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mon Returner RAW novel - Chapter (425)
425화 개봉의 연 (2)
명운 일행을 안내한 것은 개방의 삼결제자였다. 그는 개봉 일대의 길거리 개와 고양이를 관리하는 직위를 맡고 있었는데, 실제로 하는 일은 개방 총타 주변에 접근하는 자를 검문하고 수색하는 것이었다.
“장 대협께서 이렇게 오실 줄은 몰랐습니다.”
명운이 개방제자의 뒤를 따르며 말했다.
“그게……. 사정이 좀 있었습니다.”
개방은 중원 제일의 정보력을 지니고 있었기에 그동안 어떠한 일이 일어났는지 대충은 알고 있었다.
“금의위 녀석들이 또 행패를 부린 모양이군요. 요즘 녀석들이 강호와 관이 다르다는 것을 잊고 있는 것 같습니다.”
하후문은 두 사람의 뒤를 따르며 미간을 좁혔다.
‘개방 삼결제자의 은신조차 알아내지 못했다.’
무공 수위로 따지면 그의 무공은 분명 삼결제자보다 나았다.
하지만 은신과 탐색은 또 다른 이야기였다.
“제가 뭔가 그들의 눈에 거슬리는 행동을 한 모양입니다.”
삼결제자가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
“그럴 리가요? 대협께서는 사교를 처단하신 것밖에 없으시지 않습니까?”
그와 개방은 금의위가 명운의 공을 탐탁지 않게 여겨 그를 해치고자 한다고 생각했다.
“만약 그것을 문제 삼는다면 가렴주구라 할 수 있겠죠.”
가렴주구.
가혹하게 세금을 거두며, 백성을 괴롭히는 일.
이번 경우와 딱 들어맞는 사자성어는 아니었지만, 오월교의 잔혹함을 방치하면서 그것을 해결한 명운을 해하고자 한다면 가렴주구보다 더한 폭정이라 할 수 있었다.
“방주께서는 총타에 계십니까?”
명운은 용두방주의 거처를 알고자 했다.
‘용두방주가 있으면 아무래도 껄끄러우니까.’
두 사람은 구면이었기에 그와 만난다면 장하라는 신분이 탄로가 날 수도 있었다.
“방주께서는 화산에 가셨습니다.”
“아, 그렇군요. 총타에 방주님께서 계시지 않는 게 아쉬울 따름입니다.”
용두방주가 화산에 올랐기에 개방 총타는 후개가 맡고 있었다.
그에게는 잘된 일이라 할 수 있었다.
“장 대협, 후개를 만나 보시겠습니까?”
후개는 구파일방 후기지수 중 단연 으뜸으로 보위산에서 명천과 싸운 전력이 있었다.
“후개는 다음에 만나겠습니다.”
삼결제자는 명운이 후개와 만남을 피하는 이유가 급이 맞지 않아서라고 생각했다.
‘장 대협은 일파의 장문인급이라 할 수 있으니, 후개와 마주하는 것은 스스로 급을 떨어뜨리는 일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는 명운의 거절을 이해할 수 있었다.
“그럼, 맹으로 모시겠습니다.”
삼결제자는 성벽이 움푹 들어간 지점에서 걸음을 멈췄다. 그가 짝, 짝 하고 두 번 손뼉을 마주치자 밧줄이 아래로 내려왔다.
이 밧줄은 성문이 닫힐 경우, 관과 충돌을 피하고자 개방과 무림맹 인사들이 이용하는 통로라 할 수 있었다.
“대협, 밧줄을 타고 오르시면 됩니다.”
명운은 빙긋이 미소를 짓고는 경공을 전개했다.
쉬익.
바람이 이는가 싶더니, 그의 몸이 허공으로 떠올랐다. 그는 성벽 중간을 한 번 더 밟고는 그대로 성벽 위에 내려섰다.
실로 깔끔한 경공이 아닐 수 없었다.
밧줄을 권했던 삼결제자는 순간 머쓱해지고 말았다. 그는 재빨리 두 손을 모으며 포권을 취했다.
