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mon Returner RAW novel - chapter (323)
323화 죽음을 지배하는 자 (6)
오월교 교주 진마에게는 세 명의 제자가 있었다. 그들의 이름은 각기 무막, 서막, 마막이었다.
첫째 무막은 강시와 혈교의 주술에 미쳐 있는 자였다. 그는 항상 시체가 있는 곳에 머물렀고, 그곳에서 잠을 자는 것은 물론, 밥조차 시체들 옆에서 먹을 정도였다. 그 때문에 오월교 교인들은 그의 얼굴을 보는 것조차 힘들었다.
둘째 제자 서막은 강시술과 무공, 양쪽에 모두 능한 자였다. 그는 음흉하고 잔인하며 냉혹했으나 첫째 무막처럼 미쳐 있는 것은 아니었다. 그 때문에 진마는 그에게 오월교의 교단을 맡겼다. 오월교 교인들을 통솔하고, 그들에게 명령을 내리는 것은 대부분 그의 몫이었다.
셋째 마막은 강시술보다는 무공에 더 관심이 많았다. 그는 천마신교가 아닌 과거의 사파무공을 주로 연구했으며, 최근에는 상대의 내공을 파괴하는 화공대법에 관심이 많았다. 그런 그에게 내려진 명령은 무림맹의 무인들을 죽인 뒤 그 시체를 본산으로 가져오라는 것이었다.
“마막님, 만악으로부터 연락이 끊겼습니다.”
마막은 수하의 보고에 눈썹을 세웠다.
“만악이?”
만악은 십여 기의 강시를 이끌고 목리현 북쪽 마을들을 파괴하고자 했다.
“북쪽으로 교도들을 보냈으니, 곧 자세한 보고가 들어올 것입니다.”
“네가 직접 가라.”
“예?”
“만악이 죽었다면 분명 구파일방 놈들의 짓일 것이다.”
사천성에는 아미파와 청성파 외에도 무림맹의 여러 문파가 자리를 잡고 있었다.
“놈들을 만나면 어떻게 합니까?”
“당연한 것을 묻는구나.”
모두 죽여라.
마막의 명령은 간단했다.
“알겠습니다. 놈들을 죽인 뒤 시체를 가져오겠습니다.”
명을 받은 수하는 만악과 같은 악자 돌림을 쓰는 수악이라는 자였다.
수악은 사천성에 임시로 설치된 교부를 나오며 생각했다.
‘상대가 구파일방이라면 십여 기 정도로는 어려울 것이다.’
적어도 서른 기.
많으면 오십 기 이상의 강시가 필요할 터였다.
* * *
“불편하신 곳은 없으십니까?”
빙왕을 찾아온 이는 대호법 사마진이었다.
“불편하지는 않습니다. 하나 교주님을 뵐 수 없다는 것이 답답합니다.”
오늘은 명운이 대명궁을 떠난 지 딱 닷새 되는 날이었다.
“교주님께서는 오늘 아침 떠나셨습니다.”
“교주님께서 정말로 홀로 떠나셨단 말씀입니까?”
“내뱉은 말은 반드시 지켜야 한다고 생각하시는 분입니다.”
“어찌 그런 무모한 일이…….”
빙왕은 천마신교 교주답지 않은 행동이라고 생각했다.
‘십만 교도를 이끄는 이가 어찌 혼자 행동할 수 있단 말인가?’
홀로 교를 떠나는 것은 파천궁주 천혁은 단 한 번도 하지 않은 일이었다.
“저는 교주님을 믿습니다.”
“무공이 뛰어나기 때문입니까?”
“무공이 뛰어난 것은 물론이고, 상황을 파악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 또한 따를 자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사마진이 닷새 만에 그녀를 찾아온 것은 더는 명운으로 역용할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교주님은 확실히 뛰어난 분입니다. 하지만 완벽하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빙왕은 완벽한 사람이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성존 또한 단점이 있었다.’
천마는 뛰어났지만 오만했으며, 아래 사람들에게는 관심이 부족했다. 그 결과 그는 중원의 어느 한 곳도 차지하지 못했다.
만약 그가 뛰어난 통솔력을 발휘했다면, 섬서성은 몰라도 감숙성이나 사천성 일부는 천마신교의 땅이 되었을 터였다.
“저희가 할 수 있는 일은 교주님을 믿고 기다리는 것밖에는 없습니다.”
