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mon Returner RAW novel - Chapter (418)
418화 동창의 고수들 (2)
“도착했습니다.”
골개는 이결제자의 말에 미간을 좁혔다.
“장로님의 말씀대로군.”
“장로님께서 뭐라 가르침이 있으셨습니까?”
“누군가 오기 때문에 가림막을 친 것이라 말씀하셨다.”
“아, 그러면…….”
골개가 가림막 안으로 들어가는 자들을 주시하며 말했다.
“전서를 띄워라.”
“예?”
“장로님께 보낼 것이다.”
“내용은 어떻게 할까요?”
“남자도 여자도 아닌 자들.”
남자도 여자도 아닌 자들.
그들은 바로 동창의 환관들이었다.
개방 장로 노호운은 남양분타에서 날아온 전서를 읽고는 미간을 좁혔다.
“하필, 동창인가?”
그는 애초에 금의위, 아니면 동창이라 추측했다.
“동창이라니,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노호운 옆에 붙어 있는 이는 개방의 신야분타주였다.
“남양에서 사고를 친 이들 말일세.”
“아, 장 대협과 싸운 이들이 동창이란 말입니까?”
“그런 것 같네.”
노호운은 차라리 금의위가 낫다고 생각했다.
‘사내도, 계집도 아닌 녀석들은 영 찝찝하단 말이지.’
신야분타주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달라지는 것은 없네.”
“이대로 남쪽으로 가시겠습니까?”
노호운은 대협 장하의 일행으로 보이는 이들이 강을 따라 남쪽으로 내려갔다는 소식을 듣고 남양에서 신야로 남하한 것이었다.
“일단 그럴 생각이네.”
그는 동창보다 빨리 그들을 따라잡는 것이 목표였다.
‘장 대협이 어디로 사라졌는지부터 알아야 한다.’
만에 하나 장하가 동창의 손에 죽기라도 했다면, 관과 무림은 크게 대립할 수밖에 없었다.
‘무림맹이 초청한 손님이 개봉으로 향하다가 살해되었다면, 이는 그냥 넘길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그는 현 무림맹주 좌건을 좋게 보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 일과 그것은 별개였다.
“배를 준비하겠습니다.”
노호운이 장강을 향할 시점.동창의 고수들은 불탄 장원을 살폈다.
“시신은 왜 없나?”
관원 하나가 깊이 허리를 숙였다.
“세 구의 시체가 있었으나 모두 불에 타서 형체를 알아보기 힘들었습니다.”
“그래서 치웠다?”
“죄송합니다.”
동창 고수들의 목소리는 평소 접할 수 없는 기이함을 가지고 있었다.
“석, 어떻게 하지?”
“그러게 말일세.”
“여기서 기다릴까?”
“정 공공께서 오시는 것인가?”
“닷새 안으로 도착하실 것이라 하셨네.”
남양 관원들에게 동창 고수들이 서로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은 기이하기 그지없었다.
물로 그들은 알고 있었다. 이 사내도 계집도 아닌 것들이 어떠한 짓을 저지를 수 있는지.
‘피바람을 일으키는 자들이다.’
그들은 동창의 환관들이 큰 사고를 일으키지 않고 남양을 떠나 주기만을 바랄 뿐이었다.
“정 공공께서 오시기 전에 뭔가 단서를 잡아야 하지 않겠나?”
“그러게 말일세.”
검은 옷을 입은 환관은 모두 여섯이었다. 그들은 전부 기이한 목소리를 가지고 있었으며, 키도 맞춘 듯 같았다.
동창에서는 이들을 오도육사(烏徒六士)라고 불렀다. 오도육사를 풀이하면 검은 옷을 입은 무리 중 뛰어난 여섯 정도로 해석할 수 있었다.
“이 흔적은 어떻게 보나?”
“강기에 의한 것이지.”
그들의 시선은 남양분타주보다 날카로웠다.
“정말로 강기일까?”
“강기가 아니라면 이런 흔적을 남길 수 없네.”
“그것참 이상하군.”
“뭐가 이상한가?”
“금의위에 강기를 쓸 수 있는 자가 있다니.”
