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mon Returner RAW novel - chapter (311)
311화 천존(天尊) (2)
명운이 십만대산으로 돌아가는 사이.
천마신교와 무림맹 사이에 포로 교환이 이뤄졌다.
“문서 없이 이대로 끝내는 것이 어떻겠소?”
나한당주 혜인선사의 물음에 용호대주 진백강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합시다.”
무림맹이 천마신교에 인계한 포로들은 무봉을 함락할 때 사로잡은 자들이고, 천마신교가 무림맹에 내어 준 이들은 보위산 전투 때 사로잡힌 이들이었다.
“아미타불.”
혜인선사가 합장하자 진백강도 포권을 취했다.
“다음에 봅시다.”
두 사람이 물러나자 그들을 따른 이들도 뒤로 물러났다.
무림맹은 무봉으로 천마신교는 천봉으로 향했다. 이것은 명천의 보위산 정벌이 시작되기 전으로 돌아간 것을 의미했다.
“대주님, 저들이 공격해 오지 않을까요?”
진백강은 예익의 물음에 고개를 흔들었다.
“이번 싸움에서 무림맹이 입은 피해는 지난 십 년 동안 입은 피해를 합한 것보다 크네. 그들이 천봉을 공격하는 일은 아마 없을 것이야.”
그의 말은 과장된 것이 아니었다.
무림맹주와 오대세가 가주들의 전사는 십 년이 아니라 보위산으로 전선이 결정된 이후 최대 손실이었다.
무봉으로 돌아가는 무림맹 무인들의 표정은 매우 어두웠다. 특히 포로 교환으로 돌아온 항산파 제자들은 고개를 들지 못할 정도였다.
소림사 이대제자 자은은 백팔나한 중 한 명이었다. 그는 조심스럽게 사부인 혜인선사에게 물었다.
“사부님, 마교가 이대로 싸움을 끝낼까요?”
보위산 전투를 승리로 이끈 것은 천마신교였다. 그들이 승세를 타고 무봉을 공략한다고 해도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그러진 않을 것이다.”
“그들이 승기를 이용하지 않는다는 말씀이십니까?”
“마교는 지금 내전이 벌어져 복잡한 상황이다. 본맹이 보위산을 공격한 것도 그 틈을 노린 것이지. 이번 싸움에서 이겼다고는 하나 이쪽을 공격할 여유는 없을 것이다.”
명운의 대처는 무림맹의 예상보다 빠르고 강했으며, 그 덕분에 무림맹은 예상을 훨씬 능가하는 손해를 입고 말았다.
이와 같은 사실은 자은도 이미 알고 있는 것이었다.
“마교주가 이곳에 나타났다는 것은 내전이 끝났다는 이야기가 될 수도 있지 않겠습니까?”
혜인선사는 고개를 흔들었다.
“마교주가 승기를 잡은 것은 사실이나 내전이 완전히 끝난 것은 아니라 들었다. 그가 이곳에 온 것은 잠시 틈을 낸 것이 아닌가 싶구나.”
“사부님 말씀대로라면 마교주는 오래 머물지 않고 돌아가겠군요.”
“그럴 것이다.”
소림은 무봉을 지키는 선에서 이번 싸움을 마무리 짓고자 했다. 그들의 뒤를 따르는 무당파는 항산파 못지 않게 분위기가 가라앉아 있었다.
“장문사형께 뭐라 변명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현인진인의 말에 현원도장이 긴 한숨을 내쉬었다.
“후우……. 모두 내 탓이다.”
그는 천봉에서 있었던 싸움을 지휘했던 인물이었기에 결과에 대한 책임을 피할 수 없었다.
“사형의 탓이 아닙니다.”
“아니다. 내가 고집을 부렸기에 참사가 난 것이다.”
무당파는 이번 싸움에서 현도도장과 십여 명에 이르는 제자들을 잃고 말았다. 무림맹 전체로 보면 큰 손해는 아니었다. 하지만 무당파는 최근 십여 년 동안 이렇게 많은 전사자를 낸 적이 없었다.
