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mon Returner RAW novel - Chapter (437)
437화 일석이조 (3)
명운의 한마디에 대전이 술렁거렸다.
“오월교의 잔당이 장 대협을 해하고자 독을 풀었다는 말입니까?”
명운은 기룡검 장익천의 물음에 고개를 저었다.
“그런 의도로 말한 것은 아닙니다. 다만, 독의 출처가 구파일방이나 마교만이 아닐 수도 있다는 뜻입니다.”
누군가 오월교의 독을 손에 넣어 무림맹주 좌건을 해했다. 그는 이렇게 말하고 있었다.
개방 장로 진서문도 그 가능성에 주목했다.
“확실히 무시할 만한 이야기는 아닌 것 같습니다. 오월교가 토벌되었다고 해도 남은 잔당이 적지 않을 테고, 그들이 살아남기 위해 주술이나 독과 같은 것을 다른 문파에 제공했을 수도 있습니다.”
당오비는 명운과 진서문의 이야기를 번갈아 들은 뒤 미간을 좁혔다.
‘원점으로 돌아왔다.’
짐독이나 그에 비견될 만한 무형지독이 사용되었다는 것은 알아냈으나 그 독이 어디에서 왔는지까지는 알아낼 수 없었다.
‘자칫 미궁에 빠질 수도 있다.’
그가 속으로 긴 한숨을 내쉬었을 때였다.
형산파 장문인 악흔은 앞으로 나선 뒤, 포권을 취했다.
“뭇 영웅들께서는 이 악모의 말을 들어 주시길 바랍니다.”
그가 내공을 실어 말하자 주변의 공기가 가라앉았다.
“장문의 말씀을 들어 보겠습니다.”
“악 장문, 말씀하시지요.”
순간 당오비와 명운의 이야기로 달아올랐던 대전이 차갑게 식었다.
명운은 악흔이 일시에 대전의 주도권을 가져가자 그를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과연, 구파일방의 장문인이군.’
다른 구파일방의 장문인이나 오대세가의 가주가 참석하지 않았기에 악흔의 존재감은 단연 돋보였다.
악흔은 포권을 취한 채 모두에게 말했다.
“우리는 아직 맹주님을 해한 흉수나 집단을 알아내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흉수를 알아낼 때까지 맹주좌를 비워 놓을 수도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니, 이제 빈자리를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해 논의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무림맹주 좌건은 부맹주 자리에 있다가 맹주가 되었기에 부맹주를 선임하지 않은 상태였다.
따라서 지금 무림맹은 붕 떠 있는 상태였다.
숭산파 장문인 홍익선이 앞으로 나오며 말했다.
“악 장문께서 말씀하신 것에 동의합니다. 맹주를 해한 흉수를 잡는 것도 중요하지만, 맹주님의 빈자리를 메우는 것 또한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번에는 오대세가 쪽 중진이라 할 수 있는 연수각주 제갈서준이 앞으로 나섰다.
“영웅대연에 앞서 맹주께서 선화하셨으니, 마땅히 그 자리를 이어받을 사람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하나 이 자리에서 그것을 결정할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사람들에게 그의 발언은 오대세가를 대표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연수각주께 묻겠습니다. 어느 곳에서 어떠한 방법으로 맹주님의 빈자리를 대신할 사람을 뽑고자 하십니까?”
“그것은…….”
제갈서준은 쉬이 대답할 수 없었다.
‘가장 좋은 것은 무림의 태산북두라 할 수 있는 소림사의 혜명대사에게 일시적으로 맹주좌를 맡기는 것이다. 하나 이곳에 모인 이들은 그것을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다.’
오악검파는 구파일방을 적대시하고 있었기에 구파일방의 대표라 할 수 있는 혜명대사가 움직인다면 크게 반발할 것이 뻔했다.
기룡검 장익천이 오른손을 들며 목소리를 높였다.
