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mon Returner RAW novel - chapter (377)
377화 눈과 귀를 얻다 (7)
금의위.
황제의 검은 그림자.
누군가는 그들을 관리들의 천적이라 했으며, 누군가는 탐관오리들을 처벌할 수 있는 유일한 독약이라고도 했다.
사서에는 그들에 관한 악평이 가득했다. 하지만 탐관오리들에게 수탈을 당하는 백성에게는 구원자나 마찬가지였다.
– 금의위? 놈들이 우리에게 주는 것은 없지. 하지만 살이 뒤룩뒤룩 찐 관리 놈들을 잡아간다는 것만으로도 최고라 할 수 있지.
– 금의를 입은 자들을 욕하는 것은 관리들뿐이야. 놈들은 우리에게는 칼을 들이대지 않는다고.
– 놈들마저 없었다면 어땠을까? 탐관오리들이 두 발을 뻗고 잠을 청할 수 있었을 거야.
금의위에 대한 민간의 평은 사서의 기록과 달리 크게 나쁘지 않았다.
도독 오순은 칠 년째 이 금의위의 책임자를 맡고 있었다. 그 기간 중 그가 처벌하거나 탄핵한 관리의 수는 무려 오십 명이 넘었다. 조정의 관리들은 그를 원수처럼 미워했다. 그 덕분에 그는 조정 회의에 참석할 수 없었다.
“귀주로 가야 할 것 같다.”
그의 앞에 선 사내는 푸른 눈에 검붉은 머리카락을 가지고 있었다.
“또 일입니까?”
“이번이 마지막이다.”
오순 앞에 선 사내의 이름은 사마혼, 그의 사마씨는 대진 제국의 후예를 뜻하는 것이 아닌 만족의 사마씨였다.
“정말로 마지막입니까?”
사마혼.
그의 신분이나 정체를 아는 이는 금의위 내에서도 많지 않았다.
“이번 일을 잘 해결하면 부총병 자리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부총병이라면 수십 개 현을 책임지는 총병 바로 아래 직위였다.
“가능하겠습니까?”
사마혼은 상관의 말에 의심을 품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그의 지금 신분은 금의위의 비밀 해결사에 불과했다.
‘토사구팽이 아니라 정말로 부총병 자리를 내어 주겠다는 것인가?’
오순이 팔짱을 끼며 대답했다.
“쉽지 않은 임무이기에 가능할 것이다.”
쉽지 않은 임무.
그 말을 들은 사마혼이 낮게 웃었다.
“후후후, 소림 방장의 목이라도 베어 오라는 것입니까?”
금의위 도독 오순을 상대로 이렇게 웃을 수 있는 사내는 오직 그뿐이었다.
“일의 어려움은 그와 비슷할 것이다.”
“재미있군요.”
구파일방 제자가 그의 대답을 들었으면 미쳤다고 했을 것이다. 하지만 오순은 그가 미치지 않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오순의 실력은 금의위 제일이다.’
도독인 자신조차 사마혼의 상대가 되지 못했다. 대장군부 최강이라 불리는 대장군 민자충도 마찬가지였다.
‘어쩌면 놈은 천하제일일지도 모른다.’
오순은 지금까지 수많은 고수를 접했지만, 사마혼처럼 뛰어난 이는 없었다. 게다가 그의 강함은 뭐라 설명할 방법이 없었다.
사마혼은 유명한 문파 출신도 아니었고, 뛰어난 사부에게 사사 받은 것도 아니었다. 그럼에도 그는 강했다.
‘가끔 생각한다. 놈이 구파일방의 제자가 되었다면 어땠을까 하고.’
그랬다면 그 누구도 막을 수 없는 절대무신이 탄생했을 것이다.
지금까지 오순과 대적한 사람은 모두 죽었고, 단 한 명도 그의 칼날을 피하지 못했다.
“방심하지 마라.”
“방심이라고 하셨습니까?”
오순은 짧게 한숨을 내쉬었다.
“후, 만만치 않은 상대이기에 하는 말이다.”
“누군지 이름이나 들어 보도록 하죠.”
사마혼의 목소리와 눈빛에는 자신감이 넘쳤다.
“단리원의 장하다.”
사마혼은 오순의 대답에 피식하고 웃었다.
“겨우 그런 녀석을 처리하기 위해 절 부른 것입니까?”
“놈에 대한 소문은 들었겠지?”
“사천에서 검 좀 휘둘렀다는 소문 말입니까?”
오순이 고개를 끄덕였다.
“오월교의 고수들을 차례로 쓰러뜨린 녀석이다.”
