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mon Returner RAW novel - chapter (393)
393화 모든 것이 끝나는 곳 (6)
솨아아아아아!
믿기지 않겠지만, 하늘에서 비처럼 내리는 것은 비가 아닌 검기였다.
팍! 파팍! 파파파팍!
오월교도들의 비명이 빗속을 뚫고 퍼져 나갔다.
마융의 앞에 서 있던 향주 오이세도 하늘에서 쏟아진 검기를 피하지 못했다.
“크으윽.”
그는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붉은 피를 보며 비틀거렸다.
‘이, 이럴 수가 있나?’
어떻게 하늘에서 검기가 쏟아진단 말인가?
터억.
비가 내린 대지에 한쪽 무릎을 꿇었다. 그러고는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보았다.
‘대체 누가?’
하늘에는 아무도 없었다.
‘꿈이라도 꾸는 걸까?’
그는 시선을 왼쪽으로 돌렸다. 그러자 한 사내가 강시들이 서 있는 곳으로 날아가는 것이 보였다. 그는 사내의 얼굴을 기억하고 있었다.
‘장하!’
이제야 모든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는 아주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랬군. 그랬어.”
마융은 그의 눈빛이 흐려지는 것을 보았다.
‘혼이 육신을 떠나고 있다.’
그의 말대로 오이세의 생명이 꺼져 가고 있었다. 머지않아 심장이 멈추게 될 터였다.
타악!
빗줄기를 뚫고 대지에 내려선 이는 명운이었다. 그는 사방에 휘몰아치는 물의 기운을 느끼고 있었다.
‘물의 기운이 이토록 선명하게 느껴진 것은 처음이다.’
현경의 경지를 접한 것만으로도 모든 것이 새롭게 느껴졌다.
“거기 괴물들, 내 말이 들리는가?”
그의 물음에 강시들이 포효했다.
“우오오오오오오오!”
강시를 부리고 있는 부교주 서막은 명운의 등장에 긴 한숨을 내쉬었다.
“하……. 쉽게 끝내긴 힘들겠구나.”
그는 주변의 모든 강시에게 명운을 공격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우오오오오오오!”
강시들은 그의 명령에 화답하듯 포효하며 명운을 향해 달려들었다.
팍! 파파팍!
빗물을 뚫고 강시들이 내달렸다.
명운은 그것을 보고는 두 손을 뻗었다.
“가라!”
사실 허공에서 뿌린 검기는 현검에서 뻗어 나간 것이 아니라 그의 몸에서 뻗어 나간 것이었다. 그가 기합을 내지르자 하늘에서 내리고 있던 빗줄기가 일제히 강시들을 향해 뻗어 나갔다.
마융은 그 광경을 보고는 감탄을 금할 수 없었다.
‘빗줄기 하나하나가 검격이 되어 뻗어 나가는구나.’
그 누가 이와 같은 무공을 펼칠 수 있을까?
누군가 그에게 천하제일을 물어본다면 그는 주저하지 않고 장하라 대답하고자 했다.
푹! 푹! 푸푸푸푹!
빗줄기들은 순식간에 강시들의 몸을 벌집으로 만들어 버렸다.
“우오오오오!”
두 다리가 멀쩡한 강시들조차 몸이 찢겨나가 제대로 걸을 수가 없었다. 팔과 다리를 잃은 강시들은 말할 것도 없었다.
“강시들이 무너진다.”
처음 공격에서 살아남은 오월교도들은 명운의 무공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
“대체 저자는 누구냐?”
누군가 명운을 바라보며 외쳤다.
“장하다! 진짜 장하가 나타났다!”
대협 장하.
이 이름은 오월교도에게 사신과 같은 것이었다.
“장하라고?”
“그럼, 지금까지 우리와 싸웠던 것은 가짜란 말인가?”
명운은 두 다리로 대지와 물의 기운을 움직였다.
‘물이여! 일어나라!’
그의 마음속 외침에 땅을 적시고 있던 물방울들이 고슴도치의 가시처럼 일어났다.
파파파파파파팍!
물방울은 날카로운 창이 되어 강시들의 몸을 꿰뚫었다. 그의 이 일격에 수십 구의 강시들이 무력화되었다.
빙왕은 그 모습을 보고는 감탄사를 금할 수 없었다.
“이럴 수가! 목을 베지 않고도 강시들을 괴멸시키다니!”
