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mon Returner RAW novel - chapter (376)
376화 눈과 귀를 얻다 (6)
최종적으로 귀주의 관군과 소수 민족이 집결하는 곳은 양산현으로 결정되었다. 이들이 먹고 마실 군량과 물은 양산현과 인근 현에서 조달하게 될 것이며, 관군의 병력 또한 인근현에 주둔 중인 관군 위주로 편성될 예정이었다.
이 계획만 놓고 보면 명운은 양산현에서 관군과 소수 민족들을 기다리는 것이 좋았다. 하지만 그는 양산현이 아닌 주인산으로 향했다.
주인산은 오월교 삼산 중 이무산과 정악산 중간에 위치한 산으로 이번 정벌에 참여하는 여섯 부족이 흩어져 거주하는 산이었다. 그가 이곳 주안산으로 향한 이유는 정벌에 참여하는 부족들의 안전을 도모하기 위해서였다.
“전사들이 마을을 떠난 사이 오월교가 공격해 오면 마을은 그대로 괴멸될 수밖에 없다는 말씀입니까?”
명운은 마융의 물음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지.”
마융은 그와 주인산에서 합류했다.
“하지만 양산현과 주인산은 이백 리나 떨어져 있습니다. 대군이 출발할 때까지 시간에 맞출 수 있을까요?”
명운이 딱하다는 듯 마융을 바라보았다.
“자네는 장사를 너무 오래 한 모양이군.”
장사를 너무 오래 했다.
마융은 그의 한마디에 멈칫했다.
“그, 그 말씀은…….”
“우리의 본질을 잊지 말라는 말이네.”
그들의 본질은 천마신교 교도였고, 천마신교 교도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무공의 연마였다. 이는 귀주지부 지부장인 마융에게도 같이 적용되는 말이었다.
‘거리를 생각하기 전에 상대의 무위를 먼저 보라는 말이구나.’
절정고수만 되어도 백여 리를 이동하는 데 한 시진이 걸리지 않았다. 하물며 명운과 같은 고수라면 더 말할 것이 없었다.
마융이 고개를 숙이며 그의 말을 받았다.
“제가 생각이 짧았습니다.”
명운이 오른손을 탁자 위에 올리며 말했다.
“이번 일이 끝나면 자네에게 무공을 전수하도록 하지.”
부족한 무공을 채울 수 있도록 무공을 전수해 주겠다.
이는 천마신교에서 흔히 있는 일이 아니었다.
마융은 급히 자리에서 일어나 그에게 큰절을 올렸다.
“대협,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명운은 그의 행동에 살짝 미간을 좁혔다.
“일어나게. 누가 보면 어떻게 하려고 그러나.”
두 사람은 협의를 내세운 대협과 귀주의 거상이었다. 한마디로 이처럼 큰절을 올릴 만한 관계가 아니었다.
마융이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몸을 일으켰다.
“죄송합니다. 너무나 기쁜 나머지 주변을 살피지 못했습니다.”
명운은 그의 말에 짧게 한숨을 내쉬었다.
“후, 자네 말일세. 점점 행동이 가벼워지고 있어.”
“속하, 이번 일을 맡으면서 신이 난 모양입니다.”
천마신교 귀주지부는 그간 별 관심을 받지 못했다. 하나 오월교가 일어나면서 천하의 시선이 귀주에 쏠리게 되었고, 마융의 귀주지부도 덩달아 활기를 띠게 되었다.
“귀주상단은 이번 정벌의 후방 지원을 맡게 될 걸세.”
마융이 진지한 얼굴로 답했다.
“맡겨 주십시오.”
명운은 고개를 끄덕이며 그의 이름을 불렀다.
“마융.”
마융은 그의 호명에 포권을 취했다.
“대협, 하명해 주십시오.”
“양산형으로 가서 관병과 함께 이번 정벌을 준비하라. 연락은 하오문을 통해도 좋고, 관의 역참을 통해도 좋다.”
마융이 고개를 숙이며 명을 받았다.
“존명!”
명운은 마융을 양산현으로 보내 자신을 대신하고자 했다.
같은 시각.
오월교 정벌군에 관한 소식이 역참을 통해 귀주 인근으로 전파되었다. 가장 먼저 파발이 도착한 곳은 운남이었다.
운남총병 허진은 귀주순무가 명운과 함께 오월교를 정벌한다는 소식에 비웃음을 흘렸다.
“하하하, 전쟁의 전자도 모르는 자가 오월교를 정벌한다고? 웃음이 절로 나오는군.”
그의 부장들도 어리석은 일이라고 생각했다.
“오월교는 사 총병에게 중상을 입힐 정도의 난적입니다. 제대로 싸움을 해 보지 못한 현성의 관병이 상대할 수 있는 자들이 아닙니다.”
