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mon Returner RAW novel - chapter (324)
324화 단양현 전투 (1)
“대장님 이건 좀 아니지 않습니까?”
혀를 차면서 두 손을 올린 이는 파천궁 돌격대 일조장 조진귀였다. 그는 지금 사천성 단양현 외곽에 서 있었다.
“교주님께서 진마를 도우라 하셨다.”
“하지만 교주님께서 원하시는 것은 가교의 처단입니다. 단양현을 공격하는 것이 어찌 가교를 쓰러뜨리는 일이란 말입니까?”
조진귀의 말을 받아 주고 있는 사내는 파천궁 돌격대 대장 무자현이었다. 그는 눈썹이 짙은 무인으로 파천궁에서 사왕 다음의 서열을 가지고 있었다.
파천궁주 천혁은 그와 돌격대를 사천으로 보내 오월교의 요청에 응하고자 했다.
“사천에서 힘을 키운 다음 서장을 치는 것이 진마의 계책이라고 했다.”
“대장님!”
조진귀는 자신들, 아니 파천궁 전체가 진마에게 이용당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무자현도 그의 말에 어느 정도는 동의했다. 하지만 그는 천혁의 수하였고, 지금 당장은 진마의 요구를 수용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불만이라면, 네가 가서 교주님께 보고하거라.”
조진귀는 고개를 숙였다.
“그것은 불가능한 일 아닙니까?”
“그렇다면 입을 닫거라. 우리가 하는 말을 진마가 듣게 된다면, 우리 둘 다 무사하지 못할 수도 있다.”
무자현은 사천에 와서 오월교가 얼마나 잔혹한지 알게 되었다.
‘천하에 그들보다 잔혹한 자들은 없을 것이다.’
사람을 마치 가축처럼 여기며 갖은 방법으로 살해했다. 그 끔찍함은 무자현도 눈을 뜨고 보기 힘들었다.
몇몇 마을에서는 그 참상을 보다 못한 파천궁 돌격대원들이 단칼에 마을 사람들의 목을 베어 준 일도 있었다.
“대장님, 정말로 성을 공격하실 것입니까?”
“저들이 한다면 함께 할 수밖에.”
이곳 단양현에는 진마의 셋째 제자 마막이 와 있었다. 그가 이끄는 오월교도는 무려 삼천 명으로 강시를 포함하지 않는다고 해도 단양현의 병사들을 압도하고 있었다.
“성이 함락된다면, 마을 한두 개와는 비교할 수 없는 참극이 일어날 것입니다.”
단양현에 살고 있는 백성은 적게 잡아도 삼만 명.
오월교가 단양현성을 함락한다면 아무리 적게 잡아도 그들 중 절반은 죽임을 당할 터였다.
두 사람이 미간을 좁혔을 때였다.
나무 위에서 망을 보던 견시병이 목소리를 높였다.
“깃발이 올라갔습니다!”
깃발은 붉은색이었다.
“적기! 공격 신호입니다!”
무자현은 미간을 편 뒤 검을 뽑았다.
“삼조! 돌격하라!”
사천으로 온 돌격대는 삼 개조 백여 명이었다. 그의 명이 떨어지자 삼조 삼십 명이 숲에서 나와 현성으로 내달렸다.
“대장의 명령이다! 돌격하라!”
“성문을 뚫는다!”
“돌격!”
그들의 목표는 단양성의 서문이었다.
“괜찮을까요?”
일조장 조진귀가 말끝을 높이자 대장 무자현이 긴 한숨을 내쉬었다.
“적당히 싸우라 일러두었네.”
그는 조진귀가 말한 것처럼 단양성이 함락되면 엄청난 참극이 벌어진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반대편 동문에는 진마의 셋째 제자 마막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모두 죽여라.”
“존명!”
오월교도 천 명이 동문을 공격하고자 앞으로 나섰다.
“성문을 열고, 모두 죽여라!”
“죽여라! 죽여라!”
그들의 눈은 붉게 충혈되어 있었는데, 이는 전투 시작 전에 공포와 고통을 잊는 약물을 복용했기 때문이었다.
무자현은 오월교 특유의 잔혹성이 이 약물에서 비롯된다고 생각했다.
“죽여라! 죽여라!”
창과 칼, 그리고 사다리를 든 오월교도들이 동문을 향해 진군했다.
척. 척. 척.
그들을 상대해야 하는 동문의 수비 책임자는 현위 서윤이었다. 그의 좌우에는 급히 지원을 온 무림맹 무인들이 있었다.
“아직 강시는 보이지 않습니다.”
