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mon Returner RAW novel - Chapter (434)
434화 영웅연 (4)
좌건의 죽음으로 흔들리고 있던 무림맹 무인들을 바로잡은 것은 명운의 한마디였다.
“지금 즉시 술과 관련된 이들을 찾아야 합니다.”
그의 말에 무림맹 제자들이 나섰다.
“옳습니다!”
“지금 당장 움직이십니다!”
“음식과 차를 준비한 이들도 한곳에 모아야 하네!”
무림맹 제자 십수 명이 침전을 빠져나갔다.
침전에 남은 것은 하노대를 제외하면, 개방 장로 진서문과 형산파 장문인 악흔, 그리고 숭산파 장문인 홍익선 정도였다.
“장 대협은 괜찮은가?”
형산파 장문인 악흔의 물음에 명운이 두 손을 모았다.
“독을 모두 해독한 것은 아니지만, 일단 걸을 수 있을 정도는 되는 것 같습니다.”
악흔은 그의 모습을 보고는 속으로 감탄을 금할 수 없었다.
‘허허, 좌 맹주는 독을 이기지 못하고 숨을 거두었는데, 장 대협은 독을 이겨 낸 것은 물론, 이처럼 몸을 움직일 수가 있구나.’
그는 독을 해독하는 일이 쉽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명운을 더욱 높이 평가했다.
개방 장로 진서문 또한 독을 해독하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 알고 있었다.
“장 대협, 정말로 괜찮은 건가?”
명운이 옅은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말끔하다고 하면 거짓말이겠죠.”
“그러면…….”
“모두의 동요를 막기 위해 허세를 부린 것뿐입니다.”
그는 말을 마치자마자 두 손을 풀고는 그 자리에 한쪽 무릎을 꿇었다.
털썩.
숭산파 장문 홍익선이 급히 손을 뻗어 그를 부축했다.
“장 대협.”
명운은 오른손을 들며 힘없이 말했다.
“저는 괜찮습니다.”
그는 시선을 형산파 장문인 악흔에게 돌렸다.
“악 장문께 부탁이 하나 있습니다.”
형산파 장문인 악흔은 부탁이 있다는 명운의 말을 듣고는 오른손을 앞으로 내밀었다.
“장 대협, 내게 부탁할 일이 있다면 무엇이든 말해 보게.”
명운이 힘없는 목소리로 말했다.
“흥분한 제자들이 무공을 모르는 이들에게 실수할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장문께서 그들을 이끌어 주시지 않겠습니까?”
무림맹 제자들이 범인을 찾고자 무리할 수 있으니, 그들을 감독해 달라는 말이었다.
악흔은 그의 말을 듣고는 옳다고 생각해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
“옳은 말이로군. 알겠네. 내 그들을 맡도록 하겠네.”
그가 떠난 뒤 개방 장로 진서문이 명운에게 물었다.
“장 대협, 내가 그대의 맥을 살펴도 되겠는가?”
진서문은 의술이 뛰어났기에 명운의 상태를 확인해 보고자 했다.
‘맥을 살피면 독의 얼마나 깊은지 알 수 있을 것이다.’
명운은 고개를 저었다.
“저는 정말로 괜찮습니다.”
“장 대협.”
“조금 쉬면 나을 것입니다.”
“좌 맹주는 목숨을 잃었는데, 그대는 어찌 조금 쉬는 것만으로 독을 이겨 낼 수 있다고 말하는 것인가?”
진서문은 아직 명운과 좌건의 무공 차이를 알지 못했다. 그래서 그는 명운도 좌건 못지않은 내상을 입었으리라 생각한 것이었다.
명운은 그와 같은 의심을 여러 사람이 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하노대도 의심하고 있겠지.’
하노대는 무림맹 제자 중 유일하게 좌건의 침전을 지키고 있었다.
그는 좌건을 높이 보고 있었기에 그의 무공과 명운의 무공이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명운이 그들을 향해 말했다.
