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mon Returner RAW novel - chapter (395)
395화 모든 것이 끝나는 곳 (8)
배교자 진마.
그의 원래 이름은 진웅이었다. 그는 평범한 집안 출신은 아니었다. 그의 아버지는 파천궁에서 요직을 맡았으며, 어머니는 파천궁의 유력한 집안 출신이었다.
비록 셋째 아들로 태어나긴 했지만, 그는 평범한 이들이 접할 수 없는 무공을 접하고, 뛰어난 고수들의 지도를 받을 수 있었다.
청년기에 들어서자 대부분의 파천궁 무인들이 그렇듯 그도 절정고수를 꿈꾸게 되었다. 그러나 그는 곧 한 가지 의문을 품게 되었다.
‘다 같은 방법으로 무공을 연마한다면 재능에 의해서 그 성취가 갈리지 않겠는가?’
노력과 방법이 같다면 성취의 차이는 재능에서 발생하는 것이 당연했다. 그는 그것이 옳지 않다고 생각했다.
‘타고 태어난 재능만으로 미래가 결정된다면 그 어찌 납득할 수 있단 말인가?’
진마는 자신만의 방법을 찾기로 했다. 그는 서고에서 오래된 무공서를 뒤적였으며, 실존했다고 전해지는 무공들을 찾아 나섰다.
그의 부모와 형제들은 그런 그를 걱정했지만, 그의 행동을 말리지는 않았다. 그는 셋째 아들이었기에 가문을 책임질 의무가 없었던 것이었다.
‘토납법으로 단전에 기운을 모으고, 그것으로 대혈을 뚫어 내력을 키운다.’
중원과 파천궁 모두 이와 같은 방법으로 내력을 운용했다. 그는 이것 외에도 방법이 있으리라 생각했다.
그래서 그는 중원으로 여행을 떠났다. 그의 여행은 비무가 아닌 무공 그 자체를 발견하는 것이었기에 큰 싸움은 없었다.
다만, 여비가 넉넉하지 않아 곤궁한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그는 의술을 배웠다. 무공과 의술은 일맥상통하는 바가 있었기에 그는 어렵지 않게 그것을 배웠고, 약통과 함께 천하를 누볐다. 그리고 하남의 어느 책방에서 그토록 원하던 물건을 발견했다.
“천무의집(天武醫輯)이라고?”
처음에는 오래된 침술서라고 생각했다. 한데 읽으면 읽을수록 그것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천무의집이라는 책에는 그가 지금까지 접한 무공과 전혀 다른 무공이 수록되어 있었다.
“이것이다!”
그가 번쩍 들어 올린 책에 적혀 있는 것은 혈교의 마공이었다.
하늘과 땅의 기운이 아닌 살아 있는 생물의 기운을 모아 힘을 키운다.
문제는 살아 있는 생물의 기운을 모으는 방식이었다. 살아 있는 생명에게 조금씩 힘을 빌리는 것이 아니라 그들을 죽이고 공포에 몰아넣어 음의 기운을 모았다. 그러고는 그것을 마기로 바꾸어 자신의 힘으로 삼았다.
진웅이 마공을 익혀 파천궁으로 돌아왔을 때, 파천궁의 무인들은 그를 받아들일 수 없었다. 그들은 진웅을 배척했으며 몇몇은 그를 죽이고자 했다.
그래서 파천궁에서 진웅은 도망쳤다. 그러고는 깊은 산속에서 마공을 연마했다.
십 년 뒤.
진웅은 진마라는 이름으로 파천궁에 돌아왔다. 그는 파천궁의 무인들이 자신을 이길 수 없으며, 강자존의 법에 따라 자신이 파천궁의 궁주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처음에 그와 맞선 것은 사왕 중 한 명이었다. 파천궁 사람들은 사왕의 승리를 의심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 싸움에서 승리한 것은 진마였다.
진마는 패한 이의 목숨을 빼앗고, 그의 생명력을 자신의 것으로 했다. 그것을 본 파천궁 사람들이 경악했고, 진마는 짙은 미소와 함께 다음과 같은 말을 남겼다.
