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mon Returner RAW novel - Chapter (430)
430화 뒤를 잇는 사람들 (3)
짐새.
사서에 따르면 온몸에 독이 있고, 짐새가 날아가는 그곳에 죽음이 있다고 했다.
요순시절부터 사람들은 짐새를 잡아 그 독을 취했다. 짐새의 독은 짐독이라 불렀으며, 무형, 무취하여 술에 넣거나 요리에 넣지 않아도 그것을 먹는 이는 그 냄새를 맡을 수 없었다.
게다가 그 독성은 몇 방울로도 사람을 죽일 수 있었으며, 수많은 이들이 그 짐독에 의해 죽음을 맞이했다.
진나라 기록에 의하면 짐새를 들고 황하를 넘으려는 자는 모두 사형에 처했으며, 짐새는 새끼와 어미를 막론하고 다 죽였다.
한나라의 여후는 이 짐독으로 한나라의 충신과 시기하는 후궁들을 살해했으며, 삼국시대 동탁과 종요도 이 짐독을 사용하였다.
하나 짐독과 짐새는 수나라 이후 역사에서 그 종적을 감추었다.
이는 짐새 스스로 자취를 감춘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해로운 새라 여겨 박멸하고자 했기 때문이었다.
송나라 때는 짐새가 나타났다는 소문이 돌면, 관리와 병사들이 모두 나아가 숲을 태우고 새를 내쫓았다.
소문만으로도 이러할지니, 실제로 짐새를 본 사람은 없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었다.
하지만 황궁의 가장 깊은 곳.
이곳에는 짐새가 살고 있었다. 그것도 그 독한 독기를 내뿜은 채.
동창의 사례태감 정명은 검은 깃털과 붉은 깃털이 섞여 있는 새를 보며 물었다.
“짐독은 준비되었느냐?”
그의 물음에 하관을 가리개로 가린 환관이 고개를 숙였다.
“방금 제조가 끝났습니다.”
“그래?”
환관은 그에게 아주 작은 병을 내밀었다. 이 병은 손바닥 안에 쏙 들어갔는데 푸른 새가 그려진 백자였다.
“마개를 열면 독기가 새어 나오니, 짐독을 사용할 때만 마개를 열어야 합니다.”
정명은 짐독이 든 병을 받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수고가 많았다.”
그는 사천당가가 독으로 유명하다고 한들 황실의 독을 따를 수 없다고 생각했다.
‘황제가 머무는 황궁은 천년이 넘는 시간 동안 독이 쓰인 장소다. 사천의 산골에서 어찌 독을 논한단 말인가?’
독을 사용한 역사와 실제로 암살한 사람의 숫자를 따지면 사천당가는 황궁에 견줄 수가 없었다.
“살펴 가십시오.”
정명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입구를 향해 걸음을 옮겼다. 그는 짐독이 든 병을 쥔 채 생각했다.
‘이것이면 충분할 것이다.’
그가 대협 장하를 쓰러뜨리기 위해 준비한 것이 바로 이 무형무취 짐독이었다.
* * *
흐릿한 등불.
그 아래 한 사내가 가부좌를 틀고 앉아 있었다.
“장 대협이 결국 맹주와 결탁했다는 말입니까?”
사내의 물음을 받은 거지는 다섯 개의 매듭을 가지고 있었다.
“맹주와 완전히 뜻을 같이했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그가 맹주와 함께 대연회를 여는 것만은 확실합니다.”
긴 한숨을 내쉰 사내는 바로 후개였다. 그는 용두방주의 전인으로 다음 세대를 이끌 사명을 지니고 있었다.
“장 호법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그가 고개를 돌려 물은 이도 다섯 개의 매듭을 지니고 있었다.
“맹주가 장 대협을 이용하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후개는 너무나 뻔한 대답이라고 생각했다.
“장 대협이 그렇게 호락호락한 인물입니까?”
그는 대협 장하가 오월교를 토벌하고 동창과 금의위의 추격 또한 물리쳤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금의위는 그렇다고 해도 동창을 쓰러뜨린 것은 대단하다고 할 수 있다.’
