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mon Returner RAW novel - Chapter (401)
401화 개봉으로 가는 길 (1)
운남총병 허진은 총위 허병의 보고에 입맛을 다셨다.
“오월교가 완전히 무너졌다고?”
“대협 장하가 교주 진마를 격살하자 살아남은 교도들이 사방으로 흩어졌다고 합니다.”
허진은 시간을 너무 끈 것이 아닌가 싶었다.
“쯧, 진즉 토벌해야 했다는 건가?”
그는 사천총병 사옥찬의 퇴각 이후 오월교의 힘을 빼기 위해 출병을 미뤘다.
하지만 그사이 대협 장하와 그가 이끄는 토벌대가 오월교를 격파하고 만 것이었다.
‘오월교가 붕괴하는 동안 아무 공도 세우지 못하다니…….’
귀주성은 그의 직할지는 아니었지만, 그의 관할지라 할 수 있었기에 아쉬울 따름이었다.
“귀주순무부에서는 이미 조정에 표를 올렸다고 합니다.”
귀주순무는 이번 토벌전에 패옥을 하사하는 등 대협 장하와 토벌군을 적극적으로 지원한 바 있었다.
“장하의 명성만 더 높아지겠군.”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허진이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
“그나마 다행이라고?”
“총병님, 사옥찬이 승리하는 것보다는 훨씬 낫지 않겠습니까?”
사천총병 사옥찬은 운남총병 허진의 경쟁자라고 할 수 있었다.
그의 말대로 사옥찬이 오월교를 토벌해 공을 세운 것보다는 대협 장하가 오월교를 토벌해 명성을 떨치는 것이 훨씬 나았다.
“흠, 그건 그렇지.”
“게다가 장하는 조정의 관리가 아니지 않습니까?”
장하가 공을 얼마든지 세워도 그들의 출셋길에는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말이었다.
“하지만 숟가락 하나 걸치지 못했으니, 아쉽지 않다면 거짓말이겠지.”
“귀주순무의 빠른 대처와 대협 장하의 공을 치하하는 표를 올리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공은 이미 이뤄졌으니, 뭐라도 하자?”
“그렇습니다.”
허진은 턱을 쓰다듬으며 생각에 잠겼다.
‘귀주순무를 높여 준다고 한들 이쪽에 떨어질 것은 적다. 하지만 안 하는 것보다는 낫겠지. 문제는 장하인데…….’
그는 총위 허병의 말을 바로 따르지 않았다.
“전서구를 보내라!”
허병이 두 손을 모으며 물었다.
“총병님, 어느 곳으로 전서구를 날리면 되겠습니까?”
“황도!”
허병의 눈썹이 위로 솟아올랐다.
“화, 황도에 전서구를 보내는 겁니까?”
전서구는 하루에 천 리 이상을 날았다. 하지만 황도는 이곳에서 수천 리 떨어져 있어 한 마리의 전서구로는 소식을 보내는 것이 불가능했다.
“대장군부의 전서구를 이용하라.”
대장군부의 전서구는 전쟁이나 반란 같은 중요한 급보를 전하기 위한 전서구망으로 각 성의 총병부를 거미줄처럼 연결하고 있었다.
“급전이란 말씀이시군요. 내용은 무엇으로 할까요?”
“대협 장하의 조정의 평을 알고 싶다.”
총위 허병은 그의 말에 마른침을 삼켰다.
“총병님, 그런 일로 대장군부의 전서구를 이용해도 되는 겁니까?”
앞서도 설명했지만, 대장군부의 전서구망은 일반적인 전서가 아닌, 반란이나 전쟁 같은 군무를 처리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 아니었다.
그러나 허진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얼굴이었다.
“폐하께 잘못된 표를 올려 대장군부에 누가 되는 것보다는 소식을 정확히 파악한 뒤 표를 올리는 것이 훨씬 나을 것이다.”
총위 허병은 그의 대답에 고개를 숙였다.
“속하, 미처 거기까지는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대장군 민자충은 천하의 무관들에게 황제 다음으로 중요한 사람이었다.
뭔가 실수를 저질러 그에게 부담을 준다면, 용퇴라는 이름으로 관복을 벗어야 했다.
