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mon Returner RAW novel - Chapter (406)
406화 사천의 괴인 (2)
“그것이 정말이냐?”
말끝을 올린 이는 아미파 장문인 혜명사태였다.
“흉수는 송반에서 금 사제를 따돌리고, 평무에서 면양으로 남진하고 있다 합니다.”
송반현 부근을 맡은 이는 그녀의 제자이자 아미파 이대제자의 필두 금옥수였다.
그러나 흉수는 그녀의 추격을 가볍게 따돌리고 평무현의 경계를 넘었다.
“청성은 아직이더냐?”
아미파 이대제자 도정이 두 손을 모으며 대답했다.
“아직 답이 없습니다.”
혜명사태는 주먹을 꾹 쥐었다.
“겁을 먹은 것인가?”
청성파 장문인 자현도장은 흉수 토벌에 나서 달라는 아미파의 요청에 묵묵부답이었다.
“제가 가 보겠습니다.”
혜명사태는 쥔 주먹을 펴지 않았다.
“갈 필요 없다!”
단호한 한마디.
그녀는 청성파가 움직이지 않으리라 생각했다.
‘어쩌다가 천하의 청성파가 이리되었단 말인가?’
자허도장의 죽음 직후, 청성파는 장문인의 원수를 갚겠다면 사방으로 제자를 보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그들은 곧 봉문을 한 것처럼 문을 걸어 잠갔다.
“장문 사고!”
사고는 사부의 사매나 사저를 뜻하는 말로 혜명사태는 도정의 사부 장명대사의 사매였다.
혜명사태는 사질의 말에 재차 목소리를 높였다.
“오월교 토벌 때도 우리 아미파가 중심이 되어 그들을 토벌하지 않았느냐?”
사천에 침입한 오월교를 토벌할 때, 아미파가 다수의 제자를 보낸 것은 사실이었다.
게다가 통솔을 맡은 조후가 전사하는 등 아미파는 적지 않은 피를 보았다.
“장문 사고, 그럼 제가 면양으로 가 보겠습니다.”
혜명사태는 그의 말에 눈살을 찌푸렸다.
“도정.”
“예, 사고.”
“면양은 옥수에게 맡기고, 너는 공헌과 삼대제자들을 인솔해 면양의 뒤를 받쳐라.”
도정은 혜명사태의 명령에 두 손을 모으며 허리를 굽혔다.
“알겠습니다. 장문 사고의 명을 받들겠습니다.”
그가 대전에서 나왔을 때였다.
긴 머리의 미녀가 그를 향해 두 손을 모았다.
“제자, 귀주에서 돌아왔습니다.”
긴 머리의 미녀는 아미파 삼대제자 아련이었다. 그녀는 아미파 이대제자 도정의 제자였다.
“오, 돌아왔느냐?”
아련은 사형제들과 떨어져 귀주까지 갔기 때문에 이제야 아미산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제자, 모든 것을 두 눈으로 확인했습니다.”
도정은 고개를 옆으로 기울였다.
“네가 모든 것을 확인했다고?”
“오월교의 잔혹함과 무림맹의 무력함, 그리고 그로 인해 고통을 받은 백성들의 비참함을 두 눈으로 확인했습니다.”
아름다운 외모와 달리, 그녀의 입에서 나오는 말들은 날이 서 있었다.
“련아.”
“사부님, 강호는 비참했습니다.”
아련이 경험한 강호는 생지옥 그 자체였다.
“으음.”
도정은 앞서 돌아온 제자들로부터 단양현과 그 인근현의 참상을 접한 바 있었다.
‘처음이 너무 참혹했구나.’
첫 강호행에 그녀와 같은 경험을 하는 제자는 드물었다.
“그 이야기는 나중에 듣도록 하자.”
도정이 아련을 다독이려 할 때였다.
대전 안에서 혜명사태가 목소리를 높였다.
“도정! 아련이 돌아왔느냐?”
도정이 몸을 돌리며 두 손을 모았다.
