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mon Returner RAW novel - chapter (363)
363화 대격돌 (6)
절정과 무극의 차이.
과거 명운은 이 차이를 강기의 유무로 보았다.
강기를 만들고 쓸 수 있으면, 무극이고, 그렇지 못한 자는 아직 절정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그는 강기를 사용하는 아버지는 무극이고, 아직 강기를 만들지 못하는 자신은 무극이 아니라 주장했다. 그의 이러한 생각이 바뀌게 된 것은 화산파의 검호, 검선과 만나면서부터였다.
검선은 기를 스스로 응축할 수 있다면 절정이고, 세상에 흩어져 있는 기를 느끼고 그것을 자유자재로 쓸 수 있다면 화경, 즉 무극이라 보았다. 그는 검강과 검기는 결과물이며, 무의 경지는 그 결과물이 아닌 경지 자체를 보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렇다면 진마의 대제자 무막의 경지는 어떠한가?
명운은 이 물음에 이렇게 답할 수 있었다.
‘그는 무극이다.’
무막의 퉁소에 모인 마기의 양은 검기를 만들기 위한 기의 양을 훌쩍 넘어섰다. 그의 퉁소에서 뭔가 발출된다면 그것은 강기일 가능성이 컸다.
‘설령 그것이 강기가 아니라고 해도, 강기에 가까운 것이리라.’
무막의 퉁소에 모인 마기가 주변의 공기를 울렁거리게 하고 있었다. 그러나 명운은 걱정하지 않았다. 그의 검에 모인 기운도 만만치 않았기 때문이다.
‘모두의 원한과 모두의 희망 그리고 산의 기운이 파사에 모였다.’
검신을 은으로 만들었기 때문일까?
파사에서는 푸른빛이 아닌 백광이 쏟아지고 있었다.
‘여기서 끝낸다.’
명운은 그대로 검을 내리그었다.
“사라져라!”
이윽고 거대한 백광이 무막을 향해 쏟아졌다.
“당할쏘냐!”
무막은 통소에 모인 마기를 내뿜으며 백광에 대항했다.
‘이대로 지지 않는다!’
기와 기의 충돌.
이무산 정상 부근에서 일어난 폭발은 일찍이 모두가 경험하지 못한 것이었다.
콰아아아아아아아앙!
폭음은 수백 보 떨어진 흑기병의 귀를 먹먹하게 만들었고, 폭발로 인한 충격파는 주변에 흩어져 있던 강시들을 산 아래로 밀어냈다.
‘이것이 사람의 힘이라고?’
‘믿을 수가 없구나.’
흑기병들은 몸을 바짝 낮추며 미간을 좁혔다.
“총위님, 산 위에서 화약이 폭발한 것이 아닐까요?”
“그런 것 같지는 않구나.”
총위 감병위는 마른침을 삼켰다.
‘이것이 대협 장하의 무공인가?’
그는 장하의 무공이 대장군부의 어떤 무관보다도 뛰어나다고 평했다.
‘만약 그가 반란을 일으킨다면 막아 내는 것이 힘들 것이다.’
뛰어난 무공에 귀주와 사천, 그리고 운남 일대를 아우르는 명성.
만에 하나 장하가 조정에 반기를 든다면 수만을 넘어 수십만에 이르는 백성들이 무기를 들고 그를 따를 것이 분명했다.
‘어쩌면 왕조의 깃발이 바뀔지도 모른다.’
솨아아아아아아!
팔부능선에서 시작된 바람이 아래로 쏟아졌다.
“엎드려라!”
감병위의 외침에 흑기병들이 일제히 몸을 낮췄다.
“크윽.”
거친 바람의 그들의 머리 위를 휩쓸고 지나갔다.
병사들은 바람이 잠잠해질 때까지 고개를 들지 못했다. 이윽고 바람이 잦아들자 별장 한 명이 감병위에게 물었다.
“누가 이긴 것일까요?”
감병위는 짧게 대답했다.
“장 대협이 이겼을 것이다.”
명운은 무막을 쓰러뜨리기 위해 완벽한 위치를 잡았다. 그가 패할 이유는 그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었다.
‘이번에도 가장 큰 공은 그의 것인가?’
두두두둑.
하늘로 치솟았던 돌들이 바닥에 떨어졌다.
명운은 파사를 내리며 미간을 좁혔다.
