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mon Returner RAW novel - chapter (367)
367화 아직 끝나지 않은 싸움 (3)
귀주성에 널리 퍼져 있는 소수 민족을 이용하자.
명운은 이 계책이 마음에 들었다.
‘마도인들을 움직이지 않고 오월교를 격파할 수 있다면, 그것이 가장 좋다.’
대협 장하의 명성을 유지할 수 있으면서 관군이나 무림맹의 지원을 받지 않는다. 이보다 더 좋은 계책은 없었다.
물론, 소수 민족들과 함께 오월교를 공격하는 것은 넘어야 할 산이 많았다.
“혹시 자네가 알고 있는 소수 민족이 있나?”
마융은 귀주의 거상이었기에 수많은 소수 민족과 거래를 트고 있었다. 그가 손가락 두 개를 펴며 대답했다.
“일단 묘족과 부이족이 있습니다.”
묘족은 조정을 상대로 여러 차례 반란이 일으킨 적이 있을 정도로 강대한 소수민족이었다. 그렇기에 명운도 어느 정도는 알고 있었다.
“흠, 묘족인가?”
그는 미간을 좁혔다.
‘황제에게 반란을 일으킬 정도로 강대한 묘족이라. 아군이 되어 준다면 큰 힘이 되겠지만, 과연 나와 손을 잡으려 할까?’
명운은 앞서 관군과 함께 오월교를 토벌한 바 있었다. 묘족이 보기에 명운은 관군과 같을 수도 있었다.
마융이 이런 명운의 생각을 모른 채 묘족에 관한 설명을 늘어놓았다.
“장강 이남의 묘족 중 절반이 이곳 귀주에 살고 있습니다. 그들과 손을 잡으면 만이 아니라 십만도 능히 모을 수 있을 것입니다. 잘만 된다면 아예 귀주성을 탈환해서 신교의 영토로 삼을 수도 있을…….”
명운이 그의 말을 잘랐다.
“본교의 영토라니, 너무 나갔군.”
마융은 자신이 흥분했다는 것을 깨닫고는 손을 내리며 고개를 숙였다.
“죄, 죄송합니다.”
명운은 그를 더 탓할 생각은 없었다. 중요한 것은 귀주성의 소수 민족들을 어떻게 움직이느냐 하는 것이었다.
‘강대한 힘을 가지고 있는 만큼 다루기가 어려운 상대인가? 그렇다면 묘족은 어려울 수도 있다.’
그는 다음 세력인 부이족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부이족은 어떤가?”
마융은 고개를 들며 두 손을 펼쳤다.
“부이족은 부족 대부분이 귀주에 머물고 있습니다. 그들은 주로 안순현과 동인현, 그리고 준의현에 걸쳐 살고 있지요. 묘족보다는 못하지만, 그들의 세력도 큽니다. 그들과 손을 잡을 수 있다면, 만 명을 모으기는 어렵지 않을 것입니다.”
그는 묘족을 이야기할 때처럼 흥분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명운은 그의 설명을 듣고 난 뒤 고개를 끄덕였다.
“부이족도 제법 세력이 크다는 말이군.”
“그렇습니다.”
명운은 부이족을 이용할 수 있으면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쪽도 쉽진 않을 거야. 그들을 움직이는 일이 쉬웠다면 누군가 이미 그들의 힘을 이용해 일을 벌였을 테니까.’
마융이 그의 눈치를 보며 물었다.
“대협, 대협께서 사람을 많이 모으신다는 것은 알겠습니다. 한데 모은 이들로 무엇을 하려고 하십니까?”
그가 처음 생각했던 것은 대대적인 반란이었다. 그래서 묘족과 손을 잡는 쪽을 추천했던 것이었다.
‘묘족과 힘을 합쳐 반란을 성공시킨다면 귀주성을 손에 넣을 수 있을 텐데 말이야.’
명운이 무미건조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오월교 토벌.”
순간 마융의 눈썹이 위로 곤두섰다.
“예?”
“무엇을 그리 놀라는 것인가?”
대협 장하는 오월교와 싸우면서 그 명성을 천하에 알렸다. 그가 오월교를 토벌하는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
그러나 마융은 오월교를 토벌에서 얻을 이익이 크지 않다고 계산했던 것이었다. 이것은 그의 본질이 상인이기에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그가 급히 두 손을 휘저으며 말했다.
“아, 아닙니다.”
