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mon Returner RAW novel - Chapter (432)
432화 영웅연 (2)
영웅연의 시작을 알린 것은 명운과 무림맹주 좌건의 입장이었다.
둥. 둥. 둥.
북소리와 함께 대전에 모인 사람들의 시선이 단상으로 쏠렸다.
“맹주께서 장 대협과 함께 입장하십니다!”
하노대가 목소리를 높이자 사방에서 두 손을 모으며 목소리를 높였다.
“맹주님을 뵙니다!”
“맹주님, 만세! 만세! 만만세!”
숭산파 장문인 홍익선은 짧게 한숨을 내쉬며 그 광경을 바라보았다.
‘하……. 아무리 맹주 쪽 사람들만 모았다고 해도, 이건 심하군.’
무림맹주 좌건은 이제까지 자신의 힘으로 이룩한 것이 하나도 없었다. 그럼에도 그는 마치 대승을 거둔 장군처럼 환호를 받고 있었다.
전장에 나가 싸워야 하는 홍익선 입장에서는 기가 찬 일이었다.
“장 대협! 만세! 만세!”
누군가 명운을 향해 목소리를 높이자 대전에 있던 이들이 이번에는 그를 따라 외쳤다.
“장 대협! 만세! 만세! 만만세!”
천의문 문주 마행도 숭산파 장문인 홍익선처럼 속으로 혀를 찼다.
‘후, 장 대협이 맹주의 옆에 섰으니, 이제 우리 천의문은 찬밥신세가 되겠군.’
그는 상석과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 앉아 있었다. 하나 맹주와 함께 상석에 앉아 있을 때와는 그 느낌이 완전히 달랐다.
무림맹주 좌건은 안으로 들어선 뒤 두 손을 모으며 인사했다.
“이 좌모! 뭇 영웅들의 환영에 감사 인사를 올립니다!”
그의 인사가 끝나자 다시 한번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만세! 만세! 만세!”
명운은 천의문 문주 마행이나 숭산파 장문인 홍익선 못지않게 이 광경을 한심스럽게 바라보았다. 하지만 그의 얼굴은 두 사람과 다르게 미소를 띠고 있었다.
이윽고 좌건이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
“장 대협께서도 한 말씀 해 주십시오.”
명운은 좌건의 요청에 두 손을 모았다.
“무림맹 영웅들께서 이 장모를 넓은 마음으로 환영해 주시니, 몸들 바를 모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그가 두 손을 모은 채 살짝 허리를 숙이자 무림맹 무인들이 다시 목소리를 높였다.
“장 대협! 만세! 만세! 만만세!”
환호성과 함께 영웅연의 분위기가 뜨겁게 달아올랐다.
무림맹주 좌건은 명운의 인사가 끝나자 오른손을 높이 들었다.
“오늘의 연회는 장 대협의 전공을 축하하며, 그 전공을 기리기 위한 것입니다. 모두 아시다시피, 장 대협께서는 악랄한 오월교를 토벌하고, 교주 진마를 베었습니다. 이와 같은 전공은 지난 십 년간 그 누구도 이루지 못한 것입니다!”
그는 명운의 전공을 추켜세우는 동시에 지난 십 년간 그 누구도 명운과 같은 공을 세운 적이 없다고 말하며 구파일방의 전공을 깎아내렸다.
무림맹 대전에 모인 무림인들은 무림맹주 좌건이 말을 쉴 때마다 목소리를 높였다.
“장 대협! 만세! 만세!”
무림맹 무인들이 만세를 부르자 명운은 말없이 두 손을 모았다. 그러고는 미소를 머금은 채 그들의 인사를 받았다.
하후문은 그런 명운 뒤에 서서 속으로 긴 한숨을 내쉬었다.
‘후우……. 교주님께서는 어찌 저런 자들과 연을 맺으려 하시는지 모르겠구나.’
그는 이곳에 도착한 뒤 무림맹 무인들을 더욱 혐오하게 되었다.
좌건이 오른손을 크게 휘저으며 목소리를 높였다.
“저는 이 자리에서 장 대협께 강남대협이라는 별호를 바치며, 사면철권을 선물하고자 합니다!”
강남대협과 사면철권은 전혀 상의가 되지 않은 내용이었다.