조광과 하후문 또한 명운의 신공을 보고는 눈을 크게 떴다.
“이러한 경지는 들어 본 적도 없다.”
“정말로 공자님이 맞는 것인가?”
그들이 알고 있던 명운과 지금의 명운이 다른 사람처럼 느껴졌다.
“크크크크, 대단하구나.”
낮게 웃은 이는 오월교 부교주 서막이었다. 그는 믿기지 않는 무공에 당황하기보다는 찬사를 보냈다.
“네가 진짜 괴물이로구나.”
어째서 저런 괴물이 그와 같은 시대에 등장했단 말인가?
“저 정도라면 사부님도 이길 수 없을 것이다.”
그의 사부 진마도 명운과 같지는 않을 터였다.
“어쩌면 우리가 저자를 부른 것일지도 모르지.”
오월교가 일어나지 않았다면 단리원의 장하도 세상에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음?”
이상함을 느끼고 손을 뻗자 코에서 흘러나온 피가 만져졌다.
“내가 코피라고?”
그의 콧구멍에서 검붉은 피가 쉴새 없이 흘러나왔다.
‘위험하구나.’
계속 나가를 움직였다가는 이 자리에서 생명력이 고갈될지도 몰랐다.
‘여기서 연결을 끊어야 한다.’
서막은 나가와 연결을 끊고자 했다. 그런데 그것이 잘되지 않았다.
‘이것은!’
연결이 끊어지지 않았다.
마치 쇠사슬로 연결된 것처럼 그는 나가와 연결을 끊을 수가 없었다.
‘설마…….’
등골이 서늘해진 순간 카랑카랑한 전음이 들려왔다.
– 놈을 쓰러뜨린다면 나가와 연결을 끊어 주마.
사부 진마의 전음이었다.
서막은 사부의 전음을 듣고는 눈썹이 곤두섰다.
“사, 사부님!”
나가를 만든 것은 그의 사부 진마였다.
연결을 끊는 것도, 끊지 못하게 하는 것도 모두 그의 뜻대로였다.
– 이기면 살 수 있다.
아주 단순한 논리였지만, 서막은 그 말조차 믿을 수가 없었다. 그는 누구보다 사부 진마를 잘 알고 있었다.
‘애초에 연결을 끊을 수 없게 만든 것일지도 모른다.’
나가란 괴물이 술사의 생명력을 모두 빼앗을 때까지 멈추지 않는 괴물이라면, 명운을 이긴다고 해도 목숨을 구할 수 없었다.
그가 눈썹을 세우며 물었다.
“진심입니까?”
– 너는 나의 하나밖에 없는 제자다.
인간을 포기한 자의 말을 믿을 수 있을까?
‘선택의 여지가 없는 것인가?’
사부를 의심한다고 해도 그가 선택할 수 있는 길은 없었다. 지금도 나가는 그의 생명력을 빼앗아 가고 있었다.
툭.
떨리던 손이 갑작스럽게 아래로 내려갔다.
‘벌써 이렇게까지…….’
서막이 미간을 좁히며 말했다.
“사부님, 하나밖에 없는 제자를 속이시다니, 너무하시는군요.”
– 속였다고?
“제 목숨은 이미 없는 것이나 다름이 없지 않습니까?”
그의 물음에 진마의 목소리가 날카로워졌다.
– 무슨 말을 하는 것이냐?
서막은 지금 당장 나가와 연결을 끊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사부님께서 당장 나가와 연결을 끊어 주시지 않는다면, 제자는 이 자리에서 자결하겠습니다.”
그가 죽으면 나가와 연결된 술사가 사라지니, 나가는 자연스럽게 움직임을 멈추게 될 것이다.
‘사부는 나보다 나가를 중시하니, 나가를 가지고 위협하면 목숨을 구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머리 회전이 빠른 서막다운 계책이었다.
그의 계책이 효과가 있는 것일까?
진마의 목소리가 살짝 낮아졌다.
– 그게 무슨 소리냐? 자결하다니?
서막은 자신의 계책이 먹혔다고 생각했다.
‘역시 사부에게 중요한 것은 내가 아니라 나가구나.’
진마는 인간을 버린 이후로 오월교나 제자들은 어떻게 되든 상관이 없었다. 그는 자신의 작품과 인외마공을 중시할 뿐이었다.
“제게 놈을 쓰러뜨릴 여유 따위는 없다는 이야기입니다. 지금 나가를 뒤로 물릴 터이니, 사부님께서는 연결을 끊어 주십시오.”
