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mon Returner RAW novel - chapter (305)
305화 정사대전 (11)
귀를 찢는 듯한 폭음과 대지를 뒤흔드는 진동.
사람이 일으킨 것이라고는 믿어지지 않는 대폭발이었다.
무당과 종남 제자들은 물론 진백강과 하후문도 뒤로 물러나지 않을 수 없었다.
“크윽…….”
하후문은 말에 타고 있었기에 기파의 힘을 더욱 크게 느낄 수밖에 없었다.
히히히힝!
말이 길게 울며 두 무릎을 꿇었다.
파악!
하후문은 창을 바닥에 꽂아 말이 밀려나지 않도록 도왔다.
“대단한 위력이다.”
그는 무당파 제자들과 싸우고 있었기에 명운이 정확히 어떠한 무공을 펼쳤는지 확인하지 못했다.
진백강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는 현인진인과 싸움을 멈추고는 내력을 불러일으켜 기파에 저항했다.
‘이것이 혹시 천마신공인가?’
천마신공.
천마가 창시하고 천마신교 교주만이 익힐 수 있다는 가공할 무공.
하지만 명운은 천마신공을 연마한 적이 없었다.
“사형!”
현인진인은 현원도장이 폭발에 휩싸이자 눈을 부릅떴다.
‘이것이 어찌 사람이 일으킨 일이란 말인가?’
꿈인지 현실인지 구분할 수 없는 상황.
그는 검을 틀어쥐었다.
“모두 무사하길!”
언덕 위에 선 용호대원들도 폭음과 진동에 몸을 숙였다.
“무슨 일이 일어난 건가?”
“모르겠어.”
“뭔가 터진 것 같은데 말이야.”
“무림맹 놈들이 폭약이라도 설치한 건가?”
귀혼단 출신 용호대원이 미간을 좁혔다.
“이건 폭약이 아니야. 그리고 놈들은 그걸 설치할 여유도 없었다고.”
“그렇다면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거야?”
“천마신공 아닐까?”
“천마신공!”
용호대원 사이에서도 천마신공에 대한 이야기가 흘러나왔다.
“누가 천마신공을 썼단 말이야?”
“문 형제가 온 것을 봤어.”
“문 형제가?”
“사실 문 형제는 우리와 같은 무인이 아닐 거야.”
귀혼단 출신 대원은 눈썰미가 좋은 편이었다.
“우리와 같은 대원이 아니면?”
“교주님이 아닐까?”
“교주님?”
“돌아가셨다는 교주님이 평범한 무인으로 역용을 한 것이지.”
교주 명증이 죽지 않았다.
그렇다면 지금 상황을 이해할 수 있었다.
“교주님이 모두를 속이셨단 말씀이신가?”
“천마신공이 그 증거지.”
“그럼, 비로궁의 싸움은 뭐야?”
귀혼단 출신 무인들과 흑살대 출신 무인들은 비로궁 전투에 민감했다.
“교주님께서 아들들까지 모두 속이셨기 때문에 장공자가 반란을 일으킨 걸지도 몰라.”
“흠, 일리가 있는 말이군.”
임진풍은 동료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미간을 좁혔다.
‘문 형제가 교주님이라고? 그런 느낌은 전혀 들지 않았다.’
문현은 간혹 귀공자의 느낌이 들긴 했지만, 천마신교와 십만대산의 주인인 명증과는 그 느낌이 완전히 달랐다.
‘교주님은 아닐 것이다.’
거대한 폭발이 천마신공이라고 생각한 이는 또 있었다. 그는 바로 사천당가의 고수 당오빈이었다.
“믿기지 않는 힘이군.”
그와 사천당가 무인들은 천봉을 내려오다가 기파와 폭음을 접했다.
“이게 사람이 일으킨 것이 맞습니까?”
당오신의 물음에 당오빈이 고개를 끄덕였다.
“일전에 아버님께 들은 적이 있다. 대마두의 천마신공은 우리가 알고 있는 무공과 전혀 다른 힘이라고 말이다.”
“대마두가 천마신공을 사용했다면…….”
“당한 쪽은 무사할 수 없겠지.”
당오신은 뭔가 크게 잘못되었다고 생각했다.
“형님, 혹시 함정이 아닐까요?”
“함정?”
“이 모든 것이, 그러니까 파천궁이란 녀석들이나 마교의 내전 자체가 모두 함정이 아니었느냐는 말입니다.”
