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mon Returner RAW novel - Chapter (424)
424화 개봉의 연 (1)
동창과 금의위.
양쪽 모두 한 번씩 실패를 경험하고 말았다.
그리고 양쪽 모두 적지 않은 타격을 입었다.
동창은 절정고수 다섯을 잃고, 금의위는 최고수이자 화경의 경지에 들어선 사마혼을 잃었다.
어느 쪽도 쉬이 나설 수 없는 상황.
동창의 사례태감 정명은 개봉으로 이동해 명운을 기다리고 있었다.
“놈의 목적지가 개봉이 확실한가?”
그의 앞에 선 이는 동창의 고수 중 한 명인 전오였다.
“놈이 사라지기 전 강호의 소문이 그러했습니다.”
“그렇다면 놈이 신변의 위협을 느껴 이곳으로 오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는 말이 아니더냐?”
“물론 그럴 가능성도 있습니다. 하지만 놈이 숨는다면 당분간은 찾아내기가 쉽지 않을 것입니다. 사라진 놈을 수색하는 것보다는 이쪽이 훨씬 낫지 않겠습니까?”
어디 숨었는지 모르는 명운을 찾기보다는 혹시라도 찾아올 가능성이 있는 개봉에 매복하자는 이야기였다.
“쯧, 이렇게 흐리멍덩해서야.”
정명은 동창이 예전 같지 않다는 느낌을 받았다.
‘오도육사가 패한 것은 그렇다고 해도 놈의 방향조차 잡아내지 못하다니.’
그가 개봉에 도착한 뒤 전해진 소식은 대협 장하의 일행인 장강과 대운하 양쪽으로 나뉘어 이동하고 있다는 것 정도였다.
장하가 이미 오도육사를 베었는데, 그의 동료들의 움직임을 파악하는 것은 무의미한 일이었다.
“염초는 어떤가?”
“중상을 입어 당분간은 거동이 힘들 것 같습니다.”
“그 정도인가?”
염초는 오도육사 중 유일한 생존자였다.
“내상도 깊습니다.”
“하면?”
“회복에 최소 반년은 걸릴 것 같습니다.”
적어도 반년은 싸울 수 없다는 뜻이었다.
“염초까지 떨어져 나가면 일이 힘들어지지 않겠나?”
전오가 두 손을 모으며 고개를 숙였다.
“공공, 아무래도 궁에 있는 고수들을 더 불러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정명에 전오까지 합해도 동창이 움직일 수 있는 절정고수는 넷에 불과했다.
황궁의 고수들이 합류하지 않는다면 오도육사와 비슷하거나 오히려 못한 전력으로 대협 장하와 맞서야 했다.
“흠…….”
황궁의 고수들을 소집하면 전력은 분명 강해졌다. 하지만 그들을 모두 투입하고도 패하거나 장하를 놓친다면, 그 후폭풍은 감당하기 힘들었다.
“전오.”
“예, 공공.”
“우리가 왜 졌다고 생각하나?”
“힘을 집중하지 못해서가 아니겠습니까?”
정명은 그의 물음에 미간을 좁혔다.
“모든 고수를 한 번에 투입해서 깔끔하게 끝내자는 게 자네의 의견인가?”
“두 번 실패는 어렵습니다.”
두 번 실패하면 정명은 몰라도 누군가는 그 목을 내놓아야 했다.
“허, 가장 좋은 계책이 가장 어렵단 말인가?”
그는 긴 한숨을 내쉰 뒤 자리에서 일어났다.
“공공, 어디로 가십니까?”
“염초를 만나야겠다.”
정명은 염초의 의견을 마저 듣고자 했다.
잠시 뒤.
그가 염초의 병실에 이르렀다.
염초는 그가 당도하기 전부터 깨어 있었다.
“몸을 일으키지 말게.”
정명이 오른손을 들었지만, 염초는 억지로 몸을 일으킨 뒤 두 손을 모았다.
“염초가 공공을 뵙니다.”
정명은 그의 앞에 놓인 작은 의자에 앉았다.
“정신은 좀 드는가?”