명운은 피식했다.
“두 부족과 모두 만날 것이니, 준비하게.”
“두 부족과 모두 접촉한단 말씀이십니까?”
“왜? 안 될 이유라도 있나?”
마융이 멈칫하며 대답했다.
“그것이……. 최근 두 부족 사이에 문제가 생겨서 두 부족을 함께 움직일 수는 없을 것입니다.”
명운은 그의 대답을 듣고는 담담하게 말했다.
“괜찮네. 어느 쪽이든 한쪽이라도 움직여 주면 되니까.”
“아, 그렇군요.”
마융은 속으로 긴 한숨을 내쉬었다.
‘후……. 한쪽만 움직이면 된다라. 양쪽을 함께 가져가는 일보다는 쉽겠지. 한데 오월교 토벌이라. 설마 우리 상단의 재산을 모두 군자금으로 쓰시려는 것은 아니겠지?’
만약 그것이 사실이라면 그의 상단은 파산할지도 몰랐다.
‘그것만은 어떻게든 막아야 한다.’
마융이 주먹을 무릎 위에 올리며 말했다.
“언제까지 준비하면 되겠습니까?”
“빠르면 빠를수록 좋네.”
명운은 일을 서두를 생각이었다.
‘오월교가 전열을 정비하기 전에 끝을 봐야 한다.’
만 단위의 숫자가 아니라도 적당히 모이면 오월교를 깨뜨릴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수가 아니라 시간이다.’
속전속결.
그는 질풍처럼 오월교를 몰아치고자 했다.
* * *
끼익.
두꺼운 철문이 열리자 숨이 막힐 듯한 마기가 몰려들었다. 마공을 연마하지 않은 자라면 이미 정신을 잃고 말았을 것이다.
오월교 부교주 서막은 마기가 흘러나오고 있는 동굴 안으로 들어섰다.
“서막이냐?”
카랑카랑한 음성.
서막은 두 손을 모은 뒤 한쪽 무릎을 꿇었다.
“제자, 이기지 못하고 돌아왔습니다.”
그가 마주한 자는 오월교 교주 진마였다.
“무막은?”
무막은 그의 대사형이자 진마의 수발을 이어받을 전인이었다.
“그것이…….”
“죽었단 말이냐?”
진마의 목소리에는 감정이 실려 있지 않았다. 그 때문에 서막은 사부가 분노하고 있는지 슬퍼하고 있는지 전혀 알 수가 없었다.
“제자, 사형을 지키지 못했습니다.”
진마의 몸에서 흘러나온 마기가 짙어졌다.
‘사부님께서 분노하고 계신 것인가?’
사부 진마가 손을 쓴다면 그는 촌각도 버틸 수 없었다.
“시신은?”
사형 무막의 시신.
서막은 한기를 느꼈다.
사형을 지키지 못한 것도 모자라 그 시신마저 버리고 혼자 도망쳤기 때문이었다.
“그, 그것은…….”
서막이 제대로 대답하지 못하자 진마의 마기가 일렁거렸다.
‘여기서 죽을 수도 있겠구나.’
그가 두 손에 진기를 모았을 때였다.
진마의 카랑카랑한 목소리가 다시 들려왔다.
“겁을 먹었구나.”
겁.
목소리 때문일까?
아니면 그의 자세?
그것이 아니라면 어둠 속에서 그의 표정을 읽고 있는 것일까?
서막은 미간을 좁혔다.
‘전부 아니다.’
그는 오른손 식지가 떨리고 있는 것을 깨달았다. 진마가 겁을 먹었다고 판단한 것은 그의 이러한 움직임 때문이었다.
서막은 왼손으로 오른손을 잡았다. 그러자 더는 손이 떨리지 않게 되었다.
“제자, 난전에 정신이 팔려 사형의 시신을 지키지 못했습니다.”
진마가 냉소하듯 그의 말을 받았다.
“난전이라? 네 목숨을 지키기 위해서였겠지.”
서막이 살짝 목소리를 높였다.
“오해이십니다. 제자는 사옥찬과 싸우느라 사형의 최후조차 목격하지 못했습니다.”
변명이나 다름없는 말.
그럼에도 진마는 마기를 살짝 거두었다.
“네 그릇이 크지 않다는 것은 이미 알고 있다.”
실망했다는 이야기일까?
아니면 실망할 것이 애초에 없었다는 이야기일까?
