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mon Returner RAW novel - chapter (36)
36화 도약 (2)
한 시진 뒤.
명운은 가면을 쓰지 않고 연무장 안으로 들어섰다.
“모두 모였나?”
조광과 호위무사들은 속으로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공자께서 무공을 가르쳐 주신다고?’
‘그게 가능할까?’
‘혹시 무공 기본서를 낭독하거나 하는 것 아니야?’
그들은 믿음보다는 의심 가득한 얼굴로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모두 모였습니다!”
조광이 목소리를 높이자 명운이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부터 그대들에게 무공을 전수하겠다.”
명운은 말을 마친 뒤 손짓으로 경은을 불렀다. 그녀는 쟁반을 하나 들고 있었는데 위에는 다섯 권의 책이 쌓여 있었다.
호위무사들은 그 모습을 보고는 역시나 싶었다.
‘책인가?’
‘결국 책이군.’
‘책벌레가 그럴 줄 알았지.’
‘그래, 이게 가장 현실적이야.’
명운은 가장 먼저 조광에게 책을 내밀었다.
“그대에게는 이것이 가장 필요할 것이다.”
조광은 명운은 건넨 책의 제목을 보고는 깜짝 놀라고 말았다.
“이, 이것은!”
그의 옆에 서 있던 관흠도 곁눈질로 책 제목을 확인하고는 화들짝 놀랐다.
‘화운심공이라니, 월교의 비전이잖아.’
명운이 조광에게 내민 화운심공은 그가 직접 붓으로 쓴 것이었다.
“왜 놀라는가?”
조광이 물었다.
“이것은 오래전에 실전되었다는 월교의 비전 아닙니까?”
명운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화운심공은 실전되지 않았네. 이것을 익히는 자가 극히 적을 뿐이지.”
조광이 책을 받으며 물었다.
“공자님, 제가 이것을 수련해도 되는 것입니까?”
명운이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
“무엇을 두려워하는가?”
“지금은 사라진 월교의 무공이니, 본교에서 금지한 무공이 아닌가 싶어서 말입니다.”
명운이 목소리를 가다듬으며 말했다.
“본교는 그 어떤 무공도 금지한 적이 없다. 무당검법이나 화산검법, 더 나아가서 소림칠십이절기 또한 연마할 수 있다. 하나 그것을 연마하지 않는 이유는 더 뛰어난 본교의 무공이 있기 때문이다.”
천마신교에는 그가 밝힌 이유 말고도 구파일방의 무공을 연마하지 않는 이유가 있었다.
첫째는 정통한 비전을 구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소림사 장경각을 습격한다고 해도 무공서만 얻을 수 있을 뿐, 사람에서 사람으로 전승되는 비전은 결코 얻을 수 없었다.
둘째는 초반 성취가 느리다는 것이었다.
천마신교는 무공의 높낮이에 따라 그 위치가 결정되었다. 초반 성취가 늦은 구파일방의 무공을 연마할 경우 오랜 시간 낮은 직위에 머물러야 했다.
이는 무공 수련은 물론이고, 여러 방면에서 제약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그런 줄은 몰랐습니다.”
명운이 덧붙이듯 말했다.
“조광, 그대가 화운심공으로 내력을 키울 수 있다면, 훌륭한 고수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조광은 두 손을 모았다.
“공자님의 은혜, 절대 잊지 않겠습니다.”
명운은 고개를 두 번 끄덕이고는 관흠에게 향했다.
“관흠.”
관흠은 앞서 조광이 화운심공이라는 비급을 받는 것을 보고는 목소리가 커졌다.
“예, 공자님!”
명운은 빙긋이 미소를 지었다.
“패기가 있군.”
그는 경은에게 넘겨받은 책을 앞으로 내밀었다.
“이 책에 담긴 무공은 남해삼십육검(南海三十六劍)이다. 네 성격과 잘 맞을 것 같아 준비했다.”