“영웅대연이 머지않았으니, 이곳에서 결정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그는 구파일방을 배제한 채 좌건의 후임을 뽑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구파일방은 아직 혐의를 벗은 것이 아니다.’
아직도 구파일방은 좌건 암살의 유력한 후보 중 하나였다.
“이곳에 많은 무림맹 영웅들이 계시니, 그분 중 한 분께 맡기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천의문 문주 마행은 상황이 너무 급격하게 흘러간다고 생각했다.
‘갑작스럽게 임시 맹주가 뽑혀서는 안 된다.’
그가 앞으로 나서며 목소리를 높였다.
“여러분 지금 이 자리는 당 대협으로부터 맹주님의 사인에 관한 이야기를 듣는 자리였습니다. 이 마 모는 갑작스럽게 이야기의 주제가 바뀌어선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임시 맹주에 대한 선출은 이틀 뒤 다시 모여서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좋지 않겠습니까?”
이틀의 시간을 두자.
제갈서준은 지금 결정하는 것보다는 천의문 문주 마행의 의견이 낫다고 보았다.
“연수각은 마 장문의 의견에 동의합니다.”
그가 오른손을 들며 말하자 당오비도 포권을 취하며 동의를 표했다.
“저도 이틀 뒤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낫지 않나 싶습니다.”
처음 이야기를 꺼냈던 형산파 장문인 악흔은 두 사람의 이야기를 들은 뒤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 당장 생각나는 사람을 이야기하기보다는 이틀 동안 심사숙고한 뒤, 임시 맹주에 어울리는 이를 추천하는 것이 더 나을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악흔까지 이틀을 이야기하자 대전에 모인 무림맹 무인들의 뜻이 하나로 모였다.
“좋습니다. 이틀 뒤에 임시 맹주를 뽑도록 합시다.”
“그럽시다!”
당오비는 목소리를 높이는 무인들을 보며 생각했다.
‘일단 고비는 넘겼군.’
무림맹 무인들의 시선은 어느덧 구파일방에서 임시 맹주로 바뀌어 있었다.
* * *
명운은 뜻밖의 손님을 앞에 두고는 고개를 갸웃했다.
“소저께서는 무슨 일로 저를 찾아오신 것입니까?”
그를 찾아온 이는 연수각 부각주 제갈연연이었다. 그녀는 오대세가 출신으로 당오비를 비롯한 오대세가 무인들과 관계가 깊었다.
“대협께 묻고자 하는 일이 있어 이렇게 찾아왔습니다.”
명운은 고개를 돌려 하후문을 불렀다.
“문, 차를 내오게.”
하후문이 살짝 고개를 숙였다.
“알겠습니다.”
그가 차를 끓이기 위해 자리를 비우자 명운이 그녀에게 이야기했다.
“소저, 이제 말씀하셔도 됩니다.”
명운은 어떠한 이야기가 나올지 몰랐기에 하후문을 밖으로 내보낸 것이었다.
‘곤란한 이야기가 아니었으면 좋겠군.’
제갈연연은 짧게 한숨을 내쉰 뒤 그에게 물었다.
“대협, 어째서 오월교라 말씀하신 것입니까?”
명운은 고개를 갸웃했다.
“어째서라니요?”
“대협께서는 오월교의 독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계시지 않습니까?”
명운은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오월교의 독이 아니라 속단할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제갈연연은 명운이 진실을 이야기하고 있지 않다고 생각했다.
“대협, 오월교의 독에는 마기가 있지 않습니까? 대협께서 중독된 독에 마기가 있었습니까?”
오월교와 싸웠던 경험이 있었기 때문일까?
그녀의 지적은 날카로웠다.
명운은 속으로 뜨끔하지 않을 수 없었다.
‘흠, 모든 이를 속이는 것은 힘들구나.’
그녀 외에도 그의 거짓말을 꿰뚫어 본 이들이 있을 수 있었다.
‘당오비도 그녀와 생각이 같을지도…….’
물론, 그는 모든 것을 순순히 인정할 생각이 없었다.