“끝나지 않은 모양이군.”
무막이 먼지를 털며 몸을 일으켰다. 그의 손에 들려 있던 퉁소는 더 이상 보이지 않았다.
“크크크크, 겨우 이 정도로 끝나리라 생각했느냐?”
그는 쉽진 않았지만, 어떻게든 명운의 일격을 막아 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바로 그 순간 그의 오른쪽 무릎이 꺾였다.
“헉!”
무막은 눈을 깜빡이며 자신의 오른쪽 무릎을 살폈다.
‘관절이 완전히 부러졌다?’
명운의 강기에 직격을 당한 것이 아니었음에도 뼈가 으스러진 것이었다.
‘이럴 수가 있나?’
그가 눈을 크게 떴을 때였다.
쉬익.
파공성과 함께 명운의 검이 날아들었다.
“놈!”
무막은 목소리를 높이며 오른손을 들었다.
수강으로 검강을 막고자 한 것이었다.
쾅!
폭음과 함께 그의 몸이 크게 밀려났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꺾여 있던 오른쪽 다리가 더욱 심하게 뒤틀렸다.
“크으윽.”
극심한 고통과 함께 신음이 흘러나왔다.
명운의 공격은 여기에서 멈추지 않았다.
사실 상대를 쓰러뜨림에 있어 연격은 기본이었다.
쾅! 쾅! 쾅!
파사에서 뿜어져 나온 백광이 쉴 새 없이 그의 몸을 두들겼다.
무막은 호신강기를 펼치고자 했지만, 명운은 그가 마기를 모을 틈을 주지 않았다. 그래서 그는 자신의 몸에 있는 마기만으로 공격을 막아야 했다.
쾅! 쾅!
몇 번의 공격을 막은 것일까?
입에서 절로 신음이 나왔다.
“큭.”
명운은 손에 사정을 두지 않았다.
“네놈들이 죽인 사람들의 원한은 이 정도로 풀리지 않는다!”
이번에는 강렬한 일격이 대각선으로 날아왔다.
‘위험하다!’
막지 못한다면 몸이 어깨에서 허리까지 잘려 나갈 수 있었다.
무막은 급히 두 손을 들었다.
마기가 부족했던 것일까?
콰아아앙!
폭음과 함께 그의 몸이 뒤로 크게 밀려났다.
“크으으윽.”
촤아아아악! 쿠우웅!
그의 몸은 바위와 충돌한 이후 간신히 밀려나는 것을 멈췄다.
“쿨럭.”
무막은 내상을 입은 것인지 붉은 선혈을 토했다.
무공을 배운 뒤로. 아니 사부 진마를 만난 뒤로, 이런 고초는 처음이었다.
도저히 참을 수 없었다.
화가 머리끝까지 쌓였다.
“이, 이, 녀석!”
무막은 몸 안에 쌓아 놓았던 마기를 모두 뿜어내며 두 손을 펼쳤다.
‘가만두지 않겠다!’
콰아아앙!
한차례 폭음이 울렸으나 그것이 전부였다. 무막의 힘은 처음 싸움을 시작했을 때의 반도 채 되지 않았다.
‘내 힘이 고작 이것밖에 안 된다고?’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이러면 이길 수가 없지 않은가?’
패배의 공포에 가슴이 얼어붙었다.
‘강시를, 강시를 움직여야 한다.’
그러나 퉁소가 없었다. 그는 아쉬운 대로 휘파람으로 강시를 움직이고자 했다. 그러나 그 순간 그의 시야에서 명운이 사라졌다. 그가 공후검을 전개한 것이었다.
‘놈이 사라졌다?’
당황한 무막은 고개를 돌렸다.
이것은 큰 실책이었다.
고개를 돌리는 대신 기감을 높여 기의 흐름을 살펴야 했다. 그랬다면 명운의 움직임을 읽을 수 있었을 것이다.
푸욱!
짧은 파열음과 함께 붉은 피가 뿜어져 나왔다.
무막은 명운이 자신의 뒤로 돌아가 검을 뻗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어, 어느 틈에!’
오른손을 돌리고자 했지만, 몸이 움직이지 않았다.
“컥.”
답답한 비명과 함께 피가 뿜어져 나왔다.
‘틀렸구나.’
검이 몸을 관통했으니 살아날 방도가 없었다.
