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mon Returner RAW novel - chapter (392)
392화 모든 것이 끝나는 곳 (5)
나가를 움직이던 부교주 서막은 빙왕의 등장에 눈살을 찌푸렸다.
‘저 계집은 또 어디서 나타났단 말인가?’
조금이라도 빨리 정벌군을 무너뜨려야 하는 상황에서 빙왕은 큰 장애물이 아닐 수 없었다.
‘그냥 두면 화근이 될 것이다.’
서막은 관병을 밀어붙이던 강시 이십 기를 따로 빼서 그녀를 상대하고자 했다.
‘이것으로 끝을 내겠다.’
위력이 강해질 대로 강해진 강시 이십 기.
그는 이 정도면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남은 것은 관병과 오합지졸들을 쓸어버리는 것뿐이다.’
관병은 거의 무너졌고, 산의 전사들도 그 수가 많이 줄었기 때문에 상대하는 것이 어렵지 않았다. 문제는 그에게 남은 시간이 많지 않다는 것이었다.
‘일식경 안에 전투를 끝내야 한다.’
서막은 대주교 마막 이상의 무위를 지닌 고수였으나 나가가 빼앗아 가는 내력과 생명력은 그조차 감당하기 힘든 것이었다.
우오오오오오오!
나가가 괴성을 내지르자 강시 이십 기가 빙왕을 향해 움직였다.
쉬익! 쉬익!
그들은 마치 경공을 전개하는 고수처럼 움직였다. 그것을 본 조광은 미간을 좁혔다.
“놈들이 옵니다!”
빙왕은 검을 비스듬히 들며 말했다.
“내게 말할 시간이 있으면 자세를 바로잡게!”
조광은 그녀의 지적에 호흡을 가다듬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오른쪽을 맡겠습니다!”
그는 빙왕이 누구인지 묻지 않았다. 중요한 것은 그녀가 그를 구했고, 강시들과 싸우고자 한다는 것이었다.
‘구파일방의 고수인가?’
그녀의 몸에서 풍기는 분위기와 그녀가 보여 준 무공은 대종사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저 괴물들을 쓰러뜨릴 수 있다면 그녀가 누구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조광과 하후문은 이곳으로 오면서 오월교의 만행과 그에 관계된 이야기들을 여럿 들었다.
‘악을 멸하는 일에 정과 사를 따지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겠지.’
조광은 단전에서부터 내력을 불러일으켰다. 명운이 그에게 전해 준 화운심공 덕분에 그의 내공은 큰 진보를 이루었다.
‘간다!’
그는 선두에서 달려오는 강시를 향해 검기를 뻗었다.
슈욱!
강시는 그 검기를 무시하고 그대로 달려들었다.
“우아아아아!”
푹!
검기가 강시의 피부를 관통한 순간 강시의 오른손이 조광을 노렸다.
‘몸이 꿰뚫리는 것은 아무렇지도 않겠지. 하지만 내 검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조광은 마치 고수를 상대하는 것처럼 화려한 허초를 선보인 뒤 강시의 왼쪽으로 움직였다. 그러곤 검에 내력을 불어넣은 뒤 강시의 왼쪽 발목을 내리쳤다.
촤아아악!
날카로운 절삭음과 함께 강시의 발목이 잘려 나갔다.
왼쪽 발을 잃은 강시가 그대로 균형을 잃고 쓰러졌다.
쿠웅!
조광은 그 틈을 놓치지 않고 재빨리 뒤로 돌아가 목을 쳤다.
퍼억!
둔탁한 타격음과 함께 강시의 머리가 바닥에 떨어졌다.
“하나!”
그가 선두의 강시를 쓰러뜨리고 두 번째 목표를 찾는 사이 빙왕은 벌써 두 구의 강시를 쓰러뜨리고는 다음 강시를 쓰러뜨리고 있었다.
‘빠, 빠르다!’
그는 그녀의 움직임에 감탄을 금할 수 없었다.
‘저 정도 무위라면 구파일방에서도 높은 지위를 가지고 있을 것이다.’
조광은 명운과 마찬가지로 생각이 많은 무인이었다. 그는 강시와 싸우면서 그녀의 신분을 추측했다.
‘여자이면서 저렇게 무위가 뛰어난 고수는 많지 않다. 게다가 이곳이 귀주성이라는 것을 생각한다면, 그녀의 신분은 아마도……,’
그가 추측한 그녀의 문파는 이곳 귀주와 가까운 사천성에 위치한 아미파, 그리고 그녀의 직위는 아미파 최고수라고 할 수 있는 장문인이었다.