“소저, 오월교의 모든 무공과 주술에 마기가 서려 있는 것은 아닙니다.”
제갈연연은 물러서지 않았다.
“대협께서는 분명 마교로 향하는 화살을 돌리고자 하셨습니다. 소녀는 그 이유를 듣고 싶습니다.”
명운은 그녀가 대놓고 그의 의도를 지적하자 속으로 혀를 찼다.
‘쯧, 곤란하군.’
아니라고 딱 잘라 말하는 것이 가장 간단했다. 하지만 그렇게 말하면 제갈연연은 인정하지 않을 것이 뻔했다.
명운은 부드러운 목소리로 제갈연연에게 물었다.
“소저께서는 지금 맹이 마교와 싸우면 어떻게 되리라 생각하십니까?”
무림맹은 잇단 패배와 두 맹주의 죽음으로 엉망이 되어 있었다.
이 상황에서 마교와 충돌한다면 승패를 장담하기 힘들었다.
“마교와 싸울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는 말씀이십니까?”
명운이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전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하면…….”
“맞습니다. 오월교는 마교로 가는 화살을 돌리기 위한 방패에 불과했습니다.”
제갈연연은 명운의 뜻이 깊은 것을 확인하고는 속으로 탄복했다.
‘이것이 바로 귀주와 사천을 휘어잡던 장 대협의 본 모습이구나.’
그녀는 명운이 무공만 뛰어난 영웅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대협께서는 범인이 누구라고 생각하십니까?”
명운은 그녀의 물음에 두 눈을 감았다.
“당 대협도 찾아내지 못한 범인을 제가 어찌 찾을 수 있겠습니까?”
“마교라 생각하시는 것은 아니십니까?”
명운은 눈을 감은 채 천천히 고개를 흔들었다.
“마교는 아마 아닐 것입니다.”
“왜 그렇게 생각하시는지 이유를 물어도 되겠습니까?”
이 물음은 명운을 의심하는 것이 아니라 그의 지혜를 구하는 질문이었다.
명운의 대답은 의외로 간단했다.
“마교에 짐독이 있을 리 없기 때문입니다.”
제갈연연은 아미를 위로 세웠다.
“대협, 마교에 짐독이 없다는 말씀입니까?”
명운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습니다.”
“어찌 그리 속단하실 수 있으십니까?”
제갈연연은 그의 대답이 마음에 들지 않는 모양이었다.
드르륵.
문이 열리고, 하후문이 나타났다.
“항산의 화차입니다.”
명운은 감았던 눈을 뜨며 오른손을 앞으로 내밀었다.
“소저께 먼저 따라 드리게.”
“알겠습니다.”
하후문은 예를 갖춰 잔에 차를 따랐다. 그가 양쪽의 차를 다 따를 때까지 대화는 끊어질 수밖에 없었다.
탁.
하후문이 주전자를 세운 뒤 물러서자 제갈연연이 명운에게 앞선 질문에 대한 대답을 요구했다.
“속단이라. 속단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제갈연연의 미간에 작은 골이 파였다.
“제 말이 지나쳤다는 말씀이십니까?”
“지나쳤다고 소저를 탓하는 것이 아닙니다. 제 나름대로 생각을 정리한 뒤에 이야기한 것입니다.”
제갈연연이 살짝 목소리를 높였다.
“대협의 생각을 듣고 싶군요.”
명운은 오른손을 뻗었다. 그러고는 찻잔을 들며 그녀에게 물었다.
“대답에 앞서 소저께 묻겠습니다. 마교가 짐독을 가지고 있다면 왜 아직까지 그것을 사용하지 않을까요?”
제갈연연은 이 물음에 쉬이 대답하지 못했다.
“그, 그것은…….”
마교와 무림맹의 싸움은 마교의 시작과 함께했다. 지난 수백 년 동안 두 세력은 목숨을 걸고 싸움을 벌였다. 그러나 그 수백 년의 역사 동안 마교가 짐독을 사용했다는 기록은 없었다.