당오빈은 미간을 좁혔다.
“모든 것이 우리를 이곳으로 끌어내기 위한 거짓 소문이었다?”
“이곳에서 무림맹의 정예가 증발한다면 놈들의 중원 침공을 그 누가 막을 수 있단 말입니까?”
당오빈은 낮게 신음했다.
“으음…….”
사촌 동생의 말은 허무맹랑한 것이 아니었다.
‘이곳에서 무림맹의 정예가 전멸한다면 구파일방과 오대세가는 자신들의 영역을 지키는 것만으로도 힘에 겨울 것이다.’
대문파의 영향력이 미치지 않는 곳들은 전부 마교의 세력권에 들어가게 될 수도 있었다.
“맹이 놈들의 간계에 당했단 말이구나.”
“형님, 지금이라도 퇴각해야 합니다.”
당오신은 진지했다.
“하지만 이미 싸움이 벌어지지 않았느냐?”
무림맹 맹주가 전사하고 오대세가 가주 중 두 명이 목숨을 잃었다.
어디 그뿐이던가?
남궁세가와 산동악가는 가문의 기둥이 뿌리뽑힐 정도로 큰 타격을 입었으며, 하북팽가와 제갈세가 또한 수많은 고수가 목숨을 잃었다.
‘여기에 무당과 종남 그리고 개방까지 타격을 입는다면…….’
생각하기도 싫은 결과였다.
당오신이 그의 소매를 붙잡으며 말했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빠르다고 했습니다. 지금 즉시 행동에 옮겨야 합니다.”
더 큰 손해를 보기 전에 회군해야 한다.
당오빈은 그의 말에 팔짱을 꼈다.
“음, 나 혼자 결정할 수 있는 일이 아니야.”
당오신이 그를 재촉하고자 할 때였다.
산 위에서 천마신교 무인들의 함성이 들려왔다.
“돌격!”
“아군을 구하라!”
이는 예익이 이끄는 결사대의 함성이었다.
당오빈은 그 소리를 듣고는 긴 한숨을 내쉬었다.
“후우……. 저 위에 녀석들까지 문제구나. 일단 산에서 내려가도록 하지.”
자세한 것은 아래로 내려간 다음 생각하자는 말이었다. 그러나 당오신은 그럴 여유가 없다고 생각했다.
“형님!”
당오빈이 말끝을 올렸다.
“또 할 말이 있느냐?”
“지금 당장 무봉으로 가겠습니다.”
당오빈은 고개를 갸웃했다.
“무봉에는 무슨 일로 간단 말이냐?”
“아군이 무사히 퇴각하기 위해서는 후위를 맡을 이들이 필요합니다.”
지금 전장에 나와 있는 이들로는 퇴각조차 힘들다는 말이었다.
‘상황이 그렇게 안 좋다는 말인가?’
당오빈은 무봉에 누가 주둔하고 있는지 알고 있었다.
“소림의 백팔나한으로 아군의 퇴각을 보호하겠다는 말이냐?”
“그들이 없으면 아군은 무사히 퇴각할 수 없을 것입니다.”
천마신교가 정예를 동원했다면, 아니 교주 명증이 직접 검을 잡았다면 백팔나한으로도 부족할 수 있었다.
“네 말이 옳다. 넌 무봉으로 가거라.”
“허락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모든 것이 중원 무림을 위한 것이 아니더냐?”
“그럼, 다녀오겠습니다.”
당오신은 포권을 취해 보이고는 무봉을 향해 경공을 전개했다. 당오빈은 그의 뒷모습을 보고는 이마를 찌푸렸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인지 모르겠구나.’
무봉을 내어 준 것이 잘못의 시작이었을까?
아니면 사천에 침입한 대마두를 잡지 못한 것이 실수였을까?
그는 혀를 차고는 당가의 무인들에게 말했다.
“소림이 오기 전까지는 우리가 후위를 맡아야 할 것이다.”
당가 무인들은 두 사람의 대화를 이미 들었기에 상황이 얼마나 심각한지 알고 있었다.
“형님의 말씀을 따르겠습니다.”
이제는 더 이상 그에게 불만을 가지는 이가 없었다.
* * *
폭음과 기파가 지나간 이후.
명운은 검을 아래로 내렸다.
“후…….”
긴 한숨은 예상과 다른 결과가 나왔기 때문이었다.
‘이렇게까지 하려는 것은 아니었는데 말이야.’
