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mon Returner RAW novel - chapter (338)
338화 무모함과 용기 (8)
쉬이익!
바람을 가르며 나아간 혈조.
혈조에는 단단한 화강암도 일격에 부숴 버릴 힘이 실려 있었다. 하지만 명운의 현검은 그 혈조를 받아 낸 것도 모자라서 그것을 밀어내 버렸다.
쾅!
폭음과 함께 마막이 짧은 신음을 내뱉었다.
“큭!”
짧은 신음은 기혈이 막혔다는 뜻.
이는 마막의 무공이 명운에게 미치지 못한다는 증거였다.
‘이 내가!’
그러나 분노할 틈도 없이 현검에서 검은 기운이 쏟아졌다.
솨아아아아아!
마막은 현검에서 쏟아진 검은 기운을 보며 생각했다.
‘계속 공격한다고? 뒤는 아예 막지 않는 건가?’
분명 병사들의 창이 명운의 뒤를 노리고 있었다.
‘설마 내기공만으로 병사들의 창을 밀어내겠다는 말인가?’
내기공을 극한으로 연마한 이들은 창이나 검을 기공만으로 밀어낼 수 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내기공에 집중하고 있을 때 가능한 이야기였다. 이처럼 검을 휘두르며 앞으로 나아갈 때는 그것이 불가능했다.
‘놈의 공격을 막기만 하면 내 승리다.’
마막은 끌어 올린 마기를 두 손에 모았다.
‘마기를 다루는 것은 이쪽이 위다!’
마기와 마기의 충돌.
콰아아아아아아앙!
마막은 자신을 밀어 올리는 무지막지한 힘에 저항할 수 없었다.
‘이 대체 무슨 힘이란 말인가?’
몸이 마치 나뭇잎처럼 허공으로 떠올랐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명운의 뒤에 서 있던 병사들도 파도처럼 뒤로 밀려났다.
“아아아아악!”
“살려…….”
마막은 뒤로 밀려나는 병사들을 보며 생각했다.
‘놈이 뒤를 막지 않은 것은 이것까지 계산했기 때문이란 말인가?’
그는 상대의 계산에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었다.
‘싸움에 익숙한 놈이구나.’
거대한 폭발과 함께 일어난 기파가 주변의 모든 것을 파괴했다.
기파는 단상을 부수고, 병사들을 날려 버리고, 가장 가까이에 있던 마막을 짓이겨 버렸다.
폭음과 기파, 그리고 바람이 잦아들자 가운데 서 있던 명운이 현검을 거두었다.
“일을 내고 말았구나.”
이렇게 큰 폭발을 일으키려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마막의 마기가 더해지면서 그가 생각한 것 이상의 대폭발이 일어나고 말았다.
‘마기의 불안정함이 폭발을 키운 것인가?’
마기는 그가 느낀 모든 기운 중에 가장 불안했다. 게다가 이번에는 마막의 마기까지 더해졌다. 두 사람의 마기가 충돌하자 그 폭발은 거대한 힘을 품은 기파를 만들어 냈다.
“크으으으으윽.”
십여 장 정도 떨어진 곳에서 마막이 힘겹게 몸을 일으켰다. 그가 입고 있던 옷은 넝마가 되었고, 크고 작은 상처를 입은 몸은 피를 내뿜고 있었다.
“이, 이 정도의 실력을 숨기고 있었다니.”
마막은 이제 명운의 무공이 자신보다 뛰어나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어떻게 저런 괴물이 이곳에 나타났단 말인가?’
명운은 미간을 좁혔다.
“처음부터 이렇게 싸웠다면 많은 이가 죽지도 않았을 텐데 말이야.”
그는 실력을 숨기고 상황을 지켜보고자 했다. 하지만 상황은 점점 악화되었고, 급기야 서문의 모든 수비병이 전멸하고 말았다.
“단리원의 장하라고?”
명운이 현검을 비스듬히 세우며 되물었다.
“아닌 것 같은가?”
마막이 낮게 웃었다.
“후후후, 하늘을 손바닥으로 가리려 하는구나. 단리원 따위에 너 같은 고수가 있을 리 없지. 네놈은 누구냐!”