“지금 막 돌아왔다고 합니다.”
“안으로 들어오라 해라!”
혜명사태는 안에서 두 사람의 이야기를 다 들었던 것이었다.
도정은 속으로 짧게 한숨을 내쉬었다.
‘하……. 일이 꼬이는구나.’
그는 사부 혜명사태의 성품이 불과 같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사부님, 제자 대전으로 들어가 보겠습니다.”
도정은 그녀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장문 사고께 예를 다하거라.”
그는 아련의 말이 지나쳐 문제가 될까 걱정이 되었다.
‘조금 더 다독인 다음에 사고를 만나게 해야 하는데…….’
아련은 사부의 마음을 모르기에 두 손을 모으며 허리를 숙일 뿐이었다.
“제자, 실수하지 않겠습니다.”
그녀는 사부에게 인사한 뒤, 대전 안으로 들어섰다. 그러고는 재차 두 손을 모으며 허리를 굽혔다.
“제자, 아련이 장문인을 뵙습니다.”
혜명사태는 의자에 앉아 있는 것이 아니라 기둥 사이를 걷고 있었다.
“아련, 모든 것을 보았다고 했느냐?”
아련은 두 손을 모은 채 대답했다.
“예, 오월교의 잔혹함, 무림맹의 무력함, 백성들의 비참함을 모두 보았습니다.”
혜명사태가 걸음을 옮기며 재차 물었다.
“그곳에 희망은 없었느냐?”
어둠이 있으면 빛도 있는 법.
절망과 비참함이 있으면, 희망과 행복함이 있었다.
혜명사태는 이를 알기에 그녀에게 질문을 던진 것이었다.
“대협 장하, 오직 그만이 희망이었습니다.”
혜명사태는 대협 장하의 명성을 수차례 들은 바 있었다.
“대협 장하인가?”
“그는 진정한 대협이었습니다.”
“제대로 본 것이 맞느냐?”
“수많은 사람이 그의 공덕을 칭송하는 것은 그 누구도 그의 공덕을 따를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혜명사태는 아련의 대답이 과장되었다고 생각했다.
‘아련은 무슨 연유로 과장해 그를 포장한단 말인가?’
그녀는 속으로 짧게 한숨을 내쉬었다.
‘조금 더 그에 대해 알아봐야겠구나.’
혜명사태가 다시 걸음을 옮기며 물었다.
“소문에 따르면 그는 젊다고 했다. 네 사형 조후와 비교해 누가 더 나이가 많더냐?”
조후는 단양현에서 전사한 아미파 삼대제자로 이번 강호행에서 아미파 제자들의 통솔을 맡은 바 있었다.
“그는 조 사형보다 어렸습니다. 어쩌면 저보다 더 어릴지도 모르겠습니다.”
순간 혜명사태의 걸음이 멈췄다.
“너보다도 어리다고?”
“그는 약관을 막 넘은 것으로 보였습니다.”
혜명사태가 눈을 크게 뜨며 말끝을 올렸다.
“그럴 리가?”
강호에는 종종 젊은 영웅이 등장했다. 그러나 약관에 불과한 청년이 이룰 수 있는 것은 한정적이었다.
주변 마을을 무자비하게 습격하는 도적 떼를 무찔렀다.
악행을 일삼고 있는 탐관오리의 목을 베었다.
그것도 아니라면 혈사를 일으키고 있는 흉수를 찾아내 처단했다.
이러한 일들이 약관의 청년이 할 수 있는 의협이었다.
그러나 대협 장하가 펼친 협행은 이런 수준의 협행이 아니었다. 그는 사천과 귀주, 그리고 운남에 걸쳐 세력을 떨치고 있는 오월교라는 거대한 무력 집단을 무너뜨렸다.
“제자 두 눈으로 똑똑히 확인했습니다.”
혜명사태는 그녀가 두 눈으로 똑똑이 보았다고 했음에도 그녀의 말을 모두 믿을 수 없다고 생각했다.
“그는 겉으로만 젊을 수도 있다.”