“대리 근처는 중원과 달리 독충과 독초가 많습니다. 그 독충과 독초들은 하루아침에 생긴 것이 아니죠. 대리 사람들은 천 년 이상 그것들과 함께했습니다.”
진서문은 명운의 말을 듣고는 고개를 두 번 끄덕였다.
“자네의 몸에 독을 해독할 수 있는 피가 흐르고 있다는 말인가?”
“해독하진 못해도 독에 저항할 수 있는 기운이 있지 않을까 합니다.”
대리는 삼국시대만 해도 남만이라 불리는 지역이었다. 남만은 예로부터 독충과 독사, 그리고 독초가 많아 사람이 살기 힘든 곳으로 꼽혔다.
사천당문이 독의 명가로 꼽히는 것도 대리와 가까운 사천에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노대는 명운의 설명을 듣고 나자 좌건의 죽음과 명운의 무사를 어느 정도는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장 대협의 말대로 대리 사람들이 독에 강한 체질을 타고 태어난 것일 수도 있다.’
그가 고개를 명운에게 돌리며 말했다.
“장 대협이 독에 강한 체질을 타고 나지 않았다면, 무림은 또 하나의 별을 잃었을지도 모릅니다.”
숭산파 장문인 홍익선이 그의 말을 받았다.
“나도 그대와 같은 생각일세.”
그와 하노대, 그리고 진서문은 명운이 말한 체질론을 받아들였다.
명운은 그들이 납득하는 것을 보고는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후……. 급히 만들어 낸 말이 예상보다 잘 먹혔군.’
그가 오른손을 들며 말했다.
“이제 가서 조금 쉬어야겠습니다.”
하노대가 고개를 흔들며 그의 말을 받았다.
“그 몸으로 객관까지 가는 것은 무리일 것입니다. 이 건물에 빈방이 있으니, 제가 그곳으로 안내하겠습니다.”
그는 명운을 부축하기에 앞서 숭산파 장문인 홍익선에게 맹주의 침전을 부탁했다.
“홍 장문께 이곳을 맡기고자 합니다.”
홍익선은 두 손을 모으며 하노대의 말을 받았다.
“걱정하지 말고 다녀오게.”
하노대는 명운을 부축하며 개방 장로 진서문을 힐끔 바라보았다.
그는 구파일방에 대한 적의를 아직 거두고 있지 않았다.
진서문은 그 눈빛을 알아차렸지만, 모른 척 다른 곳에 시선을 두었다.
이윽고 명운과 하노대가 떠나자 그가 좌건에게 다가갔다. 그것을 본 숭산파 장문 홍익선이 물었다.
“진 장로, 무엇 하려 하십니까?”
진서문이 그의 물음에 답했다.
“맹주께서 어떤 독에 중독되었는지 살피고자 합니다.”
홍익선은 그의 말을 듣고는 좌건에게 다가가며 말했다.
“하면 함께 보아도 되겠습니까?”
“안 될 것이 있겠습니까?”
두 사람은 하노대가 사라진 지금이 맹주 좌건의 시신을 확인할 기회라 생각했다.
일다향이 지난 뒤.
개방 장로 진서문이 긴 한숨을 내쉬었다.
“어렵군요.”
숭산파 장문인 홍익선이 물었다.
“어떠한 독을 쓴 것인지 알아내지 못했단 말입니까?”
진서문이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극독을 쓴 것은 확실한데, 시신을 보면 극독을 쓴 느낌이 아닙니다.”
“왜 그렇게 생각하십니까?”
진서문이 그의 물음에 대답했다.
“공작담이나 사독 같은 독을 썼다면 필시 칠공에 출혈이 있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맹주의 시신에는 출혈이 많지 않습니다.”
“그 말은…….”
“독이 심장을 바로 공격했다는 뜻입니다.”
심장을 바로 공격하는 독.
그런 독은 몇 가지 없었다.
“흉수가 구하기 힘든 독을 썼다는 말이군요.”