“그렇습니다. 놈들의 본산을 공격하기 위해서는 만반의 준비가 필요할 것입니다. 어쭙잖은 관병과 오합지졸인 야만인들로는 어림도 없습니다.”
“불필요한 일로 화를 부르니, 이는 문관들의 나쁜 버릇입니다.”
운남총병 허진이 이끄는 본대는 다음 달 출병을 계획하고 있었다. 그는 예정대로 출병을 준비하고자 했다.
“어차피 우리가 나서면 모든 것이 다 정리될 것이다.”
허진은 명운과 관군의 정벌이 실패할 것을 기정사실로 하고 있었다. 부장 중 한 명이 조심스럽게 오른손을 들었다.
“총병님, 그래도 그냥 있는 것보다는 누군가 보내서 상황을 지켜봐야 하지 않을까 합니다.”
허진은 그에게 시선을 돌렸다.
“상황을 지켜보자고?”
“현성의 군대가 패한 위치와 장소, 그리고 상황을 살핀다면, 다음 정벌 시 손해를 줄일 수 있을 것입니다.”
허진은 그의 말을 듣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흠, 그대의 말이 옳다. 오월교가 어떻게 싸우는지 보는 것도 중요하겠지. 그럼 그대가 귀주로 가겠는가?”
의견을 밝힌 부장이 앞으로 나와 두 손을 모았다.
“총병님의 명을 받아 귀주로 향하겠습니다.”
두 시진 뒤, 그가 두 필의 말을 끌고 귀주로 출발했다. 그리고 그 무렵, 사천총병 사옥찬의 관저에도 전령이 도착했다.
“총병께 인사 올립니다.”
사옥찬은 여전히 침상이 누워 있었다.
“무슨 일이냐?”
“귀주에서 보낸 전서가 도착했습니다.”
“운남이 아니라 귀주에서 전서?”
“그렇습니다.”
사옥찬이 누운 채로 물었다.
“누가 보냈느냐?”
“귀주의 별영도감에서 보낸 전서입니다.”
귀주의 별영도감은 귀주성을 지키는 관군이었다.
“흠, 귀주라. 펼쳐보라.”
수하는 전서를 펼친 뒤 그 내용을 읽었다. 내용은 귀주순무와 명운이 손을 잡고 오월교를 토벌하고자 한다는 것이었다.
사옥찬은 전서의 내용을 다 듣고는 짧게 한숨을 내쉬었다.
“숟가락을 걸쳤구나.”
“숟가락이라면…….”
“놈이 내가 다 쓰러뜨려 놓은 나무를 손으로 밀어 넘어뜨리고자 한다는 말이다.”
사옥찬은 운남총병 허진과 달리 명운의 손에서 오월교가 끝장나리라 예상했다.
“최 순무가 머리를 굴렸군요.”
“최 순무가 아니다.”
“하면…….”
사옥찬이 눈을 감으며 말했다.
“장하, 그자다.”
그는 명운이 이번 오월교 토벌의 모든 공을 가져가고자 한다고 생각했다.
무관은 믿기 힘들다는 얼굴로 눈썹을 세웠다.
“장 대협이 말입니까?”
흑기병들은 명운의 전공을 눈으로 보았기 때문에 그에게 반감보다는 경외감을 품고 있었다. 전서를 읽은 무관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사옥찬은 그들과 같지 않았다. 그는 명운의 공과 무공을 인정하면서도 그를 경계했다.
“이 순무가 보낸 장계가 곧 조정에 도착할 것이다. 단양성에서의 공과 이무산, 그리고 이번 정벌까지 더해진다면, 조정에서는 그를 보고자 할 것이다.”
“조정의 부름을 받는다면…….”
“폐하를 직접 마주하게 되겠지.”
일개 협객이 황제를 마주하게 되면 어떠한 일이 일어날지 쉬이 예측할 수 없었다.
“장 대협이 관직을 탐할까요?”
황제의 말은 곧 법이었다. 황제의 마음에 든다면 수십 개의 현성을 담당하는 총병의 자리도 쉬이 얻을 수 있었다.
“관직은 아닐 것이다.”
사옥찬은 생각했다.
‘놈이 노리는 것은 아마도 국사 자리가 아닐까?’
단리원은 엄밀히 말하면 종교 단체라 할 수 있었다. 다시 말해 명운은 단순한 협객이 아닌 불가의 가르침을 따르는 수행자였다.
‘놈이 국사가 된다면 총병 따위는 거들떠보지도 않겠지.’
국사란 황제의 스승이었다.
황제의 스승과 황제의 신하 중 하나인 총병.
