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mon Returner RAW novel - chapter (328)
328화 단양현 전투 (5)
파천궁 돌격대 대장 무자현은 일조장 조진귀의 보고에 혀를 찼다.
“강시들이 퇴각하고 있다고?”
“뭔가 일이 생긴 모양입니다.”
무자현은 대충 일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 수 있었다.
“주술사들이 있는 숲이 무림맹의 습격을 받은 모양이군.”
“가서 도와야 하지 않겠습니까?”
조진귀는 동맹을 맺었으니, 돕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무자현은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
“그럴 필요가 있겠나?”
“예?”
“놈들은 공을 탐내 우리를 뒤로 물러나게 하지 않았나?”
“그것은 그렇지만…….”
“게다가 강시를 만들고 쓰는 놈들은 마음에 들지 않는단 말이지.”
사람을 죽여 강시로 만드는 짓은 사마외도라 불리는 사파에서도 쉽게 받아들이기 힘든 일이었다.
“하면 이대로 계실 생각이십니까?”
“어차피 대기하라는 명을 받았으니, 문제는 없지 않은가?”
그들에게 뒤쪽으로 물러나라 명을 내린 것은 오월교였다.
“대장님이 그렇게 말씀하신다면 지금의 위치를 사수하겠습니다.”
“그렇게 하게.”
파천궁 돌격대가 위치 사수를 명 받았을 무렵.
숲에서는 명운과 수악의 싸움이 절정을 향해 내달리고 있었다.
쾅!
숲을 흔든 폭음은 기와 기의 충돌로 인한 것이 아니었다. 이 폭음은 명운이 몸을 숨긴 나무를 강시가 들이받아 발생한 것이었다.
‘나무를 찍어 누를 정도의 힘이라니.’
수악이 부리는 강시들은 움직이는 시체 수준이 아니었다. 그들은 살아 있을 때보다 강한 힘과 속도를 부여받은 상태였다.
‘마기가 저들을 이렇게 만든 것인가?’
명운도 마기에 관해서는 아는 것이 적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마기가 결코 선한 힘이 아니라는 것이었다.
일곱 구의 강시가 사방에서 명운을 덮쳤다.
타악!
그는 나뭇가지를 밟고 허공으로 도약해 강시들의 공격을 피했다. 그 순간 그가 앉았던 나뭇가지가 강시들의 공격으로 산산조각이 나 흩어졌다.
‘손톱의 날카로움도 이전 강시들과 다르다.’
강시들의 공격은 계속해서 이어졌다.
명운은 그들의 공격을 피하면서 수악과 거리를 좁히고자 했다. 수악은 그때마다 뒤로 물러서면서 그와 거리를 유지했다.
‘미꾸라지 같은 놈이군.’
수악도 명운과 같은 생각이었다.
‘이리저리 잘도 빠져나가는구나.’
그는 강시들의 손톱에 한 번만 할퀴면 더는 날렵하게 움직이지 못하리라 생각했다.
“주교주님, 저희가 왔습니다.”
좌우로 흩어졌던 수악의 심복들이 강시를 회수해 다시 돌아왔다.
명운은 그 모습을 보고는 속으로 혀를 찼다.
‘쯧, 지금도 쉽지 않은데 강시가 더 붙는 건가?’
그들이 부리는 강시가 합류한다면 명운은 십여 구가 넘는 강시를 상대해야만 했다. 그러나 수악은 고개를 내저었다.
“너희는 여기서 내가 놈을 요리하는 것을 지켜보거라!”
“예, 주교님!”
명운은 미간을 살짝 좁혔다.
‘여유를 부리고 있는 건가?’
상대의 움직임을 보면 그런 것 같지는 않았다.
‘그렇다면 다른 이유가 있을 것이다.’
수악이 수하들의 합류를 거절한 이유는 명운의 예상대로 여유 때문이 아니었다. 그가 부리는 강시들은 수하들의 강시와 그 성질이 달랐기에 마기의 간섭이 일어날 수 있었다. 좁은 공간에서 마기의 간섭 현상이 일어나면 강시는 통제를 잃고 폭주할 가능성이 컸다.
다시 말해 수악은 강시의 폭주를 막고자 수하들의 참전을 거절한 것이었다.
“언제까지 피하기만 할 것이냐?”
수악의 도발에 명운이 차가운 목소리로 응수했다.
“계속 도망치는 것이 누구인지 모르겠군.”
수악은 계속해서 자리를 옮기며 명운의 공격권에서 벗어나고자 했다.
“곧 네 놈의 사지를 찢어 주마.”
