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mon Returner RAW novel - chapter (394)
394화 모든 것이 끝나는 곳 (7)
세 개의 머리에서 쏘아 대는 음공.
쾅! 쾅! 쾅!
폭음과 함께 바위가 부서지고, 땅이 파였다.
빙왕은 그 모습을 보며 생각했다.
‘교주님이 아니었다면 진즉 음공에 직격당해 쓰러졌을 것이다.’
명운은 일정 거리를 두고 움직이고 있었다. 그녀는 명운이 거리를 두는 이유가 거리가 멀어질수록 그 위력이 약해지는 음공의 특징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음공은 멀면 약해지고, 가까이 다가가면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강해진다. 교주님이 유지하고 있는 거리는 아마 교주님이 감당해 낼 수 있는 한계가 아닐까?’
그러나 도망치기만 해서는 이길 수 없었다. 나가에서 뿜어져 나오는 음공은 조금도 약해지지 않고 있었다.
“쿠오오오오오!”
명운은 서에서 동으로 빠르게 이동하면서 나가의 공격을 피해 내고 있었다.
‘머리가 셋이라는 것은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세 개의 머리는 머리가 하나일 때와 비교한다면 세 배나 많은 공격을 퍼부을 수 있었다. 하지만 나가의 마기는 무한한 것이 아니었다.
‘녀석의 마기 소모도 세 배로 커졌을 것이다.’
그는 나가의 마기가 곧 바닥나리라 예측했다.
‘그때가 되면 쉽게 놈의 목을 칠 수 있을 것이다.’
무리하지 않고 상대의 소모를 기다린다.
이것이 명운의 전략이었다.
진마는 세 개의 머리로도 명운의 움직임을 막지 못하자 짜증이 났다.
‘정말 미꾸라지처럼 잘도 빠져나가는구나. 하지만 피하기만 해서는 이길 수 없다.’
그는 명운이 태세를 바꾸어 공격에 나설 때를 기다리고 있었다. 하나 수십 번의 공격을 반복해도 명운은 반격에 나서지 않았다. 그는 오직 피할 뿐이었다.
쾅! 쾅! 쾅!
잇달아 흙과 빗물이 튀어 올랐지만, 단 한 번의 공격도 명운에게 적중하지 않았다. 그의 속도에 나가는 제대로 반응하지 못했다.
진마는 콧방귀를 뀌었다.
“흥! 네 녀석이 생각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고 있다.”
그는 명운이 나가의 마기를 완전히 소모하게 하고자 한다는 것을 꿰뚫어 보았다.
‘나가는 네 녀석이 생각하는 것처럼 약하지 않다.’
접근전과 방어력을 제외하면 나가는 모든 면에서 아수라보다 뛰어났다.
‘나가의 마기가 바닥나기 전에 네 놈의 진기가 고갈될 것이다.’
명운의 진기 또한 무한한 것이 아니었다.
“흥! 어느 쪽이 더 먼저 바닥나는지 한번 보자!”
나가는 쉴 새 없이 공격을 퍼부었다.
쾅! 쾅! 쾅!
빙왕은 검을 틀어쥐었다.
‘오직 나만이 교주님을 도울 수 있다.’
조광과 하후문 같은 무인조차 스스로 건사할 뿐이었다. 싸울 수 있는 여유가 있는 것은 그녀뿐이었다.
쉬이익!
그녀는 경공을 전개해 나가의 뒤쪽을 노렸다.
‘뒤에서 목을 친다!’
나가는 육체적으로 아수라처럼 강한 것이 아니었다. 가까이 접근할 수 있다면 충분히 그 목을 베어 낼 수 있었다.
하지만 빙왕이 십여 장 안으로 들어서자 나가의 오른쪽 머리가 뒤로 돌아갔다. 이와 같은 움직임은 살아 있는 사람은 불가능한 것이었다.
‘나를 봤다?’
빙왕이 미간을 좁힌 순간 나가의 입에서 음공이 터져 나왔다.
“쿠오오오오!”
음공은 눈에 보이지 않았기에 어디서 어디까지가 공격 범위인지 알 수 없었다.
‘일단 피하자.’
빙왕은 경공을 전개해 허공으로 뛰어올랐다. 그 순간 또 다른 머리가 돌아섰다.
‘함정이었나?’
왼쪽 머리가 그녀를 향해 음공을 쏘았다.