– 이것이 바로 마(魔)다! 내가 아니면 그 누가 마도천하를 이룩하겠는가!
배교자 진마의 승리로 파천궁은 위기에 휩싸였다. 이 위기를 파한 것이 바로 명왕이었다. 그는 진마와 겨루었고, 압도적인 무력으로 진마를 격퇴했다. 다만 아쉬운 것은 찰나의 방심으로 진마의 도주를 허용하고 말았다는 사실이었다.
이후 진마는 사천으로 도망쳐 그곳에서 힘을 키웠다. 그러면 그는 실전된 혈교의 마공을 재현하고자 노력했다.
솨아아아아!
굵은 빗방울이 쓰러진 자와 일어선 자, 그리고 혼이 육신을 떠난 자의 몸을 때렸다.
“만세! 만세!”
비틀거리며 일어나 만세를 외치는 것은 산의 전사들이었다. 그들은 명운이 나가를 쓰러뜨리는 것을 확인하고는 두 손을 번쩍 들었다.
“장 대협이 이겼다!”
“우리의 승리다!”
마융도 오른손을 번쩍 들었다.
“만세! 만세! 만만세!”
빙왕은 긴 한숨을 내쉬었다.
“후……. 결국 대협의 승리로 끝났군.”
조광은 그녀에게 다가와 두 손을 모았다.
“목숨을 구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는 빙왕을 아미파 장문인이라고 생각했지만, 도움을 받았으니 예를 취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대의 무공이 쓸 만하더군. 그대는 관에 직을 두고 있는가?”
“아닙니다.”
“하면?”
조광은 대답하기가 힘들었다.
‘신교의 무인이라고 어찌 이야기할 수 있단 말인가?’
그가 멈칫하자 빙왕이 고개를 흔들었다.
“거북하다면 말하지 않아도 괜찮네.”
“송구합니다.”
“아닐세. 중요한 것은 악을 멸하려는 의지이니까.”
빙왕은 시선을 명운에게 돌렸다.
‘흐흠, 교주님의 시선은 아직 북쪽을 향하고 있다. 설마 진마를 바라보고 있는 것은 아니겠지?’
아직 싸움은 완전히 끝난 것이 아니었다. 교주 진마를 쓰러뜨리지 못하면 오월교를 쓰러뜨렸다고 할 수가 없었다.
“저는 동료에게 가 보겠습니다.”
조광이 예를 갖추어 말하자 빙왕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하게.”
그는 경공을 전개해 하후문에게 다가갔다.
“문! 괜찮은가?”
하후문은 상처 입은 말을 돌보며 미간을 좁혔다.
“말이 다쳤어.”
“설 수 없는 건가?”
“설 수는 있는데, 먼 길은 갈 수가 없을 거야.”
“곤란하게 되었군.”
하후문이 조광에게 짧은 전음을 보냈다.
– 교주님은?
그는 전음을 막 배웠기 때문에 길게 말을 주고받는 것은 힘들었다. 그에 반해 조광은 조금 더 길게 이야기할 수 있었다.
– 사람들이 장 대협이라고 하니, 우리도 그렇게 불러야 하지 않을까?
그들은 명운이 대협 장하라는 신분으로 자신을 위장했다고 생각했다.
– 그렇군.
하후문은 창을 세우고는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후우…….”
“힘들어 보이는군.”
“악전고투였으니까.”
조광은 빙왕의 도움을 받았지만, 하후문은 혼자 싸워야 했다.
“어떻게 할까?”
“대협께 가서 인사를 하자고?”
“그건 힘들지도 모르겠군.”
명운은 산의 전사들과 관병들에게 둘러싸여 있었다.
“역시 장 대협이십니다!”
“장 대협이 아니었으면 전부 죽었을 것입니다!”
“정말이지 다 장 대협의 공입니다!”
두 손을 모으며 목소리를 높인 것은 부장 채광이었다.
