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mon Returner RAW novel - chapter (325)
325화 단양현 전투 (2)
“저들은 오늘 밤 다시 올 것입니다.”
명운의 말에 현위 서윤이 움찔했다.
“야습이 있단 말이오?”
“오월교에서 자랑하는 강시가 밤에 더 큰 위력을 발휘하기 때문입니다.”
두 사람의 대화를 옆에서 듣고 있던 무림맹 무림인들은 미간을 좁힐 수밖에 없었다.
“강시와 싸워야 하는 것인가?”
“소문에 따르면 칼로 찔러도 죽지 않는다고 했는데…….”
“강시가 온다. 한마디로 밤에 있을 싸움이 더욱 어렵다는 말이구나.”
서윤이 명운에게 물었다.
“장 대협, 혹시 강시를 상대하는 법을 알고 있소?”
명운은 십만대산을 떠날 때 양위청에게 강시를 상대하는 방법을 들었다. 그리고 그때 들은 방법으로 두 차례 강시를 상대한 바 있었다.
“머리를 베어 내는 것이 가장 빠릅니다.”
“강시의 머리를 베어 낸단 말이오?”
죄인의 머리를 참수도로 베어 낼 때, 집행자들은 죄수의 몸을 형틀에 고정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강시는 사로잡힌 죄수가 아니었다.
‘사납게 움직이는 강시들의 머리를 베어 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서윤은 미간을 좁힐 수밖에 없었다.
“다른 방법은 없소이까?”
조금 더 쉬운 방법을 알려 달라는 말.
“불로 태우는 방법이 있습니다.”
이것 역시 만만치 않았다.
“불화살 정도로는…….”
“안 될 것입니다.”
명운은 그에게 기름을 붓고 불을 붙이지 않으면 강시의 움직임을 막을 수 없다고 설명했다. 서윤은 그의 설명을 듣고는 미간을 좁혔다.
“그 방법도 쉽게 않겠구려.”
“강시를 상대하기가 쉬웠다면 제가 이곳에 오지 않았을 것입니다.”
무림맹 무인들은 명운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강시에 대해 저렇게 잘 알고 있으니, 당문에서 도움을 요청했겠지.”
“사연이야 어찌 되었든 이쪽에 전문가가 있으니, 든든합니다.”
동문의 무림맹 무인들은 명운을 중심으로 뭉치고자 했다.
서윤은 명운과 대화를 마치고는 별장들을 불렀다.
“야습이 있을지 모르니, 경계병의 숫자를 두 배로 늘리고, 성벽 위에는 기름통을 놓아 강시를 태울 수 있게 준비하라!”
“예! 대인!”
별장들은 만세를 부르고 있는 병사들을 불러 모아 서윤의 명을 전했다. 그 사이 명운은 무림맹 무인들과 마주했다.
“강시는 검으로 찔러서는 아무 타격도 줄 수 없습니다.”
누군가 그에게 물었다.
“심장을 찔러도 말입니까?”
명운은 고개를 끄덕였다.
“강시의 심장은 뛰지 않습니다. 심장을 찌르는 것은 결코 좋은 방법이 아닙니다. 차라리 주먹이나 둔기로 머리를 짓이기는 것이 나을 것입니다.”
이번에는 다른 이가 물었다.
“밤에 강시가 강해진다고 하는데, 어느 정도로 강해지는 것입니까?”
명운이 상대한 강시들은 혈강시가 아니었다. 그럼에도 그들은 사천당문의 고수들을 몰아붙였다.
“일류 고수에 근접한 수준까지 강해질 것입니다.”
무림맹 무인들은 일제히 눈썹을 세웠다.
“강시가 일류 고수 수준까지 강해진단 말입니까?”
이곳에 모인 이들 중 일류 고수를 자처할 수 있는 이는 없었다. 다시 말해 이곳에 모인 이들 중 그 누구도 강시를 일대일로 막을 수 없다는 뜻이었다.
명운이 굳은 음성으로 답했다.
“그 이상일 수도 있습니다.”
“그 이상이라면…….”
“그렇기에 당문이 저를 이곳에 보낸 것입니다.”
명운은 어느새 사천당문의 대리인이 되어 있었다.
‘지금은 당문의 위세를 이용할 수밖에 없다.’