진서문이 두 눈을 감으며 그의 말을 받았다.
“어떠한 독인지 알 수 없으니, 의원들도 해독하지 못한 것입니다.”
의원들은 무림맹 제자들이 밖으로 나갈 때, 함께 자리를 뜬 상태였다.
“장 대협이 독을 해독하기 전에 어떠한 느낌을 받았는지 알 수 있다면 독의 정체를 알 수 있겠습니까?”
진서문은 고개를 흔들었다.
“저의 짧은 식견으로는 알 수 없을 것입니다. 하나 당문 출신이라면 알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홍익선은 그의 말을 듣고는 사천당문 출신 무림맹 제자를 떠올렸다.
“그라면 알 수 있을 것입니다.”
그가 떠올린 사람은 바로 당오비였다.
* * *
당오비는 무림맹주 좌건이 독살된 그날 형산 근처를 지나고 있었다.
그는 무림맹 총단으로부터 급히 돌아오라는 전서를 받자마자 밤낮을 쉬지 않고 움직였다. 그리하여 닷새가 되는 날에는 개봉성 외곽에 도착할 수 있었다.
연수각 부각주 제갈연연은 그를 맞이하기 위해 개봉성 밖까지 나와 있었다. 그녀는 당오비를 보자마자 목소리를 높였다.
“당 사형!”
당오비는 개봉으로 오는 도중 어느 정도 이야기를 들었기에 밝은 얼굴로 그녀를 대할 수 없었다.
“쯧, 사형이라니.”
이번 일이 있기 전까지 그녀는 당오비를 당 선배로만 불렀다. 그녀가 당 선배가 아닌, 당 사형이라 부른 것은 심정에 변화가 생겼기 때문일 터였다.
“당 사형을 보니, 힘이 납니다.”
당오비는 미간을 좁혔다.
“그게 무슨 말인가? 내 얼굴을 보고 힘이 난다니?”
제갈연연이 울음을 참으며 말했다.
“총단은 지금 난리도 아닙니다.”
당오비는 그녀의 두 손을 잡으며 한숨을 내쉬었다.
“후……. 맹주가 독살되었으니, 당연히 난리도 아니겠지.”
“당 사형, 그 정도가 아닙니다. 총단은 지금 혈풍이 불기 직전입니다.”
당오비가 살짝 말끝을 높였다.
“혈풍이 불기 직전이라고?”
제갈연연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맹주께서 그렇게 되신 그날 맹의 제자들이 부엌을 조사하였는데, 의심되는 증거들이 나왔습니다.”
제갈연연은 연수각 부각주였기에 조사에 동참한 바 있었다.
당오비가 재빨리 물었다.
“어떤 증거였기에 혈풍이 분단 말인가?”
그는 당가의 답파이기도 했기에 흔적을 찾고 확인하는 데 능했다.
“맹주님의 술을 관리하던 곳에서 형체를 분간하기 힘든 인피와 작은 비수, 그리고 발자국 여럿이 발견되었습니다.”
당오비는 그녀의 말을 듣고는 고개를 갸웃했다.
“으음, 인피는 누군가 신분을 위장해 총단에 침입했다는 것이고. 비수는 독을 쓸 때 사용한 것이겠군. 한데 발자국이 여럿 나왔다는 것은 무슨 말인가?”
술을 관리하는 곳이니, 그곳을 드나든 이들의 발자국이 있는 것은 당연했다. 따라서 발자국은 발견이라고 할 만한 것이 아니었다.
“발자국이 길이 아닌 벽을 따라 나 있었습니다.”
당오비는 그녀의 대답을 듣고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아! 벽을 따라 난 발자국이라고?”
“그렇습니다.”
당오비는 벽을 타고 움직이는 경공술을 몇 가지 알고 있었다. 그리고 그중 두 가지는 구파일방의 경공술이었다.
‘내가 알고 있는 것을 다른 이들이 모를 리 없다.’