서운이 무인들에게 말했다.
“여러분은 이곳에 계시다가 강시가 나타나면 그때 나서 주십시오.”
무기를 든 오월교도들은 현성의 병사들로 충분히 상대할 수 있는 이야기였다.
“서 현위, 괜찮으시겠습니까?”
“갑옷도 제대로 입지 못한 자들입니다. 충분히 상대할 수 있습니다.”
서윤은 검을 뽑았다.
스르릉.
“내가 명령할 때까지 활을 쏘지 마라!”
그는 멀리 서 있는 적을 상대로 화살을 낭비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
‘성내에 비축된 화살은 만여 발에 지나지 않는다. 함부로 쏜다면 금세 바닥이 나고 말 것이다.’
만 발의 화살.
전쟁을 모르는 이가 본다면 넉넉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이는 결코 넉넉한 수량이 아니었다.
삼백 명의 궁수가 각기 마흔 발만 쏘아도 바닥이 나기 때문이었다.
발사 속도를 조절하지 않는다면 딱 한나절 전투면 끝이었다.
서윤은 적이 성문과 이백 보를 넘자 검을 들었다.
“발사!”
백여 명의 궁수들이 쏜 화살이 포물선을 그리며 오월교도들의 머리 위에 쏟아졌다.
“컥!”
“으윽!”
짧은 비명과 함께 쓰러진 이들도 있었지만, 다수는 화살을 맞고도 걸음을 내디디고 있었다.
서윤과 궁수들은 그 모습을 보고는 눈을 크게 떴다.
“이럴 수가 있나!”
무림맹 무인들도 이와 같은 광경은 처음 보는 것이었다.
“주, 주술을 쓰는 것 같습니다.”
“저것이 혈교의 주술이란 말인가?”
“믿기지 않는군.”
오월교도들은 쓰러진 자들을 돌보지 않고 전진했다.
“죽여라! 죽여라!”
“모두 죽일 것이다!”
성벽 위에 병사들은 그들의 광기 어린 모습에 마른침을 삼켰다.
“괴물들이다.”
“우리가 이길 수 있을까?”
“우린 다 죽을 거야.”
경험이 부족한 병사들은 겁에 질려 머리를 쥐어짰다.
서윤은 그 광경에 이마를 찌푸릴 수밖에 없었다.
‘싸우기 전부터 이런 식이면 이길 수가 없다.’
어느새 궁수들도 화살 쏘는 것을 잊은 듯 혀를 내두르고 있었다.
“화살에 맞고도 움직이다니, 이럴 수가 있나?”
“놈들은 살아 있는 강시가 아닐까?”
무림맹 무인들조차 전전긍긍하고 있을 때였다.
누군가 목소리를 높였다.
“적이 거리를 좁히고 있습니다! 최대한 화살을 쏴서 걸음을 늦춰야 합니다!”
서윤은 목소리를 높인 이를 보고는 눈을 크게 떴다.
“그대는?”
목소리를 높인 이는 젊고 키가 큰 무인이었다.
“단리원의 장하라고 합니다!”
단리원.
처음 듣는 이름이었다.
“단리원이라고?”
옆에 서 있던 무림맹 무인이 그에게 말했다.
“대리국의 문파입니다.”
서윤은 고개를 갸웃했다.
‘대리국의 무인이 우리를 돕기 위해 여기까지 왔단 말인가?’
장하와 단리원.
이 둘은 명운의 위장 신분이었다.
명운은 속으로 긴 한숨을 내쉴 수밖에 없었다.
‘후……. 아직 적이 성벽에 오르지도 않았는데 겁을 먹다니.’
그는 품속에서 당오덕에게 받은 명패를 꺼냈다. 그러고는 그것을 들며 목소리를 높였다.
“저는 당문의 요청으로 이곳에 왔습니다!”
당문이 도움을 요청할 정도의 고수.
무림맹 무인들은 순간 멈칫하지 않을 수 없었다.
“당문이 저 자에게 도움을 요청했단 말인가?”
명패를 알아본 이가 목소리를 높였다.
“저 명패는 당문의 것이 확실하다!”
사천성에서 당가의 위세는 그 어느 문파에도 뒤지지 않았다.
“당문이 도움을 요청했다면 믿을 수 있겠군.”
서윤 또한 사천당문을 잘 알고 있었다.
‘당문에서 보낸 고수라. 하면 이곳에 있는 이들 중 가장 뛰어날 것이다.’
그는 시선을 명운에게 돌렸다.
“장 대협만 믿겠소이다.”