다시 말해 무당파 입장에서는 충격적인 손실이라고 할 수 있었다.
현인진인이 사형 현원도장을 위로하듯 말했다.
“마교주가 이곳에 있을 줄은 그 누구도 몰랐을 것입니다.”
무림맹은 십장로에 버금가는 대마두가 지원군을 이끈다고 예상했을 뿐, 명운이 직접 왔으리라곤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
현원도장은 고개를 세게 흔들었다.
“그것은 변명이 되지 못한다.”
그는 무당으로 돌아가면 자청해서 면벽에 들어갈 생각이었다.
‘내가 모두를 죽인 것이다.’
무림맹주 남궁민이 전사했을 때 병력을 물렸다면, 이와 같은 패배는 없었을 터였다.
현인진인이 화제를 바꾸어 물었다.
“사형, 장문사형이 나섰다면 어땠을까요?”
그의 물음에 현원도장은 미간을 좁혔다.
“그게 무슨 말이냐?”
“장문사형이라면 마교주를 쓰러뜨렸을 수도 있지 않을까 하고 생각했습니다.”
무당파 장문인 현진도장.
그는 자타가 공인하는 무당파 최강자였다. 하지만 그의 무위는 화경에 들어섰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없었다.
“무익한 이야기다.”
“무익한 이야기라.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슬픔은 슬픔이고, 현실은 현실입니다. 우리 무당은 마교주를 상대할 힘을 가져야 합니다.”
현원도장이 미간을 잔뜩 좁히며 말했다.
“마교주를 상대하기 위해서는…….”
그는 말을 줄였다.
그러자 현인진인이 말을 이었다.
“장문사형은 물론 일대제자 전부가 달려들어야 한다는 말씀이십니까?”
현원도장이 좁혔던 미간을 살짝 풀며 대답했다.
“어쩌면 우리 일대제자 전원에 이대제자까지 다 나서야 할지도 모른다.”
무당의 일대제자와 이대제자를 모두 합한다면 오십이 넘었다.
‘마교주는 오십 명의 무당 고수가 힘을 합해야 상대할 수 있는 자란 말인가?’
현인진인은 그 정도까지는 아니라고 생각했다.
“사형께서 마교주를 너무 높게 보시는 것 아니십니까?”
현원도장이 씁쓸하게 웃었다.
“후후후, 이번 싸움을 시작하기 전에 군사를 찾아갔다.”
군사는 무림맹 참모로 활약한 제갈직을 가리키는 말이었다.
“군사를 말입니까?”
“그렇다.”
“군사와 마교주의 무위가 무슨 관계가 있단 말입니까?”
현원도장이 처연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군사는 맹주와 마교주의 싸움을 지켜본 유일한 증인이지.”
현인진인이 말끝을 올렸다.
“사형께서는 군사에게 뭔가 물으신 것이군요?”
“마교주의 상태에 관해 물었다.”
“상태라면…….”
“남궁 맹주는 당금 무림의 최강자였다. 넌 인정하지 않을지 모르겠지만, 난 남궁 맹주가 장문사형보다도 뛰어난 무인이었다고 생각한다.”
“마교주가 당금 무림 최강자와 싸웠으니, 이겼다고 해도 무사했을 리가 없다. 그렇게 생각하신 것입니까?”
현원도장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지.”
“군사는 뭐라 대답했습니까?”
“군사는 내가 원하던 답을 내놓았다.”
“마교주가 부상을 입었다고 말했단 말입니까?”
현원도장은 짧게 한숨을 내쉬었다.
“우리가 본 마교주는 어쩌면 자신의 진짜 실력을 다 발휘하지 않은 것일지도 모른다.”
현인진인은 사형의 대답에 주먹을 꾹 쥐었다.
“무당으로 돌아가면 폐관에 들어갈 것입니다.”