이는 마교에 짐독이 없었다는 방증이기도 했다.
“소저, 마교가 지금에 와서 짐새의 독을 손에 넣었다면, 그것 또한 너무 공교롭지 않겠습니까?”
마교는 내전으로 혼란스러운 상황이었다. 새로운 독을 손에 넣을 수 있는 그런 상황이 아니었다.
“하면, 대협께서는 마교의 짓이 아니라 생각하시는 것이군요.”
명운이 고개를 끄덕이며 그녀의 말을 받았다.
“그래서 누군지 모른다고 대답한 것입니다.”
제갈연연의 아미가 아래로 내려왔다.
“대협께서는 항상 생각이 깊으시군요. 저는 마교라면 가능하지 않을까 하고 생각했습니다.”
명운이 옅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모두의 생각이 그러했겠지요. 이쪽은 그저 실수하지 않으려 노력할 뿐입니다.”
제갈연연이 자리에서 일어나자 명운이 그녀에게 말했다.
“소저, 당 대협께도 전해 주십시오. 아직 흉수를 찾지 못했다고 말입니다.”
제갈연연은 명운이 당오비를 언급하자 살짝 얼굴이 붉어졌다.
“대협의 말씀을 전하겠습니다.”
그녀는 포권을 취한 뒤, 방을 빠져나갔다.
제갈연연이 사라진 직후, 하후문이 명운에게 물었다.
“대협을 추궁하고자 온 것이었습니까?”
명운이 차를 마시며 대답했다.
“반반일세.”
“반반입니까?”
“반은 나에 대한 의심, 반은 자신의 믿음에 대한 의심이었네.”
하후문은 명운의 대답을 들은 뒤 생각했다.
‘제갈 소저가 감탄할 수밖에 없는 대답이구나.’
무림맹에는 사람이 많았으나 명운과 견줄 수 있는 이가 없었다.
* * *
당오비와 제갈서준, 그리고 제갈연연과 남궁진이 한자리에 모였다.
그들이 함께 모인 이유는 임시 맹주 후보를 정하기 위해서였다.
“오악검파는 구파일방 후보를 받아들이지 않을 것입니다.”
당오비의 말을 들은 제갈서준이 수염을 쓰다듬으며 말했다.
“구파일방 또한 후보를 내지 않을 테지.”
구파일방 쪽에서 이번 영웅연에 참석한 이는 형산파 장문인 악흔이 유일했다.
다시 말해 구파일방은 이번 영웅연이나 맹주 좌건을 모두 인정하지 않고자 했다.
당오비가 살짝 말끝을 높였다.
“아무래도 오악검파 쪽에서 가져가려 하지 않겠습니까?”
“흐흠…….”
제갈서준이 한숨을 내쉬었을 때였다.
남궁진이 굳은 음성으로 말했다.
“오악검파에 내어 줄 수 없는 자리입니다.”
그는 남궁세가의 무인으로 전대 맹주였던 남궁민의 조카였다.
“구파일방도 오악검파도 안 된다면, 또 우리가 나서야 한다는 말인가?”
제갈서준의 물음에 남궁진이 대답했다.
“오대세가가 아닌 중립인 사람도 있을 것입니다.”
제갈서준은 다시 한번 턱수염을 쓰다듬었다.
“중립이라.”
지금까지 침묵하고 있던 제갈연연이 오른손을 들며 말했다.
“한 사람이 있습니다.”
제갈서준의 시선이 그녀에게 향했다.
“중립이면서 임시 맹주에 어울리는 사람이 있다는 말인가?”
제갈연연이 또렷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렇습니다.”
“그게 누구인가?”
“장 대협이면 가능할 것입니다.”
제갈서준은 그녀의 대답을 듣고는 짧게 탄성을 터트렸다.
“아! 장 대협이 있었군.”
대협 장하의 명성이라면 임시 맹주가 아니라 진짜 맹주에도 도전할 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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