각도가 완벽했기 때문에 빙왕은 그 공격을 피할 수가 없었다.
‘피할 수 없다면 받아 낼 수밖에!’
그녀는 머리 하나에서 쏘아지는 음공 정도는 받아 낼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것은 그녀의 오산이었다.
콰아아아아앙!
폭음과 함께 그녀의 몸이 이십 장 밖으로 튕겨 나갔다.
쾅!
나무와 충돌하자 그대로 나무가 부러졌다.
파아악.
호신강기가 아니었다면 즉사였을 공격이었다.
“크윽.”
빙왕이 간신히 몸을 일으켰을 때였다.
나가의 머리 둘이 그녀를 향해 음공을 날리고자 했다.
‘막을 수 없다!’
빙왕이 눈을 크게 뜬 순간 나가의 몸이 심하게 흔들렸다.
쿠웅!
명운의 진기가 나가의 호신강기를 뚫고 몸에 타격을 준 것이었다.
“쿠오오오오!”
나가의 세 머리가 동시에 명운을 향했다.
이윽고 명운을 향해 음공이 쏟아졌다.
쾅! 쾅! 쾅! 쾅!
빙왕은 그 모습을 보고는 낮게 중얼거렸다.
“교주님.”
주변에 사람이 없었기에 그녀는 그를 교주라 칭했다. 한데 명운은 그녀의 그 작은 혼잣말을 들었는지 나가의 공격을 피해 내며 목소리를 높였다.
“마음은 고맙지만, 이 괴물은 내가 상대하겠네.”
빙왕은 하단전에서 진기를 끌어 올린 뒤,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저 괴물은 대협께 맡기겠습니다.”
그녀가 직접 경험한 나가는 괴물 중 괴물이었다.
‘이런 괴물을 만들다니, 진마를 절대 살려 둘 수 없다.’
빙왕은 진마가 나가나 아수라와 같은 괴물을 만들기 위해 수많은 사람을 희생시켰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저 정도 괴물이면, 저것을 만들기 위해 족이 수백 명의 목숨을 빼앗았을 것이다.’
나가와 아수라.
이 두 괴물을 만들기 위해 희생된 사람의 숫자는 백이 아닌 천 단위였다. 특히 나가는 뛰어난 무인이 아닌 정신력이 뛰어난 사람을 바탕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더 많은 사람이 희생되었다.
“크크크크, 언제까지 피하기만 할 것이냐.”
진마는 어두운 동굴에서 마기로 나가를 움직였다.
쾅! 쾅!
음공이 닿는 곳마다 폭음과 함께 파편이 튀어 올랐다.
“어리석구나. 어리석어. 감히 나가를 대적하려 하다니.”
그가 생각하는 나가는 무적이었다.
“후후후, 아수라도 강하지만, 나가는 그 이상이다.”
진마는 나가로 아수라의 복수를 할 생각이었다.
나가가 움직임을 멈춘 것은 바로 그때였다.
“쿠오오.”
포효가 작아지면서 고개가 더는 돌아가지 않았다.
진마는 나가에 문제가 발생한 것을 깨닫고는 미간을 좁혔다.
“쯧, 여기까지인가?”
나가와 연결된 부교주 서막의 마기와 생명력이 다한 것이었다.
“크헉.”
서막은 검붉은 피를 토해 내고는 그 자리에 쓰러졌다. 그의 심장은 더는 뛰지 않았다. 오월교로 세상을 지배하고자 했던 마두의 허무한 죽음이었다.
“나약한 녀석.”
진마는 제자의 죽음을 애석해하기보다는 명운을 쓰러뜨릴 때까지 버티지 못한 것을 한심하게 생각할 뿐이었다.
“이래서 나가는 무막에게 맡기고자 했던 것인데 말이야.”
그의 대제자 무막은 명운과 싸워 전사하고 말았다.
“쯧쯧, 할 수 없지.”
명운은 나가가 멈추자 현검을 뽑아 들었다.
스스릉.
“끝을 내주마.”
시간을 끌면 어떤 일이 일어날지 알 수 없었다. 그는 한줄기 섬광이 된 듯 나가를 향해 날아갔다.
쉬이이익!
귀를 찢을 듯한 파공성과 함께 현검이 나가의 목을 향했다.
콰아아아아아앙!
결론부터 말하면 현검은 나가의 목을 베어 내지 못했다.
“큭.”
거대한 폭음은 기와 기가 충돌했다는 뜻이었다.
