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mon Returner RAW novel - Chapter (403)
403화 개봉으로 가는 길 (3)
오단은 어려서부터 몸이 약해 아이들로부터 동네 아이들로부터 따돌림을 받았다. 그러나 그는 따돌림을 받는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 내가 네놈들과 어울리지 않는 것뿐이다.
그는 가슴에 큰 꿈을 품었다.
필부로 살지 않겠다.
반드시 대공을 세워 장군이 되리라.
아버지를 따라 평범한 농부가 되었다면, 필부의 허언에 지나지 않았을 터였다.
하지만 열다섯이 되던 해 기회가 찾아왔다.
형주 인근에 반란이 일어났고, 호남순무는 반란을 토벌하기 위해 군을 일으켰다.
많은 젊은이가 징병을 피해 산속 깊이 도망친 그 무렵, 오단은 역으로 군대에 지원했다.
나이가 적고 마르며 볼품없는 몸을 가진 오단이었으나 징병을 맡은 무관은 그를 받아들였다.
– 어리긴 하지만 눈빛이 살아 있으니, 몇 년만 지나면 한 사내의 몫을 할 것이다.
군대에 들어가긴 했지만, 반란이 토벌될 때까지 오단은 전서를 나르는 심부름꾼 역할밖에는 할 수 없었다.
하지만 몇 년이 지나자 무관의 말처럼 몸에 살이 붙고 어깨가 넓어졌다.
여기에 군대의 무예가 더해지자 오단은 당당한 사내가 되었다. 그리고 몇 번인가 전장에 나가 공을 세워 그의 관직은 현위에 이르렀다.
그러나 그의 출세는 딱 여기까지였다. 갑작스러운 출세를 시기한 십장들의 모함으로 그는 귀양을 가게 되었고, 십장 중 둘은 귀양 가는 그를 습격해 죽이고자 했다.
– 운이 없었다면 그때 죽었겠지.
오단은 자신을 습격한 이들을 모두 죽이고는 장강을 넘어 도주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장강수로십팔채에 들어갔다. 그는 그곳에서 능력을 인정받았고, 십 년이 흐른 뒤 비선채 부채주에 오르게 되었다.
“부채주님!”
“부채주님께서 직접 나서실 만한 일이 아닙니다.”
오단은 오른손을 들었다.
“네놈들은 숫자를 믿고 있지만, 저자를 상대로 싸운다면 다섯은 죽을 것이다.”
마차 하나를 습격하는 데 다섯이 죽는다면 그 습격은 실패나 마찬가지였다.
“저자의 실력이 그렇게까지…….”
오단이 선두에 선 수하의 말을 잘랐다.
“네가 생각하는 것보다 대단할 것이다.”
그는 시선을 말을 탄 젊은이에게 돌렸다.
“어설픈 위장으로 내 눈을 속일 수는 없다.”
오단은 관직에 있었기에 대관들의 사치가 얼마나 심한지 잘 알고 있었다.
‘호부상서라면 육부의 상서이니, 그 위세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겠지.’
호부상서의 부인이 실제로 움직인다면 십수 명의 수행원이 반드시 따라붙을 것이었다.
그의 앞에선 이는 바로 명운이었다. 그는 오단의 주장을 부정할 수밖에 없었다.
“위장이 아니라 진짜라면?”
오단의 입가에 미소가 맺혔다.
“어떤 호부상서가 부인에게 달랑 호위 둘을 붙인단 말인가?”
그는 빙왕이 타고 있는 마차 안에 귀한 보물이나 재물이 실려 있을 것으로 확신했다.
‘보나 마나 귀주나 운남의 지방관이 중앙으로 보내는 뇌물이겠지.’
비선채 수적들의 목표는 마차에 실려 있는 뇌물이었다.
명운은 상대를 떠보듯 신분을 밝혔다.
“이쪽의 정체가 장하라면 어떨까?”
대협 장하의 명성은 장강을 따라 이미 항주까지 퍼져 있었다.