사지가 찢긴 시체는 강시로 만들기 힘들었다. 그러나 지금은 죽인 이후의 상황을 생각할 때가 아니었다.
‘놈을 쓰러뜨리지 못하면 서문이고 뭐고 다 끝이다.’
수악은 전력을 다해 명운을 잡고자 했다. 그러나 명운은 좀처럼 강시에게 잡히지 않았다.
‘절정에 이른 녀석이니, 쉽지 않겠지.’
절정의 경지에 들어선 고수를 상대로 만난 것은 그도 처음이었다.
펑!
북이 터지는 듯한 소리와 함께 강시 하나가 나뭇가지 아래로 떨어졌다. 그러나 강시는 곧 몸을 일으켰다.
명운은 벽공장에 전혀 타격을 받지 않은 것을 보고는 짧게 한숨을 내쉬었다.
“후, 중수법으로도 안 되는 건가?”
중수법은 상대의 몸 안의 장기나 기혈을 파괴하는 파괴적인 무공이었다. 그러나 강시에게는 아무 소용이 없었다.
타악! 타앗!
명운은 나뭇가지 사이를 옮겨 다니며 강시에게 포위되는 것을 피했다. 그 모습을 본 수악이 빈정거리듯 말했다.
“시간을 끌면 이긴다고 생각하는 모양이구나.”
그는 여유가 생겼는지 명운을 조롱하거나 도발하면서 형세를 유리하게 가져오고자 했다.
물론, 명운은 그런 도발에 전혀 말려들지 않았다.
‘전력을 발휘한다면 지금이라도 놈을 쓰러뜨릴 수 있다. 하지만 힘을 조절하지 않으면 곤란해.’
수악을 비롯한 오월교들을 쓰러뜨리는 것은 천마신교 교주 명운이 아니라 단리원의 장하여야 했다. 그리고 단리원의 고수 장하는 막 절정에 접어든 신진 고수였다.
“타핫!”
기합과 함께 검을 내지르자 검푸른 검기가 강시를 향해 날아갔다.
쩌억!
쇠를 자르는 듯한 소리와 함께 강시의 오른팔이 떨어져 나갔다. 그러나 강시는 왼팔을 휘두르면서 명운에게 달려들었다.
명운은 나무 뒤로 숨으며 그 공격을 피했다.
팍!
강시의 왼손이 나무에 깊게 박히면서 나뭇조각이 사방으로 튀어 올랐다.
‘힘 하나는 장사군.’
명운은 나무를 빙글 돌아 뒤쪽으로 나온 뒤, 그대로 강시의 목을 베었다.
팍!
짧은 소리와 함께 강시의 머리가 바닥에 떨어졌다. 그 순간 좌우에서 다른 강시들이 달려들었다.
쉬이이이익!
명운은 버드나무 가지처럼 몸을 흔들며 두 강시의 공격을 피해 냈다. 그것을 본 수악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저것은 유운체술이 아닌가? 놈이 저런 기술까지 쓸 줄이야!”
놀라고 있을 때가 아니었다.
명운은 그를 향해 거리를 좁히고 있었다.
‘이런!’
수악은 급히 경공을 전개해 뒤로 물러나며 여섯 구의 강시로 벽을 세웠다.
“나를 지켜라!”
그의 외침과 함께 강시들이 기이한 포효를 내뿜었다.
“끼이이이이이이이익!”
명운은 강시들이 포효하자 무리하지 않고 뒤로 물러섰다.
‘검기에 팔이 잘려 나가는 것을 보니 혈강시는 아니군.’
수악이 이끄는 강시는 다른 강시들에 비해 강했다. 하지만 전설로 내려오는 혈강시와는 맞지 않는 구석이 많았다.
명운이 뒤로 물러나며 말끝을 올렸다.
“한 가지 사실을 알려 줄까?”
그의 물음에 수악이 미간을 좁혔다.
“시간을 끌고 싶은 모양이구나.”
“내가 시간을 끈다고?”
“동료를 기다리는 것 아니냐?”
수악은 명운을 무림맹 무인으로 생각하고 있었기에 그가 혼자 행동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청성이나 아미파 놈들이 도착한다면 싸움이 어려워질 것이다.’
그가 두 심복을 대기시킨 것은 혹시 모를 무림맹 고수들의 참전에 대비하기 위함도 있었다.
“내게 동료가 있다면 진즉 네 목을 베었겠지.”
“말이 너무 앞서는구나.”
“그럴까?”
“긴말 말고 목을 내놓거라!”
수악이 목소리를 높이자 여섯 구의 강시 중 세 구가 명운을 향해 돌진했다.