“이런 이야기를 들어 본 적이 없는가? 강한 자가 살아남는 것이 아니라 살아남은 자가 강한 것이다.”
“여러 차례 들어 본 바 있습니다.”
“그럼, 이 말이 의미하는 바를 알고 있겠지?”
“물론입니다.”
허진은 공을 뽐내기보다는 실수를 저지르지 않는 것이 출세의 비결이라고 생각했다.
* * *
귀주의 성도인 귀양에서 교통의 중심인 형주까지는 대략 오십 일이 걸렸다.
물론, 명운이 출발한 양산현은 귀주 동북쪽이었기에 그보다는 적게 걸릴 듯싶었다.
‘한 달이면 도착하겠지.’
그는 형주까지만 가면 선택지가 많아지기 때문에 무리없이 황도에 도착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경치가 좋군요.”
마부석에 오른 인물은 조광이었다. 그는 귀주성의 기암절벽이 마음에 든 모양이었다.
“대신 길이 좁다네.”
귀주는 산이 높았기에 길은 산과 산 사이 골짜기를 따라 이어져 있었다.
그 때문에 길이 대산 북부의 평원보다 훨씬 좁을 수밖에 없었다.
“길이 좁으면 매복에 유리합니다.”
낮은 음성으로 두 사람의 말을 받은 것은 하후문이었다. 그는 마차 뒤에서 후위를 맡았다.
“문, 뒤는 괜찮나?”
하후문과 조광은 본명을 쓸 수 없어 가명을 하나씩 지었다.
하후문의 경우 성만 바꾼 사공문을 가명으로 했다. 조광의 경우에는 성까지 바꿔 곽권이라는 가명을 지었다.
“뒤는 괜찮습니다. 다만 지형이 걱정되는군요.”
명운은 그가 무엇을 걱정하고 있는지 알고 있었다.
‘산적이나 녹림을 걱정하는 것이겠지.’
원래의 신분을 밝힌다면 산적이나 녹림은 얼씬도 하지 못하겠지만, 그들은 신분을 감춘 채 북쪽으로 향해야 했다.
“대협께서 말씀하시면 모두 도망치지 않을까요?”
마차 안에서 들려온 목소리는 빙왕의 것이었다. 그녀는 호부상서의 부인으로 신분을 위장하고 있었다.
“글쎄, 내가 대협 장하라고 밝힌 들 그들이 믿을지 모르겠네.”
빙왕의 시중을 드는 시녀는 신교 사람이었기에 명운과 조광, 그리고 하후문은 편하게 말을 나눌 수 있었다.
“대협께서 너무 유명해져서 곤란해졌다는 말씀이시군요.”
“그런 셈이지.”
해가 서쪽으로 기울어 갈 무렵.
하후문이 우려하던 상황이 벌어지고 말았다.
명운은 길을 막고 선 사내들을 보며 속으로 낮게 한숨을 내쉬었다.
‘하, 역시나란 말이군.’
그는 사내들이 박도와 장창으로 무장한 것을 보고는 목소리를 높였다.
“길을 막으신 분들은 어느 산의 어르신들입니까?”
뺨에 작은 흉터가 있는 사내가 앞으로 나오며 목소리를 높였다.
“우리는 명치산의 주인이다. 가진 것을 다 내놓으면 살려는 주겠다.”
명운은 두 손을 모은 채 물었다.
“가진 것을 다 내놓으라 하시면 말과 마차도 내놓아야 합니까?”
“물론이다! 계집도 내놓고 가라! 이 어르신들께서는 아랫도리가 고프단 말이다!”
천박하고, 한심하고, 예의가 없었다.
– 제가 처리하겠습니다.
전음을 보낸 것은 조광이었다.
명운은 그가 전음을 사용하자 어깨를 으쓱했다.
– 내게 맡기게.
마부로 위장을 했으니, 마부 역할에 충실하라는 말이었다.
명운은 두 손을 마주 잡은 채 목소리를 높였다.
“어르신들, 이쪽의 사정을 조금 봐주시면 안 되겠습니까?”
“너희 사정이라고?”
“먼 길을 가야 하니, 말과 마차를 내놓을 수는 없고, 모시고 있는 분이 있으니, 어르신들의 외로움을 달래드릴 수는 없습니다.”