명운은 뒤로 물러나 자세를 바로잡았다.
“호신강기는 아직 남아 있다는 것인가?”
그가 눈을 가늘게 떴을 때였다.
스스스스슥.
검은 마기가 나가를 중심으로 피어올랐다.
“마기가 고갈된 것이 아닌가?”
고갈된 것은 나가의 마기가 아니라 서막의 생명력이었다.
진마는 죽은 서막을 매개로 나가를 조종하고자 했다.
‘술사가 죽었다고 해서 강시를 움직이지 못하는 것은 아니지.’
죽은 술사 또한 강시로 만들어 버리면 그만이었다. 그는 자신의 제자 서막을 강시로 만들기 위해 마기를 시신에 밀어 넣었다.
‘이 정도면 충분하다.’
이윽고 심장이 멈췄던 서막이 몸을 일으켰다. 그의 혼은 사라졌으나 육체는 사부의 지시를 따르기 위해 움직이고 있었다.
“크크크크, 성공이다.”
진마의 마공과 강시술은 가공할 만한 것이었다.
“쿠오오오오오오!”
나가가 재차 포효했다.
명운은 현검을 쥐고는 이마를 찌푸렸다.
“저 괴물은 세상에 존재해서는 안 된 것이다.”
그는 주변의 모든 기운을 현검에 모았다.
‘일격으로 끝낸다.’
진마는 주변의 기운이 명운을 향해 몰려드는 것을 깨달았다.
‘주변의 기를 모은다고? 그런 것이 가능하단 말인가?’
그는 앞서와 같은 공격으로는 명운을 쓰러뜨릴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인간이 나가를 이길 수는 없지.’
포효하던 나가가 두 팔을 번쩍 위로 들어 올렸다. 이와 같은 움직임은 지금까지와는 다른 것이었다.
빙왕은 나가의 위로 올라간 두 팔을 보고는 미간을 좁혔다.
‘공격하려는 움직임은 아니다.’
애초에 나가는 주먹이나 발을 무기로 삼지 않았다.
‘어쩌려는 걸까?’
휘이이이이이.
거친 바람과 함께 비가 사방으로 흩어졌다.
불길한 기운이 나가를 중심으로 휘몰아쳤다.
‘주변의 기운을 모은다? 아니야. 이건!’
빙왕은 나가가 모으고 있는 것이 사람들의 생명력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내 생명력도 빼앗아 가고 있다.’
그녀는 내력을 끌어 올려 호신강기를 키웠지만, 나가의 손길은 막을 수가 없었다. 나가는 그녀에게서 생명력을 빼앗았다.
‘이럴 수가 있나!’
나가는 사실 사람들의 생명력만 빼앗는 것이 아니었다. 나가는 주변에 존재하는 모든 생명체의 생명력을 빼앗았다.
그 거대한 힘은 명운도 선명하게 느낄 수 있었다.
‘주변의 생명으로부터 빼앗은 힘으로 날 공격한다고?’
명운은 호흡을 조절했다.
“후흡…….”
그는 물러서지 않고 나가를 주시했다.
‘좋다! 네 힘이 옳은지. 내 힘이 옳은지 답을 내보도록 하자.’
처음부터 피할 생각이 없었다. 그는 나가의 주변에 모인 거대한 힘에 맞서 검을 들었다. 현검에 이채로운 빛이 서렸다.
진마도 나가의 눈을 통해 현검에 모인 기운을 확인했다.
‘검강인가?’
검강의 무서움은 그도 잘 알고 있었다.
‘인간인 주제에 질릴 만큼 강하구나.’
검강을 사용한다는 것은 무극의 경지에 이르렀다는 뜻이었다.
‘뭐, 앞서 보여 준 것만 해도 무극 따위는 가볍게 뛰어넘는 수준이었지.’
무극.
무의 극한에 이르렀다는 경지.
누군가에게는 평생의 목표였지만, 진마에게는 그저 지나치는 통과점에 불과했다.
‘하나 무극을 이뤘다고 해서 나가를 쓰러뜨릴 수 있다고 생각하지 마라.’
진마가 명하자 나가의 세 머리가 명운을 향해 움직였다.
‘끝이다.’
나가가 끌어모은 생명력은 나가의 몸 안에서 마기로 바뀌었으며, 나가의 입은 그렇게 해서 만들어진 마기를 토해 냈다.
