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mon Returner RAW novel - Chapter (407)
407화 사천의 괴인 (3)
호용은 대협 장하가 눈을 감고 있는 것을 확인하고는 깜짝 놀랐다.
‘눈을 감은 상태에서 날 떨어뜨렸다고?’
소리로 방향을 읽고 공격한 것일까?
하지만 그의 심장에 충격을 준 것은 암기나 기파가 아니었다.
‘보이지 않는 손이 몸속으로 들어와 심장을 강하게 움켜쥐는 것 같았다.’
무공을 익힌 이후 처음으로 당해 본 공격이었다.
게다가 그는 이 공격을 당한 뒤 한 걸음도 내디딜 수 없었다.
‘점혈에 당한 것도 아닌데, 제대로 움직일 수가 없다.’
그가 심장을 움켜쥐고 있는 사이 장하가 손을 뻗었다.
“큭!”
호용은 오른손으로 장하의 손을 막고자 했다. 그러나 장하는 가볍게 흔드는 것만으로도 그의 오른손을 마비시켜 버렸다.
‘크윽, 오른손이 움직이지 않는다.’
손을 터는 동작만으로 그의 혈도를 찍은 것 같았다.
‘무공의 수준이 다르다!’
그가 확인한 장하의 무공은 압도적이었다.
“어디 볼까?”
장하는 손을 뻗어 그의 몸을 수색했다.
툭. 툭.
호용의 소지품이 하나둘 밖으로 끌려 나왔다.
“무기를 보니, 마교나 무림맹은 아니군.”
호용은 금의위 고수답게 신분을 특정할 수 있는 어떠한 명패도 지니지 않고 있었다.
그러나 명운은 그가 무림맹이나 천마신교가 아니라는 것을 단번에 알아차렸다.
“게다가 이것은…….”
그가 주목한 것은 호용이 사용하는 암기가 들어 있는 통이었다.
조금 전에 사용한 섬광탄도 이 암기통에 들어 있는 것이었다.
“흠, 이 정도로 정교한 무기를 쓰는 곳은 많지 않지.”
대협 장하, 그러니까 명운은 암기통을 흔들며 말했다.
“당문이라면 당가를 상징하는 가패를 지니고 있을 것이고, 암기의 명가 뇌전문(雷電門)이라면 명패를 지니고 있겠지.”
호용은 그의 식견에 다시 한번 놀랐다.
‘겉으로 보이는 모습은 약관의 젊은이에 불과하지만, 무공과 식견은 노강호와 같다.’
명운은 몇 가지 물건을 더 확인하고는 결론을 내렸다.
“관이군.”
호용은 명운의 지적에 가슴이 철렁했다.
‘큰일이다!’
금의위 고수들은 어떠한 상황에서도 자신의 신분을 발설하면 안 되었다.
만에 하나 신분을 발설하게 되면 삼대가 연좌되어 처벌을 받았다.
“관도 그냥 관이 아니야.”
호용이 바짝 긴장했을 때였다. 명운이 그에게 물었다.
“아혈을 찍은 것도 아닌데, 왜 말이 없나?”
호용은 팔이 마비되었을 때, 당연히 아혈을 찍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명운은 그의 팔만 마비시켰을 뿐이었다.
“그, 그것이…….”
“원한다면 혀를 깨물고 죽었을 수도 있었는데 말이야.”
명운은 씽끗 미소를 지었다. 그는 호용이 오월교나 혈교 같은 사교 집단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날 죽여라.”
호용의 한마디에 명운이 피식했다.
“이쪽을 공격한 것도 아닌데, 죽이기까지야 하겠나.”
그는 호용의 물건을 그의 발아래 내려놓고는 팔짱을 꼈다.
“후우, 이제 앞이 보이는군.”
호용은 그가 눈을 뜬 것을 확인하고는 미간을 좁히지 않을 수 없었다.
‘내 품속을 수색할 때도 눈을 감은 체였단 말인가?’
그러나 그는 눈이 보이지 않는 맹인이 더듬듯 수색한 것이 아니었다.