오도육사는 사마혼이 화경에 들었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어쩌면 장하가 사용한 것일지도 모르지.”
“장하가 화경에 들었단 말인가?”
“그렇게 해석하는 것이 더 앞뒤가 맞지 않겠나?”
“죽은 이들은 전부 금의위고, 장하는 무사히 장원을 빠져나갔다?”
“그렇게 되겠지.”
대협 장하가 화경의 경지에 들었다. 그들은 대협 장하를 베어야 했기에 이 결론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쯧, 자네 말이 사실이라면 우리 중 절반은 목숨을 잃게 될 걸세.”
그들 오도육사는 전원이 절정의 경지에 든 무인이었다. 구파일방과 같은 대문파가 아니라면 그들 한 명 한 명이 문주나 장문인급이라고 할 수 있었다.
“절반이면 다행이지.”
강기의 깊이나 흙이 탄 정도를 보면 여섯이 협공을 펼쳐도 이기지 못할 수 있었다.
“아무래도 정 공공께서 오실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 좋을 것 같네.”
“으음, 정 공공께서 오신다면 확실히 승산은 올라가게 될 테지.”
동창의 사례태감 정명은 화경에 근접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었다.
그가 오도육사와 함께 협공을 펼친다면 상대가 화경의 경지에 들었다고 해도 무사할 수 없었다.
“여기 뭔가 있네.”
벽 쪽을 주목한 이는 눈썹이 흰 환관이었다.
“무엇이 있단 말인가?”
동료들은 그의 지적에 미간을 좁혔다.
“이것은!”
둔기로 강하게 땅을 친 자국이었다.
“낭아봉 같은 것에 내력을 담아 때린 것인가?”
“아닐세.”
“아니라고?”
오도육사는 땅이 파인 자국을 보고는 저마다 의견을 내놓았다.
“강기가 위에서 강하게 내리꽂힌 흔적일세.”
“이것을 강기라고 하기에는…….”
오도육사 중 넷은 흰 눈썹을 가진 환관의 결론을 믿고 싶지 않았다.
“이게 만약 강기가 남긴 흔적이라면 화경의 경지에서 상당히 높은 쪽이라고 볼 수 있을 걸세.”
“그건 안 되는데 말이야.”
화경을 막 넘어선 것도 아니고, 화경의 끝자락에 선 무인.
만약 대협 장하가 그와 같다면 오도육사 전원과 정명이 함께 싸운다고 해도 이길 수 없었다.
“그러고 보니, 장하가 오월교주를 베었다고 하지 않았나?”
“소문은 그렇지.”
“석, 자네 오월교주를 만난 적이 있다고 하지 않았나?”
“교주가 아니라 그의 제자를 만났지.”
눈썹이 흐릿한 환관이 만난 이는 진마의 둘째 제자 서막이었다.
“어땠나?”
“기가 다르더군.”
“기가 달라?”
“우리가 알고 있는 무인의 기가 아니었네.”
“어떻게 달랐나? 구체적으로 이야기해 줄 수 없나?”
눈썹이 흐릿한 환관이 손으로 뭔가를 세는 듯한 동작을 취했다.
이것은 그가 기억을 더듬을 때 하는 습관이었다.
“탁기가 있었네.”
“탁기?”
“죽은 자들의 기운 말일세.”
“으음, 강시를 사용한다는 말이 거짓이 아니었나 보군.”
눈썹이 흰 환관이 물었다.
“탁기보다는 그의 무위가 더 중요하지 않을까?”
제자의 무위를 안다면 사부의 무위도 알 수 있을 터였다.
눈썹이 흐릿한 자가 대답했다.
“내 아래가 아니었네.”
서막의 무위가 절정 이상은 된다는 이야기였다.
“으음, 절정 이상이라.”
눈썹이 흰 자는 동료의 대답에 매끈한 턱을 쓰다듬었다. 그는 환관이었기에 수염이 나지 않았다.
“화경의 경지에 들었다고 생각하고 추격하는 것이 좋을 것 같군.”
“쯧, 금의위가 일을 너무 크게 벌였어.”