‘그녀가 바로 아미파의 혜명사태인가?’
물론 변수는 있었다. 혜명사태의 나이는 아무리 적어도 오십 대였고, 그의 앞에서 싸우고 있는 빙왕은 높게 보아도 사십 대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사마 단주 같은 예도 있으니까. 겉모습만으로 그녀의 나이를 단정 지을 수는 없다.’
사마진은 열 살이 아니라 무려 스무 살 이상 어려 보이는 외모를 지니고 있었다. 그녀의 이러한 외모는 그녀가 익히고 있는 내공심법의 특별한 효과 때문이었다.
지지 않는 꽃.
늙지 않는 미녀.
이것은 여인에게 축복이 아닐 수 없었다.
명운은 그녀가 익히고 있는 내공심법과 유사한 내공심법을 제자인 경은에게 전수한 바 있었다.
찌익!
강시의 손톱이 조광의 가슴을 아슬아슬하게 스치고 지나갔다.
‘큭, 다른 생각을 할 때가 아니구나.’
조광은 몸을 비틀어 강시의 연속 공격을 피한 뒤 검을 뻗었다.
팍!
내력이 충만한 검이 강시의 왼팔을 잘라 냈다.
“쿠오오오오!”
강시가 괴성을 내지르며 남은 오른팔을 휘두르자 조광은 허공으로 뛰어올랐다. 그러고는 그대로 강시의 머리를 반으로 잘랐다.
촤악!
머리가 둘로 갈라진 강시는 더 이상 움직이지 못했다.
쿵!
강시가 쓰러지자 조광이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헉, 헉, 헉…….”
겨우 두 마리를 쓰러뜨린 것뿐이었는데, 수백 초식을 펼친 것처럼 힘이 들었다.
‘내가 이렇게 힘들 정도면…….’
그는 방패를 들고 강시를 상대하는 관병과 산의 전사들이 걱정되었다. 그러나 걱정도 잠시 얼굴에 큰 상처가 있는 강시가 그를 향해 달려들었다.
“쿠오오오오!”
조광은 검결을 가다듬은 뒤 벼락같이 앞으로 튀어 나갔다.
파아악!
검과 강시의 손톱이 맞붙자 날카로운 소리가 났다.
타앙!
조광이 세 번째 강시와 싸우는 사이 빙왕은 한 구의 강시를 더 쓰러뜨렸다.
스스슥.
대각선으로 잘려 나간 강시의 머리가 그대로 바닥에 떨어졌다.
투욱.
강시들은 그녀의 움직임을 감당해 내지 못했다. 하지만 그런 그녀도 나가를 향해 나아가진 못하고 있었다.
‘적의 숫자가 너무 많아.’
그녀와 조광이 쓰러뜨린 강시는 그들에게 달려든 강시의 절반도 채 되지 않았다.
‘이런 식이라면 끝이 없겠어.’
부교주 서막은 이십 기의 강시로 그들의 발을 묶은 뒤 관군과 산의 전사들을 정리하고자 했다.
‘빠르게 끝내 주마.’
강시들의 움직임이 더욱 빠르고 강해지자 병사들은 그들의 공격을 감당해 내지 못했다.
“커헉!”
“으으으윽.”
“사, 살려 줘!”
비명과 아우성이 전장을 메웠다.
“물러서지 마라! 방패를 들어라!”
현위 경총이 목이 쉬라고 목소리를 높였지만, 무너지는 방진을 다시 일으켜 세울 수는 없었다.
수십 개에 달했던 방진은 이제 겨우 열두 개가 남아 있을 뿐이었다.
‘살아 있는 자보다 죽거나 도망친 자가 더 많다는 말인가?’
아무래도 여기까지인 것 같았다.
그는 옆에서 악전고투하고 있는 부장을 향해 목청을 높였다.
“내가 죽으면 퇴각해도 좋네!”
부장은 방패로 오월교도의 공격을 막으며 그의 말을 받았다.
“경 대인! 그럴 수는 없습니다!”
“그렇게 하게!”
경총은 목소리를 높인 뒤 방진을 떠나 앞으로 나아갔다.
촤악!
그의 일검에 맞은 오월교 교도가 붉은 피를 흘리며 쓰러졌다.
“다음!”