사람들은 당문의 이름이 언급되자 고개를 끄덕이지 않을 수 없었다.
“당문의 선택에 일리가 있군요.”
“직접 무인을 보낸 것은 아니지만, 당문은 확실히 믿을 수 있는 이들입니다.”
명운과 서윤이 각각 다음 싸움을 대비하고 있을 무렵, 성 안쪽에서 전령이 뛰어나왔다.
“현령께서 보낸 전령인가?”
현성의 최고 책임자는 현성의 군무를 맡고 있는 현위가 아닌 행정과 사법의 최고 책임자 현령이었다.
“서문에서 온 전령입니다!”
서윤이 턱을 살짝 들며 물었다.
“서문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가?”
전령이 두 손을 모으며 대답했다.
“전 별장이 전사하고, 홍 별장은 부상을 당했습니다.”
서윤은 이마를 찌푸렸다.
“두 별장이 그렇게 되었으면 서문의 지휘는 누가 맡았단 말인가?”
“서문은 그야말로 함락 직전까지 몰렸는데, 북문의 아미파 제자들이 도착해 간신히 그 위기를 넘겼습니다.”
서문의 공격을 맡은 것은 이백 명의 오월교도와 파천궁의 돌격대 삼조였다. 특히 파천궁의 파괴력은 엄청나서 별장 두 명을 단숨에 쓰러뜨렸다.
“그래도 지키긴 지켰단 말이군.”
서윤은 혼잣말을 내뱉고는 전령에게 목소리를 높였다.
“하면 남문은 괜찮은가?”
전령은 그의 물음에 고개를 숙였다.
“그것까지는 모르겠습니다.”
잠시 뒤.
남문에서도 전령이 도착했다.
“남문은 적의 공격을 성공적으로 격퇴했습니다.”
승전 소식에 모두의 얼굴이 밝아졌다.
“남문도 이겼단 말인가?”
“고전한 것은 서문뿐이군.”
“서문만 잘 버틴다면 오월교도의 반란을 능히 막을 수 있을 것이야.”
서윤은 명운을 향해 몸을 돌렸다.
“장 대협.”
“궁금하신 것이 있으십니까?”
“서문을 맡아 주십시오.”
서문은 현재 아미파 제자들이 지키고 있었다. 그러나 그들은 원래 북문을 수비하던 이들이었다.
“서문 말입니까?”
“서문만 지킨다면 성을 지킬 수 있을 것입니다.”
초전에 승리했기 때문일까?
명운 없이도 동문을 지킬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하지만 무림맹 무인 중에는 명운이 이곳을 떠나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많았다.
“대인, 그것은 안 됩니다.”
서윤의 시선이 뒤쪽에서 목소리를 높인 무인에게로 향했다.
“왜 안 된단 말이오?”
“적의 주공은 이곳 동문입니다. 서문에 가해진 공격은 우리의 병력을 분산시키기 위한 양동에 지나지 않습니다.”
“양동이라고 해도 서문이 뚫리면 동문을 지킨다고 해도 의미가 없소이다.”
무인이 물러서지 않고 말했다.
“그렇다면 장 대협이 아니라 다른 이들을 보내면 될 것입니다.”
그는 격전지가 될 동문에 명운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조금 전에도 우리 힘으로 적을 격퇴한 것이 아니다.’
명운이 오월교의 지휘자를 베지 못했다면, 한쪽 성벽을 빼앗기고도 남았을 것이다.
“다른 이들이라면…….”
서윤이 망설이는 사이 명운은 생각을 정리했다.
‘양쪽의 주장 모두 어느 정도 일리가 있다. 문제는 적의 본심이다.’
정확히 말하자면, 이번 공격을 지휘하고 있는 진마의 세 번째 제자 마막의 마음이었다.
‘적을 찍어 누르고자 하는 폭군이라면 분명 동문을 다시 공격해 올 것이다.’
반대로 잔머리를 쓰는 쪽이라면 아예 공격하지 않은 북문을 공격해 올 수도 있었다. 그리고 적당히 타협하는 자라면 함락 직전까지 몰렸던 서문을 공격할 수도 있었다.
‘음험한 자인가? 아니면 광포한 폭군인가?’
이것만 안다면 적을 상대할 계책을 짤 수 있었다.