진마가 계속해서 말했다.
“네가 무막의 시신을 지켰다면 최고의 강시를 만들 수 있었을 것이다.”
그는 사형인 무막의 죽음을 탓하는 것이 아니라 시신을 가져오지 못한 것을 탓하고 있었다.
서막은 가슴이 무겁게 내려앉았다.
‘아쉬운 것은 강시를 만들 재료였단 말인가?’
사람이 아닌, 아니 사람을 포기한 자다운 한마디였다.
“제자, 그것까지는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넌 항상 그랬지. 세상의 진리를 추구하지 않고, 어설픈 대장 노릇에 만족했지.”
진마에게 세상의 진리란 마공과 그것으로 만들어 낸 강시였다. 오월교란 교단도 사실은 마공과 강시를 연구하기 위한 도구에 지나지 않았다.
진마는 그 도구에 마음이 끌린 서막을 탐탁지 않게 생각하고 있었다.
“죄송합니다.”
이번에도 서막이 할 수 있는 말은 죄송하다는 것뿐이었다.
“어떻게 하겠느냐?”
무엇을 어떻게 한단 말인가?
다시 나가 싸우라는 말인가?
한 줌밖에 남지 않은 교도들로는 도저히 적을 이길 수 없었다.
그래도 싸워야 한다면 싸워야 했다.
여기서 사부에게 죽을 수는 없었으니까.
“제자, 다시 싸워 보겠습니다.”
진마가 낮게 웃었다.
“크크크, 무막도 이기지 못한 상대를 네가 이기겠다고?”
그는 서막의 무공이 무막에게 크게 미치지 못한다고 생각했다.
“…….”
서막은 할 말이 없었다. 그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그저 싸우는 것뿐이었다.
‘무엇을 어찌하란 말인가?’
그가 고개를 숙인 채 잔뜩 미간을 좁혔을 때였다.
진마가 목소리를 높였다.
“서막, 이곳으로 놈들을 유인해라.”
그는 이렇게 말하고 있었다.
이번에는 내가 직접 나서겠다고.
이는 서막에게는 가장 좋은 일이었다.
‘사부가 죽든, 놈들이 죽든, 내게는 나쁠 것이 없다.’
사부가 죽는다면, 그는 오월교들과 함께 깊은 숲속으로 숨어들 것이다. 어둠 속에서 관병이나 무림맹의 손길이 닿지 않는 곳에서 그만의 세상을 만들면 그만이었다.
반대로 사부가 이기고 관군이 패한다면 오월교는 다시 귀주에서 날개를 펼칠 수 있었다.
‘이것이 가장 좋은 일이긴 하다.’
그가 두 손을 모으며 진마의 명을 받았다.
“사부님의 뜻에 따라 놈들을 유인하겠습니다.”
* * *
귀주성의 날씨는 십만대산과 완전히 달랐다. 십만대산은 눈이 내릴 때를 빼면, 건조하고 서늘했다. 그래서 무공을 익히거나 말을 달리기에 좋았다. 천마신교의 초대 교주 명존은 십만대산의 이러한 기후를 두고 무인을 만드는 날씨라 했다.
반면, 귀주성은 습하고 축축했다. 무공을 연마하지 않더라도 쉴 새 없이 땀이 흘렀으며, 여름에는 쉬이 잠이 들 수 없을 정도로 더웠다. 한마디로 무공 연마에는 어울리지 않는 날씨였다. 오월교 고수들은 이런 날씨를 피하고자 깊이 동굴을 파고, 그곳에서 무공을 연마했다.
명운은 오월교가 귀주에 자리를 잡게 된 이유가 이러한 날씨 때문일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탁기를 부르는 날씨다.’
탁기는 공포나 슬픔 같은 부정적인 감정은 물론, 시신이나 동물의 사체가 부패할 때도 대량으로 흘러나왔다. 그 때문에 귀주성에서는 마기의 근원이라 할 수 있는 탁기를 흔히 접할 수 있었다.
‘아침에 비가 왔기에 공기가 더욱 무겁다.’
특히 명운과 같이 기감이 뛰어난 고수에게 이런 날씨는 달갑지 않았다. 자칫 잘못하면 환각이나 이명에 빠질 수 있었다.
“조금만 더 가면 마을이 나올 것입니다. 그러니 힘을 내주십시오.”