그가 미간을 좁히며 물었다.
“무림맹 제자들이 구파일방을 의심하고 있구나.”
제갈연연이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
“바로 그렇습니다.”
당오비는 혀를 찼다.
“누군가 구파일방을 모함한 것이다!”
“그렇게 주장한다고 해도 범인을 찾을 수 없으니, 무림맹 제자들은 구파일방을 의심할 수밖에 없습니다.”
맹주 좌건을 암살할 이유가 가장 큰 이들이 바로 구파일방이었다.
“마교도 있지 않은가?”
“당 형, 마교는 지금 내전 중입니다.”
게다가 범인이 천마신교라고 해도 문제였다.
무림맹 맹주가 무림맹 총단에서 천마신교의 독수에 암살되었다?
이는 무림맹의 위신이 땅에 떨어지게 될 만한 대사건이라 할 수 있었다.
“으음…….”
당오비는 낮게 신음했다.
‘일이 쉽지 않구나.’
그는 일단 무림맹 총단으로 향하는 것이 급선무라 생각했다.
* * *
무림맹 총단의 분위기는 냉랭했다.
구파일방 출신 무림맹 제자들은 연수각에서 멀리 떨어지지 않은 자운각에 모여 혹시 있을지 모르는 혈사에 대비했고, 오악검파 무인들은 맹주전과 대전을 중심으로 목소리를 높이고 있었다.
명운은 해독을 핑계로 맹주전에 머무르고 있었는데, 많은 이가 그를 오악검파 쪽에 더 가깝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밖은 어떤가?”
명운의 물음에 하후문이 대답했다.
“여전합니다.”
“날카로운 분위기 속에서 대치가 이어지고 있다는 말인가?”
“칼만 들지 않았을 뿐, 싸우는 사이나 마찬가지인 듯합니다.”
명운이 재차 물었다.
“하면 중재하는 이는?”
무림맹쯤 되는 거대 집단에는 어느 쪽에도 속하지 않는 이들이 상당수 있을 수밖에 없었다.
그는 갈등이 심해지면 그런 이들이 나설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오대세가 쪽 사람들이 그나마 중재하고자 움직이고 있으나 오악검파에서 의심하는 듯합니다.”
명운은 그의 대답에 눈썹을 세웠다.
“구파일방과 같다는 말인가?”
“아무래도 구파일방과 오대세가는 같이 묶이는 경우가 많으니까요.”
오대세가 무인들은 제갈연연이 부각주로 있는 연수각을 중심으로 모여 있었다.
“그대는 정말로 구파일방이 이번 일을 꾸몄다고 생각하나?”
“반반이라고 생각합니다.”
“반반?”
“상황을 보면 구파일방이 가장 범인에 가깝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마음에서는 아니라는 외침이 들려옵니다.”
명운이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
“왜 아니라 생각하나?”
“그것이…….”
“말하기 힘든가? 아니면 내 비위를 거스를 수 있다고 생각했나?”
하후문이 주먹을 꾹 쥐며 대답했다.
“구파일방이라면 암살이 아닌, 무공으로 해결하려 했을 것입니다.”
명운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독은 구파일방에 어울리지 않는다?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지.”
“대협께서는 다르게 생각하십니까?”
하후문은 그가 항상 정답에 가까운 답을 찾는다고 생각했다.
‘나는 몰라도 교주님은 알고 계실 것이다.’
명운이 미간을 좁히며 대답했다.
“나도 구파일방은 아니라고 생각하네. 다만, 그들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고 생각하네.”
“그 말씀은?”
“구파일방이면서 구파일방이 아닌 자들이 있으니까.”
하후문은 명운의 말에 눈을 크게 떴다.
‘구파일방이면서 구파일방이 아닌 자들인가?’
명운이 짧게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구파일방의 속가제자들이 움직였을 수도 있네.”
구파일방의 속가제자들.
이들은 말 그대로 속세에 머무는 구파일방 제자들이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