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mon Returner RAW novel - chapter (358)
358화 대격돌 (1)
해가 떠오르자 길 주변에 흩어져 노숙하던 병사들이 잠에서 깨어났다.
“기상, 기상이다!”
별장들의 목소리와 함께 주변이 소란스러워졌다.
이들을 이끄는 총병 사옥찬은 이미 반 시진 전에 깨어나 있었다.
“척후대는?”
그의 물음에 부장 중 한 명이 두 손을 모으며 대답했다.
“이무산까지 길을 확보했다고 합니다.”
척후대는 전투에 나서지 않는 대신 이무산까지 길을 확보하라는 임무를 맡았다. 그들은 밤에도 쉬지 않고 진격하여 이무산에 이르렀다.
“매복은?”
“밤사이 기척은 없었다고 합니다.”
“말을 타고 달리면서 매복을 확인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선봉대를 반 시진 일찍 출발시킨다.”
사옥찬은 병사들을 다루는 데 익숙했다.
“그들에게 수색을 맡기시는 것입니까?”
“무엇 때문에 반 시진 일찍 출발시킨다고 생각하나?”
사옥찬이 말끝을 올리자 부장이 깊이 고개를 숙였다.
“알겠습니다. 선봉대에 수색을 맡기도록 하겠습니다.”
명을 받은 장수가 떠나자 기다리고 있던 별장이 다가와 병사들이 모두 기상했음을 알렸다.
“출발은 한 시진 뒤다. 그때까지 아침을 끝내도록.”
“존명.”
사옥찬은 오늘 끝장을 볼 생각이었다.
‘시간이 더 끌리면 분명 하진이 움직일 것이다.’
운남총병 하진.
그는 사옥찬의 선배이자 경쟁자였다.
사옥찬은 그에게 오월교 토벌의 공이 돌아가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사태를 이 지경으로 만든 것은 그의 과실이다. 뒤늦게 움직여 공을 차지한다면 안 될 노릇이지.’
타타탁.
급한 발소리.
사옥찬은 미간을 좁혔다.
“무슨 일이냐?”
달려오던 자가 급히 발을 멈추며 목소리를 높였다.
“총병님을 찾아온 자들이 있습니다.”
“나를?”
“무복을 입은 강호인입니다.”
사옥찬은 혀를 찼다.
“쯧, 무림맹의 파리들이구나.”
그는 찾아온 이들을 쫓아 버릴까도 생각했다. 하지만 전투를 앞두고 뭔가 도움이 될 만한 이야기가 있을지도 몰랐다.
“데려와라.”
“알겠습니다.”
잠시 뒤.
무복을 입은 사내들이 다가왔다. 그들 중 가장 어깨가 넓은 사내가 앞으로 나와 포권을 취했다.
“왕필이라고 합니다.”
왕필은 사실 무림맹 무인이 아니었다. 그는 명운의 부탁을 받고 소식을 전하러 온 심부름꾼에 지나지 않았다.
“그래서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것이냐?”
“장하, 장 대협의 전언이 있습니다.”
사옥찬은 단양성 전투 때 명운에게 깊은 인상을 받은 바 있었다.
‘단순한 무림맹 파리들이 아니었군.’
그가 고개를 가볍게 끄덕이며 물었다.
“뭐라 하더냐?”
“이무산으로 가는 길에 매복이 있으니, 진격을 중지하라 했습니다.”
“진격을 중지하라고?”
“그것이 불가능할 때에는 주의를 기울여 전진하라 전하라 했습니다.”
기대에 미치지 못한 답변이었다.
‘적진으로 향하면서 매복을 주의하는 것은 기본 중의 기본이다. 녀석은 내가 기본도 지키지 못하리라 생각한 모양이구나.’
사옥찬은 명운이 자신을 낮춰 보았다고 생각했기에 기분이 썩 좋지 않았다. 그가 미간을 좁히며 물었다.
“그것뿐이냐?”
“장 대협의 말을 전부 전하였습니다.”
사옥찬이 오른손 식지를 빙글 돌리며 말했다.
“돌아가도 좋다.”
