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mon Returner RAW novel - Chapter (410)
410화 천하제일검 (1)
종영세는 기척을 숨긴 채 명왕을 바라보고 있었다.
‘대단한 존재감이다.’
그도 진공과 마찬가지로 명왕의 몸에서 흘러나오고 있는 기운에 놀라고 있었다.
‘사천의 괴인이라는 말로 치부할 수 있는 인물이 아니다. 어디서 이런 고수가 나타났단 말인가?’
바위 위에 앉은 명왕의 존재감은 무림맹 무인들이 하찮게 보일 정도였다.
‘무림맹 녀석들은 자신들이 어떤 상황에 놓여 있는지 알고나 있는 걸까?’
종영세가 미간을 좁힌 순간이었다.
삼면의 무인 중 하나가 목소리를 높였다.
“우리 신권문이 선봉에 서겠소!”
신권문.
들어 본 적도 없는 문파였다.
‘죽음을 자초하는 것인가?’
그가 미간을 좁혔을 때였다. 명왕을 끈질기게 추적했던 아미파 이대제자 금옥수가 사내에게 말했다.
“장 대협, 선봉은 우리 아미파에 양보해 주시면 안 되겠습니까?”
종영세는 그녀가 신권문의 개죽음을 막기 위해 나섰다는 것을 깨달았다.
‘흠, 역시 아미파인가?’
청성파 속가제자 진공 또한 그와 생각이 같았다.
‘아미파가 신권문을 막으려 하는군.’
그러나 신권문 무인들은 금옥수의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아미파가 지금 공격한다면 선봉을 양보하겠소이다! 하지만 그대들은 포위만 할 뿐이지 않소?”
“장 대협.”
금옥수가 달래 보려 했지만, 신권문 무인들은 그녀의 말을 듣지 않았다.
“이렇게 포위만 하고 있는 것은 시간 낭비입니다!”
“맞습니다!”
“들판에서 쓰러져간 형제들의 복수를 해야 할 것이외다!”
그들은 앞서 종영세를 상대한 바 있었다.
‘놈의 신형이 날래다고 하나 상대하지 못할 정도는 아니었다.’
신권문 무인들은 명왕과 종영세를 착각해 선봉으로 나서고자 한 것이었다.
“신권문만 가게 할 수 없소이다!”
검을 들고 앞으로 나온 이들은 검원파였다. 그들은 삼면 중 하나인 면양현의 문파였다.
“오, 차 대협!”
신권문 무인들은 검원파의 등장에 밝은 미소를 지었다.
“좋습니다! 함께 흉수를 상대합시다!”
“검원파 대협들께서 도와주신다면 능히 흉수의 목을 칠 수 있을 것입니다.”
당준소는 삼면 무인들이 명왕을 얕보는 것을 보고는 금옥수에게 다가가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이대로는 다 죽을 겁니다.”
그는 어떻게든 신권문 무인들을 막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금옥수도 막을 수 있다면 막고 싶었다. 하지만 그녀는 막는 것을 포기했다.
‘기세가 너무 요란하다.’
어떤 이유에서인지 몰라도 삼면의 무인들은 그 기세가 매우 높았다.
“당 아우, 지금 저들을 막는 것은 불가능할 걸세. 차라리…….”
“차라리?”
“그들이 흉수의 시선을 끄는 동안 그의 뒤를 친다면 좋을 것이네.”
당준소는 그녀의 계책에 주먹을 꾹 쥐었다.
“저들의 죽음을 헛되이 하지 말자는 말씀이시군요.”
그는 금옥수의 계책이 그나마 현실성이 있다고 생각했다.
“자네가 측면을 맡아 주게.”
“금 사저께서 뒤를 맡으실 겁니까?”
금옥수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하지.”
그녀는 자신과 당준소, 둘만으로 기습을 걸고자 했다.
사람들의 시선이 신권문과 검원파에 쏠려 있는 사이 두 사람은 각각 명왕의 측면과 배후로 움직였다.
“하늘을 대신해서 네 놈을 처단하겠다!”