“흠, 눈을 뜨는 더 확실하게 알 수 있겠군.”
눈을 뜨지 않으면 확인할 수 없는 것이 하나 있었다. 그것은 바로 색이었다.
색은 기로 확인할 수 없는 유일한 것이었다.
“금의위군.”
명운은 바로 호용의 신분을 찍어 냈다.
“어, 어떻게!”
호용이 가지고 있는 물건들은 금의위를 상징하는 어떠한 문양도 찍혀 있지 않았다.
“검과 암기통을 보면 알 수 있지.”
호용은 반신반의했다.
‘그것만 가지고 이쪽의 신분을 알아냈다고?’
명운은 그의 앞에 한쪽 무릎을 굽히며 앉았다.
“그냥 풀어 줄 수는 없고, 그래도 사정은 들어 봐야겠지. 왜 날 미행했나?”
미행한 이유를 솔직히 말하면 풀어 주겠다는 뜻이었다. 그가 이처럼 너그럽게 나온 이유는 상대의 신분이 금의위라는 것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었다.
‘황제와 척을 질 수는 없지.’
지금 그의 신분은 천마신교 교주 명운이 아니라 대협 장하였다.
대협 장하는 황제의 땅에서 살아가는 백성이었다.
“말할 수 없다.”
명운은 미간을 좁혔다.
“쯧, 일을 어렵게 만드는군.”
“죽여라!”
명운은 짧게 한숨을 내쉬었다.
“하, 그쪽에서 그렇게 나오면 이쪽의 생각이 복잡해진단 말이지.”
그는 손을 뻗어 호용의 왼손마저 마비시켰다.
“큭.”
호용은 어떠한 고문도 버티겠다고 굳게 마음을 먹었다.
“목숨을 걸 정도로 중요한 임무라. 금의위가 이쪽을 좋지 않게 생각한다는 뜻이겠지.”
사실 호용은 금의위가 명운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전혀 알지 못했다.
그는 대협 장하를 감시하라는 명을 받고 귀주에서부터 미행했을 뿐이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그를 습격하기 위해 감시하고 있던 것은 아니었다.
“그, 그렇지 않다.”
명운은 그의 말에 고개를 옆으로 기울었다.
“호오, 대답할 줄 아는군. 그렇지 않다? 그게 무슨 소리지?”
호용은 그의 말을 받은 뒤 아차 싶었다.
‘아무 말도 하지 않기로 했는데…….’
금의위에는 적에게 정보를 흘렸을 경우, 말로 사지를 찢어 죽이는 오마분시 형벌을 받았다.
그는 명운의 물음에 답하는 대신 침묵으로 돌아갔다.
명운은 그가 침묵을 지키자 재차 말끝을 올렸다.
“흠, 이렇게 말을 잘하는 것을 보면 금의위는 아닌가?”
그는 몸을 일으키며 호용의 주변을 돌았다.
“그러고 보면 대장군부에서 보낸 척후일 수도 있겠군.”
실제로 대장군부 소속 운남총병 허진이 그에게 척후를 보낸 바 있었다.
그러나 그는 무공과 존재감이 모두 평범해 금세 명운의 눈에 띄었다.
명운은 그의 움직임이 너무나 어설펐기에 그를 비선채나 다른 수채의 수적 중 한 명으로 생각할 뿐이었다.
“죽여라!”
호용이 다시 한번 목소리를 높이자 명운이 걸음을 멈추며 미간을 좁혔다.
“죽는 게 그렇게 소원인가?”
“죽여라.”
“그것 알고 있나? 이 주변에는 자네와 나, 두 사람 말고 아무도 없다는 사실 말일세.”
명운은 기를 펼쳐 사방 백여 보 안을 훑은 바 있었다.
‘인적이 드문 곳을 고른 걸 보면, 이 자도 의도적으로 사람을 피하고자 한 것 같다.’
호용은 여전히 묵묵부답이었다.
명운은 짧게 한숨을 내쉬었다.