빙왕은 긴 한숨을 내쉬었다.
“후우…….”
그는 진심으로 걱정하는 듯 보였다.
하나 사마진은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닐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긴 한숨이 연기일 수도 있다.’
그녀는 모든 것이 확실해질 때까지 의심을 거두지 않을 작정이었다.
“불편한 것이 있다면 시비를 통해 알려 주십시오.”
“알겠습니다.”
사마진은 고개를 살짝 숙여 보이고는 방 밖으로 나왔다.
“여기 계셨군요.”
밖에서 그녀를 기다렸던 이는 시녀장 원영재였다.
“시녀장은 무슨 일인가?”
“부탁드릴 일이 있습니다.”
“내게 말인가?”
“그렇습니다.”
사마진은 오른손을 들었다.
“이곳에서 나눌 이야기는 아닌 것 같군.”
“제 집무실로 가시죠.”
두 사람은 장소를 원영재의 집무실로 옮겼다.
집무실에 도착하자 원영재는 사마진에게 상석을 양보했다. 그러자 사마진이 고개를 흔들었다.
“이곳은 시녀장의 자리가 아닌가? 난 왼쪽에 앉겠네.”
“제가 어찌 상석에 앉을 수 있겠습니까?”
“위아래가 아닌 손님과 주인이라고 생각하게.”
사마진이 이렇게 말하자 원영재는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알겠습니다.”
“그래, 내게 부탁할 일이 무엇인가?”
원영재가 그녀의 눈치를 살피며 말했다.
“교주님께서 어디 가셨는지 알고 싶습니다.”
그녀는 시녀장으로서 교주의 거처를 모른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흠…….”
명운은 사마진과 빙왕, 그리고 유청과 공복진이 있는 자리에서 남쪽으로 떠나리라 선언했다. 하지만 아직 공식적으로는 어떠한 발표도 나오지 않은 상황이었다.
“지난 닷새 동안 대호법께서 교주님을 대신하지 않았습니까?”
사마진은 눈썹을 세웠다.
“그것을 어찌 알았단 말인가?”
그녀는 자신의 역용에 허점이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을 할 수밖에 없었다.
원영재가 고개를 숙이며 대답했다.
“저도 여인입니다. 어찌 교주님의 부재를 모를 수 있겠습니까?”
사랑하는 여인의 눈은 속일 수 없다.
사마진은 짧게 탄성을 터트렸다.
“아…….”
원영재 또한 명운을 사모하는 여인이었다.
‘사랑하는 여인의 눈은 그 누구도 속일 수 없을 것이다.’
그녀는 원영재가 자신의 역용을 꿰뚫어 본 것이 이상한 일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시녀장이라면 알아도 상관없겠지. 하지만 하나만은 약속해 주어야겠네.”
원영재가 그녀의 시선을 피하지 않고 물었다.
“어떤 약속 말입니까?”
“그대만 알고, 그 누구에게도 이야기해서는 안 되네. 그대의 조부도 말이지.”
원영재의 조부는 십장로 중 한 명인 원승후였다.
“알겠습니다.”
“맹세하게.”
사마진의 요구에 원영재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녀는 두 손을 앞으로 내밀며 몸을 북쪽으로 돌렸다.
“원영재가 성존께 맹세합니다. 교주님의 거처에 대해 그 누구에게도 발설하지 않겠습니다. 이 맹세는 교주님께서 돌아오실 때까지 지켜질 것입니다. 그리고 맹세를 어길 시에는 죽어 천 길 불 속으로 떨어질 것입니다.”
맹세를 마친 원영재가 고개를 사마진에게 돌렸다.
“자, 이제 말씀해 주시죠.”
사마진이 짧게 한숨을 내쉰 뒤 말했다.
“하, 그것이……. 교주님께서는 남쪽으로 떠나셨네.”
“남쪽이라면 서장입니까?”
“어느 곳인지 정확히 알 수 없네.”
“대호법님!”
원영재가 눈썹을 세우자 사마진이 재차 한숨을 내쉬었다.
“그대에게 감추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나도 정확한 목적지는 모른다네. 서장이 될 수도 있고, 사천이 될 수도 있고, 운남이 될 수도 있네. 교주님께서 남쪽으로 떠난 것만은 확실하네.”
원영재는 그제야 눈썹을 아래로 내렸다.
“대호법께서도 정확하게는 모른다는 말씀이시군요. 그럼 언제 돌아오시는지도 모르시겠네요?”