선두에 선 사내의 목소리에 명왕이 감았던 눈을 떴다.
“개 짖는 소리가 요란하구나.”
순간 사내의 눈썹이 곤두섰다.
“네놈이!”
그의 뒤에 선 신권문 제자들이 주먹을 꾹 쥐며 외쳤다.
“요절을 냅시다!”
“더 기다릴 필요가 없습니다!”
사내는 결심을 굳힌 듯 검원파 무인들에게 말했다.
“왼쪽을 맡아 주시오! 우리가 오른쪽으로 공격하겠소!”
청성파 삼대제자 진공은 두 문파가 정면 공격을 시도하려는 것을 보고는 마른침을 삼켰다.
‘다 죽고 말 것이다.’
속으로 혀를 찬 그 순간, 흐릿한 움직임이 느껴졌다.
‘이것은?’
그가 느낀 것은 명왕의 측면과 배후로 이동하는 당준소와 금옥수였다.
‘두 문파를 미끼로 사용하겠다는 생각인가?’
진공은 검을 살짝 틀어쥐었다. 여차하면 그도 움직일 생각이었다.
“좋소! 우리가 왼쪽을 맡겠소!”
검원파 무인들이 사내의 제안에 답하자 그가 고개를 끄덕이며 목소리를 높였다.
“자! 가자!”
명왕의 입가에 희미한 미소가 맴돌았다.
“나약한 것들.”
그의 한마디는 혼잣말에 가까웠기에 제대로 들은 이가 없었다.
탁! 타타탁!
스무 명이 넘는 무인들이 경공을 전개하며 명왕을 덮쳤다.
“죽어라!”
“타핫!”
“신권은 무적이다!”
기합과 함께 뻗은 검과 주먹이 명왕의 요해를 노렸다. 그러나 무인들이 뻗은 검과 주먹은 어느 하나 그에게 적중하지 못했다.
쾅!
폭음과 함께 무인들이 튕겨 나갔다.
“크헉!”
“으으으윽!”
비명과 함께 날아간 무인들은 바위와 나무 그리고 땅과 충돌했다.
퍼억! 퍼퍼퍽!
진공은 명왕이 오른손을 가볍게 휘두르는 것을 보았을 뿐이었다.
‘겨우 그 일격에 이 많은 사람이 쓰러진단 말인가?’
그가 멈칫한 바로 그 순간 독침이 명왕의 오른쪽을 노리고 쏟아졌다.
쏴아아아아!
극독이 발라져 있는 수십 개의 비침.
그러나 그 비침은 한 척 앞에서 마치 벽에 막힌 것처럼 바닥으로 쏟아져 내렸다.
타타탁.
‘이럴 수가!’
당준소는 명왕의 수법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내 공격을 보고 막은 것이 아니다!’
그의 몸에 흐르는 호신강기가 당준소의 비침을 막아 낸 것이 분명했다.
‘금 사저는?’금
옥수는 배후에서 명왕을 치기로 되어 있었다.
쉬이이익!
파공성과 함께 격한 검풍이 일어났다.
‘이 정도 공격이라면…….’
호신강기를 뚫을 수 있다.
당준소는 그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그녀의 검 역시 명왕의 호신강기를 뚫지 못했다.
펑!
짧은 타격음과 함께 검이 뒤로 밀려났다.
명왕은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보았다.
“뒤에서 암습하는 것이 너희가 말하는 정의인가?”
금옥수는 이를 악물었다.
“갈!”
그녀는 검에 내력을 잔뜩 불어넣은 뒤 아미검법을 펼쳤다.
‘여기서 물러설 수는 없다.’
당준소도 머뭇거리지 않고 가지고 있는 암기를 모두 쏟아부었다.
“제가 돕겠습니다!”
강침과 금표 그리고 금속으로 만든 환이 일제히 명왕을 향해 날아갔다. 그러나 그 모든 암기는 보이지 않는 벽에 막히고 말았다.
펑! 쾅! 파팍!
두 손으로 다 잡을 수 없을 만큼 많은 암기가 명왕의 곁에 떨어졌다.