오단도 당연히 그 명성을 들어 본 적이 있었다.
“네가 대협 장하라고?”
“그렇다면?”
오단은 명운의 대답에 냉소했다.
“크크크크, 네가 장하면 나는 마교 교주다.”
마교 교주.
그 한마디에 조광이 발끈했다.
“이 녀석! 감히!”
사실 오단은 그를 호위 취급도 하지 않았다. 그가 두 호위라고 지목한 것은 명운과 하후문이었다. 오단에게 그는 평범한 마부일 뿐이었다.
– 자중하라.
그에게 전음을 보낸 것은 명운이 아닌 빙왕이었다. 그녀는 모든 것을 명운에게 맡겨야 한다고 생각했다.
‘우리는 교주님을 따를 뿐이다.’
명운은 짧게 한숨을 내쉬고는 말에서 내렸다.
“하……, 그럼 이렇게 하지. 자네가 날 이기면, 그대가 원하는 것을 내어 주지.”
오단은 그의 제안에 피식하고 웃었다.
“좋아, 그럴 리는 없겠지만, 네가 날 이기면 이쪽도 순순히 물러나도록 하지.”
명운은 오른손을 들었다.
“잠깐, 그것만으로는 수지가 맞지 않아.”
오단은 미간을 좁혔다.
“뭐라고?”
“내가 이긴다면 너희 배로 강을 건널 것이다.”
오단은 그의 말에 기가 찼다.
“하하하, 목숨을 구하는 것도 모자라서 우리 배로 강을 건너게 해 달라고?”
명운이 어깨를 으쓱하며 말끝을 높였다.
“그 정도도 못 하는 건가? 아니면 채주가 아니라 그럴 권한이 없는 건가?”
그는 제안과 동시에 오단을 도발하고 있었다.
오단은 두 손에 수투를 끼며 고개를 끄덕였다.
“좋다! 네가 원하는 대로 해 주마!”
그는 비선채의 전선으로 강을 건너는 일은 없으리라 확신했다.
‘표국물을 좀 먹은 모양인데, 내게는 안 통한다.’
그가 자세를 잡자 명운도 몸을 낮췄다.
“신호 없이 바로 가지.”
오단이 주먹을 쥐며 외쳤다.
“좋다!”
두 사람 사이에 냉랭한 기류가 흘렀다.
비선채 수적들은 야유나 고함을 지르지 않고 조용히 두 사람의 격돌을 지켜보았다.
조광은 그 모습만 보아도 그들이 지난번에 나타난 산적들보다 훨씬 정예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역시 장강수로채인가?’
그는 장강수로채의 명성이 헛되지 않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개개인의 무위는 뛰어나 보이지 않는다.’
조광은 그들의 무위를 오월교도와 비슷하거나 살짝 위라고 평가했다.
‘마음만 먹는다면 나 혼자도 모두를 상대할 수 있다.’
그의 무위는 절정 근처에 이르렀기에 수적들이 감당할 수 없었다.
“하합!”
기합과 함께 먼저 주먹을 뻗은 것은 오단이었다. 그는 명운의 정면을 노리고 오른손을 뻗었다.
쉬익!
파공성과 함께 주먹이 앞으로 날아갔다.
‘허초인가? 아니, 이건 실초군.’
명운은 왼손을 아래에서 위로 움직이며 그의 주먹을 쳐 냈다.
그러곤 오른팔 팔꿈치로 오단의 가슴을 노렸다.
훅!
오단은 급히 왼손을 내려 그의 공격을 막았다.
파악!
명운의 팔꿈치와 오단의 수투가 충돌하자 짧은 타격음과 함께 두 사람의 몸이 흔들렸다.
“큭!”
신음을 내뱉은 것은 수투를 낀 오단 쪽이었다.
‘바위를 막아 낸 것 같은 충격이다. 팔꿈치만으로 이런 공격이 가능하단 말인가?’
그는 명운의 연속 공격을 경계해 뒤로 물러나며 두 손을 올렸다.