“대협 덕분에 오늘 소인의 눈이 크게 호강했습니다.”
상대를 높여 주는 미사여구는 구파일방에서 개방을 따를 문파가 없었다.
하후문은 명운이 조금 전 보여 준 경공이 깔끔하긴 했지만, 그 정도 찬사를 받을 만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교주님께서는 벽을 밟지 않고도 성벽 위에 오르실 수 있다. 벽을 중간에 한 번 밟으신 것은 실력을 다 드러내지 않기 위해서일 것이다.’
명운은 절정고수 정도를 연기하고자 했기에 중간에 벽을 한 번 밟은 것이었다.
“다음은 제가 올라가겠습니다.”
하후문이 나서자 삼결제자가 뒤로 물러섰다.
“그러시지요.”
그는 명운과 달리 경공을 전개하지 않고 빠르게 밧줄을 잡고 올라갔다.
삼결제자는 하후문의 동작이 민첩하긴 하지만, 대단히 뛰어난 것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이 친구의 무공 수위는 그렇게 높지 않을지도 모르겠군.’
일류에서 이류 사이.
그는 하후문을 명운의 수행원 정도로 여겼다.
“두 분 절 기다려 주십시오.”
삼결제자는 말을 마친 뒤 밧줄을 잡고는 성벽을 달리듯 벽을 올랐다.
이와 같은 기예는 일반 무림인들은 생각조차 하지 못하는 것이었다.
하후문은 그 모습을 보고는 미간을 좁혔다.
‘쯧, 잔재주가 많은 친구군.’
삼결제자는 정면에서 창을 들고 적과 싸우는 그와 정반대되는 무공을 익히고 있었다.
“가시죠.”
명운과 하후문은 삼결제자의 안내를 받아 무림맹 총단에 도착했다.
무림맹 총단은 관청과 착각할 정도의 규모였다.
“크군요.”
“중원의 모든 일을 관장하는 곳이니, 클 수밖에요.”
삼결제자가 선두에 섰기에 총단의 문지기들은 이유를 묻지 않고 문을 열었다.
끼익.
닫혔던 문이 열리자 넓은 연무장이 드러났다.
밤이었기에 연무장은 텅 비어 있었다.
“안으로 드시죠.”
명운은 두 손을 모으며 살짝 고개를 숙였다.
“이만 들어가 보겠습니다.”
그와 하후문이 안으로 들어서자 삼결제자가 포권을 취하며 작별을 고했다.
“전 여기까지입니다. 안에서는 다른 이가 대협을 수행할 것입니다.”
그의 작별 인사가 끝나자마자 안에서 녹색 장삼을 입은 중년인이 걸어 나왔다.
중년인은 명운 앞에 서서 두 손을 모았다.
“하노대가 대협을 뵙습니다.”
하노대는 오행문주 하주의 동생으로 무림맹의 명첩과 객청을 관리하고 있었다.
명운은 하노대와 마주 포권을 취했다.
“장하라고 합니다.”
하후문은 삼결제자가 명운이 왔다는 사실을 알리지 않았음에도 무림맹이 그 사실을 알고 있는 것이 신기했다.
‘설마 개방제자가 전음을 사용한 것인가?’
전음을 사용해 다른 개방제자에게 명운의 도착을 알렸다면 납득할 수 있는 일이었다.
‘하지만 전음을 사용할 정도의 실력은 아닌 것 같은데 말이야.’
전음은 무공 수위와 직결된다고 할 수는 없었지만, 보통은 절정의 경지에 가까이 있는 이들만이 사용했다.
“안으로 드시지요.”
명운은 하노대의 안내를 받아 객청으로 들어섰다. 무림맹 총단의 객청은 연무장 왼쪽에 있었으며, 그 규모가 웬만한 객잔보다 컸다.
“이쪽입니다.”
하노대는 명운과 하후문에게 따로 방을 내어 주었다.
명운은 그가 방을 두 개나 내어 주자 살짝 말끝을 높였다.
“하 대협, 우리가 방을 따로 쓰면 손이 많이 가지 않겠습니까?”