“장 대협, 이번에도 대공을 세우셨군요!”
명운은 그들 중 현위 경총이 없는 것을 보고는 말끝을 올렸다.
“경 대인께서는 보이시지 않는군요.”
부장 채광이 멈칫하며 그의 말을 받았다.
“경 대인께서는 그만…….”
명운은 경총이 전사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의로운 죽음이라고 생각합니다.”
“대인께서는 마지막 순간까지 악을 정벌하고자 최선을 다하셨습니다.”
“조정에서 그의 공을 기릴 것입니다.”
“부디 그렇게 되길 바랄 뿐입니다.”
명운이 채광과 이야기를 주고받는 사이 마융이 도착했다.
“대협께서 오시지 않는 줄 알았습니다.”
명운은 그를 보고는 활짝 미소를 지었다.
“그럴 리가 있나!”
“정말 힘든 싸움이었습니다.”
마융은 만신창이였다.
“자네도 꽤 고생했군.”
“전사한 형제가 많습니다.”
명운은 말끝을 흐렸다.
“내가 더 빨리 왔었으면 좋았을 것을…….”
그가 말을 흐리자 마융이 시선을 아래로 내렸다.
“오월교가 선제공격에 나서리라곤 전혀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명운은 그의 말에 미간을 좁혔다.
“그들이 선제공격에 나섰다고?”
“무림맹 협사들이 산채의 인질들을 구하는 사이 우리를 공격해 왔습니다.”
“무림맹 협사들인가?”
“그제 수십 명이 오월교 토벌에 함께하고 싶다고 찾아왔습니다.”
명운은 수십 명이라는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흠, 수십 명이라. 귀주지부 사람들인 모양이군.”
“아미파 도인들도 있었습니다.”
“아미파가?”
마융이 목소리를 죽이며 답했다.
“삼대제자가 주축이었습니다.”
명운은 단양성에서 아미파 삼대제자들과 함께 싸운 바 있었다.
“아마 내가 알고 있는 이들일 걸세.”
“예?”
“단양성에서 함께 싸운 적이 있네.”
마융은 그의 대답을 듣고는 마음을 놓았다.
“아, 대협과 친분이 있는 분들이셨군요.”
“인질까지 구했다면 남은 것은 이제 하나뿐이군.”
교주 진마.
남은 목표는 그 하나뿐이었다.
“그러고 보니, 진마가 전장에 없었습니다.”
“본전을 지키고 있겠지.”
“마지막 전투는 정악산일까요?”
“아마도.”
살아남은 오월교도들은 사방으로 흩어져 달아났다. 그들은 산의 전사들처럼 승리를 기뻐할 틈이 없었다.
“잔적을 소탕하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부장 채광이 묻자 명운이 두 손을 모았다.
“지금은 잔적 소탕보다 군을 정비하고, 다음 싸움을 준비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합니다.”
“다음 싸움이라면?”
“아직 진마를 잡지 못했습니다.”
채광은 진마를 잡지 못했다는 말에 고개를 크게 끄덕였다.
“그렇군요. 아직 교주를 잡지 못했군요.”
그는 고개를 돌린 뒤 목소리를 높였다.
“별장들은 휘하 병사들을 살피고 내게 보고하라!”
그의 명에 별장들이 두 손을 모았다.
“명을 따르겠습니다.”
채광은 명을 내린 직후 명운에게 말했다.
“저는 가서 경 대인의 시신을 살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렇게 하시죠.”
명운은 채광이 떠난 뒤 마융에게 시선을 돌렸다.
“이쪽도 정비가 필요할 것 같군.”
마융이 고개를 끄덕였다.
“전사한 형제들의 시신을 한곳으로 모아야 할 것 같습니다.”
전사한 관병들의 경우, 전염병 때문에 가매장이 원칙이었으나, 산의 민족은 시신을 대하는 방법이 한족과 달랐다. 그들은 불가피한 경우가 아니라면 마을까지 시신을 가지고 가는 것이 보통이었다.
“부탁하네.”
“맡겨 주십시오.”