어느 쪽의 권위가 더 큰지는 굳이 비교해 보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 * *
황제의 용상에 앉아 있는 것은 당금 천하의 주인 주현민이었다. 그의 좌우로는 문과 무를 대표하는 관리들이 열을 맞춰 서 있었다.
“이 순무의 장계가 올라왔다고?”
병부상서가 두 손을 모으며 답했다.
“단양현령의 장계와 함께 올라왔습니다.”
단양현령은 황제에게 직보할 수 있는 권한이 없었다. 그래서 사천성을 관할하는 사천순무 이계상과 함께 장계를 올린 것이었다.
“무슨 내용이더냐?”
병부상서가 장계를 펼치며 그 내용을 읽었다.
“두 달 전, 사천과 귀주, 그리고 운남 일대에서 오월교라는 사교가 창궐하여 백성들이 큰 고통을 받았습니다. 이에 관군이 진압에 나섰으나 역으로 전세가 어려워져 단양성에서 농성을 하게 되었습니다.”
황제 주현민은 조용히 병부상서의 이야기를 들었다. 병부상서의 이야기가 계속 이어졌다.
“단양성의 관병이 적어 주변 현의 의용병과 협객들의 도움을 받았는데, 그들을 이끈 이가 바로 대협 장하라는 자였습니다. 장하는 불가의 가르침을 받는 단리원 출신인데, 매우 용맹하여 여러 차례 오월교의 공격을 격퇴할 수 있었습니다.”
듣고만 있던 주현민이 드디어 말문을 열었다.
“반란군이 현성을 포위했는데, 총병과 도독은 무엇을 했단 말인가?”
총병은 사천이나 귀주처럼 한 지역을 관할하는 장군이었고, 도독은 셋 또는 넷의 지역을 하나로 묶어 관리하는 사령관이었다.
황제의 물음에 얼굴이 어두워진 것은 대장군 민자충이었다. 그가 앞으로 나서며 고개를 숙였다.
“사천 총병 사옥찬이 구원에 나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주현민은 그의 대답에 고개를 끄덕였다.
“당연히 그래야지.”
그는 시선을 다시 병부상서에게 돌렸다.
“계속하라.”
병부상서가 다시 장계를 읽어 내려갔다.
“단양성에서 어렵게 농성하던 중 사천총병 사옥찬의 군대가 도착하였기에 앞뒤로 적을 공격하여 크게 깨뜨렸습니다. 이 승리로 단양성은 구원을 받았으며, 오월교는 사천에서 패퇴해 귀주로 물러났습니다. 그리고 이 싸움에서 대협 장하가 적장의 목을 베어 가장 큰 공을 세웠습니다.”
주현민은 잇달아 장하라는 이름이 언급되자 고개를 갸웃했다.
“장하라, 그에 대해 아는 이가 있는가?”
병부상서가 장계를 접으며 대답했다.
“서남쪽에서 명성이 자자한 협객이라 합니다. 그는 악을 원수처럼 미워하며, 뛰어난 무공을 지니고 있다고 합니다.”
그의 대답은 민간의 소문을 합한 것에 지나지 않았다. 그럼에도 황제는 그의 대답에 만족했다.
“명성이 대단한 협객이란 말이군. 그대는 그에게 어떠한 상을 내려야 한다고 생각하나?”
논공행상은 황제의 업무 중 하나였다.
“그가 조정의 관리라면 녹봉을 올리고, 봉토를 하사하면 될 것입니다. 하나 그는 협객이니, 그가 속한 대리의 단리원에 봉토를 하사하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소림 무승이 공을 세우면 소림사에 그 공을 돌리듯, 단리원의 제자가 공을 세웠으니, 단리원에 그 공을 돌리자는 말이었다.
“일리가 있는 말이군.”
주현민은 수염을 쓰다듬었다.
예부상서와 호부상서도 각각 병부상서의 의견에 동의했다.
“폐하, 단리원에 상을 내리심이 좋을 것 같습니다.”
“단리원이라면 불가의 가르침을 전하는 곳이니, 상을 내린다고 해도 크게 문제가 없을 것입니다.”
주현민은 시선을 다시 병부상서에게 돌렸다.
“이번 일은 예부와 협의하여 진행하라.”
병부상서가 두 손을 모은 채 허리를 굽혔다.
“분부대로 하겠나이다.”
대장군 민자충을 비롯한 무관들의 얼굴은 좋지 못했다. 그 이유는 단양성을 해방한 사옥찬이 전혀 언급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단양성을 해방한 것은 결국, 사옥찬의 흑기병이 아니었던가?’
‘사옥찬의 공은 아예 없는 것으로 하는군.’
‘병부상서가 문제야.’