길을 막은 사내들은 혀를 찼다.
“퉤, 목숨이 귀한 줄 모르는구나!”
조광은 사내들의 복장이 어느 정도 통일되어 있고, 가지고 있는 무기 또한 조잡하지 않아 그들이 오랜 시간 산적질을 했음을 알 수 있었다.
‘어쩌면 녹림에 속한 이들일 수도 있다.’
그러나 녹림에 속한 산적이라고 하기에는 규율이 부족했다.
녹림에 속한 산적일 경우, 대단한 보물을 지닌 것이 아닌 이상 통행세만 받고 보내 주는 일이 많았다.
“어르신들 은자 한 냥으로 안 되겠습니까?”
은자 한 냥이면 한 가족이 몇 달을 살 수 있는 돈이었다. 그러나 산적들이 그 돈을 받고 순순히 물러날 리 없었다.
“모두 내놓으라 했다!”
그들은 서서히 거리를 좁혔다.
“정녕 피를 보셔야겠습니까?”
사내들이 히죽 웃으며 말했다.
“피라고?”
“우리 피가 아니니 괜찮다.”
“흐흐흐, 마차에 계집이 있는 것 같으니, 오늘 밤은 외롭지 않겠구나.”
조광은 그들이 지난 마을부터 자신들을 추적했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마차에 빙왕과 시녀가 타고 있는 것을 보고 습격을 결정했을지도 모른다.’
그는 마을에 머물 때 최대한 많은 사람을 살폈으나 수상한 사람을 찾지 못했다.
명운은 아직 두 손을 모은 채였다.
“이쪽은 경고했습니다.”
사내들은 명운의 경고에 피식했다.
“계집애같이 생긴 녀석이.”
“네놈도 우리 밤 시중을 들겠느냐?”
“하하하하! 치마를 두르면 괜찮을지도 모르겠구나.”
명운은 칼을 차고 있었으나, 사내답다기보다는 귀공자에 가까웠기에 산적들에게 얕보이고 말았다.
조광은 참을 수 없다는 듯 마부석에서 몸을 일으켰다. 그 순간 명운이 전음을 보냈다.
– 경거망동하지 마라.
조광은 멈칫하지 않을 수 없었다.
– 교주님.
명운은 산적들의 질 낮은 도발에 흥분하지 않았다.
‘생긴 대로 노는 것뿐이니까.’
그는 두 손을 풀며 목소리를 높였다.
“좋습니다. 제가 가르침을 받아 보겠습니다.”
그는 말에서 내린 뒤 앞으로 나섰다.
조광은 그 모습을 보면서 고개를 갸웃했다.
‘교주님의 무공이라면 능히 말을 탄 채로 놈들을 쓸어버리실 수 있다.’
그러나 명운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 그는 말에서 내린 뒤 사내들과 거리를 좁혔다.
‘검기나 경공을 쓰지 않으시려는 건가?’
그는 명운이 힘을 아낀 채 산적들을 처리하려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누군가 우리를 보고 있을 수도 있다는 말인가?’
그가 미간을 좁힌 순간 명운과 사내들의 거리가 다섯 걸음 안으로 좁혀졌다.
“놈! 아랫도리가 후들거리는 모양이구나!”
“이 어르신들이 진짜 사내가 어떤 것인지 알려 주마.”
명운은 두 손을 어깨까지 올렸다.
“좋습니다. 어디 가르침을 받아 보도록 하죠.”
선두에 선 사내는 명운을 얕잡아 보고 박도를 휘두르는 대신 창대로 그를 내리치려고 했다.
“쓰러져라!”
그러나 명운은 그의 공격을 유운체술로 가볍게 피하고는 오른손을 뻗었다.
퍼억!
둔탁한 소리와 함께 사내의 몸이 뒤로 밀려났다.
“커헉!”
뒤쪽에 있던 사내들은 앞에 선 사내가 밀려나자 함께 영문도 모른 채 함께 뒤로 밀리고 말았다.
“아칠!”
“젠장!”
“일이 어떻게 된 거야!”
선두에 선 사내가 밀려나니, 대형조차 제대로 갖추지 못했다.
‘제대로 된 녀석들은 아니군.’
명운은 짧게 한숨을 내쉰 뒤 오른발로 강하게 땅을 찍었다.
