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mon Returner RAW novel - chapter (359)
359화 대격돌 (2)
사옥찬의 대군이 전장에 도착했을 때, 전투는 이미 한창이었다.
“매복한 적을 산 위로 밀어내고 있습니다.”
별장의 보고에 사옥찬이 차갑게 물었다.
“아직도 산에 오르지 못했단 말이냐?”
그의 물음에 별장이 멈칫했다.
“적의 매복이 있어서…….”
“하찮은 파리들에 시선을 빼앗기지 말라. 목표는 놈들의 중군이다.”
사옥찬의 시선은 이무산 삼부 능선에 자리 잡은 서막의 본진에 고정되어 있었다.
‘산으로 올라가는 좁은 길을 틀어막고 수성전을 벌이겠다는 뜻이군.’
좁은 길을 돌파하는 일은 쉽지 않아 보였다.
“장청!”
그의 외침에 총위 한 명이 앞으로 나왔다.
“장군, 하명하십시오!”
총위 장청은 총병이란 직함이 아닌 장군이라는 칭호를 사용했다.
“길을 뚫어라.”
“존명!”
사옥찬의 명이 떨어지자 장청은 이끄는 오백 기병이 좁은 길을 뚫고 앞으로 내달렸다.
두두두두.
그들의 저돌적인 돌진에, 길을 막아선 오월교 창병들이 힘없이 쓸려 나갔다.
“돌격! 돌격이다!”
오월교 부교주 서막은 그 광경을 보고는 피식 웃었다.
“저 좁은 길을 내달리다니, 머리가 딱딱하게 굳은 모양이구나.”
그가 오른손을 들자 바로 옆에 서 있던 향주가 목소리를 높였다.
“절단하라!”
절단.
무엇을 자른단 말인가?
명이 떨어지자 좁은 길 양쪽에 숨에 있던 오월교도들이 나무와 연결된 밧줄을 일제히 잘랐다.
삭. 사삭.
밧줄이 잘려 나가자 반쯤 잘려 있던 나무들이 일제히 좁은 길을 향해 쓰러졌다.
쿠웅! 쿵!
둔탁한 소리와 함께 삼 장 높이의 나무들이 장청이 이끄는 기병을 덮쳤다.
“아악!”
“크헉…….”
비명과 함께 말과 사람이 뒤엉켰다.
“당황하지 마라!”
총위 장청이 목소리를 높였지만, 흥분한 말들을 진정시키기란 어려웠다.
“으윽.”
쿵.
곳곳에서 기병들이 낙마했다.
“이런!”
장청은 얼굴을 굳혔지만, 길이 완전히 막혀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 불가능했다.
“말에서 떨어진 자들은 뒤로 물러나라!”
그는 상황을 어떻게든 수습해 보려고 했지만, 곧이어 복병이 나타났다.
“화살을 쏴라!”
슈슉! 슈슈슉!
사방에서 쏟아진 화살에 병사들이 비명을 내질렀다.
“방패를! 방패를 들어라!”
흑기병은 장창 사용을 위해 작은 가죽 방패만을 사용했기에 사방에서 쏟아진 화살을 막는 것이 힘들었다.
“크윽, 적이 너무 많습니다.”
“총위님! 몸을 숨길 곳이 없습니다.”
진퇴양난의 상황.
여기에 오월교도들의 죽창이 더해졌다.
팍!
사람 키보다 훨씬 긴 창으로 말을 찌르자 남아 있던 기병들마저 낙마했다.
“으으윽.”
총위 장청의 말도 크게 놀라 두 발을 높이 들었다.
히히힝!
장청은 하는 수 없이 말에서 뛰어내렸다.
“이 녀석들!”
그는 창을 꼬나 들고 적진을 향해 돌진했다.
“놈이 온다!”
오월교도 셋이 창을 앞으로 내밀었지만, 그의 창술을 당할 수는 없었다. 그는 허공으로 뛰어오른 뒤 창대를 내려치며 그들 사이에 내려앉았다.
“받으라!”
장청은 압도적인 무위로 그들을 쓸어버렸다.
“커헉!”
핏물과 함께 비명이 흘렀다. 그러자 매복 공격을 지휘하던 향주 하나가 목소리를 높였다.