사마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대 말대로 언제 돌아오실지도 알 수 없지. 다만 그렇게 오래 걸리지는 않으실 거야.”
원영재는 오래 걸리지 않는다는 한마디에 만족할 수밖에 없었다.
“참고 기다릴 뿐이라는 말씀이시군요.”
사마진이 부드러운 목소리로 물었다.
“교주님께서는 참 바쁜 분이시지?”
“맞아요. 너무 바쁜 분이세요.”
시녀장조차 얼굴을 보기 힘든 교주.
명운은 이전의 교주들과 여러모로 달랐다.
“늦어도 봄이 오기 전까지는 돌아오실 거야.”
원영재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받았다.
“부디 그렇게 되었으면 좋겠네요.”
사마진은 시녀장과 헤어진 뒤 교주의 집무실로 돌아왔다.
“후우.”
명운은 떠났지만, 아직 공식적으로 발표가 난 것은 아닌지라 그의 업무를 대리할 필요가 있었다.
“대호법님, 전서입니다.”
그녀가 돌아오자마자 경은이 전서를 내밀었다.
“어디서 온 것이지?”
“사천입니다.”
“아직 전서를 보낼 여력은 있는 모양이군.”
사천지부는 여러 사건으로 타격을 입어 그 명맥만을 유지하고 있었다. 그녀는 전서를 펼친 뒤 미간을 좁혔다.
“흐흠, 일이 예상 밖으로 흘러가는군.”
“안 좋은 일이라도 일어난 것일까요?”
“반반.”
“예?”
“좋은 것 반, 좋지 않은 것 반.”
사마진은 바로 몸을 돌렸다.
“부교주부에 다녀올게.”
그녀는 태화전을 떠나 부교주부로 향했다. 부교주부는 태화전 옆에 위치했기에 따로 호위나 수행원이 붙지는 않았다.
부교주 유청은 그녀의 방문에 말끝을 올렸다.
“교주님께서 떠나신 것을 공식 발표하고자 하는 건가?”
사마진은 고개를 흔들었다.
“아닙니다.”
“그러면 무슨 일인가?”
사마진이 전서를 내밀며 대답했다.
“일이 저희 예상과 달리 흘러가고 있습니다.”
부교주 유청은 사천성에서 올라온 전서를 읽고는 혀를 찼다.
“쯧, 어찌 일이 이렇게 돌아간단 말인가?”
“빙왕이 배신한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사천성에서 올라온 소식은 목리현의 비극을 다루고 있었다.
“오월교가 강시를 앞세워 현령과 그가 이끄는 군사들을 죽였으니, 대장군부에서 가만히 있지 않겠군.”
오월교의 준동은 빙왕의 말대로 심상치 않아 보였다.
“조정의 분위기를 살필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그대는 황실과 손을 잡을 생각인가?”
“대장군부가 나선다면 도움이 되지 않겠습니까?”
사마진은 이번 일로 대장군부가 움직인다면, 여러 경로로 도움을 줄 생각이었다.
“이번 일은 그대에게 맡기겠네.”
“그러면 진 대인에게 사람을 보내도록 하겠습니다.”
“지금 황도로 사람을 보내면 늦지 않겠나?”
유청은 황실에 영향력을 미치려면 조금 더 빨리 움직여야 한다고 생각했다.
“대산에서 보내진 않을 것입니다.”
“대산에서 보내지 않는다면?”
“산동지부에 입담 좋은 자가 있습니다.”
“산동이라. 그러면 늦지 않게 도착하겠군.”
유청은 생각했다.
‘일하는 것을 보면 마음이 바로 선 모양이군.’
얼마 전까지 사마진은 은퇴를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나 오늘은 그런 모습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돈은 조금 많이 쓰게 될지도 모릅니다.”
“날 찾아온 것은 그 때문이군.”
“부교주님께서 허락해 주셔야 쓸 수 있는 돈이라고 생각합니다.”
“만 냥 단위인가?”
“오만 냥이면 진 대인도 움직이지 않을까 합니다.”
오만 냥.
이는 결코 적은 돈이 아니었다. 변방의 현성에서는 이 정도 돈이면 성내 최고 부자가 될 수도 있었다.
“너무 많지 않나?”
“대장군부를 움직이게 할 수 있다면 그 이상도 써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단순한 뇌물이 아니라 대장군부의 무력을 빌리는 값이다.