“저 많은 암기가 어디서 나왔단 말인가?”
아미파 제자들이 놀라는 사이 금옥수가 재차 검을 뻗었다.
솨아아아!
소나기처럼 쏟아지는 검격.
그러나 명왕은 바위에 앉은 그대로였다.
‘이쪽을 얕보는 것인가?’
그녀의 검이 명왕의 목에 닿으려는 순간 뭔가가 강하게 그녀의 검을 때렸다.
콰아앙!
폭음과 함께 기파가 느껴졌다.
‘위험하다!’
금옥수는 급히 내력으로 몸으로 보호했으나 한발 늦고 말았다.
“커헉.”
그녀는 허공에 뜬 채로 피를 토했다.
“금 사저!”
당준소는 급히 몸을 날려 금옥수를 받아 냈다.
명왕은 그가 그녀를 구하는 동안 어떠한 움직임도 취하지 않았다.
그는 바위 위에서 그대로 모두를 지켜보고 있을 뿐이었다.
“버러지 같구나.”
광오한 한마디.
하나 그 누구도 그의 말을 받아치지 못했다.
명왕의 압도적인 무공이 이곳에 모인 모두의 심장을 얼어붙게 했다.
종영세는 놀라운 일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는 아직 가진 힘의 절반도 채 쓰지 않았을 것이다.’
그는 명왕에게 여력이 많이 남아 있다고 판단했다.
청성파 삼대제자 진공도 그와 같은 생각이었다.
‘우리 상대가 아니다.’
명왕의 가공할 무공을 접하자 그도 모르게 손에 땀이 찼다.
“진 대협, 어떻게 합니까?”
그에게 묻는 이는 원심문의 오문두였다.
“물러나야 합니다.”
“그게 무슨 말입니까?”
오문두는 흉수의 무공이 강하긴 하나 이쪽의 수가 많으니, 아직 방법이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진공의 판단은 달랐다.
“계속 싸우면 다 죽을 것입니다.”
“백여 명이 넘는 사람들이 다 죽는단 말입니까?”
이곳에 모인 무인들을 모두 합한다면 이백은 넘지 못한다고 해도 백오십은 충분히 넘었다.
“그렇습니다.”
진공이 미간을 좁힌 순간 당준소의 품에 안긴 금옥수가 재차 피를 토해 냈다.
“쿨럭.”
당준소는 걱정스러운 얼굴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사저, 내력을 움직이면 안 됩니다.”
금옥수가 가는 숨을 내쉬며 말했다.
“퇴, 퇴각시키게.”
죽음을 각오했던 그녀였지만, 이 정도 격차라면 적에게 등을 보인다고 해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애초에 우리 상대가 아니었다.’
죽음을 각오하고 싸운다고 한들.
그에게 티끌만큼의 타격도 줄 수 없을 것 같았다.
‘장문께서는 이 사실을 알고 계신 것인가?’
그녀는 아마도 모를 것이라고 생각했다.
“퇴각하라!”
당준소가 목소리를 높였지만, 아미파 제자들은 서로를 바라볼 뿐이었다.
“당 대협의 명인데…….”
“사부님의 명이 아니지 않은가?”
“흉수가 눈앞에 있는데 어찌 물러난단 말인가?”
아미파 이대제자 도정이 이곳에 있었다면 금옥수를 대신해 지휘권을 잡았겠지만, 그는 흉수의 퇴로를 막기 위해 삼협과 가까운 쪽으로 이동한 상태였다.
금옥수가 가쁜 숨을 내뱉으며 물었다.
“다, 다들 물러났는가?”
당준소는 그녀의 물음에 답하는 대신 움직이지 않는 아미파 제자들을 향해 재차 목소리를 높였다.
“당 사저의 명이다! 아미파는 물러나라!”
그가 재차 목소리를 높이자 아미파 제자들이 그에게 질문을 던졌다.
“어디로 물러난단 말입니까?”
당준소는 내공을 실어 외쳤다.
“모두 아미산으로 물러나라!”