“겁먹지 마라! 놈은 하나다!”
장청은 달려오는 적을 보고는 창을 휘둘렀다.
파악!
그의 일격에 머리가 깨어진 오월교도가 바닥에 쓰러졌다. 그러나 오월교도들은 파도처럼 밀려들었다.
“놈을 죽이는 자는 백은의 포상을 받을 것이다!”
장청이 분전했지만, 상황은 비관적이었다.
다시 십수 명의 오월교도가 장청을 향해 달려들었다.
“놈을 죽여라!”
장청은 그들을 베고, 찌르고, 쓰러뜨렸다. 하지만 상황은 조금도 나아지지 않았다. 그가 창대를 돌려세우며 침을 내뱉었다.
“퉤!”
그는 미간을 좁혔다.
‘빌어먹을!’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적보다 지형이 큰 문제였다. 그는 이런 지형에서는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 힘들다고 생각했다.
‘선봉대가 지지부진한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단 말인가?’
서막은 총위 장청이 고전하는 것을 보고는 밝은 미소를 지었다.
“혼자 애를 쓰는구나. 하지만 전쟁이란 한 사람의 무위로 어찌할 수 있는 것이 아니지.”
그가 오른손을 들자 앞서 전투를 펼치고 있던 선봉대 좌우로 복병이 일어났다. 이들은 주교 이악의 부대였다.
“와아아아아!”
사방에서 함성이 일자 흑기병이 밀리기 시작했다.
“자, 사옥찬, 어떻게 할 것이냐?”
서막은 사옥찬이 자기 발로 함정에 빠졌다고 생각했다.
‘크크크, 말을 타고 창을 휘두르다 보면 머리 쓰는 것이 귀찮아지는 법이지.’
그는 사옥찬의 군대를 괴멸시키고 사천과 귀주를 지배하고자 했다.
“물러서지 마라!”
선봉대를 지휘하던 장수가 목소리를 높였지만, 한번 무너진 전열은 다시 복구하는 것이 힘들었다.
오월교도들이 곳곳에서 흑기병들을 쓰러뜨렸다.
“죽어랏!”
파악!
피와 비명, 그리고 혼란이 뒤섞였다.
당오비는 그 광경을 보면서 눈살을 찌푸렸다.
“사 총병이 너무 무모했다.”
그는 오월교가 승기를 잡았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바로 그 순간 사옥찬이 움직였다.
“흑기병! 나를 따르라!”
두두두두.
사옥찬이 이끄는 정예병은 좁은 길이 아닌 숲을 뚫고 내달리기 시작했다.
당오비는 그 모습에 눈썹을 위로 세웠다.
“기병으로 숲을 통과한다고?”
하북의 숲과 귀주의 숲은 완전히 달랐다. 이곳 귀주의 숲은 밀림에 가까웠다. 이러한 숲을 기병으로 돌파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었다.
“저것이 가능하다면…….”
오월교의 측면을 잡을 수 있었다.
그러나 밀림과 같은 숲을 뚫고 나아가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많은 말들이 나무뿌리와 튀어나온 돌에 걸려 넘어졌고, 병사들은 나뭇가지와 충돌에 낙마했다.
“크윽.”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 힘듭니다.”
사옥찬은 선두에서 길을 열며 목소리를 높였다.
“나약한 소리를 하는 자는 벨 것이다!”
그는 물러설 생각이 조금도 없어 보였다.
서막은 사옥찬이 자멸의 길로 들어섰다고 평가했다.
“조급하게 공격하니, 일이 풀리지 않을 수밖에.”
시간을 가지고 지형을 숙지한 뒤 공격을 개시했다면, 지금보다는 나았을 터였다.
“물론, 그렇게 했다면 허진이 가만히 있지 않았겠지.”
이곳 귀주는 원래 운남총병 허진의 관할이었다. 사옥찬이 경계를 넘어 오월교를 공격하는 일은 한 마디로 월권이었다.
만에 하나 사정이 있어 경계를 넘었다고 해도, 허진의 허락이나 양해를 얻어야 했다. 하지만 사옥찬은 그럴 사람이 아니었다.