자신과 나가.
둘 다 살릴 방법은 이것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이 위협이 통한다면 좋겠는데 말이야.’
그러나 상대는 인간을 버린 자였다.
진마가 갑자기 태도를 바꾸며 그를 비웃었다.
– 크크크크, 서막이여, 어리석구나.
서막은 단순한 공갈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 주려는 듯 오른손을 들어 가슴을 겨누고자 했다. 그러나 그의 오른손이 움직이지 않았다.
‘모, 몸이 움직이지 않는다.’
당황한 그에게 진마가 전음을 보냈다.
– 너는 이미 스스로 죽을 수도 없는 몸이다. 놈을 쓰러뜨려라. 그러면 조금의 가능성이라도 생길 것이다.
진마의 마기가 나가의 지배력이 이미 그의 몸을 차지하고 있었다.
서막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
“사부님! 제가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면 어쩌시겠습니까?”
그러나 진마는 그의 협박이 통할 상대가 아니었다.
– 크크크, 아직도 네 의지대로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느냐?
“절 겁박하셔도 소용없습니다. 나가를 움직일 수 있는 것은 저뿐입니다.”
자신의 몸은 빼앗아도 의식은 빼앗을 수 없다는 말.
– 내 기대가 너무 컸구나.
진마의 전음이 끊기자마자 검은 마기가 서막의 몸을 덮기 시작했다. 서막은 눈을 크게 떴다.
‘이, 이것은!’
흑운마진(黑雲魔塵).
검은 구름과 같은 마기의 구름으로 사람의 혼을 빼앗는 마공.
서막은 흑운마진의 존재를 알고 있는 몇 안 되는 이 중 하나였다.
‘제기랄!’
그가 속으로 욕을 내뱉었지만, 마기는 이미 그의 몸에 깊이 침투하고 있었다.
“으으으윽.”
서막은 있는 힘을 다해 움직이고자 했지만, 그의 몸은 이미 그의 것이 아니었다. 잠시 뒤 진마의 마기가 서막의 몸을 완전히 뒤덮었다.
* * *
“쿠오오오오오오오!”
나가의 성난 포효는 지금까지 들어 본 적이 없는 괴성이었다.
“으으윽.”
오월교도와 관병, 그리고 산의 전사들까지 이 괴성에 고통을 호소했다.
“머리가, 머리가 깨질 것 같아!”
“누가 좀 구해 줘.”
대부분이 바닥에 쓰러진 채 고통을 호소했다.
나가는 아수라와 반대 성향을 가지고 있는 괴물이었다. 아수라가 힘과 강인한 육체를 자랑한다면, 나가는 상대의 정신을 붕괴시키고, 수많은 강시를 지배하는 지배력을 가진 강시였다.
뛰어난 내공을 지닌 빙왕조차 나가의 외침에 속이 울렁거렸다.
“큭.”
그녀는 운기행공을 통해 나가의 힘에서 벗어나고자 했다.
‘내가 이 정도라면…….’
조광과 하후문 같은 고수조차 버티는 것이 고작이었다. 마융과 같은 이는 이미 두 손으로 땅을 찍고 있었다.
‘오월교는 대체 무엇을 만든 것인가?’
진마와 그의 제자들이 만들어 낸 괴물은 그녀의 상상을 아득히 초월했다.
“쿠오오오오오오!”
쿠웅!
나가가 앞으로 발을 내딛자 사람들의 고통이 더욱 커졌다.
“대, 대협, 살려 주십시오!”
“머리가, 머리가 너무 아픕니다.”
나가의 포효에 영향을 받지 않는 것은 오직 명운뿐이었다. 그는 빗속을 뚫고 앞으로 나아갔다.
‘저 괴물을 쓰러뜨리지 못한다면 이 싸움을 끝낼 수 없을 것이다.’
그가 경공을 전개하자 남아 있던 강시들이 모두 그를 향해 날아들었다. 명운은 강시들을 보고는 가볍게 고개를 흔들었다.
‘노력은 가상하지만, 날 따라잡을 수는 없다.’
나가의 포효로 속도와 힘 모두 강해진 강시들이었다. 하지만 현경의 경지에 올라선 명운의 속도를 따라잡는 것은 불가능했다.
쉬이이이익!
빗방울이 사방으로 튀어 오른 순간 명운이 나가의 앞에 떨어졌다.