후개는 정면에서 달려드는 금의위보다 어둠 속에 숨어 암계를 거는 동창을 더 까다롭게 생각했다.
“장 대협의 무공은 의심할 여지 없이 뛰어나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가 권모술수에 뛰어나다고 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권모술수에서는 무림맹주 좌건이 한 수 위다. 물론 그럴 수 있었다. 하지만 동창의 암계를 꿰뚫어 본 사내가 좌건의 얕은수를 읽지 못했다고 할 수는 없었다.
‘뭔가 있다.’
후개는 의심을 금할 수 없었다.
“방주께 전서를 보내야겠습니다.”
장 호법이라 불린 사내가 고개를 끄덕이며 두 손을 모았다.
“제가 전서를 띄우겠습니다.”
개방 총타의 제자들은 맹주 좌건의 대연회를 그냥 넘길 수 없는 일이라 보았다.
반나절 뒤.
전서는 수백 리 떨어진 숭산에 도착했다. 그리고 이곳에는 용두방주와 소림방장 그리고 무당 장문인이 모여 있었다.
“개봉에서 또 일이 났군요.”
용두방주의 말에 소림방장 혜명대사가 눈을 반쯤 감았다.
“아미타불, 바람 잘 날이 없는 곳이 바로 개봉이란 생각이 드는구려.”
그는 용두방주와 의견이 갈려 한때 거리를 둔 적이 있었다.
그러나 맹주좌가 좌건에게 넘어간 뒤 과거의 관계를 회복했다.
“좌 맹주가 또 일을 벌인 모양이구려.”
무거운 음성의 주인공은 무당 장문인 현진도장이었다. 그는 악을 미워하고 정의를 바로 세우고자 했으나 무림맹 내분에는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았다.
용두방주는 그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바로 그러합니다.”
혜명대사가 눈을 반쯤 감은 채 말했다.
“좌 맹주는 욕심이 많아 일을 어렵게 할 때가 많소이다. 그가 욕심을 내려놓는다면 천하가 평온해질 터인데 언제쯤 그리될지 모르겠소이다.”
용두방주는 혜명대사의 말을 들으며 생각했다.
‘방장 대사, 그가 욕심을 내려놓는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입니다.’
구파일방은 앞서 영웅대연을 열어 맹주 좌건을 밀어내고자 했다.
세 사람은 그 영웅대연에 참석할 문파를 고르기 위해 모인 것이었다.
“앞으로 석 달 후 영웅대연을 열어 그를 맹주좌에서 내려오게 할 것입니다.”
용두방주는 적극적으로 좌건을 맹주좌에서 내쫓고자 했다. 무당 장문인 현진도장이 그에게 물었다.
“방주 그가 무슨 일을 벌인 겁니까?”
용두방주는 그의 물음에 낮은 음성으로 대답했다.
“영웅연을 연다고 합니다.”
현진도장은 영웅연을 연다는 말에 자리에서 일어날 뻔했다.
“영웅연을 연단 말입니까?”
용두방주는 그가 눈썹을 세우자 오른손을 손바닥이 보이도록 들어 올렸다.
“진정하시지요. 맹주를 선출하기 위한 영웅연은 아니라고 합니다.”
“하면 무슨 연유로 맹주가 영웅연을 연다고 합니까?”
“장하가 개봉의 무림맹 총단을 방문하여 그것을 축하하기 위한 연회를 연다고 합니다.”
대협 장하의 명성은 구파일방 장문들도 여러 경로로 접한 바 있었다.
“장하가 무림맹 총단에 도착했단 말입니까?”
현진도장은 얼굴이 좋지 못했다. 그도 그럴 것이 대협 장하가 맹주 좌건의 편에 선다면 많은 강호의 영웅들이 그를 지지하게 될 것이었다.
“돌아가 정황을 보면 좌 맹주가 그를 개봉으로 초대했다고 할 수 있겠지요.”
“으음, 좌건이 패를 하나 더 얻었구려.”