“개들이 주제를 모르고 범을 물어 버린 것이지.”
그들은 금의위를 개, 대협 장하를 범이라 칭했다.
“어디 범 사냥을 한번 해 볼까?”
“석, 어려운 사냥이 될지도 모르네.”
“어렵다고 해서 포기하면 어찌 공을 세운단 말인가?”
그들 오도육사의 목표는 정명과 같은 사례태감이 되는 것이었다.
* * *
명운은 낡고 허름한 옷을 입은 뒤 검을 천으로 감은 뒤 어깨에 멨다. 그의 복장은 이름 없는 표국의 표사나 가난한 칼잡이와 같았다.
‘군데군데 흙도 좀 묻혀 주고.’
그는 가능하면 지저분하게 입으려 노력했다.
‘이쯤이면 되려나?’
골목에서 큰길로 나오자 현성의 병졸로 보이는 사내가 그에게 다가왔다.
“표사인가?”
명운은 퉁명스럽게 답했다.
“칼잡이요.”
“방성에서 문제를 일으키면 곤란해.”
방성현은 남양과 개봉을 잇는 대로 한가운데 있었기에 뜨내기들이 많았다.
이곳 병졸들의 가장 중요한 일은 반란군이나 산적을 토벌하는 것이 아니라 뜨내기들이 일으키는 문제를 처리하는 것이었다.
‘관아의 포졸이 턱없이 부족하단 말이지.’
관아의 포졸과 포두가 넉넉했다면, 그와 같은 병졸들이 성내를 순찰하지 않아도 괜찮았다. 하지만 방성현 사정은 썩 좋지 못했다.
“평정산에 갈 때까지는 문제를 일으킬 생각이 없소.”
평정산은 방성현 북동쪽에 위치했다.
“평정산? 쯧쯧, 하남천가에서 또 사람을 모으는 모양이군.”
하남천가는 평정산에 큰 장원을 셋이나 가지고 있는 세력가였다.
“하남천가를 아시오?”
“알다마다.”
명운은 하남천가에 불려 가는 칼잡이처럼 물었다.
“돈은 제대로 챙겨 주는 자들이오?”
“실력이 있다면…….”
“실력은 걱정하지 마시오.”
명운은 그의 말을 받은 어깨에 메고 있는 검갑을 ‘툭’ 하고 쳤다.
그는 나름 자신감을 내보인 것이었는데, 병졸은 그 동작을 보고 한심하다고 생각했다.
‘저러니 표사도 되지 못한 것이겠지.’
병졸은 한심하다는 듯 명운의 위아래를 살펴본 뒤 말했다.
“내 미리 경고했네.”
“걱정하지 마시오. 방성에서 문제를 일으키진 않을 것이니.”
문제를 일으켜도 방성 밖에서 문제를 일으킬 것이다.
그러나 병졸은 그의 말을 곧이 믿지 않았다.
‘저렇게 말하는 놈치고 문제를 일으키지 않은 놈이 없지.’
그는 곧 관아에서 명운을 보게 되리라 생각했다.
명운은 어슬렁거리면서 북쪽으로 향했다.
‘하후문은 반 시진 전에 북쪽으로 떠났다. 나와는 십 리 정도 차이가 날 것이다.’
그는 천천히 하후문의 뒤를 따르고 있었다.
‘흠, 벌써 파리가 꼬인 건가?’
명운이 파리라고 칭한 이들은 개방의 거지들이었다. 그들은 허리에 매듭 하나씩을 가지고 있었다.
개방에서 가장 많다는 일결제자.
일결제자 둘은 명운을 이십 보 밖에서 따르며 목소리를 낮췄다.
“어떤 것 같으냐?”
“칼잡이가 아닌 듯 보입니다.”
“그렇지?”
“자세가 바릅니다.”
개방 거지들의 눈을 피하는 것은 예상대로 어려웠다. 그들은 명운의 정체까지는 몰랐지만, 명운이 어설픈 칼잡이가 아니라는 것은 쉬이 알 수 있었다.
‘쯧, 어디가 틀렸는지 모르겠군.’