명운은 그가 방어 자세를 취하자 무리해서 공격하지 않고 두 손을 아래로 내렸다.
“예상보다 손놀림이 빠르군.”
첫 격돌에서 우위를 점한 것은 명운이었다. 그럼에도 그는 오단을 높이 평가했다. 그 이유는 그가 명운의 반격을 막아 냈기 때문이었다.
‘진심이 담긴 공격은 아니었지만, 충분히 통할 공격이라고 생각했는데. 제법이군.’
오단은 강적을 만났다는 것을 알고는 긴장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 녀석!”
그는 목소리를 높였지만, 이전처럼 과감하게 공격하지 못했다.
‘빈틈을 찾아야 한다.’
오단은 명운이 단순히 표국물을 먹은 정도가 아님을 알 수 있었다.
‘제길, 명사의 가르침을 받은 것인가? 그것이 아니라면 유명 문파의 제자일 수도 있다.’
호남성에서 가장 유명한 것은 형산파였다.
‘설마 형산파? 그것은 아니겠지.’
형산파 제자라면 싸우기 전에 신분을 밝혔을 터였다.
‘그건 그렇고, 싸움에 익숙한 녀석이군.’
상대를 도발해 공격을 유도한 뒤 그것을 받아친다.
싸움에 익숙한 자가 아니고서는 생각할 수 없는 수법이었다.
“후흡…….”
오단은 길게 숨을 내쉬며 자세를 가다듬었다.
‘성급하게 공격하면 이쪽이 당한다.’
첫 일격 때, 명운은 기다렸다는 듯 그의 주먹을 쳐 내며 팔꿈치를 뻗었다.
‘그때 팔꿈치에 맞았다면, 그것으로 승부가 났을 것이다.’
이름도 없는 무인에게 비선채 부채주가 질 수는 없었다. 이것은 장강수로채의 명예가 달린 일이었다.
“후흡…….”
두 번째 긴 호흡.
명운은 몸을 약간 낮춘 채 두 손을 올리고 있을 뿐이었다.
‘그러고 보니, 이 녀석 검을 차고 있었잖아.’
검을 장식으로 찬 것이 아니라면 그의 장기는 주먹이 아니라 검일 수도 있었다.
‘검법이 주라면…….’
명운의 무위는 그가 예상한 것보다 훨씬 높을 가능성이 있었다.
‘생각하고 싶지도 않군.’
그는 일단 그 가능성은 무시하기로 했다.
“그쪽에서 오지 않으면 이쪽에서 가지.”
오단은 명운의 한마디에 혀를 찼다.
“쯧, 받아치는 것밖에 할 줄 모르는 줄 알았더니, 주먹을 낼 줄도 아는 모양이구나.”
그는 도발하는 말을 하는 동시에 명운의 움직임을 빠르게 살폈다.
‘뒤쪽으로 힘을 모으는 움직임이 없다. 공격하겠다는 것은 허세인가?’
앞으로 빠르게 발을 뻗기 위해서는 땅을 강하게 뒤로 밀어낼 필요가 있었다.
하지만 명운의 두 발은 어느 쪽도 뒤로 움직이지 않았다.
‘설마 경공을 펼쳐서 날아오진 않겠지?’
다음 순간.
명운이 앞으로 뛰쳐나왔다.
오단은 그가 앞으로 뛰쳐나오기 전 오른발이 뒤로 가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방향을 알면 막을 수 있다!’
그는 오른손을 들어 명운의 주먹을 막고자 했다.
휙!
바람과 함께 명운의 주먹이 허공을 날았다.
‘예상대로다!’
그가 수투로 명운의 주먹을 쳐 내려는 순간, 앞으로 나오던 주먹이 멈췄다.
‘이것은!’
허초였다.
‘하지만 주먹을 멈춘 채 왼손을 뻗을 수는 없다.’