“끼이이이이익!”
명운은 그가 세 구의 강시로 방어하고, 남은 세 구로 공격하려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공방에 반반씩 힘을 쓸 작정이구나.’
그는 나무 사이로 몸을 움직이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봐! 강시들의 몸에서 뭔가 흘러나오고 있다. 모른다고 하지는 않겠지?”
강시들의 몸에서 흘러나오고 있는 것은 바로 마기였다.
수악은 미간을 좁혔다.
‘놈이 마기를 느낄 수 있단 말인가?’
강시를 움직이는 힘은 강시의 몸 안에 쌓인 마기였다. 이 마기는 강시를 움직이는 데 필요한 힘으로 마기가 모두 소모된 강시는 평범한 시체와 다를 것이 없었다.
“마기를 아는 모양이구나. 하나 내 강시들은 충분한 마기를 가지고 있다!”
적어도 네 놈을 죽이기 전까지는 움직임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그는 이렇게 주장하고 있었다.
명운은 뒤로 물러나며 강시를 먼 곳으로 유인했다.
“도망치는 것이냐?”
“그럴 리가?”
“바보 같은 녀석, 내 강시들은 천 보 밖에서도 싸울 수 있으니, 뒤로 물러난다고 해도 목숨을 구할 수 없을 것이다.”
수악이 강시를 움직일 수 있는 거리는 오백 보를 넘어 칠백 보에 이르렀다. 그러나 천 보 밖에 있는 강시는 그도 움직일 수 없었다. 한마디로 조금 전 발언은 허세였다.
명운은 그의 허세를 그대로 받아넘겼다.
“목숨을 걱정해야 하는 것은 이쪽이 아닌데 말이야.”
그는 강시들이 다가오는 것을 보고는 속으로 심호흡했다.
‘후흡, 이게 통하면 좋을 텐데 말이야.’
명운은 검을 세우고는 대지의 기운을 끌어 올렸다.
‘목표는 강시가 아니라. 마기다.’
그가 움직임을 멈추자 세 구의 강시가 괴성과 함께 속도를 높였다.
“끼이이이이이이이이이!”
명운은 물러서지 않고 검을 크게 휘둘렀다.
“쓰러져라!”
그의 검에서 뻗어 나간 것은 이번에도 검푸른 검기였다.
수악은 명운의 검기가 제법이긴 하나 세 구의 강시를 모두 베어 낼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어리석은 녀석! 팔을 자르는 것과 몸통을 자르는 것은 다른 일이다!’
그러나 명운이 베어 내고자 한 것은 강시의 몸이 아니었다.
촤아아아악!
검기는 강시가 아니라 그 뒤쪽 허공을 벤 뒤 사라져 버렸다.
“우하하하하하하하! 바보 같은 짓이구나!”
수악이 큰 웃음을 터트린 순간, 명운을 향해 달려오던 세 구의 강시가 그대로 무릎을 꿇었다.
털썩. 투우욱. 툭.
믿을 수 없는 광경.
“이럴 수가!”
수악은 경악했고, 그의 두 수하 역시 눈을 깜빡였다.
“강시들이 그대로 쓰러졌다.”
“놈이 도술을 쓴 것인가?”
사파에 주술이 있다면, 도가에는 도술이 있었다. 수악과 그의 수하들은 명운이 도가의 도술을 쓴 것이 아닌가 하고 의심했다.
‘놈이 강시를 제어할 수법을 가지고 있었단 말이구나.’
‘이곳에 혼자 온 이유가 있었구나!’
‘놈은 무당파의 도사인가? 아니면 청성파?’
그러나 명운은 도술을 쓴 게 아니었다. 그는 강시와 주술사를 연결하는 선, 즉 마기로 이어진 선을 절단한 것뿐이었다.
“생각보다 쉽군.”
명운은 검을 세우며 자세를 바로 했다.
“자, 다음은 네 차례다.”
수악은 크게 호통을 내질렀다.
“놈!”
예상치 못한 상황에서 호통을 내질렀다는 것은 그가 당황하고 있다는 뜻이었다.
“옆에 두 녀석도 달려드는 것이 좋을 거야.”
“기가 차는구나!”
명운은 상대가 자신의 수법을 깨닫기 전에 승부를 내야 한다고 생각했다.
‘놈이 끊어진 선을 이을 수 있을지도 모르니까.’
그는 경공을 전개하며 앞으로 달려 나갔다.
파파파파팍!
수악은 명운이 바람을 가르며 날아오자 남은 세 구의 강시를 움직이는 한편 중단전에서 내력을 끌어 올렸다.