남해삼십육검은 화운심공과 같은 비급은 아니었다.
하지만 천마신교에서는 쉬이 구할 수 없는 무공서였다.
관흠은 살짝 실망했지만, 큰 목소리와 함께 책을 받았다.
“감사합니다.”
옆에 서 있던 종영세는 그가 남해삼십육검을 받자 속으로 의문을 제기했다.
‘남해삼십육검은 변초가 많기로 유명한 검법이다. 관흠과 같은 자가 그 변초를 어찌 익힌단 말인가? 공자께서 무공을 몰라 실수를 하신 것 같군.’
그는 남해삼십육검이 관흠이 아닌 자신에게 어울리는 검법이라 생각했다.
“다음은 종영세인가?”
종영세는 어깨를 폈다.
“공자님의 가르침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명운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경은으로부터 받은 책을 내밀었다.
“그대에게 필요한 것은 이것이라 생각한다.”
종영세는 명운이 내민 책의 제목을 보고는 고개를 갸웃했다.
‘천형비도(千形飛刀)? 비도술이 담긴 책인가?’
그는 지금까지 한 번도 비도를 사용해 본 적이 없었다.
“공자님 이것은?”
명운이 답했다.
“그대의 검과 비도는 잘 어울리는 한 쌍이 되리라 생각하네.”
검과 암기를 잘 조합해 싸우라는 뜻이었다.
종영세는 명운의 선물에 살짝 실망했다.
‘비도술이 아니라 내공심법서였다면 더욱 좋았을 것을.’
그는 자신에게 가장 부족한 것이 정심한 내력이라고 생각했다.
남은 것은 하후문과 팽헌충이었다.
“하후문.”
“예, 공자님!”
하후문은 창을 썼기 때문에 무공서를 고르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
하지만 명운은 그에게 적합한 무공서를 찾는 데 성공했다.
“이것은 그대에게 큰 도움을 줄 것이다.”
하후문이 받은 무공서는 건곤화령심법(乾坤化靈心法)이었다.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건곤화령심법은 하단전을 중심으로 한 내공심법이었는데 하체의 기맥과 혈에 그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건곤화령심법을 완성하게 되면, 태산같이 버티며 창을 뻗을 수 있을 것이다.’
명운은 하후문에게 기대가 컸다.
“마지막은 팽헌충인가?”
팽헌충이 자세를 바로 했다.
“가르침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명운은 마지막 남은 책을 그에게 내밀었다.
“이것이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군.”
팽헌충은 명운에게 책을 받은 뒤 눈동자가 흔들렸다.
“공자님…….”
그가 받은 책은 다른 이들과 달랐다.
“뭔가 문제라도 있나?”
팽헌충이 대답했다.
“이것은 도법을 다룬 책이 아닙니까?”
그는 명운이 단단히 착각을 했다고 생각했다.
‘하북팽가하고 내 성을 착각한 모양이군.’
팽헌충은 하북팽가와 같은 팽씨였지만, 조상의 뿌리가 달랐다.
게다가 그가 사용하는 무기는 검이었다.
“검보다 도가 나을 것 같아서 그랬네.”
검보다 도가 낫다.
팽헌충은 인정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공자님께서는 제 검이 아직 배우지 못한 도보다 낫다고 생각하시는 겁니까?”
명운이 팔짱을 끼며 답했다.
“내 머릿속에 팽헌충은 쾌도를 휘두르고 있다네.”
그가 팽헌충에게 도법서를 내민 것은, 그가 알고 있는 팽헌충이 극마도(極魔刀)의 달인이었기 때문이었다.
‘언제 무기를 바꾸었는지 모르겠지만, 내가 알고 있는 백호대주 팽헌충은 대도를 자유자재로 다루는 고수였다.’
팽헌충은 그래도 납득할 수 없다는 얼굴이었다.
명운이 할 수 없다는 듯 말했다.
