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mon Returner RAW novel - Chapter (422)
422화 동창의 고수들 (6)
무림 문파에서 제자를 받거나 고를 때, 고려하는 사항은 각기 달랐다.
하나 한 가지만은 공통으로 볼 수밖에 없었다. 그것은 바로 무공에 대한 재능이었다.
동창 또한 마찬가지였다.
매년 입궁하는 소년은 많게는 이백에서 적을 때는 백여 명에 이르렀다.
동창은 백여 명이 넘는 소년 중에서 무공에 대한 재능이 뛰어난 스무 명만을 뽑아 무공을 가르쳤다.
백각은 그해 뽑힌 스무 명 중 제일이었다. 그를 뽑은 환관은 그가 능히 사례태감의 자질을 갖추고 있다고 평했다.
– 이 아이는 이목이 청수하고 입술이 굳으니, 좋은 재목이 될 것이다.
백각은 무공을 익힐 수 있는 무변이 되었고, 그 덕분에 함께 입궁한 아이들에 비해 가벼운 거세술을 받게 되었다.
무공을 익히는 무변들이 가벼운 거세술을 받는 이유는 진짜 거세술을 받는 경우 무공을 익힌다고 해도 대성할 가능성이 떨어지기 때문이었다.
이렇게 무변된 환관들은 다른 환관들과 마찬가지로 자식을 남길 수 없었으나, 불미스러운 일에 연루될 수 있어 후궁들의 처소를 관리하는 일은 맡을 수가 없었다.
대신 그들은 뛰어난 무공을 바탕으로 황제의 호위나 황제가 머무는 침소의 경계에 투입되었다.
황제는 대장군부나 금의위를 견제하기 위해 이들 무변에 힘을 실어 주었다.
그 덕분에 무변의 환관들은 황후와 후궁을 모시는 환관들에 비해 출세가 빨랐다.
백각 또한 빠르게 출세해 서른을 겨우 넘은 나이에 태감의 자리를 노릴 수 있었다.
하지만 이제 그의 출세는 의미가 없었다.
“젠장…….”
백각과 함께 온 동료 다섯 중 넷은 죽었으며, 남은 하나도 중상을 입고 있었다.
‘살아날 구멍이 없다는 건가?’
그는 미간을 좁히며 대협 장하에게 검을 겨누었다.
“놈!”
대협 장하는 들고 있던 검을 던졌기에 빈손이었다. 하지만 그는 알고 있었다.
장하가 빈손이라고 해도 그는 장하를 이길 수 없었다.
“금의위에 이어서 동창의 환관들까지 나섰다. 그 말은 나를 반드시 죽이겠다는 뜻이군.”
장하, 아니 명운은 백각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마음이 하나가 되지 못해 이기지 못한 것이다!”
명운에게 기습을 당해 한 명이 죽었다고 해도 다섯 명의 절정 고수가 남아 있었다.
다섯 명이 함께 협공을 펼쳤다면 지금보다는 상황이 나았을 것이다.
하지만 다섯 명 중 둘은 도망을 선택했고, 끝내 허무한 죽임을 당하고 말았다.
“절정과 화경의 경지 사이에는 쉬이 넘을 수 없는 큰 벽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가?”
무공에 대한 담론.
백각은 장하와 이와 같은 담론을 주고받을 때가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상황은 그의 손을 떠나고 말았다.
“내가 어찌 그것을 모르겠는가?”
그에게 남은 것은 장렬하게 싸우다 죽는 것밖에는 없었다.
“제안을 하나 하지.”
명운의 제안에 백각은 미간을 좁혔다.
“반적과 어찌 거래한단 말인가?”
명운은 그의 물음에 눈썹을 세웠다.
“반적이라고? 황제와 그의 군대를 대신해 민중을 어지럽히는 사교를 토벌했으며, 죽음의 위기에 처한 수백의 백성을 구하고 현성을 해방한 내가 어찌하여 반적이란 말인가?”
환관들에게 황제의 명은 절대적이었다.
백각은 당당하게 명운의 물음에 답했다.
“폐하의 뜻에 거스른 자가 곧 반적이다.”