보위산을 둘러싼 지맥의 힘이 예상보다 강해 화령포의 위력이 배가 되었던 것이었다.
‘정체를 들킬지도 모르겠군.’
그의 앞에 쓰러진 이들은 대부분 무당파 제자들이었다. 그들은 비틀거리면서 몸을 일으키고 있었다.
“공자님, 놈들을 칠까요?”
명운에게 질문을 던진 이는 하후문이었다. 그는 무당파 제자들이 자리를 잡기 전 공격을 하고자 했다. 그러나 명운은 고개를 흔들었다.
“저들은 퇴각할 것이다.”
알아서 도망칠 테니, 무리해서 공격할 필요는 없다는 뜻.
진백강은 현원도장과 현도도장의 상태를 살폈다.
‘교주님께서 목표한 것은 저 두 사람이다.’
현원도장은 비틀거리면서 몸을 일으키려다가 그 자리에 주저앉고 말았다.
“으윽.”
그가 입고 있는 도포는 넝마가 되어 버렸고, 들고 있던 검은 검신이 삼 할 밖에 남아 있지 않았다.
“현도.”
사제의 이름을 불렀지만, 현도도장은 손가락 하나 움직이지 못했다.
“현도!”
숨이 끊긴 것일까?
아니면 정신을 잃은 것일까?
전자라면 자신을 용서하지 못할 것 같았다.
‘내 오판 때문에 무당 제자들이 목숨을 잃었다.’
무당과 종남의 힘이라면…….
아니, 무당의 힘이라면 능히 대마두를 멸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대마두의 마공은 그의 상상을 초월했다.
“사형!”
두 사람에게 달려온 것은 현인진인이었다. 그는 두 사람과 거리가 있었기에 무사할 수 있었다.
“현인.”
현인진인은 현원도장의 말을 받는 대신 현도도장의 상태를 살폈다.
‘맥이 없다.’
그는 즉시 손을 코 아래로 가져갔다.
‘숨도 쉬지 않는다.’
맥도 없고, 숨도 쉬지 않는다면 생각할 수 있는 것은 하나였다.
‘선화하셨다.’
사형인 현도도장의 죽음.
현인진인은 검을 세웠다.
“노오오오옴!”
그가 달려들려는 순간 현원도장이 말했다.
“그만두거라.”
현인진인이 눈을 부릅뜨며 물었다.
“왜 말리시는 것입니까?”
현원도장이 대답했다.
“네가 이길 수 있다면 가거라. 하지만 이길 수 없다면 참아라.”
무리해서 달려들던 조금 전 모습을 생각한다면 이해할 수 없는 말이었다.
“사형!”
“나 때문에 현도가 죽은 것이다.”
그가 무리하지 않았다면, 자신을 구하려고 오지 않았다면 현도도장은 죽지 않았을 것이다.
“현도 사형을 죽인 것은 놈입니다!”
현인진인은 검을 세웠다.
“그래서 너도 죽겠다는 말이냐?”
“사형!”
현원도장은 주저앉은 채로 고개를 흔들었다.
“모두가 달려든다고 해도 놈을 이길 수 없다.”
명운이 펼친 화령포의 위력은 그들이 꿈속에서도 상상하지 못했던 것이었다.
“악을 보면 끝까지 싸우는 것이 무당의 검이 아닙니까?”
“이대, 삼대제자까지 모두 죽게 할 수는 없다.”
모두의 목숨과 바꿔 대마두를 멸할 수 있다면, 그렇게 했을 것이다.
“사형!”
“현인, 네 시신까지 수습하고 싶진 않다.”
“사형께서는 대마두를 두고 도망치겠다는 말씀이십니까?”
현원도장이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후우……. 현인 보아라.”
현인진인은 고개를 돌려 명운을 바라보았다. 명운은 검을 든 채 유유자적 서 있었다.
“놈은! 놈은!”
현원도장이 말했다.
“놈이 우리를 베려고 했다면 진즉 베었을 것이다. 놈은 우리에게 말하고 있다. 벨 가치도 없는 자들이라고.”
“이런 치욕을 당하고 어찌 무당으로 돌아갈 수 있겠습니까!”
현인진인은 경공을 전개했다.
휘익!
바람이 그의 귓가를 스치고 지나갔다.
‘놈을 베고, 죽는다!’
명운은 그가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모습을 보고는 검을 가볍게 비틀었다.
척.
그 순간 사방에서 무형의 검기가 일어나 현인진인을 덮쳤다.