경총은 있는 힘을 다해 적을 쓰러뜨렸다. 그러나 방진에서 앞으로 뛰쳐나온 순간 그의 운명은 정해져 있었다.
푸욱!
뒤에서 찌른 창이 그의 몸에 박혔다.
“놈!”
경총은 검을 휘둘러 자신을 찌른 창대를 베고자 했다. 그러나 그의 검은 창대에 박혔을 뿐 그것을 잘라 내지 못했다.
“이런!”
부장은 그를 구하고자 했으나 적이 너무 많아 그에게 접근하는 것조차 힘들었다.
“경 대인!”
그가 목소리를 높인 순간 오월교도들이 경총을 향해 달려들었다.
“죽어라!”
왼쪽과 오른쪽에서도 만도와 창이 날아왔다.
팍! 푸욱!
순식간에 세 개의 무기가 그의 몸에 꽂혔다.
“크으윽.”
경총은 신음을 내뱉으며 몸을 부르르 떨었다.
“대인!”
부장이 목소리를 높였지만, 그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붉은 피는 멈추지 않았다.
“퇴각하게.”
이것이 경총이 마지막으로 내뱉은 말이었다.
부장은 방패를 들며 목소리를 높였다.
“퇴각하라! 전부 퇴각하라!”
밀리는 상황에서 퇴각은 진격보다 어려웠다. 그러나 지휘관인 경총이 전사한 상황에서 퇴각 외에는 방법이 없었다.
“퇴각한다!”
“대인의 명이다!”
방진을 이루던 병사들이 흩어지자 산의 병사들이 크게 당황했다.
“관병이 달아난다!”
“뭐라고?”
“관병이 달아나고 있습니다!”
천마신교 귀주지부 지부장 마융은 검을 쥔 채 눈을 감았다.
‘끝내 버티지 못했는가?’
강시와 오월교도의 공격은 그가 생각한 것 이상으로 강력했다.
‘다 저 괴물 때문이다.’
그의 귓가에는 아직도 나가의 울음이 들리고 있었다.
‘장 대협이 있었다면…….’
그랬다면 어떻게든 저 괴물을 쓰러뜨렸을 것이었다. 하지만 전장에서 이와 같은 가정은 무의미한 것이었다.
‘시간이 부족했는가?’
아니면 전서구가 길을 잃고 명운에게 도착하지 못한 것일까?
어쨌든 오월교 정벌군은 무너지고 있었다.
‘이것도 다 천존의 뜻이리라.’
마융은 눈을 뜨고는 적진을 향해 달려들었다. 그 모습은 앞서 현위 경총과 다르지 않았다.
촤악!
붉은 피가 뿌려지면서 앞에 서 있던 오월교도가 쓰러졌다.
“비켜라!”
마융은 용맹하게 싸웠다. 그러나 그도 현위 경총과 마찬가지로 적에게 포위되고 말았다.
“놈을 막아라!”
“포위해라!”
오월교도 십여 명이 그를 사방에서 에워쌌다.
“누구부터 죽고 싶으냐!”
마융이 경총과 다른 것이 하나 있다면 그것은 바로 압도적인 무위였다. 오월교도들은 그를 포위했으나 그의 무공에 겁을 먹어 쉬이 달려들지 못했다.
“너희가 오지 않는다면 내가 가겠다!”
경공을 전개하며 앞으로 나아가자 오월교도들이 일제 무기를 뻗었다.
타앙! 타타탕!
마융은 그 무기들을 쳐 내며 검을 휘둘렀다.
팍!
짧은 소리와 함께 비명이 터져 나왔다.
“으윽!”
마융은 적을 베고, 또 베었다. 그러나 그에게도 한계란 것이 있었다. 서너 명을 연속해서 베었을 때였다.
촥!
그의 옷이 길게 찢어지면서 붉은 피가 튀어 올랐다.
허벅지에 만도를 맞은 것이었다.
“노오옴!
마융은 검을 돌려 자신을 벤 자를 응징했다.
“허헉…….”
만도를 휘둘렀던 사내가 답답한 신음과 함께 바닥에 쓰러졌다.
마융은 피가 묻은 검을 들고는 적을 노려보았다.
“다음은 누구냐?”
오월교도들은 감히 그에게 덤비지 못했다.
콰아아아아앙!
폭음이 들려온 것은 그쯤이었다.
마융은 귓전을 울린 폭음에 미간을 좁혔다.
“시끄러워.”