파악!
나가는 명운을 바라보며 더욱 큰 목소리로 포효했다.
“쿠오오오오오오오!”
명운은 나가의 포효에서 발생한 힘이 한곳으로 모이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음공이군!’
그랬다.
나가가 가진 힘의 근원은 바로 음공이었다. 나가란 괴물은 음공의 범위와 파문, 그리고 깊이를 마음대로 조절할 수 있었다.
콰앙!
폭음과 함께 명운이 서 있던 자리가 움푹 파였다.
음공만으로 땅을 짓누르는 것은 중원 제일의 음공을 지닌 청해신녀도 불가능한 일이었다.
‘대단한 위력이지만, 내게는 통하지 않는다.’
명운이 손을 뻗자 하늘에서 내리던 빗줄기가 일제히 비수가 되어 나가를 향해 쏟아졌다.
슈슈슈슈슈슉!
수백의 빗방울에 꿰뚫린다면, 나가는 앞서 쓰러진 강시들의 뒤를 따르게 될 터였다. 그러나 나가는 나가였다.
“쿠오오오오!”
나가는 포효만으로 날아오던 빗방울을 무력화했다.
명운은 그것을 보고는 미간을 좁히지 않을 수 없었다.
‘소리로 물방울을 흔들어서 내 힘을 와해했다!’
그는 왼쪽으로 빠르게 움직이면서 오른손을 뻗었다.
쉬익!
이번에는 수강에 가까운 수기였다.
쾅!
폭음과 함께 빗방울이 사방으로 흩어졌다.
명운은 수기가 막힌 것을 확인하고는 혀를 찼다.
“쯧, 호신강기로 보호되고 있단 말이군.”
나가의 방어는 예상보다 강했다.
“쿠오오오오!”
나가가 그의 공격을 막아 내는 사이 뒤처졌던 강시들이 도착했다.
“우오오오오오오!”
수십 구의 강시에 일제히 명운을 향해 달려들었다.
쉬익! 쉬이익!
명운은 두 손을 모은 뒤 주변의 기를 받아들였다. 그리고는 강시들이 최대한 끌어들인 뒤 두 손을 좌우로 펼쳤다.
“파문(波紋)!”
그의 몸에서 파도가 치듯 물방울과 진기가 뻗어 나갔다. 그리고 그 물방울과 진기들은 강시들의 몸을 사정없이 꿰뚫었다.
팍! 파파파파팍! 파파파파파팍!
온몸이 벌집이 된 강시들이 일제히 빗물 위에 쓰러졌다.
첨벙, 첨벙. 철퍼덕.
그를 향해 달려들던 강시들은 전멸에 가까운 타격을 받았다.
“저것이 바로 현경의 경지?”
빙왕은 명운의 보여 준 신기에 감탄을 금할 수 없었다.
반대로 진마는 명운의 무공에 미간을 좁혔다.
“인간에 불과한 자가 어찌 저런 힘을 쓸 수 있단 말인가?”
명운을 향해 달려든 강시들은 하나하나가 혈강시와 맞먹는 위력을 지니고 있었다. 그러나 명운의 신공 앞에서는 무력할 뿐이었다.
“강시들을 쓰러뜨렸다고 좋아하긴 이르다. 나가의 진짜 힘은 아직 다 발휘된 것이 아니니까.”
진마는 나가의 진정한 힘을 발휘하면 명운을 충분히 쓰러뜨릴 수 있다고 생각했다.
“가라! 가서 놈을 쓰러뜨려라!”
그의 명령에 나가가 앞으로 나아갔다.
“쿠오오오오오오오!”
명운은 나가의 음공에 미간을 좁혔다.
‘지금까지와는 뭔가 다르다!’
그는 순간적으로 가속해서 나가의 음공을 흘려 냈다. 그러자 그가 서 있던 곳에 거대한 구덩이 셋이 파였다.
쾅! 쾅! 쾅!
하나가 아니라 셋.
구덩이 숫자가 달라진 이유는 나가의 머리 셋이 일제히 음공을 펼쳤기 때문이었다.
빙왕은 그 광경을 보고는 주먹을 꾹 쥐었다.
‘지금까지 저 괴물은 가운데 머리만이 포효했을 뿐이었다.’
하나의 머리가 아닌 세 개의 머리가 전부 포효한다면, 그 위력은 세 배로 강해질 수밖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