명운은 그의 대답에 헛웃음을 터트렸다.
“하하하하, 충신을 모함하고, 백성을 해롭게 하며, 하늘의 뜻을 저버리는 자야말로 반적이 아니던가? 황제란 자는 하늘이 두렵지 않단 말인가?”
그가 손으로 하늘을 가리키자 백각이 검기를 쏘며 그를 향해 돌진했다.
쉬익!
사람과 검이 닿기 전 검기가 먼저 도착했다.
명운은 오른손으로 검기를 부숴 버린 뒤 왼 주먹을 뻗었다.
쾅!
폭음과 함께 백각의 몸이 뒤로 밀려났다.
‘이, 이럴 수가 있나!’
백각은 검기를 맨손으로 부숴 버린 명운을 보고는 경악했다.
‘이것이 화경의 경지에 이른 무인이란 말인가?’
그가 생각한 화경의 경지는 절정의 경지에서 조금 더 앞으로 나아간 것이었다.
하지만 명운이 보여 주고 있는 무위는 그가 생각한 화경의 경지와 완전히 달랐다.
‘패도 그 자체라 할 수 있다.’
명운은 백각을 보며 혀를 찼다.
“쯧, 사람이 말을 하고 있는데 검을 휘두르다니, 경우가 없구나.”
하후문은 두 사람 사이에 끼어들지 않은 채 중상을 입은 염초를 감시하고 있었다.
‘교주님께서는 가진 힘의 절반도 채 쓰고 계시지 않는다.’
그는 명운이 진짜 힘을 쓰면 어떠한 일이 일어나는지 알고 있었다.
‘중원의 그 누구도 교주님을 이길 수는 없다.’
인간을 포기한 진마도 결국에는 명운에게 쓰러지고 말았다.
하물며 화경도 아닌 절정의 경지에 오른 백각의 힘으로는 그의 몸에 생채기조차 낼 수 없었다.
백각은 재차 명운에게 향해 달려들었다.
“역적의 목을 베지 못하는 것이 한일 뿐이다!”
그는 검을 높이 세운 뒤 기합을 넣었다.
“하합!”
백각이 검을 크게 휘두른 순간 두 발의 검기가 위아래로 뻗어 나왔다.
슈우우욱!
위에서 아래로 떨어지는 검기와 아래에서 위로 향하는 검기.
두 발의 검기에는 사각이 존재하지 않는 듯 보였다.
‘검기에 현혹되면 이 검을 막아 낼 수 없을 것이다!’
백각이 펼친 이 한 수는 건곤합격이라는 초식으로 두 발의 검기로 상대의 움직임을 봉한 뒤 진검으로 목이나 허리를 베어 내는 절명기였다.
하지만 명운은 오른손을 휘두르는 것만으로 두 발의 검기를 날려 버렸다.
이렇게 되자 그의 허리를 노리던 백각은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
‘허리를 벨 수가 없다!’
그가 눈을 크게 뜬 순간 답답한 기운이 사방에서 몰려들었다.
‘위, 위험하다!’
백각은 허공으로 뛰어오르며 사방으로 검을 뻗었다.
“타핫!”
하후문은 그의 움직임이 날렵하고 검끝에 예기가 맺혀 있어 절정 고수다운 풍모를 지녔다고 생각했다.
‘절정의 경지에 이른 무인은 확실히 다르구나.’
하지만 상대가 너무 좋지 않았다.
명운은 왼손을 휘두르는 것만으로도 허공에 뜬 그를 땅바닥에 내리꽂을 수 있었다.
쿠웅!
둔탁한 충격음과 함께 백각의 몸이 땅과 충돌했다. 충돌 당시 낙법조차 쓰지 못했기에 백각이 받은 충격은 눈으로 보는 것 이상이었다.
“크윽.”
고통에 신음이 절로 나왔다.
실제로 당해 보니, 동료들이 왜 그렇게 허무하게 쓰러졌는지 쉽게 알 수 있었다.
‘말도 안 되는 강함이다.’
명운은 두 발을 움직이지 않은 채 왼손만을 휘둘렀을 뿐이었다.