“후우, 세상을 왜 그리 어렵게 살려고 하나. 내 질문에 답해 주고, 자네는 자네의 임무를 그대로 수행하면 아무 문제가 없지 않겠는가?”
명운의 말대로였다. 이 주변에는 두 사람을 감시하는 어떠한 이도 없었다.
두 사람만 침묵한다면 그냥 넘어갈 수 있는 일이었다.
그럼에도 호용이 침묵한 것은 혹시 모를 감시자 때문이었다.
‘금의위는 서로가 서로를 감시하게 되어 있다.’
명운은 계속해서 호용을 설득했다.
“이보게. 자네가 관리가 된 것은 출세하기 위해서가 아닌가? 설마 진심으로 황제를 위해 목숨을 바치려는 것은 아니겠지?”
황제의 측근이면 모를까?
아니, 측근이라고 해도 그를 위해 목숨까지 바칠 충신은 없었다.
호용도 이 말에는 동의했다.
‘말단인 내가 황제를 위해 죽을 이유는 없다.’
처음부터 금의위를 목표로 했던 것도 아니고, 그는 이런저런 이유로 금의위에 뽑힌 것뿐이었다.
호용은 뭔가 말하고 싶은 것이 있는 듯 입을 벌렸다.
“그, 그것은…….”
명운은 이때를 놓치지 않고 파고들었다.
“그것 보게. 서로 좋은 쪽으로 해결하면 되지 않겠나? 자네는 목숨을 건져서 좋고, 나는 궁금한 것을 해결해서 좋고, 서로 다 좋은 일이 아닌가? 굳이 황제를 위해 목숨을 버릴 필요가 어디 있다는 말인가?”
그의 어조는 상대를 공격해 쓰러뜨린 사람답지 않게 부드러웠다.
호용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정말로 주변에 사람이 없는가?”
명운은 그의 물음에 바로 반문했다.
“금의위나 대장군부의 고수가 내 눈을 피할 수 있다고 생각하나?”
금의위 고수 중 호용과 같은 잠행술을 가진 자는 많지 않았다.
‘이 자는 나조차도 한 번에 찾아냈다.’
그보다 뛰어난 자가 잠행술을 펼쳤다고 해도 장하의 눈과 귀는 속일 수 없었다.
이윽고 호용이 목소리를 낮추며 물었다.
“장 대협, 비밀을 지켜 주겠는가?”
그의 물음에 명운이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이지. 난 그저 누가 날 감시하는지 알고 싶어서 왔을 뿐이네. 내가 누구인지 자네도 알고 있지 않은가?”
대협 장하.
공명정대하고 대인대용한 이 시대의 진정한 협객.
물론, 지금의 언행은 소문과 조금 달랐다.
“장 대협, 그대의 대명을 하늘에 걸 수 있는가?”
명운은 오른손을 들어 하늘을 가리켰다.
“나 장하가 하늘에 맹세하건대 이곳에서 나눈 이야기를 그 누구에게도 이야기하지 않을 것이다.”
그는 말을 마친 뒤 오른손을 휘둘러 호용의 혈도를 풀어 주었다.
호용은 가슴이 쥐고 있던 기운마저 사라진 것을 깨닫고는 눈을 크게 떴다.
‘손을 한 번 휘두르는 것만으로 혈도와 금제를 모두 풀었다.’
대협 장하는 그가 지금까지 만난 고수 중 최고였다.
‘오 도독도 이 자보다는 못할 것이다.’
그가 오 도독이라고 말한 사내는 금의위 지휘관이자 금군도독인 오순이었다.
그는 금군도독 오순의 무공이 명운에게 미치지 못한다고 평가했다.
“자, 말해 보게. 자네는 누구고, 왜 날 감시하고 있었나?”
호용이 몸을 일으키며 대답했다.
“이쪽은 금의위 소속 위사일세. 이름까지는 말해 줄 수는 없네. 그리고 받은 명령은 대협 장하의 움직임을 감시하라는 것뿐일세.”
명운은 속으로 혀를 찼다.
‘쯧, 역시 목숨을 걸 만한 이야기는 아니었군.’