하노대는 좌건의 말이 끝나자마자 목소리를 높였다.
“합당한 일입니다!”
왼쪽에서 그의 말에 호응하듯 양규라는 협객이 목소리를 높였다.
“매우 옳습니다!”
명운은 좌건의 제안을 듣고는 속으로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후……. 내가 강남대협이면, 강북은 자신이 가지겠다는 뜻이군.’
강남대협이라는 별호에는 명운의 영향력을 강남으로 한정하겠다는 좌건의 의도가 숨겨져 있었다.
‘사면철권은 아마도 죄를 지은 무림맹 인물이나 궁지에 몰린 사마외도 인물을 사면해 줄 수 있다는 것이겠지.’
보는 이에 따라 사면철권은 대단한 것이 될 수도, 아닐 수도 있었다.
좌건이 명운을 향해 몸을 돌리며 말했다.
“장 대협, 어떠십니까?”
명운은 그의 얕은수에 속으로 혀를 찼지만, 두 손을 모으며 미소를 지었다.
“맹주께서 이리도 절 높여 주시니, 구름 위에서 떨어질까 무섭습니다.”
“하하하, 구름 위에서 떨어지시다니요. 과언이십니다.”
“저도 뭇 영웅들께 한 말씀 드리고자 하는데 괜찮겠습니까?”
좌건이 고개를 끄덕이며 그의 요청을 받아들였다.
“얼마든지 가능합니다.”
그가 자리를 양보하자 명운이 앞으로 나아가 두 손을 모았다.
“이 장 모가 강호의 형제들께 말씀드리고자 하는 일이 하나 있습니다.”
앞서 목소리를 높였던 협객 양규가 그에게 물었다.
“장 대협! 어떤 일이십니까?”
명운이 굳은 음성으로 그의 물음에 답했다.
“황궁에는 황제가 있고, 가정에는 아버지가 있으며, 학당에는 스승이 있습니다. 한데 현 무림에서는 맹주님을 인정하지 않는 이들이 많습니다.”
맹주가 있지만, 맹주 대접을 받고 있지 못하다는 뜻.
이는 구파일방을 지목하는 말이기도 했다.
대전에 모인 이들은 좌건을 지지하는 자들이었기에 호응하듯 목소리를 높이는 이가 많았다.
“맞습니다!”
“무림맹에 적을 두고 있으면서 어찌 맹주님을 인정하지 않는지 모르겠습니다!”
명운은 고개를 끄덕인 뒤 다시 말을 이었다.
“맹주께서는 지난 일 년 동안 맹주의 책무를 맡아 그 누구보다 성실하게 임하셨습니다. 저는 수만 리 떨어진 곳에서도 좌 맹주의 명성을 들을 수 있었으며, 흑도의 십만 무리 역시 그러했을 것입니다. 여러분, 좌 맹주께서 맹의 책무를 맡으신 이후, 맹이 큰 손해를 보거나 큰 손해를 입은 적이 있었습니까?”
그가 오른손을 뻗으며 묻자 몇몇 무인이 그의 물음에 답했다.
“없었습니다!”
“결코, 없었습니다!”
좌건이 무림맹주가 된 이후, 무림맹이 손해를 보지 않은 것은 사실이었다.
한데 그 이유는 좌건이 뛰어난 운영을 했기 때문이 아니었다.
천마신교는 파천궁과 전쟁을 치르느라, 오월교는 명운과 싸웠기에 무림맹과 싸울 여유가 없었던 것뿐이었다.
“바로 그렇습니다. 좌 맹주께서 맹의 책무를 맡으신 뒤, 그 어떤 자들도 맹을 가벼이 보지 못했습니다. 이는 모두 좌 맹주의 공이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 장 모는 맹주의 책무를 다하는데, 좌 맹주만큼 뛰어난 인물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강호의 형제들께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그의 물음에 다시 한번 대전의 무림인들이 목소리를 높였다.
“옳습니다!”
“장 대협의 말씀에 동의합니다!”
“좌 맹주야말로 진짜 맹주입니다!”
명운은 내공을 불어넣어 말했기에 멀리 떨어진 이들도 그의 목소리를 또렷이 들을 수 있었다.
멀리 떨어진 자리에 앉은 이들은 그것을 깨닫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장 대협은 명성만큼 심후한 내공을 지니고 있구나.”