“이쯤에서 쐐기를 박는 것이 좋겠구나!”
서막은 아껴 두었던 회심의 패를 꺼내고자 했다.
“강시를 내보내라!”
옆에 있던 향주가 즉시 고개를 돌렸다.
“신호탄을 발사하라!”
그의 명이 떨어지자 교도들이 신호탄에 불을 붙였다. 음성이나 북소리가 아닌 신호탄으로 명을 전한다는 것은 강시들이 본진에서 제법 떨어져 있다는 뜻이었다.
서막은 하늘 높이 올라간 신호탄을 보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곧 싸움이 끝날 것이다.”
고전하고 있는 흑기병들을 강시가 덮친다면, 여포나 항우가 되살아난다고 해도 군진이 붕괴하는 것을 막을 수 없을 터였다.
잠시 뒤.
사옥찬이 빽빽한 숲을 뚫고 나와 화살을 쏘던 궁병들을 덮쳤다.
“모두 죽여라!”
궁병들은 예상하지 못한 공격에 당황했다.
“놈들이 숲을 뚫고 나왔다!”
“기병으로 이무산의 숲을 뚫는단 말인가?”
피해가 막대했지만, 사옥찬은 끝내 숲과 경사를 뚫어 냈던 것이었다.
“창병은 어디 있는가! 놈들을 막아라!”
서막은 전선에 변화가 일자 얼굴의 미소를 지웠다.
“강시는 어찌 된 것이냐?”
명을 내렸던 향주가 급히 고개를 숙이며 대답했다.
“응답이 없습니다.”
“뭐라고?”
서막의 미간이 깊은 골이 파였다.
‘설마!’
순간 그의 머릿속에 떠오른 두 글자가 있었다.
‘장하!’
단양성의 영웅 장하.
그가 다시 한번 이 싸움에 영향력을 미치고자 하는 것 같았다.
“노오오오옴!”
서막은 주먹을 불끈 쥐었다.
* * *
반 시진 전.
이무산 흑암굴.
흑암굴은 강시를 제조하고 관리하는 동굴이었다. 이곳에서는 수십 명의 술자와 백여 명이 넘는 오월교도가 밤낮으로 강시를 만들고 있었다.
“강시를 밖으로 빼라!”
흑암굴의 책임자는 자암이라는 인물로 그는 주교도 향주도 아닌 사도였다. 사도라는 직위를 받은 자들은 전부 교주 진마의 직속으로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부교주 서막이나 대주교 마막의 지시를 받지 않았다.
“모두 뺍니까?”
“그래 모두 옮겨라!”
이곳 흑암굴에는 무려 삼백 기의 강시가 보관되어 있었다. 술자 중 하나가 곤란하다는 얼굴로 말했다.
“사도님, 이곳에 있는 강시를 모두 빼려면 술자가 부족합니다.”
평범한 술자가 부릴 수 있는 강시의 수는 다섯에서 여섯.
이곳에 모인 술자가 전부 모인다고 해도 백여 기 남짓을 부릴 수 있을 뿐이었다.
“우리는 밖으로 옮기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예?”
“밖에 부교주님이 보낸 수하들이 있다.”
부교주 서막이 보낸 술자들에게 강시를 인도하기만 하면 된다는 이야기였다.
“그렇다면 다행입니다.”
술자들은 자신들이 강시를 이끌고 나가 싸우지 않아도 된다는 말에 표정이 밝아졌다.
“전원 강시를 옮겨라!”
쉬익. 쉬익.
탁기를 내뿜는 강시들이 동굴 밖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한 술자가 강시들을 조종하며 동료에게 말했다.
“지금 밖으로 나가면 햇살에 노출될 텐데, 괜찮을지 모르겠군.”
태양은 강시와 마기의 가장 큰 적이었다. 반대로 어둠은 그들의 가장 큰 아군이었다.
“이무산을 떠나지 않을 테니, 괜찮아.”
멀리 움직이지 않고, 이무산 주변에서 싸우다가 다시 돌아온다면 다소 망가지더라도 복구할 수 있었다.
“이 녀석들을 모두 쓸 날이 있을 줄은 몰랐어.”
쉬익. 쉬익.