유청은 그녀의 대답에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네. 자네 뜻대로 하게.”
“감사합니다.”
“교주님에 관한 발표는 어떻게 할 생각인가?”
사마진이 두 손을 모으며 대답했다.
“짧은 폐관에 들어갔다고 발표하려 합니다.”
“폐관인가?”
“와병보다는 낫지 않겠습니까?”
“그럼, 이쪽에서 직접 이야기하도록 하지.”
교주의 부재가 공식 발표되면, 부교주 유청이 신교의 교권을 맡았다.
“이 자리에서 교주님께 교권을 인계하도록 하겠습니다.”
교주의 인장이나 면관이 오고 간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이 말 한마디로 교권은 그녀에게서 부교주 유청에게 넘어간 것이 되었다.
“지금부터 내가 교권을 집쟁하겠네.”
“부탁드립니다.”
유청은 고개를 끄덕인 뒤, 교주의 부재를 공식 발표했다.
* * *
“고맙네. 자네 덕분에 무사히 조카들의 시신을 옮길 수 있었네.”
당오덕의 인사에 명운은 두 손을 모았다.
“오월교에 관한 정보를 얻을 수 있어서 이쪽도 도움을 받았다고 생각합니다.”
“그대에게 준 도움보다 내가 얻은 은혜가 더욱 크다네.”
“은혜라니요.”
“그대가 아니었다면 목숨을 잃는 것은 물론, 두 조카 또한 강시가 되어 이름 없는 산속을 돌아다니고 있었을 걸세.”
당오덕의 말은 과장이 아니었다.
“악인이 있기에 벤 것뿐입니다.”
“당가는 은혜를 잊지 않으니, 언젠가는 그대에게 받은 은혜를 갚을 걸세.”
“과한 말씀이십니다.”
당오덕이 오른손을 손바닥이 보이도록 세웠다.
“결코, 과하지 않네. 이 당모는 하늘에 맹세하네. 반드시 은혜를 갚을 걸세.”
사천당가는 음침해 보였지만, 맺고 끊는 것이 확실했다.
“맹세까지 하실 필요는…….”
“있네.”
명운은 짧게 한숨을 내쉬었다.
“알겠습니다.”
“장 형, 뜻을 이룬 뒤 반드시 당가에 와 주게.”
명운은 두 손을 마주 잡았다.
“오월교의 음모를 파훼한 뒤 당가를 방문하겠습니다.”
“당가는 금당현에 있으니, 길을 잃지 말게나.”
“명심하겠습니다.”
명운이 두 손을 풀었을 때였다.
동문 쪽에서 다급한 파발의 외침이 들려왔다.
“급보요! 급보요!”
사람들은 앞을 다투어 길을 비켰으며, 전령은 목소리를 높이며 대로를 내달렸다.
“비키시오! 급보요!”
명운과 당오덕은 동시에 미간을 좁혔다.
“무슨 일이 일어난 모양입니다.”
“그런 것 같네. 조카들의 시신을 지켜 주겠나?”
“관가에 다녀오실 생각이십니까?”
당오덕이 재차 반문했다.
“어떠한 일이 일어났는지 알아야 하지 않겠나?”
명운은 두 손을 모으며 허리를 숙였다.
“부탁드립니다.”
반 시진 뒤.
당오덕이 돌아와 말했다.
“단양현의 현령이 성문을 닫고 수비에 들어갔다고 하는군.”
“오월교의 짓입니까?”
“그런 것 같네.”
당오덕은 직접 현령과 대화를 나눈 것이 아니었기에 확답을 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십중팔구는 그렇다고 생각했다.
“단양현부터 구해야겠습니다.”
“혼자 단양현으로 갈 생각인가?”
현령이 성문을 닫고 농성에 들어갔다면 적은 적어도 수백은 될 터였다.
“불의를 보고 어찌 그냥 지나칠 수 있겠습니까?”
“으음.”
당오덕도 명운을 돕고 싶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럴 형편이 아니었다. 고민하던 그가 품속에서 뭔가를 꺼냈다.
“이것을 가져가게.”
명운은 당오덕이 꺼낸 것이 명패라는 것을 알고는 미간을 좁혔다.
“이것은…….”
“사천당가의 명패일세. 이것이 있으면 무림맹과 당가의 친구들에게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걸세.”
당가의 명패.
이것만 있으면 그 누구도 명운의 신분을 의심하지 않을 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