“계속 의문이 있다면 자네에게 무공을 가르쳐 주는 이에게 물어보도록 하게. 자네에게 어떤 무기가 더 어울릴지 말이야.”
팽헌충은 명운이 여기까지 말하자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알겠습니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그는 생각했다.
‘가면 고수는 공자와 결론이 다를 것이다.’
팽헌충은 자신의 성이 팽씨라 명운이 어설픈 결론을 내렸다고 생각했다.
* * *
“사부님, 오늘 무공서들…… 조금 이상하지 않았을까요?”
명운에게 질문을 던진 것은 경은이었다.
“무엇이 이상하단 말이냐?”
경은은 자신의 생각을 가감 없이 이야기했다.
“관흠과 종영세 그리고 팽헌충에게 보낸 책이 서로 바뀐 것이 아닌가 하고 생각했습니다.”
명운은 화를 내지 않고 물었다.
“어떻게 바뀌었단 말이냐? 네 생각을 듣고 싶구나.”
경은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관흠은 다섯 중 타고난 힘이 가장 세고, 성격 또한 거셉니다. 그에게 어울리는 무기를 꼽자면 단연 대도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관흠이 외모와 성정을 보면, 틀린 말이 아니었다.
명운은 고개를 끄덕였다.
“일리가 없는 말은 아니구나.”
경은이 계속해서 말했다.
“한데 공자님께서는 그런 관흠에게 남해삼십육검을 내리셨습니다.”
“팽헌충에게 돌아간 연풍도법(連風刀法)은 관흠에게 가장 잘 어울린다, 네가 하고 싶은 말은 이것이냐?”
“제 생각은 그렇습니다.”
명운이 물었다.
“그렇다면 남해삼십육검은 누구에게 어울린단 말이냐?”
경은은 여러 차례 생각을 해 보았기 때문에 망설이지 않고 대답할 수 있었다.
“변초에 능한 종영세라고 생각합니다.”
명운은 종영세에게 남해삼십육검이 아닌 천형비도를 내린 바 있었다.
“종영세는 변초에 능하기 때문에 남해삼십육검을 대성할 수 있다는 건가?”
경은은 대답 대신 질문을 던졌다.
“사부님도 그렇게 생각하셨던 것이 아니십니까?”
명운이 책상 위에 책을 펼치며 대답했다.
“난 그 반대로 생각했다.”
경은은 그의 대답에 눈을 동그랗게 떴다.
“반대란 말씀이십니까?”
명운이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서로 잘하는 것만 익히다 보면 배움이 한쪽으로 치우칠 수 있다. 그래서는 고수가 될 수 없다.”
경은은 명운의 말에 깨닫는 것이 있었다.
“오늘 내린 무공서가 자신의 부족한 부분을 돌아보라는 가르침이셨습니까?”
“잘하는 부분을 크게 키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신교의 무공은 생과 사를 가르는 실전 무공이다. 실전에서 자신의 약점을 모른다면, 다음을 기약할 수 없을 것이다.”
경은은 생각했다.
‘내가 알기로 사부님께서는 서숙을 벗어나신 적이 없다. 한데 말을 하는 것을 들으면 백전노장과도 같다. 책만으로 이런 지식을 쌓을 수는 없다.’
그녀는 두 가지 가정을 했다.
첫 번째는 누군가 명운에게 자신의 지식과 경험을 그대로 전수한 것이었다.
이 경우 명운에게는 감춰진 스승이 있어야 했다.
‘사부님께 사부가 있다면 그분은 십장로, 아니면 그에 버금가는 고수일 것이다.’
경은은 교주인 명증이 직접 전수를 하지 않았나 하는 의심까지 했다.
하나 이것은 너무 앞선 생각이었다.
물론 경은의 이러한 생각은 사실에서 크게 벗어난 것은 아니었다.
명운은 십장로와 버금갈 정도였던 환영검제 왕준의 가르침을 받은 고수였다.
어찌 생각하면 경은이 맥을 잘 짚었다고 할 수도 있었다.