‘단리원의 장하라니, 원통하구나. 내가 이런 이름도 없는 놈에게 죽다니.’
적어도 무림맹주, 그것이 아니라면 구파일방의 장문인쯤은 되어야 격이 맞았다.
“으으윽.”
무막은 두 손으로 자신의 몸을 뚫고 나온 검신을 잡았다.
“내가 그냥 갈 줄 아느냐!”
명운은 얼굴을 굳혔다.
‘놈이 뭔가 하려 하고 있다.’
그는 대주교 마막과 싸웠을 때를 떠올렸다.
‘비장의 한 수가 아직 남아 있는 것인가?’
자신의 몸을 마치 강시처럼 만들고자 하는 것일까?
짙은 마기가 그의 몸을 중심으로 소용돌이치고 있었다.
‘아니다! 이것은 그런 것이 아니야.’
그는 검을 놓고는 급히 뒤로 물러났다.
마기의 대폭발이 일어난 것은 바로 그 순간이었다.
쿠쿠쿠쿠쿠쿵!
둔중한 폭음은 기와 기의 충돌로 발생한 폭음과는 완전히 달랐다.
“크윽.”
명운은 이를 악물었다.
‘뒤로 물러났음에도 이 정도 위력이란 말인가?’
방심한 채 폭발에 말려들었다면, 그도 생사를 장담할 수 없었다.
솨아아아아아!
산사태가 일어난 것처럼 바위가 사방으로 쏟아졌다.
산 아래에서 싸우고 있던 이들 중에는 그 바위에 맞아 쓰러지는 이가 한둘이 아니었다.
“커헉.”
바위에 정통으로 맞은 이는 비명조차 지르지 못하고 그대로 산 아래로 사라졌다. 남은 이들은 연신 목소리를 높였다.
“바, 바위다!”
“바위가 떨어진다! 피해라!”
총위 감병위는 간신히 바위를 피하고는 혀를 내둘렀다.
“마치 천신이 싸우고 있는 것 같구나.”
명운과 무막, 두 사람의 싸움은 지금까지 들어 본 적도 없는 형태로 진행되고 있었다.
“이 정도 싸움이라면 장 대협이 이긴다고 장담할 수 없겠구나.”
그는 앞서 명운이 이기리라 말한 바 있었다. 하지만 싸움의 규모나 형태가 그의 예상을 완전히 벗어나고 있었다.
* * *
투두둑.
진흙으로 만든 인형이 무너지듯 무막의 몸이 무너져 내렸다.
명운은 그가 전신의 마기를 중단전에 모인 뒤, 그것을 응축해 폭발시켰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자폭할 줄이야.”
그는 오월교야말로 마교라는 이름이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우리 신교를 마교라 부르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천마신교는 오월교처럼 독하거나 기괴하지 않았다. 게다가 오월교의 잔혹성은 천마신교와 비교조차 되지 않았다.
그들은 사람을 마치 짐승처럼 다루고 죽였다.
어디 그뿐이던가?
죽은 이의 시신으로 강시를 만들어 다른 이를 죽이게 했다. 그들의 손에 죽은 이는 죽어서도 안식을 얻을 수 없었다.
“죽어 마땅한 자들이다.”
무막은 대단한 무공을 지닌 고수였으나 그는 무막의 죽음에 어떠한 조의도 표하지 않았다.
‘더 일찍 제거하지 못한 것이 한스러울 뿐.’
은검 파사는 어디로 날아갔는지 보이지 않았다.
‘십중팔구 폭발에 휩쓸린 것이겠지.’
그는 파사가 그 쓰임을 다했다고 생각했다.
‘파사 덕분에 혈강시를 상대할 수 있었다.’
양위청의 조언은 한마디로 적절했다.
“대단한 싸움이더군요.”
반쯤 무너진 바위 뒤에서 나타난 것은 당오비였다.
명운은 그에게 시선을 돌렸다.
“지금까지 뒤에서 지켜보기만 한 것입니까?”
당오비가 두 손을 흔들며 답했다.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산 위에 뭔가 변고가 일어난 것 같아 급히 경공을 전개해 달려온 것입니다.”
이 말은 거짓이 아니었다. 그는 원래 월신전에 잡혀 있는 사람들을 구하고자 했다. 그러나 팔부능선에서 잇달아 폭발이 일어나자 명운을 돕기 위해 경공을 전개한 것이었다.