“쿠오오오오오!”
세 개의 입에서 쏘아진 것은 음공이 아닌 검은 마기였다.
명운은 그 검은 마기를 향해 현검을 휘둘렀다.
“세상에서 사라져라!”
현검에서 뻗어 나간 기운은 청록색 기운이었다. 이 기운은 검기도 검강도 아니었다.
빙왕은 그가 뻗어 낸 기운을 보며 아미를 세웠다.
‘검환인가?’
검기도 검강도 아니라면 남는 것은 검환뿐.
그러나 명운이 쏘아 낸 것은 검환이 아니었다.
‘구가 아니라면 검환도 아니란 말인가?’
그녀는 청록색 기운에서 상서로움을 느꼈다.
‘부드러우면서 따뜻하다.’
빗방울을 뚫고 그 따듯함이 전해졌다.
‘이렇게 멀리까지 따뜻함이 전해질 수 있는 걸까?’
아주 찰나의 순간이었음에도 그녀는 많은 것을 느끼고 생각했다. 이는 그녀가 명운이 펼쳐 낸 기운과 교감을 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촤아아아아아악!
청록색 기운은 그대로 검은 마기를 가르며 날아갔다.
진마는 그 기운이 나가가 뿜어낸 마기를 가르자 매우 놀랐다.
‘이건! 이건 말이 안 된다!’
나기가 쏘아 낸 마기는 쇠를 녹이고도 남는 것이었다.
‘이것을 어찌 녹일 수 있단 말인가?’
그가 허공을 향해 물음을 던진 순간 청록색 기운이 나가의 목을 절단했다.
투욱.
바닥에 떨어진 머리는 가운데 있던 것이었다.
“쿠오오오오오!”
왼쪽과 오른쪽 머리가 일제히 포효했다.
빙왕은 그 포효가 고통에 찬 것처럼 느껴졌다.
‘크윽, 머리가 아파.’
그녀가 눈살을 찌푸린 순간, 명운이 움직였다. 그는 빗속을 뚫고 내달렸다. 그러고는 남은 나가의 머리를 절단하기 위해 뛰어올랐다.
진마는 그것을 보고는 미간을 좁혔다.
‘어림없다!’
아직 하나의 머리가 잘려 나갔을 뿐이었다.
“쿠오오오오!”
왼쪽 머리가 명운을 향해 음공을 펼쳤다. 그러나 명운은 이것을 이미 예상했다. 그는 허공에서 한 번 더 도약해 음공을 피해 냈다. 그러고는 현검으로 왼쪽 머리를 내리쳤다.
파아아아악!
나가의 왼쪽 머리가 위에서 아래로 절단되었다.
“크으윽.”
비명을 내지른 것은 진마였다. 그는 서막을 매개체로 썼지만, 어쨌든 나가와 깊이 연결되어 있었다. 잇달아 머리가 잘려 나가자 짙은 고통이 그에게 전해졌다.
“이, 이놈이!”
나가의 두 팔이 명운을 잡으려 했다. 그러나 나가는 움직임에서 강점을 가지는 괴물이 아니었다. 명운은 그 공격을 가볍게 피한 뒤 아래로 내려와 나가의 왼쪽 발목을 절단했다.
파악!
굵은 발목은 마치 두부처럼 그대로 잘려 나갔다.
“대단해!”
빙왕이 목소리를 높인 순간 나가가 균형을 잃고 비틀거렸다.
“쿠오오오오!”
명운의 공격은 여기에서 끝나지 않았다. 그는 나가의 뒤를 타고 올라가 오른쪽 머리를 노렸다.
‘이것으로 끝이다!’
파악!
현검에 절단된 머리가 눈썹에서 턱까지 그대로 잘려 나갔다.
앞서 공격으로 대량의 마기를 사용한 덕분일까?
현검을 튕겨 냈던 호신강기는 존재하지 않았다.
투둑.
나가의 마지막 머리가 바닥에 떨어졌다.
“아아아아악!”
진마는 나가의 세 머리가 모두 잘려 나가자 고통에 찬 비명을 내지르면서 분노했다.
“절대! 절대 용서할 수 없다!”
그는 동굴에서 나와 벌판을 향했다.
한 오월교도는 그가 움직이는 모습을 보고는 이렇게 말했다.
“먹구름이 움직이고 있다!”
인간을 버린 자.
진마의 겉모습은 이미 인간이라 할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