‘두 번째는…….’
두 번째는 명운이 모든 것을 타고난 천재라는 것이었다.
천재는 범인의 생각으로는 이해할 수 없으며, 경험하지 않은 것을 경험한 사람보다 더 잘 이해할 수 있었다.
‘사부님이 모든 것을 타고 난 천재라면 대명궁에 피바람이 불 것이다.’
이것은 경은이 아닌 다른 이도 생각할 수 있는 부분이었다.
‘사부님께서 성인이 되실 때까지 지금의 총명함을 유지할 수 있다면, 교주께서는 분명 사부님의 재능을 알아보실 수 있을 것이다.’
그녀는 그렇게 되면 명운이 형들을 밀어내고 소교주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했다.
“궁금증은 다 해소되었느냐?”
경은이 대답했다.
“아직 한 가지가 남았습니다.”
명운이 고개를 옆으로 기울였다.
“말해 보거라.”
“조광과 하후문에게는 평범한 내공서를 내리셨습니다. 그 이유를 듣고 싶습니다.”
명운이 부드러운 목소리로 대답했다.
“조광은 스스로 깨우침을 얻었기 때문에 세세한 가르침이 필요하지 않은 경지에 이르렀다. 그에게 부족한 것은 깨달음을 뒷받침할 수 있는 내력과 경험이겠지. 그래서 화운심공으로 내공을 늘리게 하였다.”
경은이 물었다.
“하후문도 그와 같은 깨달음을 얻었습니까?”
명운이 답했다.
“하후문은 아직 깨달음을 얻은 것 같진 않았다. 하나 천성이 진중하고, 성실하여 수련에 도움이 되는 무공서를 내렸다.”
경은의 질문은 하나에서 끝나지 않았다.
“다른 이들도 최근에는 진중하게 수련을 하고 있습니다. 그들과 하후문에게 차이가 있을까요?”
명운은 제자의 질문에 상세하게 답을 했다.
“종영세와 팽헌충 그리고 관흠의 경우 하후문과 다르다. 그들은 최근 있었던 조광과 백호대의 비무에 자극을 받아 수련에 전념하게 된 것이다.”
그는 타고난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을 구분하고 있었다.
“저는 어떨까요?”
경은은 내심 무공서를 받은 호위무사들이 부러웠다.
명운은 그녀의 질문에 피식하고 웃음을 터트렸다.
“네게는 내가 있지 않느냐?”
자신이 있으니, 무공서는 필요가 없다.
“사부님께서 무공을 가르쳐 주시는 날은 다른 호위들과 같이 열흘에 하루 아닙니까?”
경은은 다른 호위무사들과 자신이 같은 조건에서 배우고 있다고 생각했다.
‘낙산원 총관에 사부님의 시중까지 들고 있으니, 오히려 이쪽이 더 불리하다.’
명운은 그녀와 생각이 달랐다.
“아직 깨닫지 못한 모양이구나.”
그의 한마디에 경은이 멈칫했다.
“…….”
무엇을 깨닫지 못했을까?
자신이 생각하지 못한 것이 무엇일까?
그녀는 자신을 되돌아볼 수밖에 없었다.
짧은 침묵.
그리고 깨달음.
경은은 그 자리에 무릎을 꿇었다.
“제자, 사부님께 사죄드립니다.”
명운은 인자한 미소를 지었다.
“깨달았느냐?”
경은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사부님의 가르침을 이제야 알게 되었습니다.”
그녀가 깨달은 것은 자신의 배움이 다섯 호위와 같지 않다는 것이었다.
명운은 다섯 호위를 가르칠 때 항상 그녀를 통했다.
결국 그녀는 다섯 호위가 배우는 것을 모두 배우고 있었으며, 여기에 하루를 더해 그들이 배우지 못하는 것까지 배우고 있었다.
즉, 그녀는 다섯 호위보다 훨씬 오랜 시간 동안 명운의 가르침을 받고 있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