명운은 두 손을 모으며 그를 재촉했다.
“대인! 적이 거리를 좁히고 있습니다! 어서 화살을 쏴 주십시오!”
서윤은 고개를 끄덕인 뒤 검을 들었다.
“궁수는 무엇을 하고 있는가! 어서 화살을 쏴라!”
그의 명에 궁수들이 다시 화살을 쏘기 시작했다.
슈슈슈슉!
수백 발의 화살이 짧은 시간에 쏟아지자 선두에 섰던 오월교도들의 움직임이 둔해졌다.
“으으윽.”
“화살이 너무 많아.”
“버러지 같은 것들이!”
그러나 아직 쓰러진 오월교도의 숫자는 그리 많다고 할 수 없었다. 넉넉하게 잡아도 아직 오십이 채 되지 않았다.
오월교의 지휘를 맡은 마막은 여유가 넘쳤다.
“성벽에 오르기만 하면 싸움은 끝이다.”
그는 군을 셋으로 눠 동서, 그리고 남문을 공격하고자 했다.
“해가 지기 전에 성이 떨어질 것입니다.”
부하의 말에 마막은 크게 웃었다.
“하하하! 점심은 놈들의 피로 해결할 수 있겠구나!”
그는 점심때까지는 두 곳의 성문 정도는 함락시킬 수 있다고 생각했다.
“공격! 공격하라!”
성문에 다다른 오월교도들이 함성을 내지르며 성벽에 사다리를 걸었다. 그것을 본 병사들은 급히 장대로 사다리를 밀어냈다.
“으악!”
사다리와 함께 오월교도들이 성벽 아래로 떨어졌다.
쿵!
큰 충격을 받은 이들은 다시 몸을 일으키지 못했다.
서윤은 계속해서 목소리를 높였다.
“아래로 화살을 쏴라!”
궁수들은 쉴 새 없이 화살을 쏟아부었다.
팍! 파파팍!
거리가 가까웠기 때문에 궁수들의 정확도는 크게 증가했다. 하지만 숫자가 부족하다는 것이 문제였다.
“와아아아아!”
함성과 함께 성벽 위에 오른 오월교도들이 칼과 창을 휘둘렀다. 그러자 성벽 위에 서 있던 병사들이 뒤로 밀려났다.
“적이 너무 많아.”
그것을 본 별장 한 명이 서윤에게 고개를 돌렸다.
“서 대인! 적이 성벽 위에 올랐습니다!”
서윤은 별장의 보고에 목소리를 높였다.
“겁먹지 마라! 성벽 위에 오른 것은 수십에 지나지 않는다!”
그는 부하들을 다독이면서 최대한 냉정하게 상황을 파악하고자 했다.
‘아직 성벽 위에 적은 많지 않다. 이대로 버티면 어떻게든 될 것이다.’
명운은 검을 뽑는 대신 장대를 들고 병사들과 함께 사다리를 잇달아 밀어냈다.
‘놈들이 올라오지 못하게 막아야 한다!’
그는 적병 한둘을 베는 것보다 사다리를 걸지 못하게 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판단했다.
쿠웅!
둔탁한 소리와 함께 사다리와 오월교들이 성벽 아래로 떨어졌다. 그가 잇달아 다섯 개의 사다리를 밀어내자 성문에 집중되었던 적병들은 멈칫할 수밖에 없었다.
“성문 위에 놈들이 많다.”
“제길, 돌아가자!”
오월교도들은 성문과 떨어진 성벽을 집중적으로 공격하기 시작했다. 그것을 본 별장이 다시 목소리를 높였다.
“대인! 적이 북쪽에 많습니다.”
서윤이 시선을 돌리자 성벽 위에 가득한 오월교도들이 보였다.
‘중과부적인가?’
성문 주변의 사다리는 모두 치워 냈지만, 성문과 떨어진 곳의 사다리까지는 어찌할 수가 없었다.
“적이 옵니다!”
서윤은 검을 들고 앞으로 나아가고자 했다. 그 순간 명운이 그를 막아섰다.
“대인께서는 이곳에 계십시오! 제가 가겠습니다.”
그는 검을 뽑은 뒤, 무림맹 무인들에게 말했다.
“세 명만 절 따라와 주십시오!”
네 명의 결사대로 수십 명의 오월교도를 막겠다는 말이었다.
무림맹 무인들은 잠시 주춤했으나 곧 하나둘 손을 들었다.
“내가 함께 가겠소!”
“남군의 허충일세! 그대와 함께 가겠네!”
“하서문의 장릉이오!”