“현인, 너까지 그럴 필요는 없다.”
“죄책감 때문에 그러는 것이 아닙니다. 이번 싸움에서 제 무공이 얼마나 부족한지 뼈저리게 느끼게 되었습니다.”
마교주를 넘어서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해도 이대로 있을 수는 없었다.
‘현도 사형의 원수를 갚기 위해서는 지금보다 더 강해져야 한다.’
무당의 모두가 강해진다면, 언젠가는 마교주를 쓰러뜨릴 수 있다. 그는 이렇게 생각했다.
* * *
진마.
파천궁에서 본 그는 배교자이자 살인자였다. 그러나 혈교의 잔당들에게는 구세주였다. 진마는 실전된 혈교의 무공을 다시 세웠으며, 오월교라는 깃발로 혈교의 후예들을 불러모았다. 즉, 오월교는 과거 멸망한 혈교의 후예라 할 수 있었다.
“교주님! 사천의 마을 여섯 곳을 파괴하고 삼백의 노예를 사로잡았습니다.”
오월교 무리는 마을을 파괴하기만 한 것이 아니었다. 그들은 쓸 만한 자들이나 마음에 드는 자들을 노예로 사로잡아 본거지인 혈하산으로 데려왔다.
“저희는 서장의 촌락 셋을 불태우고, 계집 열아홉을 잡아 왔습니다.”
진마는 부하들의 보고에 만족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수고했다.”
그가 손가락을 세우자 검은 마기가 두 수하를 향해 뻗어 나갔다. 두 수하는 그가 쏘아 낸 마기에 휩싸이자 두 손을 번쩍 들었다.
“만세, 만세, 만만세!”
오월교도들은 진마의 마기가 자신들을 강하게 만든다고 믿었다.
“오오, 교주님의 가호다!”
“교주님, 저희에게도!”
“부디! 자비를!”
진마는 마기를 바라는 자들에게도 검은 마기를 뿌렸다. 그러자 주변 곳곳에서 만세 소리가 높아졌다.
“만세! 만세! 만만세!”
“교주님, 만세!”
“아아아! 교주님! 만세!”
그들이 만세를 부르고 있는 곳은 거대한 동굴 안이었다. 수십, 아니 수백의 무리가 일시에 목소리를 높이니, 귀가 먹먹해질 정도였다.
“만세! 만세! 만세!”
진마는 목소리를 높이는 교도들을 뒤로하고 거대한 동굴을 빠져나갔다. 이윽고 그가 도착한 곳은 그리 넓지 않은 석실이었다.
석실 곳곳에는 썩어 가는 시신이 십여 구가 놓여 있었다.
“무막.”
진마가 부르자 검은 도포를 입은 사내가 몸을 돌렸다.
“예정대로 혈강시가 되어 가고 있습니다.”
검은 도포를 입은 사내는 진마의 제자 무막이었다.
“무막, 실수가 없어야 할 것이다.”
혈강시 제조에는 상당한 자금과 노력, 그리고 행운이 필요했다.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좋아.”
진마가 시신을 훑는 동안 무막이 다가와 물었다.
“그런데 사부님, 이번 일……. 괜찮을까요?”
진마의 몸에서는 계속해서 검은 마기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괜찮지 않다면?”
“파천궁 놈들은 믿을 수가 없습니다. 놈들은 언제든 우리의 뒤를 칠 것입니다.”
진마는 몸 전체가 검은 마기에 휩싸여 있었기에 제자 무막조차 표정을 확인할 수가 없었다. 다만 목소리의 높이로 그 기분을 확인할 뿐이었다.
“놈들의 배신은 이미 알고 있다.”
“그렇다면 사부님께서 먼저?”
“후후후, 때가 오면 녀석들도 알게 되겠지. 자신들의 무슨 짓을 저질렀는지.”
천혁과 진마.