순간 사마혼이 살기를 일으켰다.
“사교의 오합지졸과 절 비교하지 마십시오!”
오순은 내력을 불러일으켜 그의 살기에 대응했다.
“네가 강하다는 것은 알고 있다. 하나 네가 천하의 모든 무인을 상대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사마혼은 살기를 거두지 않은 채 말했다.
“백이 덤비면 백을 벨 것이고, 천이 덤비면 천을 벨 것입니다!”
오순은 속으로 혀를 찰 수밖에 없었다.
‘녀석이 있을 곳은 금의위가 아니라 전장이다.’
그는 금의위라는 울타리로는 사마혼을 가둘 수 없다고 생각했다.
“놈이 사옥찬 이상이라는 이야기가 있다. 네가 놈을 벨 수 있다면, 능히 부총병 자리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사마혼은 사옥찬이 사천총병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놈을 베면 능력을 인정받을 수 있다는 말씀입니까?”
“그렇다.”
사마혼은 천천히 살기를 거두었다.
“좋습니다. 귀주로 가죠.”
그가 떠난 뒤.
오순은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후우, 이것으로 놈과의 인연도 끝이겠지.”
사마혼이 사납기만 한 해결사였다면, 소리소문없이 제거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러기에는 그의 재능이 아까웠다.
‘놈을 부리는 일은 나보다 민자충이 나을 것이다.’
민자충.
그는 오군도독부를 책임지는 대장군이었다.
* * *
오월교는 마후족 길잡이를 앞세워 정벌에 참여한 부족들을 선제공격했다. 그리고 이 소식은 즉시 명운에게 전달되었다.
“대협! 송왕산에서 급전입니다. 적이 사방에서 모우족을 압박하고 있다고 합니다.”
모우족은 송왕산을 중심으로 차를 대규모로 재배해 경제적으로는 부족함이 없었다. 다만 차 재배에 집중한 나머지 싸울 수 있는 전사의 수가 부족하여 이리저리 치이는 일이 많았다.
“적이라면 오월교인가?”
“그렇습니다.”
명운은 기다렸다는 듯 자리에서 일어났다.
“알겠네. 즉시 출발하지.”
그가 일어서자 이루족 전사들이 따라나섰다.
“저희도 가겠습니다.”
명운은 고개를 흔들었다.
“혼자 가는 것이 빠를 것입니다.”
“대협, 저희와 함께 가면 지름길로 갈 수 있습니다.”
이루족 전사들은 산에서 달리는 것이라면, 결코 무림인들에게 지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명운은 평범한 무림인이 아니었다.
“그럴 수도 있겠지만, 이번에는 혼자 가겠습니다. 여러분은 이곳을 지켜 주십시오.”
명운이 두 손을 모으며 부탁하자 이루족 전사들은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대협께서 그렇게 말씀하신다면 알겠습니다. 이곳에 남겠습니다.”
이루족 전사들은 아쉬움을 삼키며 명운에게 송왕산으로 가는 지름길을 가르쳐 주었다. 그러나 명운에게 사람이 다니는 길은 큰 의미가 없었다.
‘그들의 마음은 고맙지만, 그 길로는 가서는 시간을 맞출 수 없다.’
그는 마을을 나서자마자 지운보를 전개했다.
팍!
한 걸음을 도약했을 뿐인데, 그의 몸은 나무 위를 날고 있었다.
탁! 탁! 타악!
명운은 땅을 밟지 않고 나무와 나무 사이를 밟으며 앞으로 나아갔다. 누군가 그를 보았다면 사람이 아니라 날다람쥐나 새라고 여겼을 것이 분명했다.
‘서두르자! 시간이 없다!’
이곳에서 송왕산까지는 오십 리.
지운보를 처음부터 끝까지 전개한다고 하면 일식경이면 주파할 수 있었다.
문제는 그의 속도나 시간이 아니었다.
급보를 전하고자 달려온 전령.
명운은 그의 속도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경공을 익히지 못한 전령이 산길을 전력으로 달린다고 하면……. 오십 리를 달리는 데 반나절은 걸렸을 것이다.’
다시 말해 오월교의 공격이 반나절 전에 시작되었다는 말이었다.
‘모우족이 오월교를 상대로 반나절을 버틸 수 있을 리 없다.’
쉬익!
바람이 그의 온몸을 타고 흘렀다.
지난 생에서 이와 같은 속도로 달릴 수 있었다면 스스로 놀랐을 것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이 속도로도 부족했다.
‘더 빨리 달려야 해!’