중요한 소식이라면 약간의 은자를 내어 주었겠지만, 이번에는 그럴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
“알겠습니다.”
왕필은 사옥찬의 차가운 태도에 속으로 혀를 찼지만, 중요한 것은 그가 아니라 대협 장하였다.
‘어쨌거나 장 대협이 맡긴 일을 실수 없이 끝냈다.’
그가 물러가려는 순간이었다.
“잠깐.”
사옥찬이 그를 돌려세웠다.
“혹시 장 대협께 전할 말이 있으십니까?”
사옥찬은 왕필의 물음에 고개를 흔들었다.
“그렇지는 않다. 내가 알고 싶은 것은 장하가 지금 어디 있느냐 하는 것이다.”
왕필은 사실을 가감 없이 이야기했다.
“제가 떠나올 때는 객잔에 계셨습니다. 하지만 지금도 그곳에 있을지는 모르겠습니다.”
사옥찬은 속으로 혀를 찼다.
‘쯧, 녀석도 이무산으로 향한 것인가?’
그는 자신을 대하는 명운의 태도가 썩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해가 되는 인물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실력만큼은 있는 자다. 척후대를 하나 더 두었다고 생각하자.’
큰 전투를 앞에 두고 있었으니, 이용할 수 있는 것은 모두 이용해야 했다. 특히 명운과 같은 실력자는 쉬이 얻을 수 없는 인재였다.
“하나 더 묻겠다.”
왕필이 두 손을 모으며 고개를 숙였다.
“제가 대답할 수 있는 것이라면 모두 말씀드리겠습니다.”
이윽고 사옥찬이 물었다.
“너희는 이곳 사람이더냐?”
왕필이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그렇습니다. 저희는 쭉 귀주에서 살아왔습니다.”
사옥찬은 그의 대답에 만족했다.
‘이용 가치가 영 없는 것은 아니로군.’
그는 옆에 서 있는 별장을 향해 목소리를 높였다.
“감병위를 불러와라.”
별장이 두 손을 모으며 허리를 굽혔다.
“존명.”
사천총위 감병위.
그는 사옥찬 휘하의 유력한 장수 중 한 명으로 수천의 병력을 지휘할 수 있는 기량을 지닌 사나이였다.
* * *
지난밤, 수많은 사람이 목숨을 잃은 이무산에도 날이 밝았다.
오월교도들은 수십 명 단위로 남쪽과 서쪽에 흩어진 동료들의 시신을 수습했다.
“여기도 있습니다.”
“이쪽도 다섯 구가 더 있습니다.”
그들은 모두 명운에게 당한 자들이었다.
“많이도 당했군.”
수습을 맡은 것은 주교 회악이었다. 그는 서쪽에서 고전을 면치 못했으나 준악이나 소악과 달리 명운과 마주한 일은 없었다.
“소 주교입니다.”
드디어 소악의 시신이 발견된 모양이었다.
“예를 갖추어 수습하라.”
“알겠습니다.”
회악이 죽은 오월교도들의 시신을 수습할 무렵 부교주 서막은 남은 주교와 향주들을 불러 모았다. 그는 단상 아래 위치한 주교가 둘밖에 남지 않은 것을 보고는 미간을 잔뜩 좁혔다.
‘교도들을 지휘해야 하는 주교가 둘밖에 없다니, 이는 진악의 소식이 끊겼을 때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내 탓이다.’
물론, 시신 수습을 위해 본진에서 떠난 주교 회악도 있었다. 그까지 포함한다면 남은 주교는 모두 셋이라 할 수 있었다.
“모두 모였느냐?”
“여섯 당의 향주가 모두 모였습니다.”
서막이 고개를 왼쪽으로 돌렸다. 이곳은 원래 주교 준악의 자리였다. 그러나 그 자리는 비어 있었다. 그의 시선은 자연스럽게 아래쪽을 향했다. 그곳에는 주교 모악이 서 있었다.
“모악.”
“예, 부교주님.”
모악은 특별히 뛰어난 점이 없는 주교였다. 그 때문에 소악이나 준악은 그를 경쟁자로 생각하지 않았다.