현진도장은 구파일방에 썩 좋은 일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대사께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그가 묻자 혜명대사가 눈을 뜨며 대답했다.
“장 대협이 소문과 같은 영웅이라면 결코 좌 맹주를 돕지 않을 것이외다.”
혜명대사는 맹주 좌건이 마음이 옹졸하고 작아 대협 장하를 품지 못할 것으로 생각했다.
“대사께서는 걱정할 일이 아니라 생각하시는 것입니까?”
“걱정한다고 한들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겠소이까?”
대협 장하는 이미 개봉에 도착했고, 영웅연 날짜는 뭇 영웅들에게 통보된 상황이었다.
“장 대협과 만나 직접 우리 뜻을 전하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현진도장의 물음에 혜명대사가 고개를 저었다.
“옳지 않소이다. 옳지 않소이다.”
그의 반대에 현진도장은 뜻을 꺾었다.
“방장대사의 뜻에 따르겠습니다.”
용두방주는 두 사람의 뜻이 일치하자 다른 의견을 내지 않았다.
사실 그도 특별히 할 수 있는 일이 없다고 생각했다.
‘구파일방의 수장들이 직접 장하를 만나고자 했다면 더 빨리 움직였어야 했다.’
적어도 장하가 금의위에게 습격을 받은 다음에는 그와 만났어야 했다.
그러나 그 누구도 장하와 만나고자 움직인 사람은 없었다. 용두방주 자신도 노호운을 남양으로 보냈을 뿐, 그를 만나고자 하지 않았다.
‘장하가 좌 맹주를 지지한다고 해도 구파일방의 뜻이 하나로 모인다면 그 뜻을 꺾을 수는 없을 것이다.’
그는 영웅대연에서 승리를 확신했다.
* * *
영웅연 전날부터 무림맹 총단은 몹시 바빴다. 무림맹 제자들은 총단 대전에 의자와 탁자를 놓고 그 사이사이에 긴 촛대를 놓았다.
이렇게 촛대를 놓는 것은 영웅연이 밤까지 이어진다는 뜻이었다.
“영웅첩을 돌린 곳만 서른 곳이 넘으니, 참석하는 사람의 수가 삼백을 훌쩍 넘을 것입니다.”
명운은 하노대의 설명에 고개를 끄덕였다.
“맹주께서 절 위해 이렇게까지 해 주실 줄은 몰랐습니다.”
하노대가 활짝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장 대협께서 개봉에 방문해 주셨는데 어찌 연회를 열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과찬이십니다.”
“아닙니다. 장 대협께서 이루신 일들을 생각하면 이도 작다고 생각합니다.”
하노대는 연회 준비가 순탄하게 끝난 것에 만족했다.
‘내일이면 모든 것이 끝난다.’
대협 장하는 무림맹주 좌건의 손을 들어 줄 것이고, 그것을 본 강호 영웅들은 열광할 수밖에 없었다.
‘구파일방의 저력이 아무리 세도 이미 기울어진 대세를 반전시킬 수는 없을 것이다.’
그는 내일 이 자리에서 차기 무림맹주가 결정된다고 생각했다.
“오늘 숭산파의 홍 장문께서 돌아오십니다. 한번 만나 보시겠습니까?”
숭산파 장문인 홍익선은 오악검파의 중진 중 한 명이었다.
“홍 장문께서 오신단 말입니까?”
“홍 장문께서는 예전부터 장 대협을 만나고 싶어라 하셨습니다.”
“저야 언제든 환영입니다.”
“하면 홍 장문께서 오시는 대로 연락을 드리겠습니다.”
명운은 두 손으로 포권을 취했다.
“그러면 이쪽도 연락을 기다리겠습니다.”
숭산파 장문인 홍익선이 도착한 것은 반 시진 뒤였다. 그는 무림맹 총단에 도착하자마자 무림맹주 좌건이 아닌 명운을 찾아갔다.
“홍 장문께서 오십니다.”
하노대의 연락에 명운은 자세를 바로 했다.
“나가서 모시겠습니다.”