선두에 선 이는 귀주의 거상 마융이었다. 명운은 그의 안내를 받아 묘족의 마을을 향하고 있었다.
“난 괜찮네.”
명운의 뒤로는 마융의 수하들이 따르고 있었다. 이들은 상단의 호위와 상인들로 천마신교 교도는 아니었다.
“이런 날씨는 묘족들도 힘들어합니다.”
마융은 명운의 얼굴에 그늘이 진 것이 마음에 걸렸다.
‘장 대협에게 뭔가 안 좋은 일이라도 있는 것인가?’
그는 명운이 탁기의 영향을 받는다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명운은 분위기 전환을 위해서 화제를 바꾸었다.
“족장이 자네와 친분이 있던가?”
그가 묻자 마융이 재빨리 대답했다.
“족장이 아니라 촌장입니다.”
묘족은 수많은 갈래로 나뉘어 있었고, 이들을 통솔할 수 있는 대족장은 존재하지 않았다. 수십 개 마을에는 각각 촌장이 따로 있었다.
“만여 명의 사람이 따르고 있다고 하지 않았던가?”
“그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족장이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만 명의 사람이 따르는 인물이라면 족장이라 칭해도 부족함이 없었다. 하지만 묘족 사람들의 생각은 다른 것 같았다.
“급히 오느라 자세한 이야기는 듣지 못한 것 같은데, 어떤 사람인가?”
“젊고 유능합니다.”
“젊고 유능하다고?”
“장 대협께서도 좋아하실 것입니다.”
명운은 속으로 짧게 한숨을 내쉬었다.
‘후, 젊고 유능한 것은 마냥 좋은 게 아니다.’
유능한 인물은 이쪽의 패를 꿰뚫어 보기 마련이었다.
‘한마디로 쉽게 흔들리지 않는 인물이라는 말이지.’
그런 자를 적당한 말로 구워삶는 것은 불가능했다.
‘이쪽의 명분이 확실하지 않다면 그를 설득하지 못할 것이다.’
명운은 확실한 명분을 강조할 생각이었다.
“저 능선을 넘으면 바로입니다.”
“얼마나 걸릴 것 같은가?”
마융이 어색하게 웃으며 대답했다.
“말씀드렸지 않습니까? 능선만 넘으면 바로입니다.”
일행은 말을 타는 대신 걸어가고 있었기 때문에 속도가 느렸다. 그들이 능선을 넘어 자이촌이라는 묘족 마을에 도착한 것은 바로라는 말이 나온 뒤 한 시진이 지난 다음이었다.
“후……. 도착했군.”
마융이 목에 두른 수건으로 땀을 닦았을 때였다.
“마 형! 왔는가!”
어깨가 떡 벌어진 사내가 달려와 그와 우정을 나누었다.
“잘 있었나?”
“잘 있었지!”
명우는 마융이 묘족과 친분이 깊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거짓말은 아니었군.’
함께 온 상인들도 묘족과 친분이 있는 듯 웃으며 인사를 나누었다.
“이번에는 무슨 물건을 가져왔나?”
“간단한 것뿐이야.”
“그래?”
상인들은 나귀에서 내린 물건을 보여 주며 묘족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사이 마융이 자신과 우정을 나누었던 사내를 명운에게 소개했다.
“장 대협, 사혼이라는 친구입니다.”
명운이 두 손을 모으며 포권을 취했다.
“단리원의 장하라고 합니다.”
사혼은 마주 포권을 취했다.
“사혼이라고 합니다. 단양성의 영웅, 장 대협의 명성은 익히 들어 알고 있습니다.”
대협 장하의 명성은 현성에서 멀리 떨어진 묘족 마을에도 알려진 것 같았다.
‘그것이 아니라면 마융이 먼저 이야기해 두었겠지.’
명운은 그가 자이촌의 촌장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는 촌장이 아니었다. 마융이 사혼을 바라보며 말했다.
“사혼은 촌장인 사린의 동생입니다.”
촌장의 동생.
높지도 낮지 않은 애매한 위치였다.
‘흠, 이 자부터 설득해야 하는 건가?’
그가 속으로 짧게 한숨을 내쉰 순간이었다.
사혼이 포권을 풀며 오른손을 내밀었다.
“가시죠. 형님께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명운은 그가 형을 대신해서 마중을 나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왕은 쉽게 움직이지 않는다는 말이군.’
그는 촌장인 사린이 만만치 않게 느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