명운은 손을 든 세 명의 무인을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좋습니다! 절 따라오시지요!”
그는 경공을 전개해 성벽 위를 내달렸다.
허충을 비롯한 세 명의 무인은 그의 뒤를 따르면서 그의 몸놀림이 범상치 않다고 생각했다.
‘깃털처럼 가볍지만, 벌처럼 빠르구나.’
경공 하나만 보아도 고수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검은 옷을 입은 자를 우선 공격하겠습니다!”
명운은 오월교도를 상대하면서 그들이 옷색으로 신분을 구별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가장 높은 신분의 옷색은 알 수 없었지만, 전장에 나온 이들 중 검은색 옷을 입은 이들의 신분이 높다는 것만은 알 수 있었다.
“타핫!”
그가 기합과 함께 높이 뛰어오르자 오월교도들은 눈을 동그랗게 떴다.
“새처럼 날았다?”
감탄도 잠시.
명운이 검은 옷을 입은 자의 앞에 내려섰다.
탁!
검은 옷을 입은 자는 그의 경공에 놀란 나머지 반응이 늦고 말았다.
“넌!”
파악!
붉은 피와 함께 몸에서 분리된 머리가 허공을 날았다.
“여, 염 위인?”
녹색 옷을 입은 교도들이 급히 그를 구하고자 했지만, 이미 그는 이 세상 사람이 아니었다.
“물러나라!”
명운이 기합을 넣어 외치는 사이 세 명의 무인들이 달려와 주변의 오월교도들을 밀어냈다.
“비켜라!”
촤악!
붉은 피와 함께 비명이 뿜어져 나왔다.
“아아악!”
대장을 잃은 오월교도들은 그 기세를 잃고 뒤로 밀려나기 시작했다.
“무림맹 놈들이다.”
“제기랄!”
“어디서 나타난 거야?”
“놈들은 구파일방일지도 모른다.”
오월교도들의 기세가 주춤하자 밀려났던 병사들도 힘을 되찾았다.
“무림맹 고수들이 왔다!”
“이제 이길 수 있어?!”
별장 하나가 검을 들며 목소리를 높였다.
“무엇을 하느냐! 어서 적을 공격하라!”
그의 외침에 병사들이 용기를 내었다.
“공격!”
성벽 위에 병사들이 힘을 내자 성벽 위로 올라왔던 오월교도들이 주춤했다.
서윤은 명운의 활약으로 북쪽 성벽이 안정되자 그제야 한숨을 돌릴 수 있었다.
‘후, 역시 사천당가에서 보낸 고수로군.’
명운이 북쪽을 막아 주자 그와 별장들은 성문 수비에 전념할 수 있었다.
“사다리를 밀어내고, 화살을 쏘아라!”
전황이 수비 쪽으로 유리하게 흘러가자 마막은 미간을 좁혔다.
“쯧! 무림맹 놈들이!”
그의 부하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무림맹 녀석들이 현성에 합류한 것 같습니다. 강시를 쓰시겠습니까?”
마막은 혀를 찼다.
“쯧, 해가 중천에 떠 있지 않으냐?”
강시는 음의 기운으로 움직이기 때문에 태양 아래서는 그 힘을 절반도 채 쓸 수 없었다.
“그러면 어떻게 할까요?”
“병사를 물려라.”
해가 진 뒤에 강시와 함께 공격하겠다는 뜻이었다.
“알겠습니다.”
마막의 부하가 신호를 보내자 누대 위에 올라간 기수가 퇴각을 알리는 깃발을 세웠다.
“퇴각하라!”
오월교도들은 약에 취해 있었기 때문에 퇴각 명령이 떨어졌음에도 쉬이 물러서지 않았다. 그 모습을 본 마막이 미간을 잔뜩 좁혔다.
“머저리 같은 것들!”
고통과 공포를 잊게 하는 약물은 이성을 마비시켰기 때문에 진퇴가 자유롭지 못했다.
“제가 가 보겠습니다.”
“그렇게 하라.”
검은 옷을 입은 사내가 성벽 근처에 가서 퇴각 명령을 알렸음에도 전군이 퇴각하는 데는 반시진 이상의 시간이 필요했다.
오월교도들이 모두 물러난 성벽.
병사들은 그 아래 흩어진 이백 구의 시신을 보고는 만세를 불렀다.
“만세! 만세! 우리가 이겼다!”
같은 시각.
현위 서윤은 명운을 찾아가 두 손을 모았다.
“장 대협, 그대 덕분에 성을 지킬 수 있었소이다!”
명운은 이번 전투의 일등공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