마융이 오른손으로 가슴을 툭 쳤을 때였다.
명운은 가슴이 답답해지는 것을 느꼈다.
‘이 답답한 느낌은 뭐지?’
그는 고개를 북쪽으로 돌렸다.
‘이 압박감은 대체!’
북쪽에서 뭔가 다가오고 있었다. 그 기운은 점점 존재감을 키웠다.
‘이것은……. 사람의 기운이 아니다.’
탁기와 마기가 무질서하게 섞인 것 같은 느낌.
그 느낌은 나가나 아수라와 같았다.
눈살이 절로 찌푸려졌다.
‘괴물이 하나 더 있는 건가?’
이곳은 오월교의 본거지였다. 이곳에 세 번째 괴물이 있다고 해도 이상할 것은 없었다.
‘후……. 아직 기뻐하긴 이르다는 뜻이군.’
명운이 미간을 좁히며 현검을 매만졌을 때였다. 빙왕이 경공을 전개해 그에게 다가왔다.
“대협, 느끼셨습니까?”
그녀의 얼굴은 상기되어 있었다.
“북쪽에서 다가오는 것 말인가?”
“그렇습니다.”
“괴물이 또 하나 오는 것 같더군.”
빙왕이 느낀 압박감은 명운 이상이었다.
“병사들을 대피시키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불필요한 희생을 줄이자는 말인가?”
“앞서 괴물보다 더한 녀석일 수도 있습니다.”
명운은 그녀의 말에 이마를 찌푸렸다.
“그건 좀 곤란한데 말이야.”
나가보다 강하다면 고전이 불가피했다.
‘어쩌면 진마가 만든 최강의 괴물일 수도 있겠군.’
빙왕이 재촉하듯 말했다.
“대협, 서둘러 전사들과 병사들을 대피시켜야 합니다.”
명운이 북쪽을 주시하며 말끝을 올렸다.
“차라리 우리가 나서서 요격하는 것이 낫지 않을까?”
적을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선공을 가하자.
빙왕은 그것도 나쁜 생각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렇다면 선행할까요?”
명운이 짧게 한숨을 내쉬며 답했다.
“후, 선행하기에는 늦은 것 같군.”
“예? 늦었다고요?”
빙왕이 눈썹을 세운 순간 검은 그림자가 빗속을 뚫고 날아들었다.
파악!
검은 그림자가 내려앉은 곳의 물이 사방으로 튀어 올랐다.
“다 죽여 주마!”
검은 그림자에서 흘러나온 목소리는 쇠를 가는 듯 카랑카랑했다.
명운은 그 목소리에 미간을 좁혔다.
“괴물이면서 괴물이 아니군.”
그의 앞에 내려선 검은 그림자는 인외자 진마였다.
“너는 누구냐?”
산의 전사 중 하나가 묻자 진마가 검은 기운을 뻗었다.
쉬익!
마치 채찍처럼 뻗어 나간 검은 기운은 그대로 산의 전사를 감싸 쥐었다.
“이, 이게 뭐야.”
바로 다음 순간 명운의 현검에서 푸른 기운이 뻗어 나갔다.
팍!
푸른 기운은 진마의 검은 기운을 그대로 절단했다.
“네 상대는 나다!”
진마는 그의 일갈에 낮게 웃었다.
“크크크크, 인간은 나를 이길 수 없다.”
명운은 자세를 바로잡으며 그의 말을 받았다.
“거기 괴물, 인간을 얕보면 곤란해.”
“괴물이라고?”
“네가 괴물이 아니면 그 누가 괴물이겠는가?”
진마는 재차 웃음을 흘렸다.
“크크크크, 마를 깨닫지 못한 자여. 어리석을 뿐이구나.”
명운은 이 한마디에 상대의 정체를 짐작할 수 있었다.
“네가 진마로군.”
빙왕은 그의 말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저 그림자가 진마라고?’
배교자란 오명을 얻을 때까지만 해도 진마는 인간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하나 진마는 더 이상 인간의 모습이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