“네?”
아련의 눈썹이 위로 올라간 순간 혜명사태가 말했다.
“반로환동한 고수일 수도 있다는 말이다.”
아련은 그녀의 한마디에 말을 잇지 못했다. 한 번도 반로환동한 고수라곤 생각해 보지 못했던 것이었다.
“왜 말이 없느냐?”
“그, 그것이…….”
“네 생각에도 그렇다고 생각하는 것이겠지.”
혜명사태가 다시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오월교를 쓰러뜨릴 정도의 무공을 지녔다면, 반로환동한 고수라고 해도 무방할 것이다. 그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다.”
그녀는 대협 장하가 반로환동한 고수라면 앞서 이룩한 것들도 어느 정도는 가능하다고 생각했다.
‘나조차 반로환동은 실제로 본 적이 없다. 하나 그것을 이룬 고수라면 절정을 넘어 화경에 들어섰다고 해도 무방할 것이다.’
대협 장하가 화경의 고수라면 오월교가 무너진 것도 납득할 수 있었다.
‘문제는 그런 고수가 어째서 단리원에서 나온 것인가 하는 것이다.’
사천 무림은 수십 년째 화경의 경지에 이른 고수를 배출하지 못하고 있었다.
한데 운남의 이름 없는 문파에서 화경의 경지에 이른 고수를 배출한 것이었다.
‘이쪽의 운이 다한 것인가?’
화경의 경지에 이른 고수가 사천에 있었다면…….
그랬다면 청성파의 자허도장이 그렇게 허망하게 가지 않았을 것이다.
어디 그뿐이던가?
지금 사천을 누비고 있는 흉수 역시 감히 그리하지 못했을 것이다.
‘모든 것이 이쪽에 힘이 없기 때문이다.’
힘이 부족하다.
혜명사태는 결론을 내리며 주먹을 꾹 쥐지 않을 수 없었다.
* * *
호용은 금의위에서 팔 년째 암약하고 있었다. 그는 무공은 뛰어나지 않았지만, 추적과 잠행술, 그리고 야행술에 능해 여러 차례 공을 세운 적이 있었다.
‘제길, 곧 황도로 불려가는 줄 알았는데 말이야.’
그는 형주성 밖 야산에 몸을 숨기고 있었다. 그가 이곳에 몸을 숨긴 이유는 형주성 안으로 들어간 대협 장하 일행 때문이었다.
‘대협 장하를 미행하라니, 윗선은 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 건지 모르겠어.’
그가 도둑 오순으로부터 받은 임무는 대협 장하를 멀리서 미행하라는 것이었다.
사실 대협 장하를 미행하기란 어렵지 않았다.
거리도 멀었고, 상대가 특별히 빨리 움직이지도 않았기 때문이었다.
문제는 이것이 별 대단한 일이 아니라는 것이었다.
‘이런 식으로 하찮은 일이나 한다면 황도에 입성할 수 없다.’
금의위에 적을 두고 있으나 그는 어엿한 무관이었다. 그는 하루빨리 공적을 세워 황도에 입성하고자 했다.
툭.
작은 소리.
호용은 재빨리 감각을 끌어 올렸다.
‘적인가?’
금의위 고수답게 그의 감각은 민감했다.
‘다람쥐인가?’
그의 눈에 빠르게 움직이는 작은 물체가 보였다.
‘칫, 이 시간에 누가 올라온단 말인가?’
호용은 긴장을 풀었다.
‘해가 뜨기 전까지는 괜찮겠지.’
대협 장하 일행은 항상 아침 식사를 마친 뒤 움직였다. 그는 그들이 북문을 나설 때까지 이곳에서 몸을 숨기고 있을 생각이었다.
‘잠이나 자 두자.’
그가 두 눈을 감았을 때였다.
뒤쪽에서 섬뜩한 감각이 느껴졌다.
‘위험하다!’
그는 급히 몸을 일으키며 허공으로 뛰어올랐다.
쉬익!