명운은 차갑게 그의 물음을 받았다.
“어차피 이곳에서 죽을 것인데, 내 이름을 알아서 무엇하겠는가?”
“무엇이!”
명운은 이제 끝을 내고자 했다. 그 순간 강시들이 사방에서 나타났다.
“대주교님을 지켜라!”
앞서 물러갔던 향주들이 폭음을 듣고는 마막을 지키기 위해서 황급히 돌아온 것이었다.
명운은 긴 한숨을 내쉬었다.
“후우……. 시간을 너무 끌었군.”
강시가 힘을 쓰지 못하는 낮이라고 해도 오십 기라면 쉬이 상대할 수 없었다.
‘게다가 강시만 있는 게 아니다.’
폭발로 중상을 입은 병사들을 제외한 병사들이 다시 몸을 일으키고 있었다. 여기에 향주들 진영에 있던 병사들이 합류했다.
“진형을 갖춰라!”
“놈을 포위하라!”
“고 향주는 대주교님을 호위하라!”
사방에서 몰려든 병사의 수는 오백이 족히 넘었다.
‘원래 이곳에 주둔하던 병력이 천이 훌쩍 넘었으니, 오백도 많은 것은 아니겠지.’
그는 상황이 좋지 않다는 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마막은 상황이 자신에게 유리하게 돌아가자 허리를 굽히며 웃었다.
“크크크크, 죽는 것은 내가 아닌 네 녀석 같은데, 아닌가?”
그는 명운의 무공이 강하긴 하지만, 앞서 상당한 내력을 소모했다고 생각했다.
‘놈이 강하다고 해도 앞서와 같은 수법은 한 번 정도 더 쓸 수 있을 뿐이다.’
이곳에 모인 병력의 절반을 소모하면 명운을 쓰러뜨릴 수 있다.
그는 이렇게 계산했다.
명운은 사방에서 몰려들고 있는 오월교도들을 보면서 혀를 찼다.
“쯧, 귀찮게 되었군.”
그는 모든 힘을 개방하고자 했다.
‘단리원의 장하는 이제 끝이다!’
상단전을 열자 주변의 기운이 그에게 모여들었다.
탁하고 진하며 슬픔과 공포가 섞인 기운.
명운은 그것이 무엇인지 알고 있었다.
‘역시 마기인가?’
양기나 음기가 아닌 마기.
명운은 마기를 사용할 때마다 마음이 탁해지는 느낌을 받았다. 하지만 지금은 그러한 부작용을 생각할 때가 아니었다.
‘마기로 모든 것을 다 불태운다.’
그가 검에 마기를 불어넣었을 때였다.
두두두두두!
동쪽에서 말발굽 소리와 함께 비명이 들려왔다.
“아아악!”
“적이다!”
“적의 습격이다!”
누군가 동쪽에서부터 오월교들을 무너뜨리고 있었다.
명운은 고개를 동쪽으로 돌렸다.
‘서 현위가 병사들을 이끌고 나타난 것인가? 아니다! 저들은 서 현위가 이끄는 군대가 아니다!’
현위 서윤이 성문을 열고 출진했다면, 적의 비명이 서쪽에서 들려와야 했다. 그렇다면 생각할 수 있는 것은 하나.
‘원군이 도착했단 말인가?’
단양성은 황제의 땅이었기에 주변 현성에서 원군이 온다고 해도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원군이라면 제때 도착했군.”
그의 얼굴이 밝아지자 반대로 마막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어떤 놈들이!”
그는 적의 원군이 나타났다고 해도 강시를 동원하면 충분히 막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당황하지 마라! 강시를 돌려세워라!”
향주들 역시 그와 같은 생각이었다.
“강시로 놈들을 막아라!”
“대열을 갖춰라! 강시를 앞세우면 이길 수 있다!”
강시들이 몸을 돌린 순간이었다.
파파팍!
강렬한 타격음과 함께 한 구의 강시가 허공으로 떠올랐다.
“강시를 날려 버렸다고?”