온몸으로 산의 정기를 받아들인 뒤 그 기운을 쏟아 내자 믿을 수 없을 멀리 도약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원하는 시간 안에 닿을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었다.
‘내가 지금 할 수 있는 것은 최대한 빨리 송왕산에 도착하는 것뿐이다!’
일식경 뒤.
명운은 송왕산에 도착했다.
탁.
그는 마을이 내려다보이는 바위 위에 서서 상황을 살폈다.
‘싸움은 끝난 것인가?’
상황은 처참했다. 예상대로 모우족 전사들은 오월교의 맹공을 버티지 못하고 무너져 내렸다.
“끓어라!”
마을을 지키던 모우족의 전사들은 이미 전멸했고, 남은 것은 울부짖는 여자와 어린아이들뿐이었다. 오월교도들은 마을을 샅샅이 수색하여 숨은 이들을 끌어냈다.
밖으로 끌려 나온 아이가 두 손을 싹싹 빌었다.
“사, 살려 주십시오.”
“닥쳐!”
퍽!
둔탁한 소리와 함께한 아이가 바닥에 쓰러졌다.
“너도 이리 와!”
오월교도들은 모우족 사람들을 마치 짐승처럼 다루고 있었다.
곳곳에서 비명과 함께 사람들이 쓰러졌다.
“아악!”
더러는 칼에 맞아 피를 흘리는 사람들도 있었다.
오월교도의 만행은 언제나 참혹했다.
명운은 망설이지 않고 바로 움직였다.
“멈춰라!”
그의 사자후에 오월교도는 물론, 모우족 사람들까지 크게 놀랐다.
“누, 누구냐?”
“어느 놈이냐?”
명운이 사자후를 터트린 것은 조용히 그들을 암살하기보다는 위압감으로 적을 쫓아 버리고자 했기 때문이었다.
‘지금은 모우족 사람들을 구하는 것이 먼저니까.’
그는 바위 위에서 도약한 뒤, 마을 한가운데에 내려섰다. 그리고는 조금 전 칼을 휘두르는 자에게 일격을 날렸다.
쾅!
폭음과 함께 여인을 벤 자가 허공을 날았다.
“커헉.”
오월교도들은 명운의 무공이 범상치 않다는 것을 깨닫고는 한 걸음씩 뒤로 물러났다.
“너, 너는 누구냐?”
명운은 그들의 물음에 답하는 대신 검을 뽑았다.
스르릉.
검갑 밖으로 나온 검신이 주변의 빛을 빨아들였다.
오월교도들은 그의 검은 검신을 보고는 크게 놀랐다.
“거, 검은 검이다!”
“설마 저자가 장하?”
명운은 무막을 상대할 때 현검이 아닌 은검을 사용했다. 하지만 말단의 오월교도들이 그것을 알 리 없었다.
뭔가 있어 보이는 검을 든 협객을 보자 자연스럽게 단양성의 영웅 장하를 떠올렸던 것이었다.
“놈이 장하란 말인가?”
“그렇다면 우리가 이길 수 있는 상대가 아니잖아!”
모우족 사람들은 장하라는 이름이 나오자 그대로 바닥에 엎드렸다.
“장 대협! 살려 주십시오!”
“살려 주십시오!”
명운은 그들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일검을 펼쳤다.
촥!
허공을 격한 채 날아간 검기가 그대로 선두에 서 있던 오월교도들을 갈랐다.
“아악!”
비명과 함께 오월교도들이 바닥에 나뒹굴었다.
“다, 다리가…….”
그들의 뒤에 서 있던 오월교도들은 얼굴이 창백하게 변했다.
“지, 진짜 장하다!”
“우리의 상대가 아니다! 주교님께 가자!”
“모두 도망쳐라!”
오월교도들은 상대가 명운이라는 것을 깨닫고는 사방으로 흩어져 달아나기 시작했다. 명운은 그들을 쫓는 대신 남은 모우족을 살폈다.
그는 검을 거두고는 두 손을 모았다.
“제때 도착하지 못해 죄송합니다.”
모우족 사람들은 처참하게 변한 마을을 보며 고개를 흔들었다.
“대협이 귀주에 오기 전에도 그들은 우리를 괴롭혔습니다.”
명운에게 협조했기 때문에 마을이 공격받은 것이 아니라는 이야기였다.
“그래도 제가 마을의 전사들을 데려가서 피해가 컸던 것 같습니다.”
이것은 사실이었다. 마을의 전사들이 더 많이 남아 있었다면, 이렇게 빨리 마을이 함락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간신히 살아남은 노인이 그의 말을 받았다.