그가 들은 폭음은 기파의 폭발이나 대포의 폭음이 아닌 천둥소리였다. 그들이 벌판에서 전투를 벌이는 사이 먹구름이 정악산으로 몰려들었던 것이었다.
솨아아아아아아아!
소나기가 모든 이의 머리 위에 떨어졌다.
“시원하니 좋구나.”
마융은 마치 넋이 나간 사람처럼 중얼거렸다. 하지만 그도 더는 앞으로 나아갈 수 없었다. 다리에 맞은 일격이 가볍지 않았던 것이었다.
‘전장에서 숨을 거둔다면 사내답다고 할 수 있겠지.’
평생 상인으로 살겠다고 생각한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어느덧 그의 몸과 마음은 상인의 그것이 되어 버렸다.
“슬슬 끝내자고.”
마융이 검을 빙글 돌렸을 때였다.
향주 한 명이 앞으로 나와 그를 상대하고자 했다.
“다들 물러나라.”
마융은 그의 무위가 낮지 않음을 알 수 있었다.
‘젠장, 제대로 걸렸군.’
그를 상대하고자 나선 향주는 오이세였다.
“우리 언젠가 본 적이 있지 않나?”
마융은 고개를 갸웃했다.
“우리가?”
“인회현에서 보지 않았던가?”
인회현.
오이세는 그곳에서 현위 서윤을 인질 삼아 명운을 막고자 한 적이 있었다. 그러나 그곳에 마융은 없었다.
“무슨 말인지 모르겠군.”
“그때 장하와 있던 사내가 아니던가?”
“내가 장 대협을 모시는 것은 맞지만, 그 자리에는 없었다.”
“그렇군.”
오이세는 당오비와 마융을 착각한 것이었다.
‘장 대협과 싸운 자라면 무공이 약하지 않을 것이다.’
마융은 검을 고쳐 잡았다.
‘첫 일격에 승부를 걸어야 한다.’
부상을 입었기에 길게 싸울 수 없었다.
타탁. 타탁. 타탁.
빗방울이 떨어지는 가운데 오이세가 걸음을 내디뎠다.
“너희 때문에 우리가 고생이 많았어.”
그는 명운과 동료들이 아니었다면 오월교가 진즉 귀주와 사천을 석권했으리라 생각했다.
‘그랬다면 사옥찬도 끝내 버릴 수 있었는데 말이야.’
마융이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
“이번에는 고생 대신 죽음을 건네주지.”
“네가?”
“못할 것 같나?”
오이세는 마융을 비웃었다.
“그 다리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그는 이미 마융이 다쳤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내 검은 아직 살아 있으니까.”
“그래?”
오이세는 말끝을 올린 직후, 빠르게 움직였다.
팍! 파팍!
빗방울이 튀어 오르며 그의 신형이 날았다.
‘왼쪽으로 온다!’
오이세는 노련하게 다친 쪽을 파고들었다.
‘제길!’
마융은 검을 비스듬히 내려 그의 검을 막아 냈다.
탕!
경쾌한 타격음과 함께 서로의 검이 밀려났다.
“제법이구나.”
“너야말로.”
두 사람은 말을 주고받으며 빠르게 검을 휘둘렀다.
공격하는 쪽은 대부분 오이세였고, 반대로 막는 쪽은 마융이었다.
타앙! 타타탕!
산의 전사들은 마융을 돕고자 했지만, 그들에게는 여유가 없었다.
강시들은 구름이 하늘을 가리자 그 힘이 배가 되었다.
“우오오오오오!”
괴성과 함께 강시들이 날뛰었다.
산의 전사들은 도저히 강시들을 막아 낼 수가 없었다.
사악!
살을 베는 소리와 함께 마융의 입에서 비명이 흘러나왔다.
“악!”
그 직후, 마융의 검이 바닥에 떨어졌다.
타악.
마융은 왼손으로 오른손을 감싸 쥐었다.
오이세의 검이 마융의 오른손을 크게 베었던 것이었다.
“잘리진 않았나 보군.”
마융은 미간을 잔뜩 찌푸렸다.
“운이 좋았을 뿐이다.”
오이세가 검을 빙글 돌리며 말했다.
“다음은 그 목이다.”
마융은 죽음을 직감했다.
‘진짜로 끝이군.’
더는 의지할 곳이 없었다.
“후우…….”
긴 한숨.
모든 것이 다 끝났다고 생각한 순간이었다. 한데 바로 그 순간 하늘에서 무신(武神)이 하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