파공성과 함께 기파가 그의 몸을 휩쓸고 지나갔다. 그러나 그는 어떠한 타격도 받지 않은 채 나뭇가지 위에서 자세를 잡았다.
“누구냐?”
그는 검을 뽑아 들고는 기파가 날아온 곳을 노려보았다.
탁. 탁.
짧은 발소리와 함께 나타난 것은 대협 장하였다.
순간 호용의 눈이 보름달만큼 커졌다.
“너, 넌!”
명운은 자신의 공격을 흘려낸 호용을 보고는 고개를 갸웃했다.
“분명 혈도를 찍었는데 멈추지 않고 움직이는군. 설마 혈도를 움직인 건가?”
점혈무공을 막는 방법.
이것은 다음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었다.
첫 번째는 혈도에 타격을 줄 수 없도록 갑옷이나 보호대를 착용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갑옷이나 보호대로는 명운의 중수법을 막을 수 있었다.
두 번째는 혈도의 위치를 순간적으로 바꾸는 것이었다. 이는 정파보다는 사파에서 많이 사용하는 방식으로 명운은 호용이 이 두 번째 방법으로 자신의 공격을 막아 냈다고 생각했다.
마지막으로 세 번째는 후천적으로 혈도의 위치를 바꾸도록 몸을 개조하는 것이었다. 이쪽은 사파를 넘어 혈교나 오월교 같은 사교 집단에서 많이 쓰는 방법이었다.
‘이쪽의 수법을 꿰뚫어 보다니!’
명운의 예상대로 호용이 사용한 방법은 순간적으로 혈도를 바꾸는 혈류술이었다.
“무림맹은 아닌 것 같고. 어디 그 신분이나 들어 보도록 하지.”
호용은 자신을 향해 접근하고 있는 명운을 보며 미간을 좁혔다.
‘내 잠행술을 완벽하게 꿰뚫었다. 보통 사내가 아니다.’
대협 장하의 무공이 뛰어나다는 것은 이미 널리 소문이 나 있었다.
하지만 산속에서 잠행술이 특기인 호용을 찾아내는 것은 조금 다른 이야기였다.
‘어떻게 하지?’
상대의 명성으로 볼 때, 맞서 싸우는 것은 승산이 없었다. 만에 하나 이긴다고 해도 큰 상처 한둘은 각오해야 했다.
‘그렇다면 방법은 하나다.’
그는 도망치기로 했다.
“하핫!”
호용은 기합과 함께 명운에게 섬광탄을 던졌다.
번쩍!
섬광탄이 짧은 폭발음과 함께 사방으로 빛을 뻗어 냈다.
‘네가 아무리 무공이 뛰어나도 당분간은 앞을 볼 수 없을 것이다.’
금의위에서 사용하는 섬광탄은 그 밝기가 보통 섬광탄의 두 배 이상이었다.
한밤중에 섬광탄을 정면으로 맞은 자는 한동안 시력을 회복할 수 없었다.
탁! 탁!
호용이 나뭇가지를 두 번 건너뛰었을 때였다.
“커헉.”
비명과 함께 그가 나무 아래로 떨어졌다.
쿵.
둔탁한 소리가 났다는 것은 그가 낙법조차 사용하지 못했다는 뜻이었다.
“으으윽.”
바닥으로 떨어진 호용은 가슴을 두 손으로 감싸며 짙은 신음을 내뱉었다.
그가 나무에서 떨어진 것은 누군가 심장을 손으로 꾹 쥐는 듯한 통증을 느꼈기 때문이었다.
“재미있는 재주로군.”
명운은 어느새 그의 곁에 다가와 있었다.
‘괴, 괴물 같은…….’
호용은 자신에게 일어난 일이 믿기지 않았다.
“신선한 수법이었어.”
명운은 눈이 잘 보이지 않는지 눈을 살며시 감고 있었다. 그럼에도 그는 움직이는 데 문제가 없었다.
빛이 없는 곳에서 이미 살아 봤기 때문이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