“밤새 녀석들이 얼마나 왔느냐?”
사옥찬의 군대가 밤새 진군했는지 물은 것이었다.
“사옥찬은 이곳에서 이십 리 떨어진 곳에서 병력을 멈추고 숙영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하면, 아직도 이십 리 떨어진 곳에 있다는 말이냐?”
“반 시진 전에 온 전서에 따르면 그러하다고 합니다.”
사옥찬이 척후대를 쓴다면, 이쪽은 수많은 교도를 내보내 그의 군대를 감시했다.
“놈들은 기병이니 한 시진도 걸리지 않아 이곳에 당도할 것이다.”
주교 모악이 고개를 살짝 숙이며 그의 말을 받았다.
“오 리마다 감시를 세웠으니, 놈들이 움직인다면 소식이 들어올 것입니다.”
부교주 서막이 짧은 한숨을 내쉬었을 때였다.
타탁.
전령이 황급히 안으로 들어섰다.
“부교주님, 놈들이 출발했습니다!”
너무 급했던 것일까?
그는 예도 갖추지 않은 채 목소리를 높였다.
평소라면 서막의 불호령이 떨어지고도 남았다. 그러나 서막은 탓하지 않고 주교 모악에게 고개를 돌렸다.
“모악! 시간이 없다. 산 아래로 내려가서 놈들을 맞이하라.”
그는 이곳 월신전에서 농성하기보다는 야전을 펼치고자 했다.
“존명!”
모악이 이끄는 이천 교도가 바로 본진을 출발했다. 그가 떠난 뒤 서막이 계속해서 명을 내렸다.
“이악.”
주교 이악은 본래 포교를 맡고 있었다. 그러나 여러 주교가 전사하여 오늘은 군대의 지휘를 맡을 수밖에 없었다.
“예, 부교주님.”
“너는 병력 삼천을 이끌고 모악을 도와라.”
이악이 두 손을 모으며 목소리를 높였다.
“존명!”
주교 모악과 이악이 거느린 병력만 오 천.
서막은 그 정도면 한나절은 적을 막아 낼 수 있으리라 계산했다. 그가 오른손을 크게 휘저으며 외쳤다.
“한 시진 뒤, 본좌도 출발할 것이니, 향주들은 준비에 만전을 기하라!”
단상 아래 향주들이 일제히 두 손을 모았다.
“존명!”
오월교도들은 오늘 싸움에 자신들의 운명이 달려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패하면 모든 것이 끝이다.’
‘우리가 저지른 짓을 관군은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
지면 죽는다.
그들에게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 * *
당오비는 산 아래로 몰려가는 오월교도를 보고는 미간을 좁혔다.
“드디어 출전했군.”
그의 옆에는 제갈연연이 있었다.
두 사람은 지난밤, 무고한 사람들을 추격하는 오월교도를 격퇴한 바 있었다.
“어떻게 될까요?”
“숫자는 오월교가 많지만, 싸움은 사 총병의 특기니까.”
“당 선배는 사 총병이 이기리라 생각하시는군요.”
당오비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쪽이 우리에게도 좋고.”
여기서 오월교가 승리한다면 계산이 복잡해졌다.
“장 대협은 어디 있을까요?”
두 사람은 이무산에 올랐으나 명운을 만나지 못했다.
“어딘가에서 우리처럼 싸움을 구경하고 있지 않겠나?”
“장 대협이요?”
“아닌가?”
제갈연연이 대답했다.
“장 대협은 분명 어딘가에서 오월교도를 방해하고 있을 거예요.”
“그럴 수도 있겠지.”
당오비가 본 명운은 발이 빠른 사내였다. 그는 항상 남들보다 빨리 움직여 상황을 주도했다.
‘이번에도 그럴 수 있을까?’
오늘 싸움은 만 단위의 군대가 맞붙는 전쟁이었다. 이런 전쟁에서 개개인의 무공은 그 영향력이 줄어들 수밖에 없었다.
만에 하나 명운이 다시 한번 큰 영향력을 발휘한다면…….
‘그렇게 된다면 당금 무림에서 그가 제일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제일이라는 것은 무공을 말하는 것이 아니었다.