“젊은 나이에도 대단한 내공입니다.”
멀리 떨어진 자리에 앉은 이들 중에는 영웅연에 참석하긴 했으나 좌건을 지지하지 않는 자들이 있었다.
“하지만 저런 내공을 지니고도 사람을 보는 눈은 부족한 듯싶습니다.”
“허허허, 장 대협은 수만 리 떨어진 대리에 머물고 있기에 좌 맹주가 어떠한 사람인지 잘 모를 수도 있지요.”
“그렇다고 해도 오늘의 발언은 지나치다고 할 수 있습니다.”
명운은 좌건의 부족함을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좌건이 구파일방 후보를 누르고, 진짜 맹주가 된다면 무림맹의 힘은 크게 약화될 것이다.’
그는 능력이 부족한 맹주를 세워 무림맹의 내분을 키우고, 구파일방의 힘을 내리누르고자 했다.
좌건은 명운이 약속대로 그를 지지하는 연설을 하자 크게 기뻐했다.
“장 대협, 과찬이십니다.”
“과찬이라니요. 저는 사실을 말씀드린 것뿐입니다.”
두 사람은 서로 번갈아 가며 덕담을 주고받았다.
구파일방 제자들이 보았다면 절로 한숨을 내쉴 만한 장면이었다.
“형제들! 모두 건배합시다!”
좌건이 목소리를 높이자 대전에 모인 이들이 잔을 높이 들었다.
“건배!”
좌건과 명운의 잔은 이미 따라 놓은 것이기에 가볍게 들어 올리면 그만이었다.
“건배!”
대전에 모인 이들은 단숨에 들고 있던 잔을 비웠다.
명운과 좌건 역시 들고 있던 잔을 깔끔하게 비웠다. 다음 순간, 좌건은 무릎을 꿇었고, 명운도 손을 뻗어 뒤에 놓인 의자를 잡았다.
두 사람은 거의 동시에 얼굴을 마주 보았다.
뭔가 잘못되었다.
그들은 눈으로 말을 주고받았다.
이윽고 좌건이 입을 열었다.
“이, 이것은…….”
그러나 그는 끝까지 말을 잊지 못한 채 주저앉고 말았다.
명운은 그가 주저앉자 주변을 둘러보며 말했다.
“독주입니다.”
하후문은 독주라는 말에 크게 놀랐다.
“대, 대협!”
단상 주변의 무인들도 독주라는 말에 하후문 못지않게 놀랐다.
“독주라니요!”
“맹주!”
좌건은 독기를 버티지 못하고는 그 자리에 쓰러졌다.
“크허허헉.”
명운은 독기에 저항하며 하후문에게 명을 내렸다.
“문, 어서 맹주를 옮기게.”
하후문은 명을 들었으나 명운의 곁을 떠나지 못했다.
“대, 대협…….”
“나는 괜찮네. 어서 맹주를 옮기게.”
명운은 뜻밖의 사태에 미간을 좁혔다.
‘좌건에게 적이 많을 줄은 알았지만, 영웅연의 술에 독을 탈 줄이야.’
그는 술에 들어 있는 독이 좌건을 노린 것이라 생각했다.
“맹주님을 지켜라!”
하노대가 나서서 목소리를 높이자 무림맹 제자들이 단상으로 몰려들어 좌건을 보호했다.
“맹주님을 지켜라!”
“맹주님을 중심으로 모여라!”
형산파 장문인 악흔은 검을 뽑아 들고는 무림맹 제자들에게 목소리를 높였다.
“무엇 하는가! 강 의원을 부르고, 맹주님을 어서 안으로 모셔라!”
그는 이곳에서는 독을 해독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무림맹 제자들은 그의 말이 옳다 생각해 즉시 따랐다.
“맹주님을 안으로 모시자!”
무림맹 제자들은 좌건을 업은 채 대전을 빠져나갔다.
숭산파 장문인 홍익선과 그의 제자들은 무림맹주 좌건이 아닌 명운에게 다가왔다.
“장 대협, 괜찮습니까?”
명운은 미간을 좁힌 채 의자의 팔걸이를 잡고 서 있었다.
“독을 해독할 곳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홍익선은 그의 대답을 듣고는 무림맹 제자 중 한 명을 불렀다.