명운은 개방 거지들의 이야기를 들은 뒤 미간을 잔뜩 좁혔다.
‘진처럼 남을 속이는 건 불가능하겠군.’
사마진은 역용술의 달인이었으나 그는 그렇지 못했다.
“칼을 메고 있는 자세가 확실히 일반 무뢰배들과는 차이가 큽니다.”
“네가 보기에도 그렇다는 말이지.”
명운은 두 거지의 말을 듣고는 칼을 들고 있는 자세가 너무 안정적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매듭 하나도 우습게 보면 안 되겠군.’
그는 몇 걸음 걷다가 슥 하고 검을 떨어뜨렸다.
탁.
검이 바닥에 떨어지자 명운은 욕을 내뱉었다.
“이런 젠장!”
혼자 검을 떨어뜨리고 욕을 내뱉는 모습은 무뢰배의 전형이었다.
두 개방 제자는 그 모습을 보고는 눈살을 찌푸렸다.
“저희가 잘못 본 것일까요?”
“글쎄다.”
“조금 더 지켜볼까요?”
“북문까지는 가 보도록 하자.”
명운은 이 정도로는 개방 거지들이 떨어져 나가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다.
‘끈질김이 거머리 같단 말이지.’
개방이 천하제일 방파로 이름을 날린 것은 그 이유가 있었다.
개방제자들은 숫자만 많은 것이 아니라 인내심과 나름의 재주를 가지고 있었다.
“제기랄 대가리에 금이 갔잖아! 이런 썩을!”
명운은 검의 손잡이 쪽을 탁탁 치면서 목소리를 높였다.
개방 거지들은 그의 외침을 듣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저희가 사람을 잘못 본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그런 것 같군.”
“그래도 북문까지는 가 보도록 하죠.”
“그렇게 하지.”
두 거지는 딱 현성의 북문까지만 명운을 미행했다. 그들은 북문 앞에 서서 북쪽으로 걸어가는 명운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현성에서는 별일이 없었습니다.”
“흔한 칼잡이인 것 같네.”
“평정산으로 간다고 했으니, 아마 천가의 밥을 먹으려는 모양입니다.”
“저 실력으로 그게 될지 모르겠군.”
그들은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
하남천가의 식객이 될 자격이 없다는 뜻이었다.
명운은 그들이 멀어지자 속으로 짧게 한숨을 내쉬었다.
‘하……. 이결제자나 삼결제자였다면 지금처럼 쉽게 떼어 낼 수 없었을 테지.’
그는 고개를 들어 북쪽을 바라보았다.
‘하후문은 잘하고 있는지 모르겠군.’
하후문은 말을 탄 채 창을 오른쪽 어깨에 기댔다. 그리고 왼손으로는 말의 고삐를 잡고 있었다. 그의 늠름한 모습은 주변 사람들의 시선을 단숨에 집중시켰다.
“저분 좀 봐.”
“대장군부의 무관일까?”
“적어도 현위는 되지 않겠어?”
“현위가 뭐야 저 얼굴이면 총위도 가능하지.”
길을 오가는 여인들은 하후문의 말끔한 얼굴에 삼삼오오 모여 이야기꽃을 피웠다.
하후문은 남자보다 여자들이 자신을 더 주목하는 것을 보고는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후……. 이거 좋은 느낌은 아닌데 말이야.’
그가 여자들의 주목을 받을 때는 항상 좋지 않은 일에 휘말리곤 했다.
‘신경 쓰지 말자.’
그는 애써 여인들의 시선을 외면했다.
뭇 여인들은 그의 그런 모습이 더욱 매력적으로 보였다.
“왜 이쪽을 바라봐 주시지 않는 걸까?”
“그러게 말이야.”
여인들의 애가 타들어 갈 무렵.
한 사내가 그의 앞을 막아섰다.
“잠깐.”
사내는 어깨에 큰 도를 메고 있었다.
하후문은 그를 보자마자 속으로 혀를 찼다.
‘내 이럴 줄 알았다.’
그는 고삐를 틀어쥐며 말을 멈췄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