명운의 물음에 하노대가 대답했다.
“최근 맹에 큰 행사가 없어 방에 여유가 좀 있습니다.”
남는 방이 많기에 괜찮다.
명운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화제를 돌렸다.
“맹주님께서는 총단에 계십니까?”
하노대가 두 손을 모으며 대답했다.
“맹주님께서는 이곳 총단에 계십니다. 내일 아침 대협을 만나고자 하십니다.”
여독을 풀고, 아침에 맑은 얼굴로 만나자는 말이었다.
“알겠습니다. 그럼 내일 아침에 맹주님을 뵙겠습니다.”
그는 문을 닫으며 하후문에게 전음을 보냈다.
– 여기는 무림맹의 한가운데니, 방심하지 말게.
하후문은 문을 닫지 않은 채 혼잣말하듯 그의 명을 받았다.
“존명.”
천마신교 교주에게 무림맹 총단은 호랑이굴 그 자체였다.
하후문에게는 명운이 편히 있으라 해도 편히 있을 수가 없는 곳이었다.
* * *
아침이 되자 명운은 깨끗한 옷으로 갈아입고 객청을 나섰다.
하후문 또한 옷을 갈아입고 그의 뒤를 호위했다.
“이쪽으로 드시지요.”
두 사람을 안내한 것은 어제와 마찬가지로 하노대였다.
“맹주께서 선약이 있으셨던 것은 아닌지 걱정이 됩니다.”
명운의 말을 들은 하노대가 걸음을 옮기며 말했다.
“맹주께서는 선약이 있더라도 장 대협을 위해서 그것을 취소하셨을 것입니다. 다만, 오늘 아침은 선약이 없었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는 무림맹 내부 소식에 밝았다.
“이쪽으로 드시죠.”
하노대는 오른손을 앞으로 내밀면서 문 옆으로 비켜섰다. 그의 움직임은 내관의 그것과 같았다.
명운은 바로 들어가지 않고 그에게 물었다.
“맹주께서 기다리고 계신 겁니까?”
“그렇습니다.”
명운은 고개를 뒤로 돌렸다.
“문, 자네는 여기서 기다리게.”
맹주와 단둘이 이야기를 나누겠다는 말이었다.
하후문은 고개를 끄덕이며 두 손을 모았다.
“여기서 대협을 기다리겠습니다.”
“미안하네.”
옆에 서 있던 하노대는 명운과 하후문의 대화를 듣고는 속으로 감탄했다.
‘동료를 대하는 것이 마치 손님을 대하는 듯하니, 대협의 명성이 헛된 것이 아니구나.’
무림맹 무인들은 이렇게 아주 작은 것 하나하나까지도 신경을 쓰는 면이 있었다.
이는 좋게 보면 세심한 것이고, 나쁘게 말하면 나무에 집중하느라 산을 보지 못하는 것이었다.
“흠, 그럼 안으로 들어가겠습니다.”
명운은 인기척을 내며 안으로 들어섰다. 그가 들어선 곳은 맹주의 서재였다.
‘책이 많구나.’
전생의 명운은 그 누구보다 책을 좋아하는 책벌레였다.
‘예전이었다면 고서와 희귀본을 찾느라 정신이 없었겠지.’
그는 이번 생은 다르다고 생각했다.
무림맹주 좌건은 명운이 도착하자 자리에서 일어나 두 손을 모았다.
“좌건이라 합니다.”
좌건은 키가 크고, 어깨가 넓어서 겉모습은 그럴싸했다.
명운은 포권을 취하며 그의 인사를 받았다.
“장하라고 합니다.”
좌건은 명운이 찾아왔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그를 만나고자 했으나 측근들의 만류로 아침에서야 그를 만나게 되었다.
“앉으시죠.”
그는 명운이 자신을 찾아온 것을 크게 기뻐했다.
‘그가 맹주인 나를 찾아왔다는 것은 나를 무림맹주로서 인정한다는 뜻이다.’
좌건은 그 배경이 빈약했기에 세간의 이목을 크게 신경 쓰고 있었다.
“감사합니다.”