명운의 중심은 이미 오른쪽에 쏠려 있었다. 오른쪽이 앞으로 나가는 상황에서 왼손을 다시 뻗는다면 균형이 무너질 수밖에 없었다.
‘뭐지?’
오단이 의문과 함께 상체를 방어하고자 할 때였다. 명운이 몸을 빙글 돌렸다.
‘아! 회전각이다!’
회전각이 온다는 것을 깨달았지만, 그것을 막을 시간이 없었다.
명운과 마찬가지로 그의 무게 중심도 한쪽으로 쏠려 있었던 것이었다.
퍼억!
둔탁한 소리와 함께 오단의 하체가 무너졌다.
명운의 회전각이 왼쪽 허벅지에 꽂힌 것이었다.
“크윽.”
신음과 함께 비명이 터져 나왔다.
‘뼈가 부러진 것인가?’
오단은 두 손으로 땅을 짚었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그는 회전각이 마치 팽이처럼 이어지리란 사실을 알고 있었다.
‘이것밖에는 방법이 없다.’
오단은 몸을 세우는 대신 땅을 굴렀다.
데굴데굴.
땅을 구르는 모습은 썩 좋지 않았지만, 이렇게 하면 회전각의 공격권에서 빠져나갈 수 있었다.
팍! 팍! 팍!
예상대로 명운이 따라붙으면서 회전각을 펼쳤다. 그러나 그의 공격은 모두 땅에 꽂히고 말았다.
조광은 그 모습을 보며 낮게 중얼거렸다.
“대협의 움직임이 굉장히 부드럽습니다.”
빙왕이 마차 안에서 그의 말을 받았다.
“체술이란 마치 물이 흐르듯 부드러워야 하네.”
그녀는 명운이 체술의 진수를 보여 주고 있다고 생각했다.
‘교주님은 단순히 파천의 힘으로 사방을 압도하는 분이 아니시다.’
두 사람이 말을 주고받는 사이 오단이 명운의 공격권에서 빠져나왔다.
“헉, 헉, 헉…….”
그는 십여 초식도 싸우지 않았는데 거친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젠장, 놈의 호흡에는 변화가 없잖아.’
명운은 처음과 마찬가지로 살짝 손을 올렸을 뿐이었다.
“아쉽군. 회심의 공격이었는데 말이야.”
이제 무공의 고하는 분명했다.
이것이 비무였다면, 오단은 두 손을 모으며 자신의 패배를 인정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그럴 수 없었다.
‘여기서 무릎을 꿇으면 장강수로채가 웃음거리가 된다.’
그의 두 주먹에 장강수로채의 명예가 걸려 있었다.
“계속 싸울 텐가?”
“물론!”
오단은 말이 끝나기 무섭게 오른손을 뻗었다.
‘실력의 차이가 나는 이상 승부를 길게 끌면 불리하다.’
그는 속공으로 상대의 빈틈을 유도하는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놈이 실수하기를 바랄 뿐이다.’
상대의 실수에 기댈 수밖에 없는 상황.
그의 승산은 이미 희박했다.
명운은 오단과 싸우면서 기의 흐름을 확실히 느낄 수 있었다.
‘이런 싸움은 아라산 이후 처음이군.’
그는 일과 처음으로 마주했을 때가 생각났다.
‘그때보다도 더욱 확실히 상대의 기가 느껴진다.’
아라산에서 느꼈던 기가 시냇물의 흐름이라면, 지금 느껴지는 기는 폭포수의 격렬함이었다.
‘이쯤에서 끝내는 것이 좋겠지.’
그는 격렬하게 날아오는 오단의 주먹을 피해내며 왼손을 뻗었다.
퍼억!
일장이 복부에 적중하자 오단은 버티지 못하고 무릎을 꿇었다.
“허헉.”
그는 숨조차 제대로 쉬기 힘들었다.
‘복대를 댔는데도 이렇게 큰 충격이!’
오단은 수적답게 무복 안에 복대를 대고 있었지만, 명운의 일격은 복대를 뚫고 그의 몸을 뒤흔들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