협객으로서 할 수 있는 것.
쉽게 말해 어떠한 사건을 해결하는 데 명운이 제일이라는 이야기였다.
“매복하네요.”
“길이 좁아지는 길목이라. 지형을 잘 골랐군.”
이무산은 오월교의 본진이었다. 이곳의 지형을 이용하는 것은 그들에게는 손쉬운 일이었다.
“사 총병에게 알려야 하지 않을까요?”
사옥찬에게 경고를 하자는 말.
당오비는 어깨를 으쓱했다.
“이미 늦었어. 그리고 사 총병이라면 저 정도 매복은 꿰뚫어 볼 거야.”
그의 예상대로였다.
잠시 뒤 나타난 선봉대가 매복 지점에서 말을 멈추었다.
“워, 워.”
선두에 선 별장이 창을 들며 목소리를 높였다.
“길이 좁아지는 길목이다. 흩어져서 수색하라!”
그는 전장에서 잔뼈가 굵은 노련한 무인이었기에 매복에 유리한 장소를 꿰뚫어 보았던 것이었다.
“알겠습니다.”
말에서 내린 병사들이 창을 들었을 때였다.
“쏴라!”
짧은 외침과 함께 사방에서 화살이 쏟아졌다.
푹! 푹!
선두에 섰던 병사 몇 명이 화살에 맞아 쓰러졌다.
“으윽.”
아직 말에서 내리지 않은 별장들은 이내 목소리를 높였다.
“매복이다!”
“놈들을 공격하라!”
사옥찬이 자랑하는 철기병들은 길 양쪽으로 흩어지며 화살이 날아온 곳으로 향했다.
“전원 공격!”
당오비는 그 모습을 보고는 어깨를 위로 세웠다.
“오월교가 패를 하나 날렸군.”
제갈연연은 화살을 쏘던 오월교도들이 도망치는 모습을 보며 짧게 한숨을 내쉬었다.
“후우, 병사들이 매복을 간파해서 다행이네요.”
그녀도 당오비와 마찬가지로 사옥찬이 패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여기서 그들이 패하면 앞으로 싸움이 어려워질 테니까.’
사옥찬의 선봉대는 매복을 뚫고 앞으로 진군했다. 오월교의 운명이 걸린 싸움이 시작된 것이었다.
같은 시각.
명운은 당오비와 다른 방향에서 전투를 관전하고 있었다. 그는 오월교의 본진인 월신전에 가까운 곳에 서 있었다.
“오월교가 이쯤에서 끝낼 리가 없다.”
그의 눈에는 달아나는 오월교도들이 어딘가 부자연스럽게 보였다.
“유인책이군.”
전장이 이무산에 가까워질수록 오월교에 유리했다.
“산에 가깝게 끌어들여서 싸움을 크게 열겠다는 건가?”
그의 예상대로 오월교 부교주 서막은 말이 쉬이 움직이지 못하는 산지에서 결판을 낼 생각이었다. 물론 사천총병 사옥찬도 그의 이러한 의도를 꿰뚫어 보고 있었다.
“와아아아아!”
사옥찬의 선봉대가 추격에 추격을 거듭할 때쯤.
월신전에 머물고 있던 서막의 본대가 움직였다.
“진격하라!”
“앞으로 진격하라!”
향주들의 외침과 함께 오천이 넘는 오월교 본대가 산 아래로 내려가기 시작했다.
척. 척. 척.
명운은 그들을 보고는 눈을 가늘게 떴다.
“보이지 않는다.”
타락한 어둠의 백성들.
그가 찾고 있는 것은 바로 강시였다.
오월교는 가장 결정적인 순간에 강시를 투입해 승기를 가져오려 할 게 뻔했다.
“내가 그것을 막아야 한다.”
명운이 이 자리를 고른 이유는 강시와 그것을 움직이는 주술사를 제거하기 위해서였다. 그는 강시가 보이지 않자 기감을 끌어 올렸다.
‘탁기가 짙은 곳에 강시가 있을 것이다.’
그는 강시를 찾아내기 위해 탁기의 흐름을 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