하나 그들은 황제에게 사옥찬의 공을 이야기할 수 없었다. 그 이유는 황제가 앞서 총병과 도독의 대처가 늦음을 지적했기 때문이었다.
조정의 회의가 끝난 뒤.
황제는 어화원에서 휴식을 취하고자 했다. 그러나 그는 편히 쉴 수 없었다.
“또 무슨 일인가?”
그가 목소리를 높인 것은 금의위 도독 오순이 안으로 들어와 한쪽 무릎을 꿇었기 때문이었다.
“폐하께 아뢸 말씀이 있습니다.”
주현민은 오른손을 들었다.
“말하라.”
금의위 도독 오순은 조정의 회의에 참석하지 않았기에 그가 언급할 이야기는 회의와 상관없을 가능성이 컸다.
그러나 오순은 예상외의 화제를 입에 올렸다.
“오늘 회의에서 언급된 장하라는 자의 이야기입니다.”
금의위는 황제의 눈이자 채찍이었다. 그 금의위의 장이 대협 장하에 관해 언급한다는 것은 그에게 어떠한 사연이 있다는 뜻이었다.
“장하? 대협이라 하지 않았나?”
“그가 대협인 것은 사실입니다.”
“뭔가 문제가 있나?”
오순이 대답했다.
“그의 명성이 너무 뛰어나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명성이 뛰어나다는 것이 문제다.
황제는 미간을 좁혔다.
“풀어서 말하라.”
줄여 말하지 말고, 알기 쉽게 설명하라는 말이었다.
“예로부터 가장 위험한 난은 민중의 지지를 받는 자가 일으켰습니다. 게다가 그는 단리원이라는 단체에 속해 있습니다. 단리원의 수장이 다른 마음을 먹는다면 그를 이용해 큰일을 일으킬 수도 있습니다.”
황제가 물었다.
“단리원과 장하가 난을 일으킬 것이라는 말인가?”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만, 그들이 난을 일으키면 오월교 같은 자들과는 그 격이 다를 것입니다.”
황제는 눈살을 찌푸렸다.
“아직 일으키지도 않은 난을 핑계로 그의 목을 치자는 말인가?”
“공식적으로 그럴 수는 없을 것입니다.”
“공식적으로 불가능하다면, 비공식적으로 제거하자는 말인가?”
오순이 고개를 숙였다.
“제게 맡겨 주신다면 증거를 남기지 않고 제거하겠습니다.”
황제 주현민은 폭군도, 성군도 아니었다. 그는 오순의 제안에 낮게 한숨을 내쉴 뿐이었다.
“흠, 내키지 않는군.”
오순이 실패한다면 조정의 명망이 땅에 떨어지는 것은 물론, 장하라는 자가 실제로 반란을 일으킬 수도 있었다.
“폐하, 실수 없이 처리하겠습니다.”
오순이 재차 청했으나 황제는 확답을 피했다. 이때 입을 연 것이 태감 중 한 명이 정명이었다. 곁에 서 있던 그가 오순을 돕고 나섰다.
“폐하, 이번에는 오 도독의 말이 옳은 것 같습니다.”
황제의 시선은 자연스럽게 정명을 향했다.
“장하를 제거하자?”
“오두미교의 예가 있지 않습니까? 명성이 높아지고, 따르는 이들이 많아진다면 다른 마음을 품고 있지 않았다고 해도 조정을 따르지 않을 수 있습니다.”
황제는 낮게 신음했다.
“흐으흠.”
두 권신이 잇달아 건의하자 마음이 흔들렸던 것이었다.
‘후환을 제거하기 위해 공을 세운 자를 참하라. 내키지 않는군.’
오순이 한쪽 무릎마저 땅에 꿇으며 목소리를 높였다.
“폐하, 그의 명성이 더욱 커진다면, 때를 놓치고 말 것입니다. 부디 통촉하여 주시옵소서.”
태감 정명도 한마디를 거들었다.
“폐하께서 명을 내려 주신다면 서창이 함께 움직일 것입니다.”
금의위에 서창이 함께한다.
서창은 동창과 비견 될 정도로 강대한 조직이었기에 함께 한다면, 일의 성공 가능성이 비약적으로 올라갈 터였다.
“흐음.”
“통촉하여 주시옵소서!”
오순이 머리를 바닥에 가져가자 황제의 명이 떨어졌다.
“그대의 뜻대로 하라. 다만 실패할 경우 책임도 그대가 지게 될 것이다.”
오순은 머리를 바닥에 댄 채로 목소리를 높였다.
“황은이 망극하옵니다.”
황제 주현민은 앞으로는 포상을, 뒤로는 죽음을 내리는 선택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