그가 문밖으로 나가려 할 때, 이미 홍익선이 문 앞에 도착했다.
“대협께서는 나오실 필요 없습니다.”
홍익선은 소매를 흔들어 그를 막은 뒤 두 손을 모아 포권을 취했다.
“숭산파 홍익선이 대협을 뵙니다.”
그가 예를 갖추자 명운도 마주 포권을 취했다.
“단리원의 장하가 홍 장문을 뵙습니다.”
홍익선은 오악검파 인물 중 그나마 됨됨이가 된 인물이었다.
인사가 끝나자 명운이 그를 안으로 안내했다.
“드시죠.”
홍익선은 제자들을 밖에 기다리게 한 뒤 혼자 안으로 들어섰다.
“대협께서 객관에 머무실 줄 몰랐습니다.”
그는 맹주 좌건이 명운을 제대로 대접하고 있지 않다는 눈치였다.
“객관이 넓고 깨끗해서 혼자 지내기에 부족함이 없습니다.”
“그것이…….”
홍익선은 나오려는 말을 목구멍 아래로 삼켰다.
명운은 그것을 보고는 빙긋이 미소를 지었다.
“하 대협, 숭산파 대협들께 물이라도 한잔 드리는 것이 어떨까요?”
하노대는 옆에 서 있다가 명운의 말을 듣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제가 미처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숭산파 제자들은 먼 길을 왔기에 목이 마를 터였다. 그는 즉시 자리를 떴다.
그것을 본 홍익선이 긴 한숨을 내쉬었다.
“후우……. 대협께서는 정말 영명하십니다.”
이는 명운이 하노대를 떠나게 한 것을 보고 하는 말이었다.
“홍 장문, 과찬이십니다.”
“아닙니다. 대협께서는 만난 지 일다경도 채 되지 않아 제 마음을 편하게 해 주시지 않았겠습니까?”
홍익선은 맹주 좌건의 사람인 하노대가 있어 말을 편하게 할 수 없었던 것이었다.
“홍 장문께서 따로 하실 말씀이 있는 것 같아서 말을 돌렸을 뿐입니다.”
홍익선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대협께서 개봉에 오셨는데 어찌 객관에 머물게 할 수 있단 말입니까? 개봉의 문파들을 돌며 잔치를 벌인다고 해도 한 달은 족히 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그는 맹주 좌건이 명운을 독점하기 위해 이곳에만 머물겠다고 생각했다.
‘잔치를 벌이면 구파일방을 비롯한 다른 문파 무인들이 대협과 이야기할 수 있기 때문이겠지.’
홍익선은 몇 달 전부터 좌건에 대해 의문을 품기 시작했다.
그가 정말로 무림맹주에 어울리는지 그가 정말로 천마신교와 싸울 수 있는지 홍익선은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명운은 두 손을 흔들었다.
“홍 장문, 잔치라니요. 당치도 않습니다.”
홍익선은 두 손을 모아 포권을 취했다.
“아니, 장 대협께서 오셨는데 어찌 잔치가 없다는 말입니까? 개봉의 문파들은 모두 장 대협을 모시고자 할 것입니다. 장 대협을 이곳에만 머물게 한 것은 분명 다른 마음이 있기 때문입니다.”
명운은 그의 말을 듣고는 속으로 혀를 찼다.
‘쯧, 좌건의 잔꾀를 내가 모르겠는가?’
그는 알면서도 좌건의 곁에 머물고 있었다.
‘그건 그렇고 무림맹에도 기개가 있는 사내가 있군.’
명운은 홍익선을 높이 평가하지 않을 수 없었다.
“다른 마음이라니요.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홍익선이 재차 목소리를 높였다.
“대협, 좌 맹주는 대협을 이용하려 하고 있습니다. 어찌 그에게 이용당하려 하십니까?”
명운은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
“무림맹주는 무림맹의 가장 큰 어른이 아닙니까? 저는 맹주님을 믿습니다.”
그는 처음부터 끝까지 순박한 대리의 협객을 연기하고자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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