좌건이 그답지 않게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천하를 호령하는 장 대협을 만나게 되어 영광입니다.”
입에 발린 소리였으나 장하의 명성을 생각하면 과한 말은 아니었다.
“저야말로 무림의 대소사를 관장하는 맹주님을 만나 영광입니다.”
짧은 인사가 끝나자 좌건이 차를 권했다.
“항산의 화차입니다.”
명운은 항산의 화차를 받으며 과거를 떠올렸다.
‘석 장로와 마주했을 때가 생각나는군.’
그는 운남의 용정차와 항산의 화차를 예로 들며, 명운을 설득하고자 했었다.
“향이 깊군요.”
“자은사태께서 선물로 보내 주신 것입니다.”
자은사태는 항산파 장문이었기에 항산의 화차를 선물로 보내는 것이 이상하지 않았다.
“자은사태께서 보내 주신 것이군요.”
“자은사태와 항산파는 맹의 끈끈한 후원자입니다.”
좌건의 뒤에는 항산파를 비롯한 오악검파가 있었다. 그들이 아니었다면 좌건은 맹주좌에 앉을 엄두도 내지 못했을 것이다.
“항산파의 의협은 운남에서도 들은 바가 있습니다.”
천마신교에 항산파는 기분 좋은 이름이 아니었다.
‘전면에 나서지 않고, 뒤에서 우리 교도들을 토벌하는 자들이니까.’
좌건은 아무것도 모른 채 미소를 지었다.
“하하, 그렇습니까?”
그는 겉모습은 괜찮았지만, 맹주의 권위나 고수의 기운은 느껴지지 않았다.
명운은 그것이 오히려 이상하게 느껴졌다.
‘맹주좌에 어울리는 인물이 아니라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이 정도일 줄이야.’
그는 의도적으로 좌건이 부족한 모습을 보일 수도 있다고 생각해서 경계를 늦추지 않았다.
“태산파도 최근에 그 기세가 높다고 들었습니다.”
좌건은 명운이 자신의 사문인 태산파를 칭찬하자 크게 웃었다.
“하하하하! 대협께서 태산파를 칭찬하실 줄은 몰랐습니다.”
태산파는 최근 기세가 좋은 것이 아니라 명운에게 큰 타격을 입어 주춤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좌건은 크게 웃음으로서 명운의 의심을 키웠다.
‘어느 쪽이 진짜 모습인지 모르겠구나.’
지나친 부족함은 부족함이 아닐 수도 있었다.
“다 맹주님의 은덕이 아니겠습니까?”
“대협께서 계속 칭찬해 주시니, 이거 얼굴이 화끈거리는군요.”
뒤늦은 겸손.
그러나 좌건의 얼굴은 여전히 웃고 있었다.
명운은 속으로 혀를 차지 않을 수 없었다.
‘쯧, 이것이 연기라면 그는 대단한 사람일 것이다.’
표정과 목소리가 일치하도록 연기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원래는 더 빨리 올 수 있었는데, 개봉으로 오는 동안 사건이 좀 있었습니다.”
좌건이 미소를 지우며 물었다.
“어떠한 사건입니까?”
그는 개방으로부터 어떠한 보고도 받지 못한 사람 같았다.
‘정말로 개방에서 아무 말도 안 한 것인가?’
개방은 삼결제자조차 그가 금의위에 습격당한 일을 알고 있었다.
‘어쩌면 금의위와 척을 지기 싫어 모르는 척하는 것일 수도 있다.’
명운은 목소리를 낮춰 대답했다.
“남양에서 금의위 무인들에게 공격을 당해 길을 돌아올 수밖에 없었습니다.”
좌건은 금시초문이라는 듯 미간을 좁혔다.
“금의위가 대협을 공격했단 말입니까?”
“그렇습니다.”
좌건이 목에 힘을 주며 말했다.
“관과 무림은 서로 침범하지 않는 것을 모른단 말입니까!”
그는 진심으로 분노하는 듯 보였다.
그러나 명운은 모든 것을 다 그대로 믿을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무림맹주란 권신과 같으니까.’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