마막이 눈을 크게 뜬 순간이었다. 검은 갑옷을 입은 기병들이 사납게 날뛰었다. 그는 그것을 보고는 넋이 나간 사람처럼 중얼거렸다.
“흑기병이라니, 그러면 이곳에 나타난 것은 사옥찬이란 말인가?”
사천총병 사옥찬.
그가 이끄는 검은 기병들을 사천 사람들은 흑기병이라 불렀다.
상대가 흑기병이라는 것을 알자 오월교의 진영이 대번 무너졌다.
“흐, 흑기병이다!”
“도, 도망쳐!”
“이길 수 없다! 도망쳐라!”
오월교도들은 사방으로 흩어져 달아나기 시작했다.
강시를 조종하던 주술사들 또한 마찬가지였다.
“강시가 문제가 아니야.”
“상대는 귀옥신창 사옥찬이라고!”
마막은 주술사들의 주술이 풀려 멍청하게 서 있는 강시들을 보며 목소리를 높였다.
“바보 같은 녀석들! 싸우란 말이다! 사옥찬이든 뭐든 싸울 수 있단 말이야!”
그는 마기를 뻗어 주변에 흩어진 강시들을 움직이고자 했다.
‘제기랄!’
그러나 다음 순간 차가운 감각이 그의 몸을 꿰뚫었다.
“헉.”
마막은 가슴을 뚫고 나온 검신을 보며 몸을 파르르 떨었다.
“이, 이럴 수가.”
그의 몸을 찌른 것은 명운이었다. 그가 현검을 회수하며 말했다.
“등을 보인 상대를 그냥 둘 수 없다고 생각했을 뿐이야.”
“너, 너어어어어.”
마막은 뭔가 더 말을 하고자 했으나 심장이 멈추고 말았다.
털썩.
사천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학살자가 대지에 쓰러졌다.
* * *
사천총병 사옥찬.
그는 적진 한가운데 서 있는 무인을 보고는 이마를 찌푸렸다.
“저자는 누구인가?”
그의 옆에서 말을 달리고 있던 부장이 물음에 답했다.
“복장을 보면 오월교도는 아닌 듯 보입니다.”
사내는 무림맹 무인들과 같은 복장이었다.
“그렇군.”
주변에 흩어진 오월교도들의 시체를 보면 사내는 오월교도와 싸우고 있었던 것 같았다.
‘저자 때문에 오월교도들이 진형을 갖추지 못한 것인가?’
그가 단양성 주변에 돌입했을 때, 오월교도들은 그들이 나타난 곳이 아닌 다른 곳을 바라보고 있었다.
‘처음에는 놈들이 단양성을 공격하기 위해 그런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것이 아니었군.’
사옥찬은 오월교도가 저 사내와 싸우고자 등을 돌렸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감 총위.”
검은 투구를 쓴 사내가 목소리를 높였다.
“총관님, 명령만 내려 주십시오!”
“그대에게 추격전을 맡기겠다.”
오월교도와 전투는 이미 섬멸전에서 추격전으로 바뀌어 있었다.
“총관님의 명을 받들겠습니다!”
사천총위 감병위는 흑기병을 인솔해 추격전에 들어갔다.
“전군! 나를 따르라!”
사천총병 사옥찬은 감병위를 보낸 뒤 호위들과 함께 말을 달려 적진 한가운데 서 있는 사내에게 다가갔다.
“그대는 누구인가?”
적진 한가운데 서 있던 사내는 바로 명운이었다. 그는 사옥찬과 그의 기병들이 다가오자 두 손을 모으며 살짝 허리를 굽혔다.
“단리원의 장하라고 합니다.”
사옥찬은 뛰어난 창술을 지니고 있었으나 강호 문파에는 밝지 않았다.
“단리원이라고?”
그가 말끝을 올리자 곁에 있던 측근 중 한 명이 답했다.
“단리원은 대리에 위치한 무림 문파입니다.”
“대리라면…….”
“운남성입니다.”
사옥찬은 이해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군.”
그는 시선을 다시 명운에게 돌렸다.
“그대는 오월교도와 싸운 것인가?”