백여 구가 넘는 강시가 앞으로 나아가는 모습은 몹시 기괴했다.
“문을 열어라!”
선두의 술자가 목소리를 높이자 동굴 입구에 서 있던 교도들이 도르래를 감기 시작했다.
드륵. 드륵.
밧줄이 밀려 올라갈 때마다 철문이 조금씩 위로 올라갔다.
“햇빛이군.”
강렬한 햇빛은 이곳의 술자들에게도 어색한 것이었다.
“이제 정신들 바짝 차리라고.”
거대한 철문 사이로 빛이 들어오자 강시들이 괴성을 내뿜었다.
끼이이익!
술자들은 동요하는 강시들을 제어하기 위해 애를 먹었다.
“이 녀석들 빛을 처음 보니, 난리도 아니군.”
“날뛰지 않는 것만도 다행이지.”
강시들의 동요가 가라앉을 무렵 철문이 모두 열렸다.
“자, 이제 밖으로 내보내기만 하면 끝이군.”
술자들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을 때였다.
쉬익!
파공성과 함께 뭔가가 안으로 날아왔다.
팍!
밖에서 날아온 물건이 그대로 선두에 선 술자의 가슴에 꽂혔다.
“커헉.”
술자는 답답한 신음과 함께 바닥에 쓰러졌다. 그의 주변에 흩어진 이들은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깨닫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적이다!”
“적의 습격이다!”
그들의 외침이 끝나기 무섭게 잇달아 술자들이 쓰러졌다.
“암기를 피해라!”
“뒤로 물러서!”
술자들이 당황하자 강시들에 대한 지배가 약해졌다.
끼이이이이이이이!
곧 강시들이 기괴한 비명을 내지르며 사방으로 흩어졌다.
“망했구나!”
술자를 제외한 오월교도들은 강시를 피해 달아나기 시작했다. 그들은 제어가 풀린 강시가 어떠한 모습인지 잘 알고 있었다.
‘놈들은 적과 아군을 구분하지 못한다.’
잡히는 것은 모두 파괴하고, 살아 있는 것은 모두 죽인다.
“뒤로 물러나라! 강시를 제어해!”
사도 자암은 혼란을 막으려고 필사적이었다. 하지만 그의 목소리는 곧 끊어지고 말았다.
푹.
그의 복부를 파고든 것은 한 자루의 비수였다.
“이, 이런 일이…….”
자암은 진마의 직속 부하이자 사도였지만, 대단한 무공을 지닌 것은 아니었다. 물론 그의 무공이 지금보다 배 이상 뛰어났다고 해도 날아온 비수를 막을 수는 없었을 것이었다.
투욱.
두 무릎이 꺾이면서 그가 무너졌다.
“사, 사도님!”
자암의 주변에 서 있던 자들은 당황하여 어찌할 줄 몰랐다.
“이 일을 어찌한단 말인가?”
흑암굴의 혼란은 이제 시작이었다.
곳곳에서 강시들이 오월교도를 습격했으며, 술자들은 자신들의 강시를 움직여 다른 강시들의 공격을 막아야만 했다.
파악! 크악! 크르릉!
기괴한 소리가 흑암굴을 가득 채웠다.
흑암굴에 혼란을 초래한 자는 바로 명운이었다. 그는 탁기를 따라 움직였고, 곧 흑암굴 앞에 선 술자들을 발견했다.
이곳의 술자들은 십여 기의 강시들의 호위를 받고 있었는데, 이 정도 숫자는 그에게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는 손쉽게 술자들을 쓰러뜨리고는 흑암굴의 입구를 접수했다. 그러고는 철문 안쪽에 더 짙은 탁기가 모여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생각보다 일이 더 잘되었다.’
오월교도들은 흑암굴이 공격받으리라곤 한 번도 생각한 적이 없는 듯했다.
“아아아악!”
강시에 물린 자가 긴 비명을 내질렀다.
명운은 그들을 베는 대신 안쪽으로 깊이 들어섰다.
‘안에 뭔가가 더 있을 것이다.’
그는 오월교에 강시 이상의 존재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혈강시를 찾아야 한다.’
명운은 혈강시가 깨어나기 전 그것들을 모두 파괴하고자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