대단한 비밀을 품고 있었다면 그가 아무리 어르고 달래도 입을 열지 않았을 것이다.
사실 명운도 이와 같은 사실을 짐작하고 있었기에 그를 고문하지 않은 것이었다.
“하나 더 묻지. 평소와 다른 점은 없었나?”
호용은 고개를 천천히 흔들었다.
“없었네.”
“하나도?”
“으음, 남양까지만 감시하라는 말이 있긴 했네. 내가 아는 것이 이것뿐이라네.”
명운은 그의 대답을 듣고는 생각했다.
‘남양에 뭔가 있군.’
그것이 아니라면 남양에서부터는 다른 고수가 따라붙을 수도 있었다.
“금의위에서 고생이 많군.”
호용은 명운이 꺼내 놓은 짐을 챙기며 그의 말을 받았다.
“그대야말로 무공이 대단하더군.”
“칭찬 고맙네.”
“사실대로 말하는 것뿐이네.”
명운은 그의 대답을 의심하지 않았다.
‘별로 대단한 이야기도 아니고.’
다만, 남양에서 뭔가 일어난다는 것만은 그냥 넘어가지 않았다.
‘남양을 지나면 바로 개봉이다. 그 전에 뭔가 일이 일어나서는 안 된다.’
대협 장하는 개봉에서 무림맹주를 만나기로 되어 있었다.
* * *
사마진은 자명단에서 추천한 인물을 보고는 눈썹을 세웠다.
“자네는?”
그의 앞에 선 사내가 두 손을 모으며 허리를 굽혔다.
“종영세라고 합니다. 서숙에서 교주님을 모신 바 있습니다.”
“음, 그래서 구면이었군.”
종영세는 사마진과 명운의 관계를 깊이 알진 못했지만, 그녀가 서숙 시절부터 명운의 배경이 되어 주었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대호법은 교주님의 측근이라고 할 수 있다.’
그는 그녀가 어떠한 일로 자신을 불렀는지는 몰랐다. 다만, 개인적인 일이 아니라는 것은 알고 있었다.
“오늘 자네를 부른 것은 한 가지 임무를 맡기기 위해서일세.”
종영세가 고개를 숙인 채 목소리를 높였다.
“대호법님의 명에 따르겠나이다!”
사마진이 오른손을 내저으며 말했다.
“그렇게 목소리를 높일 일이 아닐세.”
종영세는 그녀의 말에 목소리를 낮췄다.
“주의하겠습니다.”
“사천에 다녀온 적이 있다고 했던가?”
“천원대에 있을 때 다녀온 적이 있습니다.”
“그렇다면 사천을 모르는 것은 아니군.”
자명단에서 그를 추천한 이유도 사천을 다녀온 경험 때문이었다.
“깊이 아는 것은 아니지만, 길을 잃을 정도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사마진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렇다면 이번 일을 맡는 데는 문제가 없겠군.”
종영세는 살짝 긴장했다.
‘어떤 임무이기에 사천을 다녀온 경험이 필요한 것일까?’
그는 명운과 관련된 임무일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사천에 괴인이 나타났다는 소문이 있네.”
사천의 괴인.
종영세가 말끝을 올렸다.
“혹시 사천에 나타난 괴인을 조사하라는 임무입니까?”
사마진이 부드러운 목소리로 대답했다.
“머리 회전이 빠르군. 사천에 잠입해서 그가 어떠한 인물이지. 어느 문파에 속하는지. 그의 목적이 무엇인지 가능한 모든 것을 조사하게. 할 수 있겠지?”
종영세는 깊이 허리를 숙였다.
“그에 관한 모든 것을 철저히 조사하겠습니다.”
사마진은 오른손을 들었다.
“나가 보게. 아소가 필요한 것을 준비해 줄 걸세.”
종영세는 아소가 그녀의 심복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흠, 오랜만에 아 소저를 만날 수 있겠군.’
그는 과거처럼 여자를 밝히지는 않았다. 다만, 오랜만에 미녀를 만난다는 생각을 하니, 얼굴이 밝아지는 것은 어찌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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