명운이 두 손을 풀며 대답했다.
“포위를 풀기 위해 무림맹 형제들과 함께 싸우고 있었습니다.”
사옥찬은 혼자가 아니라는 말에 고개를 갸웃했다.
“다른 이들이 있었나?”
“형제들은 양동을 위해 남쪽에서 적을 공격했습니다.”
“남쪽인가?”
“그렇습니다.”
사옥찬은 시선을 남쪽으로 돌렸다.
‘살기는 느껴지지 않는군.’
어쩌면 그들이 나타나 전투가 끝나 버렸을지도 몰랐다.
“한 가지 묻겠네.”
명운은 그의 지위가 높다는 것을 한눈에 알 수 있었다.
‘갑옷과 말, 그리고 무기까지 모두 일반 기병과는 다르니까.’
그는 조금 더 단리원의 장하를 연기하기로 했다.
“장군, 말씀하시죠.”
“땅을 보면 폭발이 일어났던 것 같은데……. 화약을 쓴 것인가?”
사옥찬의 시선은 날카로웠다. 그는 무너진 단상과 그 주변에 흩어진 시체, 그리고 대지의 흔적을 바탕으로 큰 폭발이 있었다는 것을 알아냈다.
명운은 이 물음에 잘 대답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의심 가는 대답을 해서는 안 될 것이다.’
그가 두 손을 펴며 말했다.
“오월교도들이 단상 주변에 화약을 모아 두었습니다. 제가 그것을 터트려, 그들에게 큰 피해를 줄 수 있었습니다.”
“흠, 단양성을 공격하기 위해 모아 둔 화약을 그대가 폭발시켰다는 말이군.”
사옥찬은 시선을 마막의 시신으로 옮겼다.
“그자는 누구인가?”
명운은 차분한 목소리로 물음에 답했다.
“이름은 잘 모르겠으나 이들을 이끌던 우두머리였던 것 같습니다.”
“그대가 베었나?”
“그쪽을 보고 있기에 뒤에서 찔렀습니다.”
사옥찬은 시신에 난 상처를 확인하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전공을 축하하네.”
그는 말을 돌리고는 수하들에게 목소리를 높였다.
“단양성으로 입성한다!”
“존명!”
사옥찬은 명운을 전장에 남겨 둔 채 단양성으로 향했다.
두두두두.
명운은 멀어져 가는 사옥찬과 그의 기병대를 보며 생각했다.
‘저들은 아마도 대장군부의 병사들일 것이다.’
대장군부가 개입했다면 전황은 일시에 바뀔 가능성이 컸다.
“적이 무너진 것은 그렇다고 치고, 이쪽은 아직 남은 일이 있다.”
명운은 주변에 흩어진 강시들을 불태워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가 기름이나 그와 비슷한 인화물을 찾기 위해 움직였을 때였다.
“장 대협!”
그를 부르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누구?”
명운이 고개를 돌리니, 아련이 경공을 전개해 달려오는 것이 보였다.
“아 소저?”
아련이 밝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장 대협, 무사하셨군요!”
그녀 뒤로 무림맹 무인들이 보였다. 그들도 아련처럼 경공을 전개하며 달려오고 있었다.
“장 대협, 대성공입니다!”
“우리가 이겼습니다!”
그들은 사옥찬이 이끄는 흑기병이 오월교도들을 몰살시키는 것을 확인하고는 명운을 찾아온 것이었다.
명운이 빙긋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마침 잘 오셨습니다.”
그의 곁에 도착한 아련이 아미를 세웠다.
“네?”
“이곳에 있는 강시와 시신을 태워야 합니다.”
“아, 강시들이 아직 파괴된 것이 아니군요.”
아련이 고개를 돌려 무림맹 무인들에게 외쳤다.
“어서 오세요! 강시를 태워야 한대요!”
무림맹 무인들은 달려오면서 두 손을 모았다.
“대협의 명을 받들겠습니다!”
그들은 명운이 어떻게 이겼는지, 또는 누굴 이겼는지 묻지 않았다. 그들은 그저 명운을 믿을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