쉬이이익!
현인진인은 몸을 급히 비틀면서 검막을 펼쳤다.
펑! 펑! 펑!
북이 터지는 듯한 소리와 함께 주변의 공기가 울렸다.
‘기를 자유자재로 다룬단 말이냐?’
그는 명운의 경지가 자신과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화경의 경지에 오른 것이구나.’
화경의 경지에 오른 무인과 그렇지 않은 무인의 싸움. 결과는 깊이 생각하지 않아도 알 수 있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는 검을 멈출 수 없었다.
‘사형과 사질들의 원수를 어찌 그냥 두고 볼 수 있단 말인가!’
그는 기합을 내지르며 검기를 발출했다.
“하합!”
푸른 검기가 파공성과 함께 날아갔다. 하나 명운은 발을 가볍게 구르는 것만으로 공격을 막아 냈다.
쾅!
폭음과 함께 검기가 흩어져 버렸다.
“놈!”
현인진인은 거리를 더욱 좁혔다.
‘검기가 안 된다면 진짜 검으로 베어 주마!’
진백강은 그 모습을 보고는 고개를 내저었다.
‘말코도사의 무공은 나와 비슷한 수준이다.’
그는 현인진인이 명운의 상대가 되지 못한다고 생각했다.
쉬이익!
파공성과 함께 날아든 검.
쾅!
검이 내리친 것은 아무도 서 있지 않은 대지였다.
‘이런!’
현인진인은 명운의 움직임을 마지막까지 잡아냈던 자였다. 그러나 이제는 그마저 명운의 움직임을 쫓아가지 못했다.
‘사람이 이렇게 빠를 수 있다고?’
의문을 제기할 틈은 사실 없었다.
명운이 시야에서 사라진 순간, 그는 자신의 사각을 모두 살펴야 했다. 하지만 그는 그렇게 하지 않았고, 이제 그에 대한 대가를 치러야 했다.
펑!
짧은 폭음과 함께 그의 몸이 허공을 날았다.
“크윽.”
온몸의 기혈이 단 일격에 끓어올랐다.
‘다 틀린 것인가?’
그는 허공에 뜬 채 눈을 감았다.
‘이대로 사형의 뒤를 따를 것이다.’
현원도장은 명운의 일격을 보고는 미간을 좁혔다.
‘검봉으로 쳤을 뿐이다.’
검신도 왼손도 아닌 검봉.
다시 말해 검의 손잡이로 상대를 타격한 것이었다. 그럼에도 현인진인은 삼 장을 날아 바닥에 떨어졌다.
‘문현이라고? 어림도 없지.’
현원도장은 억지로 몸을 일으켰다.
“무당 제자들은 들어라!”
그의 한마디에 무당 제자들이 두 손을 모았다.
“명을 받들겠습니다.”
현원도장은 쓰러진 현인진인을 바라보며 말했다.
“모두 무당으로 돌아가라!”
“사숙!”
“사백! 안 됩니다!”
이대제자들은 끝까지 싸우고자 했다. 그러자 현원도장이 검을 세웠다.
“돌아가라 했다!”
바닥에 쓰러졌던 현인진인이 힘겹게 몸을 일으키며 말했다.
“사형, 싸우다 죽을 것입니다.”
그는 이곳에서 죽고자 했다.
그런 그에게 한 사내가 다가왔다.
“현원도장의 말을 들으시게.”
현인진인은 고개를 들어 그를 살폈다.
“장문?”
현인진인의 앞을 가로막고 선 이는 종남파 장문인 나운이었다. 그가 명운을 향해 목소리를 높였다.
“마교주께서 직접 오셨구려! 불초가 이 사실을 알지 못하고 결례를 범하고 말았소이다.”
나운은 명운이 사용한 화령포가 천마신공이라고 확신했다.
‘천마신공을 쓸 수 있는 것은 오직 마교주뿐.’
명운은 나운의 말에 씁쓸한 미소를 지을 뿐이었다.
“끝까지 싸우겠나?”
나운은 고개를 내저었다.
“마교주께서 허락한다면 시신을 수습해서 물러갈까 하는데, 허락하시겠소이까?”
명운은 고개를 끄덕였다.
“허락하지.”
그의 한마디에 나운이 포권을 취했다.
“감사하오.”
수많은 아군을 벤 적에 대한 감사 인사.
누군가는 비굴한 인사라고 생각했고, 누군가는 싸움을 끝내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인사라고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