‘이쪽에서 쓸 수 있는 것이 강시만이라고 생각하면 곤란할 것이다!’
세 구의 강시로 상대의 시선을 빼앗은 뒤, 직접 명운을 처리하겠다. 이것이 그의 승부수이자 비장의 수법이었다.
휙!
강시들은 정면과 왼쪽 오른쪽, 삼면에서 명운을 덮쳤다.
“끼이이이이이!”
명운은 더 이상 물러서지 않았다. 그는 과감히 검을 휘둘러 강시와 수악을 연결하는 선을 자르고자 했다.
촤악!
검푸른 검기가 지나가자마자 강시들의 움직임이 멈췄다.
투욱.
수악은 그 모습을 보고는 눈을 크게 떴다.
‘이것이었구나!’
거리가 가까웠기에 그는 명운의 수법을 명확히 볼 수 있었다.
‘이놈! 어설픈 수법을 펼치다니!’
상대의 수법은 파악했지만, 그것을 파훼할 시간이 없다는 것이 문제였다. 그와 명운은 너무나 가까웠다.
휙!
파공성과 함께 검이 그를 향해 날아왔다.
‘이까짓 검!’
수악은 혈조공으로 명운의 검을 막고자 했다. 그러나 검은 수악의 혈조를 베어 낸 뒤 어깨에서 옆구리까지 길게 베어냈다.
촤악!
명운의 검에 실린 내력은 절정고수의 내력이 아니었다. 그렇기에 수악의 혈조로는 막아 낼 수 없었던 것이었다.
긴소리와 함께 핏물이 쏟아졌다.
쏴아아아아아!
수악은 치명상을 입은 채 비틀거렸다.
“으으으으윽.”
명운은 더 이상 수악을 상대하지 않았다. 그는 좌우에 선 그의 수하들을 덮쳤다.
‘모두 죽여야 후환이 없을 것이다.’
수악의 수하들은 수악의 죽음에 당황한 나머지 그의 공격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
“커헉!”
오른쪽에 선 자는 검에 몸이 꿰뚫린 뒤 비명을 내질렀고, 왼쪽에 선 자는 몸을 돌려 달아나기 시작했다.
명운은 그를 향해 암기를 던졌다.
슉!
파공성과 함께 날아간 암기는 그대로 그의 등에 꽂혔다.
“악!”
달아나던 자는 짧은 비명과 함께 그 자리에 쓰러졌다.
‘모두 쓰러뜨린 것인가?’
미간을 좁힌 순간 탁한 기운이 등 뒤에서 느껴졌다.
“이것은?”
명운은 급히 뒤로 몸을 돌리며 검을 휘둘렀다.
쾅!
폭음과 함께 그의 몸이 뒤쪽으로 밀려났다.
‘내가 힘에서 밀렸다고?’
그는 자세를 바로 하며 상대를 확인했다.
“넌?”
죽은 줄 알았던 수악이 마기를 흘리며 그를 향해 손을 뻗었다.
‘죽으면서 강시가 된 것인가?’
기괴한 일이었다. 하지만 일의 기괴함과 상관없이 마기를 흘리고 있는 수악은 강했다.
쾅!
다시 한번 폭음이 터져 나왔다.
명운은 다섯 걸음을 물러난 뒤 검결을 가다듬었다.
“죽어서도 안식을 얻지 못하는 모양이구나.”
수악의 입에서는 기이한 소리가 흘러나왔다.
“끄으으으으.”
그는 산 자와 죽은 자의 경계선에 서 있었다.
“끝을 내주마.”
명운이 경공을 전개하자 수악도 그를 향해 돌진했다. 다음 순간 명운이 여섯 명으로 나뉘었다. 그를 쫓아오던 수악은 망설임 없이 왼쪽에 선 명운을 향해 돌진했다.
그러나 그가 향한 형체는 진짜가 아닌 가짜였다.
쿵.
둔탁한 소리와 함께 나무가 흔들렸다.
“끄으으으.”
수악은 나무를 뽑으려는 듯 두 손을 뻗었다. 바로 그때 진짜 명운이 그의 뒤에서 나타났다.
“쓰러져라!”
기합과 함께 검을 휘두르자 수악의 머리가 몸에서 떨어졌다.
투둑.
머리를 잃은 수악의 몸은 더 이상 움직이지 않았다.
명운은 그의 시신이 움직이지 않는 것을 확인하고는 검을 거두었다.
“지독한 놈이었지만, 저세상에서는 안식을 얻기를.”
그가 강시가 된 수악을 상대할 때 사용한 수법은 환영검의 절기 환영비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