“옷 갈아입는 방이 어디 있는가?”
옷 갈아입는 방이란 맹주가 연회 도중 휴식을 취하거나 따로 사람을 만나는 용도로 쓰는 방을 뜻했다.
무림맹 제자는 그의 물음에 바로 안내를 시작했다.
“이쪽입니다.”
무림맹 제자는 단상 왼쪽의 밀실로 명운과 홍익선을 안내했다.
명운은 홍익선의 부축을 받아 움직이며 미간을 좁혔다.
“독이 매우 강해서 걱정입니다.”
홍익선이 그를 부축하며 물었다.
“대협, 혹시 독주를 토하실 수는 없으십니까?”
명운은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
“이미 독이 위장에 넓게 퍼져 술을 토하더라도 의미가 없을 것입니다.”
“하면…….”
“내력으로 해독하는 수밖에요.”
홍익선은 그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곧 두 사람은 밀실에 도착했다.
드르륵.
홍익선이 명운을 밀실 안에 앉히며 말했다.
“장 대협, 이 홍 모가 호법을 설 터이니, 마음을 놓으십시오.”
독을 해독하기 위해서는 운기행공이 필요했고, 운기행공을 하는 동안에는 그 누구의 방해도 없어야 했다.
홍익선은 명운이 그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게 하겠다고 말한 것이었다.
“홍 장문께 폐를 끼치는군요.”
“이것을 어찌 폐라 할 수 있겠습니까? 장 대협, 어서 연공에 들어가십시오.”
홍익선은 말을 마친 뒤 밀실의 문을 닫았다.
드르륵. 탁.
하후문은 두 사람의 이야기를 문밖에서 들었기에 굳이 홍익선을 말리지 않았다.
그는 말없이 홍익선 옆에 서서 창을 세웠다.
홍익선은 그가 명운의 사람이라는 것을 알고 있기에 따로 묻지 않았다.
문밖에서 대화하는 것만으로도 명운의 운기행공을 방해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대체 누가 맹주를 독살하려 했단 말인가?’
그는 이 모든 것이 혼란스러울 뿐이었다.
밀실 안.
명운은 미간을 좁혔다.
‘보통의 독이 아니다.’
그는 화경을 넘어 현경의 경지에 든 무인이었다.
공작담과 같은 극독이라 해도 그의 심맥을 위협할 수 없었다.
하지만 술에 든 독은 달랐다.
독은 명운의 내력을 가르며 심장으로 향했다.
‘위험해!’
명운은 중후한 내력으로 겹겹이 방패를 세운 뒤, 주변의 기운을 끌어모았다. 그러고는 독을 향해 끌어모은 기운을 움직였다.
‘이 정도면 될 것이다.’
그러나 거대한 기운으로 내리눌렀음에도 독의 기세는 누그러지지 않았다.
독은 명운이 세운 내력의 방패를 무너뜨리며 심장을 향해 조금씩 움직였다.
‘이제 심장에서 일촌(3cm) 남짓 남은 것인가?’
독이 심장에 닿게 되면 전설 속의 대라신선이 와도 그를 구할 수 없었다.
‘곤란하구나.’
어느새 그의 이마에 굵은 땀방울이 송골송골 맺혔다.
‘할 수 없지.’
명운은 몸의 모든 대혈을 열었다. 그러고는 기를 모으는 대신 주변의 기운을 모두 받아들인 뒤, 그것을 바로 뿜어냈다.
자신의 몸을 기의 통로로 만들어 버린 것이었다.
거대한 기가 그의 몸을 타고 흐르자 독의 방향이 변하기 시작했다.
독은 심장에 이르지 못하고 기의 급류에 휩쓸렸다.
심장 가까이 갔던 독은 기해혈에서 석문혈로 다시 대거혈로 움직였다. 그러고는 얼마 지나지 않아 몸 밖으로 밀려나기 시작했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명운은 활짝 열렸던 대혈을 닫았다.
“후…….”
그가 긴 한숨을 내쉬었을 때.
그의 몸은 물에 빠진 사람처럼 흠뻑 젖어 있었다.
‘위기는 넘겼군.’
독이 모두 몸에서 빠져나갔다고 자신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위기를 넘긴 것은 분명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