“며칠 쉬었더니, 많이 좋아졌습니다.”
처음 만났을 때보다 확실히 혈색이 좋았다.
“다행이군.”
“죄송합니다. 공공을 기다렸어야 했는데, 그러질 못했습니다.”
정명의 큰 그림은 오도육사와 함께 명운을 협공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오도육사는 단독 행동에 나섰고, 씻을 수 없는 참패를 맛보고 말았다.
“진 것은 진 것이고, 놈에게 타격을 주지 못한 것이 애석할 따름일세.”
정명은 오도육사가 전멸하더라도 명운에게 타격을 주었다면, 다음 싸움을 유리하게 가져갈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오도육사는 명운에게 어떠한 타격도 주지 못한 채 다섯 명이나 쓰러지고 말았다.
“오늘은 자네에게 물어볼 것이 있어서 왔네.”
염초가 재차 두 손을 모았다.
“공공께서 물으신다면 무엇이든 답하겠습니다.”
“전오가 그러더군. 황궁의 고수를 모두 모아 놈을 공격해야 한다고. 자네는 어떻게 생각하나?”
정명은 염초에게 전오의 계책을 검토하게 한 것이었다.
“황궁의 고수를 모두 모아 놈을 공격한다면 승산은 높아질 것입니다. 하나 걱정되는 것이 하나 있습니다.”
정명이 말끝을 높였다.
“무엇이 걱정되는가?”
“장하가 우리를 유인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듭니다.”
정명은 미간을 좁히지 않을 수 없었다.
“장하가 우리를 유인한다고?”
“금의위와 동창은 폐하를 모시는 두 기둥입니다. 놈은 그 두 기둥을 차례로 남쪽으로 유인하였습니다.”
명운은 사실 그들을 유인한 적이 없었다. 그들이 명운을 베어 공을 세우고자 남하했을 뿐이었다.
그러나 그는 이 사실을 왜곡하고 있었다.
“흠, 놈이 우리를 남쪽으로 유인한 이유가 있다?”
“놈이 황궁을 노리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정명의 눈이 번쩍 뜨였다.
‘그렇구나! 그렇구나!’
동창의 환관들이 가장 뛰어난 부분은 계책과 모략이었다. 그래서 그들은 종종 다른 이들이 자신들처럼 계책과 모략을 펼친다고 생각했다.
“공공, 황궁이 비면 흉사가 일어날 수도 있습니다.”
황제가 아니더라도 누군가 중요한 황궁 요인이 반적의 손에 목숨을 잃을 수 있다는 말이었다.
“음, 서둘러 황궁으로 돌아가는 것이 좋겠구나.”
정명은 명운을 뒤쫓기보다는 황궁으로 돌아가 문을 굳게 걸어 잠그고 수비하는 쪽을 택하기로 했다.
“공공, 현명하신 결정입니다.”
정명이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그대는 개봉에서 치료를 끝낸 이후 황궁으로 돌아오라.”
“존명.”
정명은 병실에서 나온 뒤 전오를 불러 회군한다는 명을 내렸다.
전오로서는 깜짝 놀랄 이야기였다.
“공공, 놈을 잡는 덫을 설치하는 것이 아니라 회군한단 말씀입니까?”
“놈이 바라는 것은 우리가 개봉으로 내려오는 것이다.”
“…….”
“전오, 우리가 두 번이나 놈의 함정에 빠질 수는 없지 않겠느냐?”
전오가 깊이 허리를 숙였다.
“알겠습니다. 즉시 회군 준비를 하겠습니다.”
그는 뒷걸음으로 물러난 뒤 수하들에게 황도로 돌아간다는 명을 내렸다.
* * *
개방 장로 노호운이 마주한 인물은 조광이었다. 그는 조광의 눈빛을 보고는 그가 고수라는 것을 바로 알 수 있었다.
“이 노인네가 하나 물어보고자 하는 것이 있네.”
두 사람이 마주 선 곳은 대운하를 운행하는 정기선의 갑판이었다.
“원하시는 답을 얻으실 수 없을 것입니다.”
“왜 그렇게 생각하나?”
“제가 답해 드리지 않을 테니까요.”