쿵!
“물러나지 않는다면 검을 뽑을 것이다!”
그의 경고에 몇몇 산적이 멈칫했으나 뒤쪽에 있던 자들은 오히려 박도를 세웠다.
“이 녀석이!”
“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르는구나!”
누가 하룻강아지고, 누가 범이란 말인가?
그들은 무질서하게 명운을 향해 달려들었다.
명운은 검을 뽑지 않을 수 없었다.
스릉!
그의 손에 들린 청강검이 푸른빛을 내뿜었다.
“길을 비켜라!”
산적들은 그의 기합에 잡다한 외침으로 응수했다.
“죽어라!”
“호로자식 주제에!”
“우리가 그렇게 만만하게 보이느냐!”
산적들은 숫자를 믿고 박도를 휘둘렀지만, 명운에게 그들의 박도는 황소의 걸음처럼 느리게 보였다.
‘잡졸이란 말이 딱 어울리는 녀석들이군.’
그는 왼쪽으로 움직여 박도를 피한 뒤 검으로 산적들의 다리를 베었다.
파아악!
핏물과 함께 비명이 터져 나왔다.
“아악!”
“아아아아악! 다리가!”
다리에 검을 맞은 자들이 길 위에 쓰러진 채 몸부림을 쳤다.
뒤쪽에 있던 자들은 명운의 기세에 눌려 자기들도 모르게 뒷걸음질을 쳤다.
“고, 고수다!”
“진짜 검을 썼어.”
“제기랄, 내가 뭐라고 했어? 표사 출신일 거라고 했잖아!”
“젠장, 돈이나 받고 보낼걸.”
조광의 예상대로 산적들은 지난 마을부터 명운 일행을 살핀 모양이었다.
명운은 검을 아래로 내린 뒤 짧게 한숨을 내쉬었다.
“후……. 무기를 버리고 무릎을 꿇으면 목숨은 살려 주겠다.”
산적들은 그의 말에 눈빛이 흐려졌다.
“어떻게 할까?”
“제기랄…….”
“우리가 이길 수는 없을 것 같은데 말이야.”
항복하려는 것일까?
명운이 미간을 좁혔을 때였다.
“튀어!”
산적들이 일제히 달아나기 시작했다.
“도망치자!”
“산으로 달아나!”
“빌어먹을! 이길 수 없다고!”
그들은 부상당한 동료들을 버린 채 산으로 달아나고 있었다.
‘아주 바닥을 드러내는군.’
최소한의 동료애도 없는 모양이었다.
‘하긴, 그런 게 있으면 이런 짓을 하지 않지.’
명운은 쓰러진 자들을 향해 발을 뻗었다.
퍽! 퍽!
둔탁한 타격음과 함께 다리를 베인 자들이 길가로 밀려났다.
“다리가 잘리지 않았으니, 엄살 피우지 마라.”
명운은 산적들이 동료를 데리고 돌아가는 것을 바랐기에 다리를 자르지 않았던 것이었다.
“으으으윽.”
길 한쪽으로 밀려난 산적들은 다리를 부여잡은 채 신음을 내뱉을 뿐이었다.
명운은 검에 묻은 피를 닦은 뒤 말 위에 올랐다.
“출발하겠습니다.”
그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것처럼 쓰러진 산적들 사이를 지나쳤다.
산적들과 거리가 어느 정도 벌어졌을 때 조광이 물었다.
“교주님, 왜 추격하지 않으셨습니까?”
명운이 낮은 목소리로 그의 물음에 답했다.
“여기서 혈사를 일으킨다면 소란스러워질 뿐이다.”
“하지만 이대로 도망친다면, 다음에 다른 이들을 또 습격하게 될 것입니다.”
명운이 미간을 좁히며 말했다.
“조광, 협이란 말에 물들어 본교의 가르침을 잊었는가?”
약한 자를 돕고 강한 자를 억누른다.
이것은 천마신교가 아닌 무림맹에서 내세우는 협의였다.
“죄송합니다.”
명운은 조광의 사과에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후우……, 근묵자흑인가?”
이것은 비단 조광에게 하는 말이 아니었다. 그 자신도 중원에 오래 머물며 협의라는 말에 물들고 말았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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