“혹시 오월교에 관해 잘 알고 있는 분이 계십니까?”
명운의 물음에 무인들은 고개를 흔들었다.
“잘 모릅니다.”
“귀주의 사교라는 것 외에는 아는 것이 없습니다.”
그들은 명운보다도 오월교에 관해 아는 것이 없었다.
“그렇습니까?”
명운이 미간을 좁혔을 때였다.
성문에서 북을 치던 병사가 조심스럽게 손을 들었다.
“제가 소문을 조금 들었습니다.”
모두의 시선이 병사에게 쏠렸다.
“어떤 소문인가?”
병사는 모두의 시선이 부담스러웠는지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오월교의 교위들은 병자를 고치고, 죽은 이들의 목소리를 듣게 하며, 교도들의 수명을 크게 늘려 준다고 하였습니다.”
병사가 말한 것은 오월교 외에도 사교에서 흔히 주장하는 것들이었다.
“다른 소문은 없나?”
“그것이…….”
“작은 것이라도 괜찮네.”
“교주에게 세 명의 제자가 있는데, 그들 중 한 명이 이곳에 나타났다는 소문이었습니다.”
명운은 소문이 너무 구체적이라고 생각했다.
“누구에게 들었나?”
“어느 한 명이 아니었습니다. 시장에 그런 소문이 돌고 있습니다.”
성안에 소문이 돌았다면 두 가지 중 하나였다.
‘누군가 이쪽의 사기를 떨어뜨리기 위해 소문을 퍼트렸거나 오월교도가 이미 성안에 많다는 뜻이다.’
그는 전자에 더 무게를 두었다.
“소문을 들은 병사는 저자뿐인가?”
그의 물음에 두 명의 병사가 더 손을 들었다.
“시장 근처에서 그러한 소문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저도 들었습니다.”
서윤은 명운이 소문에 집착하자 그 안에 뭔가가 있다고 생각했다.
“장 대협, 소문이 거짓인가?”
“이쪽의 사기를 떨어뜨리고자 소문을 퍼트린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기를 떨어뜨린다?”
서윤은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것이 사실이라면 반란군을 지휘하고 있는 자는 간악한 자로군.”
명운은 상대 지휘관이 저돌적인 성격은 아니라는 결론을 내렸다.
‘화왕이나 풍왕 같은 자는 아닐 것이다.’
그가 두 손을 모으며 말했다.
“제가 서문의 수비를 맡겠습니다.”
서윤은 명운의 결정에 병사 하나를 불렀다. 그러고는 그에게 청색 깃발을 들게 했다.
“이 깃발은 현의 권위를 상징하는 것일세. 그대에게 이 깃발을 내어 주겠네.”
서문의 군령권을 넘겼다는 것을 깃발로 증명하겠다는 말이었다.
“감사합니다.”
명운은 깃발을 든 병사와 함께 서문으로 가고자 했다. 그러자 무림맹 무인들이 그의 앞을 막아섰다.
“이렇게 가시면 안 됩니다.”
“옳습니다. 장 대협께서 가신다면 동문의 수비가 어려워질 것입니다.”
명운이 오른손을 들며 말했다.
“적의 주공은 동문이 아닐 것입니다.”
“예? 적의 주공이 동문이 아니란 말입니까?”
“그렇습니다.”
“하면…….”
“아마 주공은 서문일 것입니다.”
무림맹 무인들은 더는 명운의 앞을 막지 않았다.
“그래서 장 대협께서 서문으로 가시는 것이군요.”
명운은 그들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검으로 강시를 상대할 수 없다면, 도끼를 사용하는 것도 나쁜 방법이 아닐 것입니다.”
검으로 강시의 머리를 베어 내기 위해서는 상당한 내력이 필요했다. 하나 도끼를 사용하면 외공만으로도 머리를 날려 버릴 수 있었다.
“도끼 말입니까?”
“양쪽에서 강시의 움직임을 막고, 세 번째 사람이 도끼로 머리를 날리면 되지 않겠습니까?”
“그렇군요.”
명운은 강시를 상대하는 법까지 알려주고 난 뒤에 서문으로 향했다.
* * *
서문에 도착하자 아미파 제자들이 두 손을 모은 채 독경하고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아미파도 불교에 적을 두고 있지.’