아미산까지 물러난다.
이것은 흉수 추격을 포기한다는 말이었다.
“그, 그럴 수는 없습니다!”
“흉수가 눈앞에 있습니다!”
아미파 제자들 옆에는 아직도 백여 명이 넘는 삼면의 무인들이 있었다.
숫자가 많기 때문일까?
그들은 물러나기에는 아직 이르다고 생각했다.
“바보 같은 녀석들!”
당준소가 주먹을 꾹 쥐었을 때였다.
금옥수가 눈을 감으며 말했다.
“평생 악을 상대로 물러나지 말라고 배운 아이들이네.”
“승산이 없지 않습니까?”
금옥수의 목소리가 점점 가늘어졌다.
“그들을 부탁하네.”
아미파 제자들은 두 사람과 거리가 있었기에 금옥수의 상황을 정확히 알지 못했다.
“사부님을 지켜라!”
아미파 제자들은 물러나는 대신 오히려 명왕과 거리를 좁혔다.
종영세는 그것을 보고는 혀를 찼다.
“쯧, 하룻강아지 같기는.”
약자가 강자를 얕보는 것은 죄악이었다. 그는 아미파가 전멸할 운명이라고 생각했다.
“아미제자들은 물러나시오!”
아미파 제자들은 검을 빼 들고 나서는 사내를 보고는 미간을 좁혔다.
“당신은 누구요?”
사내는 아미파 제자들을 향해 몸을 돌렸다.
“본인은 청성파의 진공이라 하오.”
청성파 속가제자 진공.
그는 대단한 고수는 아니었지만, 적지 않은 공을 세워 사천성 안에서는 이름이 있었다.
“진 대협께서는 왜 흉수 앞을 막아서신 것입니까?”
진공이 모두를 쓸어 보며 대답했다.
“무의미한 죽음을 막기 위해서요. 흉수에게 달려들고자 하는 자가 있다면, 우선 나를 쓰러뜨려야 할 것이오.”
흉수를 대신해 아미파 제자들과 싸우겠다.
그의 말에 아미파 제자들은 기가 막혔다.
“지, 진 대협!”
“그게 무슨 괴변이오!”
명왕은 일이 재미있게 돌아간다는 듯 오른손으로 턱을 받쳤다.
‘내분인가?’
그가 피식했을 때였다.
진공이 재차 목소리를 높였다.
“나를 이길 수 있는 자가 있다면 앞으로 나오시오!”
그의 무공은 금옥수의 바로 아래, 아미파 이대제자 중에서는 도정의 무위가 그와 비슷했다.
이곳의 아미제자들 중 자신 있게 앞으로 나설 수 있는 이는 많지 않았다.
“진 대협, 비켜 주시오.”
“우리는 사부님을 구해야 합니다.”
진공이 검으로 아미파 제자들을 겨누며 말했다.
“금 소저께서는 모두 물러나라 했소이다. 정녕 금 소저의 명을 듣지 않을 것이오?”
그는 금옥수와 항렬이 같았기에 금옥수를 소저라 칭했다. 그러나 금옥수는 소저라 불리기에는 나이가 많았다.
금옥수는 금 소저라는 말에 희미한 미소를 지었다.
“진공이 온 모양이구나.”
그녀는 진공과 구면이었다.
“어쩌면 그가 아미제자들을 막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삼면의 무인들은 진공이 아미파 제자들 앞을 막고 나서자 눈을 크게 떴다.
“진 대협, 이게 무슨 짓입니까?”
“어찌하여 흉수를 보호하고자 하십니까?”
진공이 시선이 그들에게 옮겨졌다.
“뭇 형제들께 묻겠소이다. 흉수의 무공이 하늘에 닿은 것을 보지 못했단 말입니까?”
무공이 하늘에 닿았다.
명왕은 그의 표현에 미미한 미소를 지었다.
‘과거에는 나도 그렇게 생각했었지.’
하지만 명운을 만나고는 모든 것이 바뀌었다.
하늘 위에는 또 다른 하늘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