‘이쪽은 좋은 뜻으로 달려온 것이라고.’
명운이 무너져 버린 무막의 시신을 바라보며 말했다.
“싸움은 끝났습니다.”
당오비가 손을 내리며 그의 말을 받았다.
“아직 다 끝난 것은 아닙니다.”
산 아래에는 아직 끝나지 않은 싸움이 남아 있었다.
* * *
“크크크크.”
낮게 웃는 이는 오월교 부교주 서막이었다.
“크윽.”
신음을 내뱉은 이는 사천총병 사옥찬. 그의 몸을 보호하고 있던 갑옷은 반밖에 남아 있지 않았다.
“승부가 난 것 같구나.”
서막은 승리를 선언했지만, 피해가 없는 것이 아니었다. 그는 오른손으로 피가 흘러나오고 있는 옆구리를 부여잡고 있었다.
“쿨럭.”
사옥찬은 대답 대신 피를 토해 냈다. 그의 상태는 심상치 않아 보였다. 그를 지키기 위해 흑기병들이 나서지 않았다면, 진즉 서막의 손에 목숨을 잃었을 것이었다.
“네 놈의 목숨을 끊지 못한 것이 아쉬울 따름이구나.”
사옥찬의 앞에는 수십 명의 흑기병이 창을 든 채 방진을 만들고 서 있었다.
“총병님을 지켜라!”
“절대 물러서지 마라!”
서막은 상처를 입었기에 그들까지 모두 상대할 수는 없었다.
‘여기서는 물러날 수밖에 없다.’
그는 뒤로 물러나며 고개를 팔부능선 쪽으로 돌렸다.
‘사형은 어떻게 되었는지 모르겠구나.’
사옥찬과 싸움이 너무 치열했기에 무막과 명운의 싸움을 신경 쓸 수 없었다.
“지금은 이쪽을 먼저 생각할 때다.”
서막은 경공을 전개해 사옥찬과 거리를 벌렸고, 곧 자신의 중군이 있던 곳까지 몸을 뺄 수 있었다.
탁.
그가 바닥에 내려서자 곳곳에 흩어져 있던 오월교도들이 몰려들었다.
“부교주님!”
“무사하셨군요!”
서막은 몰려든 교도들을 보고는 목소리를 높였다.
“싸움은 어떻게 되었느냐?”
무막의 강시들이 나타난 이후, 오월교는 흑기병을 밀어 붙었다. 하지만 명운이 무막과 싸움을 시작하자 강시들의 움직임이 무뎌지고 말았다.
서막과 같은 이들이 움직임이 무뎌진 강시를 다시 쓰고자 했으나 무막이 강시들을 부릴 때와 같을 수가 없었다.
이후 서막까지 사옥찬과 싸움에 말려들자 강시들은 무용지물이 되고 말았다.
향주 중 한 명이 고개를 숙였다.
“아군은 패퇴하였습니다.”
서막은 그의 대답에 눈살을 찌푸렸다.
“패퇴라고?”
오천이 넘었던 중군은 뿔뿔이 흩어져 그 형체를 알아보기 힘들었다.
“저희가 전부입니다.”
서막을 중심으로 모여든 이들은 천여 명에 불과했다.
“나머지는 어떻게 되었단 말이냐?”
흑기병들이 그들을 모두 죽였을 리 없었다.
“달아났습니다.”
“뭐라고?”
“적의 기병이 사방으로 아군을 분단하자 본대와 떨어진 이들이 먼저 달아나기 시작했습니다.”
서막은 속으로 혀를 찼다.
‘쯧, 약 기운이 떨어졌기 때문에 공포를 느낀 것인가?’
그가 전투 전 오월교도에게 복용시킨 약은 공포와 고통을 잊게 했다. 하지만 그 효과는 한두 시진에 불과했다.
다시 말해 전투가 길어지자 약효가 떨어지면서 공포를 느끼게 된 것이었다.
“모악은 어디 있느냐?”
주교 모악, 그는 적지 않은 수의 군대를 지휘하고 있었다.
“알 수 없습니다.”
두 주교의 선봉대도 지금은 그 형체를 알아보기 힘들었다.
“일이 어렵게 되었구나.”
서막은 이무산으로 사옥찬을 끌어들여 그들을 섬멸하고자 했다. 하나 전황은 그의 바람과 반대로 흘러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