“대협께서 청년들이 정악산으로 가지 않았다면, 대협이 이렇게 와 주시지 않았을 것 아닙니까?”
마을의 전사들이 머물러 있었다면 마을이 함락되는 것은 늦어졌겠지만, 명운이 구원을 오지 않았을 테니 지금보다 더 결과가 나빴을 것이라는 말이었다.
노인의 곁에 서 있던 장년인이 말을 덧붙였다.
“어르신의 말이 옳습니다. 우리의 힘만으로는 놈들을 막아 낼 수 없었을 것입니다. 장 대협께서 와 주신 것만으로도 감사할 뿐입니다.”
명운이 부상당한 이들을 살피고자 할 때였다.
짙은 살기가 북쪽에서 느껴졌다.
‘이것은!’
살아 있는 모든 것에 대한 적의.
그는 이 살기를 알고 있었다.
‘사람이 아닌 강시!’
그것도 아주 강력한 강시.
상대는 십중팔구 혈강시였다.
‘현검으로 강시를 상대할 수 있을까?’
일반 강시라면 술사와 강시를 연결한 선을 베면 끝이었다. 하지만 혈강시는 선이 아닌 다른 무엇으로 연결된 경우가 많았다.
‘술사를 찾는 것이 우선일까?’
명운이 기감을 끌어 올리자 살기에 숨겨진 탁기가 느껴졌다. 탁기의 농도는 그가 지금까지 느껴 본 적이 없는 수준이었다.
‘혈강시가 얼마나 많기에 이렇게 짙은 탁기가 느껴진단 말인가?’
그가 느낀 탁기는 이무산의 동굴에서 느꼈던 탁기보다 더 짙었다.
‘마을 사람들을 대피시켜야 한다.’
명운은 즉시 검을 세웠다.
“적이 옵니다! 다들 마을에서 달아나십시오!”
마을 사람들은 그의 외침에 눈을 크게 떴다.
“적이 몰려온단 말입니까?”
“장 대협! 어느 쪽으로 도망쳐야 합니까?”
명운은 북쪽을 주시한 채 목소리를 높였다.
“시간이 없습니다! 남쪽으로 달아나십시오!”
모우족 사람들은 그가 재차 외치자 서둘러 달아나기 시작했다.
“대협께서 말씀하셨다! 남쪽으로 가자!”
“남쪽으로 가자!”
노인과 여자, 그리고 아이들이 있는 힘을 다해 남쪽으로 도망치기 시작했다.
취이이이익!
북쪽에서 잇달아 기분 나쁜 소리가 들려왔다.
‘온다!’
명운은 정신을 바짝 곤두세웠다.
‘혈강시 수십 기가 한 번에 튀어나올 수도 있다.’
혈강시 수십 기를 이곳에 배치했다면…….
‘이 마을은 날 끌어들이기 위한 함정이었단 말이군.’
모우족 마을을 치기 위해 혈강시 수십 기를 동원했을 리가 없었다. 오월교가 수십 기의 혈강시를 동원했다면 그 목적은 단 하나였다.
취이이이익!
탁기는 살기와 섞여 살아 있는 모든 것에 적대감을 드러냈다. 그리고 그 적의는 살아 있는 것을 공격했다.
파팍! 파파팍!
북쪽의 나뭇가지가 말라비틀어졌다.
‘나뭇가지가 말라비틀어진다고?’
강시가 내뿜고 있는 살기는 지독한 독무나 다름이 없었다.
‘오늘은 쉽지 않은 싸움이 되겠군.’
명운은 송왕산까지 전력으로 달려왔기에 내력 소모가 상당했다. 산의 기운을 끌어모은다고 해도 평소와 같은 힘을 낼 수는 없었다.
‘높게 잡아야 팔 할 정도일 것이다.’
그는 팔 할의 힘으로 수십 기의 혈강시를 상대해야 했다. 쉽게 말해 이무산에서 싸울 때보다 승산이 낮았다.
‘술사는 어디인가?’
살기와 탁기가 너무 짙어서 술사의 위치를 특정할 수 없었다. 술사를 잡지 못하면 수십 기의 혈강시를 일일이 베어야 했다.
‘곤란하군.’
그가 미간을 좁혔을 때였다.
취이이이이이이이익!
긴 소리가 나면서 살기를 내뿜고 있는 존재가 그 모습을 드러냈다.
명운은 괴이한 강시를 보고는 할 말을 잃고 말았다.
“이, 이것은!”
그는 보아선 안 될 것을 보고 말았다고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