그런데도 삼 장 밖에 있는 백각의 몸을 바닥에 내리꽂을 수 있었다.
이것은 미증유의 힘이었다.
“황제를 위해 죽는 것이 충성이라고 생각하나?”
백각은 손을 뻗어 입 주변의 피를 닦았다.
“이것이 충성이 아니면 무엇이 충성이란 말인가?”
그는 자신이 틀렸다고는 전혀 생각하지 않았다.
‘실력이 부족했을 뿐 마음이 부족했던 것은 아니다.’
명운은 그의 반문을 차갑게 받아쳤다.
“알고 있는가? 충성이란 군주의 명에 따라 죽는 것이 아니라 군주를 바른길로 인도하는 것이다.”
황제를 바른길로 인도하지 못했으니, 이 자리에서 죽어도 충신이 아니라는 이야기였다.
“허튼소리!”
염초는 백각의 힘으로는 명운을 당해 낼 수 없다고 생각했다.
‘중과부적이다. 지금 각을 도울 수 있는 것은 나뿐이다.’
그는 품속에서 암기를 꺼냈다. 그러고는 하후문의 눈치를 살폈다.
‘역시 방심하고 있군.’
염초는 심호흡한 뒤에 명운의 등을 향해 암기를 던졌다.
휙.
짧은 소리와 함께 암기가 명운을 향해 날아갔다.
‘제발 맞아라!’
그가 던진 암기에는 극독이 발라져 있었기에 맞기만 하면 목숨을 빼앗을 수 있었다.
이때 백각은 명운을 정면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그 덕분에 그는 뒤에서 염초가 암기를 꺼내 던지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염초를 도와야 한다.’
그가 목소리에 내공을 담아 외쳤다.
“역적이 말이 많구나!”
백각이 내공을 담아 목소리를 높인 이유는 날아가는 암기의 미세한 소리를 덮기 위함이었다.
그러나 명운은 보지 않아도 알 수 있었고, 듣지 않고도 들을 수 있었다.
우웅.
짧은 소리와 함께 날아가던 암기가 허공에서 멈췄다.
백각과 염초는 그의 수법을 확인하고는 눈을 크게 떴다.
‘이것은 능공섭물의 경지가 아닌가?’
‘말도 안 되는 일이구나.’
능공섭물.
이 경지는 허공섭물의 경지라고도 했다.
능공섭물을 완성한 자는 손을 뻗어 만지지 않고도 사물을 움직일 수 있었으며, 극에 달하게 되면 어검술을 쓰듯 무기를 움직여 적을 공격할 수 있었다.
“이, 이럴 수는 없다!”
백각이 경악하는 순간 하후문이 허공에 뜬 암기를 발견하고는 염초를 향해 창을 휘둘렀다.
“감히!”
쉬익!
파공성과 함께 창날이 염초의 목을 노렸다.
염초는 급히 오른손을 뻗어 하후문의 창을 막아 냈다.
쿵!
둔탁한 소리와 함께 하후문의 두 다리가 반 척가량 뒤로 밀려났다.
중상을 입었지만, 염초는 절정의 경지에 이른 고수였다.
“제법이구나.”
하후문은 뒤로 물러나 창을 비껴들었다.
“뒤에서 암습이나 하는 자가 남을 평가한단 말이냐?”
염초가 그의 물음에 답하고자 하는 순간이었다. 검붉은 피가 목구멍 아래에서 사정없이 솟아올랐다.
“커허허헉!”
그는 피를 토하며 두 무릎을 꿇었다.
“으으윽.”
내상을 입은 상태에서 힘을 무리하게 썼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었다.
백각은 그 모습을 보고는 목소리를 높였다.
“초! 무리하지 말게!”
명운은 백각의 외침을 듣고는 냉소했다.
“지금 남 걱정할 때가 아닐 텐데?”
그가 오른손을 휘두르자 십여 발의 검기가 그를 향해 날아갔다.
슈슈슈슈슈슉!
백각은 자신을 향해 날아오고 있는 십여 발의 검기를 보고는 검을 들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검기가 십여 발이라고? 말도 안 되는 일이다.’
