을 수는 없었다.
팍!
짧은 타격음과 함께 왼쪽 옆구리의 갑옷이 뜯겨나갔다.
“큭.”
짧은 신음 다음에 흘러나온 것은 붉은 피였다.
‘무당 도사들의 검이 매섭구나.’
치명상을 입진 않았지만, 그렇다고 상처가 얕다고 할 수도 없었다. 그가 무당 제자들과 일진일퇴를 벌이는 동안 진백강은 현인진인과 다시 맞붙었다.
“또 만나는군.”
현인진인은 검을 휘두르며 얼굴을 굳혔다.
“좋지 않은 인연 같소이다!”
펑!
폭음과 함께 두 사람의 몸이 동시에 뒤로 밀려났다.
“여전하군.”
“그대도 그렇구려.”
현인진인은 앞서와 달리 여유가 없었다.
‘이자에게 오래 묶여 있으면 사형을 도울 수 없다.’
명운은 강해도 너무 강했다. 그는 현원도장 혼자 상대할 수 있는 적이 아니었다. 그러나 진백강은 쉽게 떨쳐 낼 수 있는 상대가 아니었다.
‘일이 어렵게 되었구나.’
현인진인은 순식간에 진백강과 십여 초식을 교환했다. 그는 현원도장이 어떻게 싸우고 있는지 지켜볼 틈조차 없었다.
쾅!
폭음과 함께 현인진인의 미간에 골이 파였다.
‘집중, 집중해야 한다.’
그가 정신을 다잡으려는 순간 긴 비명이 들려왔다.
“아아아아악!”
투두두두툭!
대지에 떨어진 피는 이번에도 무당 제자의 것이었다. 가슴이 꿰뚫린 무당 제자는 마지막 힘을 쥐어짜 사부를 불렀다.
“사, 사부님!”
구해 달라는 것인가?
아니면 원수를 갚아 달라는 것인가?
현원도장은 제자의 죽음에 눈썹을 곤두세웠다.
“하진!”
그는 명운을 향해 검오기를 내뿜었지만, 명운은 연기처럼 사라져 버렸다.
콰쾅!
검오기는 애꿎은 땅을 때렸을 뿐이었다.
“노오오오오옴!”
현원도장은 눈에서 불을 뿜었지만, 감정이 격해질수록 명운의 움직임을 쫓는 것이 어려워졌다.
“사형! 냉정해지십시오!”
현도도장이 목소리를 높였지만, 현원도장은 참을 수가 없었다.
“내가 놈의 목을 벨 것이다! 하진의 원수를 갚을 것이다!”
명운은 허공으로 몸을 날린 뒤 십여 발의 검기를 뿌렸다.
슈슈슈슈슉!
이 공격은 앞서 남궁세가를 상대할 때도 위력을 발휘한 바 있었다.
“위에서 온다!”
그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명운의 검기가 쏟아졌다.
현원도장과 현도도장은 검을 들어 검기를 받아 냈지만, 무당 제자 중 절반은 검기를 받아 내지도 피하지도 못했다.
푹! 푹! 푸푸푹!
단 한 번의 공격으로 다섯 명의 무당 제자가 무릎을 꿇었다.
“으윽.”
“사, 사숙…….”
“도, 도망치십시오.”
중상을 입은 제자들은 이 싸움에서 이길 수 없다고 생각했다.
‘놈은 사람이 아니다.’
‘장문 사백께서 나서신다고 해도 이길 수 있을지 의문이구나.’
‘퇴각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그러나 한 남자는 여전히 싸움을 포기하지 않았다. 그는 바로 현원도장이었다.
“죽어라!”
현원도장은 땅에 내려선 명운에게 달려들었다. 하지만 힘과 속도에서 상대가 되지 못했다.
명운은 대지의 기운을 모아 검을 휘둘렀다.
콰아아아앙!
폭음과 함께 현원도장의 몸이 뒤로 삼 장이나 밀려났다.
“크으으으윽.”
한쪽 무릎을 꿇은 그의 입에서 붉은 선혈이 흘러나왔다.
내상을 입은 것이었다.
“사형!”
사제 현도도장이 그를 구하기 위해 급히 달려왔다.
현원도장은 미간을 좁히며 말했다.
“진을, 검진을 지켜야 한다.”
현도도장은 검을 세우며 목소리를 높였다.
“사형! 검진은 이미 무용지물입니다!”
현원도장은 눈살을 찌푸렸다.
“검진을 지키지 못하면 모두가 죽는다.”
“사형!”
현도도장이 목소리를 높인 순간, 명운의 검에서 수십 발의 검기가 쏟아졌다.
슈슈슈슈슈슈슉!
현원도장은 지금까지 한 번도 보지 못한 수법에 눈을 크게 떴다.
‘수십 발의 검기란 말인가?’
검기를 넘어 검오기를 처음으로 수련할 무렵.
그와 사제 현인진인은 누가 더 많은 검기를 펼칠 수 있는가 하는 주제로 겨룬 바 있었다.
당시 두 사람이 내뿜었던 검기는 넷과 다섯이었다.
‘이것을 보니, 어린아이 장난 같은 짓이었군.’
무림맹주 남궁민이 전사했을 때, 토벌군을 물렸다면 지금과 같은 상황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내가 오기를 부린 것인가?’
머릿속에 주마등이 스쳐 갈 무렵 수십 발의 검기가 하나로 모였다.
이 한 수는 명운의 비기 화령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