노호운이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후우……. 나는 그대와 싸우고자 이곳에 온 것이 아닐세.”
“누구나 다 그렇게 말을 하지요.”
조광은 노호운의 모든 것을 상세히 살폈다.
‘키가 작은 듯하지만, 실제로는 작지 않을 것이다.’
키가 작아 보이는 것은 동냥하듯 허리를 구부리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는 노호운과 싸울 때는 거리에 신경을 써야 할 것 같다고 생각했다.
“허허, 젊은 친구가 답답하군.”
조광이 자세를 잡으며 그의 말을 받았다.
“선수 양보는 해 드리겠습니다.”
노호운은 오른손으로 머리를 긁적였다.
“싸우고자 온 것이 아니라고 몇 번을 말했는가?”
조광은 고지식한 사내였기에 늙은 거지의 말을 그대로 믿어 주지 않았다.
“하……. 어쩔 수가 없군. 자네의 친구를 금의위가 노리고 있단 말일세.”
조광은 금의위가 명운을 노린다는 것을 이미 다 알고 있었다.
‘교주님께서는 그것을 아시고 잠행을 결정하신 것이다.’
그는 특별할 것이 없다고 생각했다.
“어르신께서 금의위와 같은 편이 아니라는 증거가 없지 않습니까?”
노호운은 허리의 매듭을 보여 주며 목소리를 높였다.
“내가 어찌 황제의 개들과 같은 편에 설 수 있단 말인가?”
그의 허리에 걸린 매듭의 수는 일곱이었다.
‘일곱이면 개방의 장로다.’
노호운의 말대로 개방 장로가 금의위와 같은 편에 선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조광은 매듭의 숫자를 확인하고는 검을 아래로 내렸다.
“장로님을 몰라뵈었습니다.”
노호운은 답답하다는 듯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내 매듭을 숨긴 것도 아니었는데, 그것도 알아보지 못했단 말인가?”
“운남 출신이라…….”
“허허.”
노호운은 조광이 대협 장하와 같은 운남 출신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래서 억양도 이상했군.”
조광의 억양이 이상한 것은 운남이 아닌, 십만대산 출신이었기 때문이었다.
다만, 중원 무인들은 십만대산과 운남을 구분할 수 없었다.
“그렇게 이상했습니까?”
“그게 지금 중요한 것이 아닐세. 자네의 친구는 어디 있는가?”
조광이 고개를 좌우로 흔들며 대답했다.
“저도 알 수 없습니다.”
“알 수 없다고?”
“장 대협과는 남양에서 헤어졌기 때문입니다.”
“허, 남양에서 헤어졌단 말인가?”
노호운은 미간을 좁히지 않을 수 없었다.
‘내가 또 잘못 찍었군.’
그가 미간을 좁히며 물었다.
“장 대협은 장강으로 내려갔는가?”
“그것도 알 수 없습니다.”
“자네가 가장 먼저 떠났기에?”
“그렇습니다.”
조광은 숨길 것은 숨기고, 밝힐 것은 밝혔다.
‘진실에 거짓을 섞어야 상대를 속일 수 있다.’
거짓말만 한다면 상대는 전혀 속지 않았다.
“허허, 그러면 장강 쪽도 알아봐야 한단 말이군.”
노호운은 대협 장하가 모습을 감추자마자 일행이 셋으로 쪼개어졌다는 보고를 받은 바 있었다.
‘남양에서 개봉으로 가는 가장 빠른 길은 미끼라 생각하고 운하 쪽을 선택했는데, 꽝이었구나.’
그는 장강을 따라 동쪽으로 멀리 우회한 쪽에 명운이 있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후우…….”
노호운이 길게 한숨을 내쉬었을 때였다.
“장로님!”
날렵한 움직임으로 배에 내려선 개방 제자의 매듭은 넷이었다.
“무슨 일인가?”
“총타에서 전서가 날아왔습니다.”
조광은 개방의 사결제자가 분타주나 장로를 수행하는 호법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개방 거지들이 주변에 쫙 깔렸다고 보는 게 좋겠구나.’