그가 앞서 절명기를 펼칠 때 사용한 검기가 딱 두 발이었다.
단순히 검기의 숫자만 비교해도 명운은 그의 다섯 배 이상의 힘을 가지고 있었다.
‘완패군.’
두 눈을 감은 순간 그의 몸에 십여 발의 검기가 꽂혔다.
팍! 팍! 파파파팍!
그리고 검기가 관통한 곳에서는 어김없이 피가 흘러나왔다.
“헉!”
백각은 외마디 비명과 함께 숨이 끊어졌다.
즉사였다.
하후문은 그 모습을 보며 짧게 중얼거렸다.
“선 채로 죽었군.”
동창의 환관치고는 장렬한 죽음이었다.
명운은 백각이 반격이나 방어 없이 선 채로 죽음을 맞이하자 속으로 혀를 찼다.
‘쯧, 놈에게 아무것도 알아내지 못했군.’
사실 아무것도 알아내지 못한 것은 아니었다.
그는 오도육사와 싸우면서 황제의 뜻을 완벽하게 이해할 수 있었다.
황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그를 죽이려 하고 있었다.
황제를 죽이지 못하면 내가 죽는다.
이것이 그가 얻은 가장 큰 정보였다.
“문!”
하후문이 창을 든 채 명운의 말을 받았다.
“하명하십시오!”
“놈을 지켜라!”
명운이 언급한 놈은 중상을 입은 염초였다. 그는 검붉은 피를 토한 뒤 더는 움직이지 못했다.
“존명!”
하후문의 대답이 끝나기가 무섭게 명운이 동쪽으로 몸을 날렸다.
염초는 그가 수십 장 밖으로 몸을 날리는 것을 보고는 미간을 좁혔다.
‘대단한 경공이다.’
명운이 보여 준 경공 실력은 그들이 감히 흉내도 낼 수 없는 수준이었다.
‘한데 어디를 가려고 그러는 것이지?’
그가 눈살을 찌푸린 순간이었다.
팍!
짧은 파공성과 함께 나무 위에 숨어 있던 척후가 아래로 떨어졌다.
명운은 아주 간단히 그를 사로잡아 원래 있던 곳으로 돌아왔다.
투욱.
그가 척후를 내려놓으며 물었다.
“너도 동창의 환관이냐?”
척후는 혈도가 찍혔는지 몸을 움직이지 못한 채 바들바들 떨고 있을 뿐이었다.
“아, 아닙니다.”
대답하는 것을 보면 아혈은 찍히지 않은 상태였다.
“하면?”
“그, 금의위입니다.”
명운은 고개를 끄덕였다.
“황제의 개라는 말이구나.”
금의위 척후는 이백 보 밖에서 오도육사와 명운의 싸움을 지켜보고 있었기에 자신은 안전할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하지만 명운은 단숨에 거리를 좁힌 뒤 그를 나무 아래로 떨어뜨렸다.
염초가 입에 묻은 피를 닦으며 목소리를 높였다.
“금의위가 자신의 소속을 어찌 그리 쉽게 말한단 말이냐!”
그의 질책은 합당한 것이었다.
금의위 무인은 자신의 신분을 감출 의무가 있었다.
‘고문도 당하지 않고 술술 불다니!’
명운은 고개를 돌리지 않은 채 염초의 말을 받았다.
“황제의 엄명보다 내 검이 더 가깝지 않겠느냐?”
그가 오른손을 뻗자 수십 보 밖에 떨어져 있던 그의 현검이 허공을 뚫고 날아왔다.
쉬이익! 탁!
염초는 두 눈으로 본 것을 믿을 수가 없었다.
‘수십 보 밖에 있는 검을 자유자재로 움직인다고?’
화경의 경지에 이른 무인에게 이것이 가능하다는 이야기는 들어 본 적이 없었다.
명운의 경지는 화경과 다른 무엇이었다.
‘태감께서 오판한 것이 아닌가 두렵구나.’
그는 황궁의 윗사람들이 적으로 돌려서는 안 되는 존재를 적으로 돌린 것 같다고 생각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