구파일방 중 불교에 그 뿌리를 둔 문파는 소림사와 아미파 둘뿐이었다. 개방을 제외한 나머지 문파는 모두 도교에 그 뿌리를 두었다.
병사들은 명운이 푸른 깃발과 함께 나타나자 멈칫했다.
“소협께서는 어인 일로 오셨습니까?”
부상당한 별장이 묻자 명운이 어깨를 펴며 답했다.
“소인은 장하라고 합니다. 서 현위의 명을 받아 서문을 지키고자 왔습니다.”
별장의 눈썹이 위로 올라갔다.
“장 소협께서 서문을 지키신단 말씀입니까?”
“이 깃발이 그 증거입니다.”
별장은 푸른색 깃발을 보고는 두 손을 모았다.
“현위께서 서문을 맡기신 것이군요.”
명운이 고개를 끄덕이며 물었다.
“서문의 상황은 어떻습니까?”
“보다시피 좋지 않습니다.”
독경하고 있는 아미파 제자들 앞에는 전사한 병사들의 시신이 놓여 있었다.
‘시신만 백여 구가 넘는군.’
만약 서문이 함락당했다면, 이들 모두는 강시가 되어 아군을 덮쳤을지도 몰랐다.
“제가 안내하겠습니다.”
별장은 부상 때문에 성문에 오르지 못한 채 비틀거렸다.
“무리할 필요 없습니다.”
“하나, 성벽 위를 보여 드려야.”
“제가 올라가 보겠습니다.”
명운은 오른손을 뻗어 그를 제지하고는 홀로 성벽 위에 올랐다. 그러자 그곳을 지키던 병사들이 눈썹을 세웠다.
“무슨 일인가?”
명운이 또렷한 목소리로 그들의 물음을 받아쳤다.
“서문을 맡게 된 장하라고 한다.”
병사들은 무관이 아닌 협객이 서문을 맡았다는 말에 시선을 아래로 내렸다. 성벽 아래 별장은 병사들과 눈이 마주치자 목소리를 높였다.
“장 소협께서 서문의 지휘를 맡게 될 걸세.”
병사들은 명운이 새로운 지휘자라는 것을 알고는 두 손을 모은 채 허리를 굽혔다.
“죄송합니다.”
명운은 오른손을 휘저었다.
“괜찮네. 상황이 어떠한가?”
십장 한 명이 다가와 그의 물음에 답했다.
“적은 모두 물러갔습니다. 하지만 그 기세가 매우 컸습니다.”
명운은 적의 시신이 매우 적은 것을 보고는 혀를 찼다.
‘이쪽을 공격한 쪽이 주공이었나?’
그가 미간을 찌푸리자 십장이 설명을 덧붙였다.
“적의 숫자는 많지 않았지만, 무공이 대단했습니다.”
“무공이 대단했다고?”
“성벽을 단숨에 뛰어올라 별장께 검을 휘둘렀습니다.”
현성의 높이는 낮은 곳도 삼 장을 넘었다.
‘삼 장을 단숨에 뛰어올랐다면 적어도 삼류는 아닐 것이다.’
일류에 가까운 이류쯤으로 보는 것이 옳았다.
“적진에 고수가 있단 말이군.”
“한둘이 아니었습니다.”
명운은 미간을 좁히지 않을 수 없었다.
“한둘이 아니었다고?”
“십여 명이 동시에 성벽을 올랐습니다.”
명운은 십장의 말에 적이 숨어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숲으로 시선을 돌렸다.
‘지금까지 싸운 오월교도들의 무공은 형편없었다. 하지만 이곳만큼은 달랐단 말인가?’
그는 서문의 싸움이 예상 이상으로 어려울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자칫 잘못하면 진짜 실력을 보여야 할 수도 있겠군.’
진짜 실력을 보여 준다는 것은 장하라는 신분을 버린다는 말과 같았다. 하지만 적을 막을 방법이 그것뿐이라면, 그는 모든 것을 감수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지금은 현성의 사람들을 살리는 것이 더 중요하니까.’
물론, 그는 현성의 백성들을 구하는 것만 생각하지는 않았다. 그는 오월교의 주력을 격파하고, 그 여세를 몰아 본산으로 나아갈 작정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