이곳에서 개방을 상대로 싸운다면 승산이 없었다.
“전서인가?”
노호운은 사결제자가 내민 전서를 펼쳤다. 그러곤 바로 미간을 좁혔다.
“이런, 이런…….”
상황은 그가 예상한 것과 전혀 다르게 전개되고 있었다.
“철수한다.”
사결제자가 눈썹을 세우며 물었다.
“정말로 철수하는 것입니까?”
“장 대협은 북으로 향했다.”
“예?”
“우리가 미끼라고 생각했던 남양 쪽 일행에 장 대협이 있었던 것 같다.”
사결제자가 고개를 끄덕이며 그의 말을 받았다.
“장 대협이 의외로 가장 짧은 길을 택했군요.”
“모두의 허를 찌른 선택일세.”
노호운은 조광에게 시선을 돌렸다.
“장 대협의 거처를 알았으니, 그대는 갈 길을 가시게.”
조광은 두 손을 모았다.
“장로께 도움이 돼 드리지 못해 죄송합니다.”
노호운은 그의 말에 오른손을 흔들었다.
“괜찮네.”
그는 말을 마치자마자 경공을 전개해 사라졌다.
조광은 그의 날렵한 몸놀림을 보면서 속으로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후우……. 저 노인과 싸웠다면 졌을 것이다.’
절정의 경지에 올랐다고는 하나 그는 초입에 불과했다.
노호운과 같은 노련한 무인을 상대로는 아무래도 힘들었다.
“이제 이쪽은 어떻게 해야 할까?”
마음 같아서는 노호운처럼 경공을 전개해 개봉으로 달려가고 싶었다.
하지만 그는 그러지 않는 것이 낫다고 판단했다.
‘개방은 교주님의 위치를 알아냈지만, 금의위도 알아냈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금의위의 시선을 끌기 위해서라도 그는 대운하를 거슬러 올라갈 필요가 있었다.
* * *
“저곳이 개봉성입니다.”
명운은 하후문의 말에 어깨를 으쓱했다.
“나도 알고 있네.”
평야에 우뚝 솟아 있는 거성을 어찌 모를 수가 있을까?
‘사방의 길이 모이는 곳이라 세를 키우기는 좋으나, 적이 공격해 왔을 때는 수비가 힘들겠군.’
명운은 금나라에 개봉성이 함락된 이유를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들어가시겠습니까?”
“밤에 들어가도록 하지.”
“밤에 말입니까?”
“성벽을 넘는 게 어려운 일은 아니지 않은가?”
“하지만 밤에 성벽을 넘으면…….”
하후문은 왠지 사마외도의 무리와 같은 느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낮에는 개방 거지들의 눈을 속일 수 없을 걸세.”
개봉에는 무림맹 총단만 있는 게 아니었다. 개방의 총타도 개봉에 있었다.
“교주님의 뜻에 따르겠습니다.”
명운과 하후문.
두 사람은 해가 질 때까지 쉬면서 힘을 비축했다.
이윽고 해가 지자 그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사삭. 사삭.
그들은 가벼운 발걸음으로 들판을 내달렸다.
‘교주님의 경공은 비상초가 아닌가?’
땅을 밟는 것이 아니라 풀 위를 나는 것 같다고 하여 비상초라 했다.
그러나 명운의 경공은 비상초는 아니었다. 그는 지인보를 펼치고 있을 뿐이었다.
– 멈추게.
하후문은 명운의 전음에 걸음을 멈추고는 사방을 살폈다.
– 정면일세.
하후문은 아무것도 느껴지는 것이 없었다.
‘정면이라고?’
명운은 보고 있으나 그는 보지 못하는 존재.
하후문은 짧은 숨을 내뱉었다.
‘만만치 않은 상대겠구나.’
창을 쥔 오른손에 힘을 주었을 때였다.
정면에서 사삭 하는 소리와 함께 토끼가 나타났다가 사라졌다.
하후문은 그것을 보고는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후우……. 토끼였군.’
그러나 바로 그 순간 명운이 움직였다. 그가 하후문에게 주의를 준 것은 토끼 때문이 아니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