두 사람은 서로를 믿지 않았다. 그들이 힘을 합친 이유는 오직 하나, 천마신교를 쓰러뜨리기 위해서였다.
무막이 검은 이를 드러내며 웃었다.
“후후후, 그날이 오면 놈들의 시신으로 더 많은 혈강시를 제조할 수 있겠군요.”
그는 진마의 제자답게 혈교의 무공에 깊이 빠져들어 있었다. 그에게 살아 있는 사람은 의미가 없었다. 그에게 의미가 있는 자는 죽어 있는 자뿐이었다.
“앞으로 더 많은 시체가 들어올 것이다.”
무막이 밝은 얼굴로 사부의 말을 받았다.
“잡아 온 자들이 많다고 들었습니다.”
그는 그들을 죽여 시체로 만들 생각이었다.
‘신선한 시체는 좋은 재료이지.’
진마가 오른손을 뻗으며 말했다.
“그들이 아니다.”
“그들이 아닙니까?”
“가교와 무림맹 녀석들이 나타날 것이다. 놈들의 시신은 좋은 재료가 될 것이다.”
무공이 뛰어난 자의 시신은 혈강시를 만들기 위한 상급 재료였다.
무막은 사부의 말에 크게 기뻐했다.
“그것이 정말입니까?”
“그렇게 기쁜 것이냐?”
“흔히 있는 일이 아니지 않습니까?”
오월교는 파천궁과 적대 관계에 있었기에 천마신교와 무림맹을 최대한 자극하지 않고 세력을 넓히고 있었다. 하지만 이번 동맹으로 사천과 귀주에서 파천궁의 공격을 걱정하지 않고 양쪽을 공격할 수 있게 되었다.
“놈들이 방심하고 있을 때 최대한 많은 혈강시를 확보해야 한다.”
무막이 두 손을 모았다.
“맡겨만 주십시오!”
진마는 몸을 돌렸다.
“그럼 부탁한다.”
그가 떠나자 석실 안의 마기가 일시에 가라앉았다.
홀로 남은 무막은 환희에 차 중얼거렸다.
“으흐흐흐흐, 드디어 가교와 무림맹 놈들의 뼈와 살을 이 손으로 만져 볼 수 있게 되었구나.”
그는 사부 진마 이상으로 미쳐 있었다.
* * *
초원이 끝나는 곳.
이곳에서 명운 일행은 두 손을 활짝 들었다.
“다 왔습니다!”
“초원의 끝입니다!”
명운에게는 열흘 정도의 여행이었지만, 하후문과 일행에게는 석 달에 걸친 초원 여행이 끝나는 순간이었다.
“오늘부터는 지붕 아래에서 잘 수 있어!”
보위산에서 며칠 지붕 아래에서 머물렀을 뿐, 그들은 지난 석 달 동안 매일 같이 노숙해야 했다.
명운이 크게 기뻐하는 일을 보며 물었다.
“그렇게 좋으냐?”
“그럼요!”
일은 일행 중 가장 신이 난 얼굴이었다.
초예와 초하의 얼굴도 밝았다.
“당장 목욕부터 하고 싶어요.”
“언니도 그래요?”
“당연하지.”
“전 맛있는 요리도 먹고 싶어요.”
“물론 요리도 먹어야지.”
“언니, 교주님께 사 달라고 해요.”
초예의 얼굴이 살짝 붉어졌다.
“아직 여비가 남아 있으니 괜찮아.”
명운은 두 사람의 말을 듣고는 담담한 목소리로 말했다.
“객잔에 도착하면 크게 한턱내마.”
초하가 뛸 듯이 목소리를 높였다.
“교주님! 감사합니다!”
가장 무덤덤한 이는 정문이었다.
“자네는 기쁘지 않은가?”
명운이 묻자 그가 대답했다.
“전 후련한 마음입니다.”
정문은 일행 중 나이가 가장 많을 뿐 아니라 무공도 가장 뛰어났기에 일행의 안위를 책임져야 한다고 생각했다.
물론 명운과 함께한 뒤에는 그러한 생각을 조금 내려놨지만, 대산의 입구에 들어선 뒤에야 그 생각을 완전히 지울 수 있었다.
“정문, 수고했네.”
정문이 두 손을 마주 잡으며 그의 말을 받았다.
“속하, 교주님의 명에 따랐을 뿐입니다.”
명운이 앞서 말을 몰며 말했다.
“그대들이 공을 세웠으니 상을 줘야 할 것인데, 마땅한 상이 떠오르지 않는군.”
하후문과 정문이 동시에 그의 말에 목소리를 높였다.
“상이라니, 괜찮습니다.”
“상을 바라지 않습니다.”
두 사람은 초예를 호위해 황도를 다녀온 일은 큰 공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명운의 생각은 두 사람과 달랐다.
“예를 무사히 데려왔지 않느냐?”
하후문이 가슴을 펴며 답했다.
“초 소저를 호위하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초 소저의 신변에 어떠한 일이 일어났다면 목숨으로 사죄했을 것입니다.”
명운이 부드러운 목소리로 그의 말을 받았다.
“목숨으로 사죄할 정도면 중요한 인물이란 말일세. 중요한 인물을 무사히 호위했으니, 공이라 할 수 있겠지.”
하후문은 그의 설명에 멈칫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 말씀은…….”
“겸손은 좋지만, 무리하지 말게. 돌아가면 상을 내릴 터이니, 그렇게 알게.”
정문과 하후문은 명운의 말에 고개를 숙였다.
“속하의 생각이 짧았습니다.”
“교주님께 사과드립니다.”
명운은 오른손을 흔들어 보이고는 시선을 앞으로 돌렸다.
“상은 그렇다 치고, 조광은 현무대 부대주가 되었네. 자네들도 원하는 직위가 있다면 말해 보게.”
그는 두 사람을 호위로 그냥 둘 수 없다고 생각했다.
‘처음부터 호법과 대주가 될 재능들이었다.’
하후문과 정문은 조광이 현무대 부대주가 되었다는 말에 가볍게 놀랐다.
“조광이 그렇게까지 올라갔단 말입니까?”
“벌써 부대주라니, 놀랍군요.”
명운은 그들의 말에 입술 끝을 올렸다.
“나는 자네들 역시 가능하다고 생각하네.”
이것은 진심이었다. 그는 그들이 원한다면 사신대 부대주 자리 정도는 줄 수 있다고 생각했다.
‘몇 년 뒤에는 부대주가 아닌 대주를 맡아 줘야 하니까.’
하후문이 짧은 한숨을 내쉬며 두 손을 모았다.
“저는 그저 교주님의 옆에서 교주님을 지키고 싶습니다.”
현재 명운의 호위를 맡은 것은 흑살대였다.
“나를 지킨다? 그렇다면 흑살대 부대주를 원하는가?”
하후문이 깜짝 놀라 목소리를 높였다.
“교주님, 어찌 그런 말씀을 하십니까? 너무 과합니다.”
그는 앞서 말한 것처럼 흑살대 부대주는 너무 과한 자리라고 생각했다.
‘아직 내 무공은 그 정도에 이르지 못했다.’
명운은 그가 너무 완강하게 부인하자 반걸음 뒤로 물러났다.
“부대주가 부족하면 조장은 맡을 수 있겠나?”
하후문은 그 정도는 가능하다고 생각했다.
‘조장이라면 가능하지 않을까?’
그가 고개를 숙이며 대답했다.
“교주님께서 맡겨 주신다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좋아. 그럼 흑살대 일조 조장을 맡게.”
일조 조장.
현무대로 따진다면 십비의 필두.
하후문은 당연히 놀랄 수밖에 없었다.
“교주님!”
명운이 오른손을 들며 말했다.
“반박은 받지 않을 걸세.”
그는 하후문에게 흑살대의 요직을 맡기고자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