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mon Returner RAW novel - Chapter (438)
438화 일석이조 (4)
임시 맹주.
사람들은 그 자리 자체에는 큰 관심이 없었다. 말 그대로 임시이며, 권한도 크지 않을뿐더러 맹주 좌건의 사후 수습을 맡아야 했기 때문이었다.
다만, 임시 맹주 자리를 얻게 되면 곧 있을 영웅대연에서 무림맹주에 도전할 수 있는 권리를 얻을 수 있었다.
무림 맹주가 된다는 것.
그것은 자신의 명예를 높이는 것을 넘어서 속한 문파와 가문, 더 나아가 지역의 위상을 높일 수 있었다. 그래서 많은 이가 이 임시 맹주 자리를 노리고 있었다.
“구파일방은 이번에도 나오지 않을 듯합니다.”
“맹주를 죽이고, 그 자리를 대신하고자 한다면 세상 사람들이 가만히 있지 않을 테니까요.”
개봉성 외곽의 한 장원.
이곳에 모인 이들은 구파일방은 물론, 오악검파나 오대세가에도 속하지 않는 이들이었다.
“오악검파 또한 대단한 인물을 내세우지 못할 것입니다.”
“좌 맹주가 죽었으니, 그럴 겁니다. 다만, 이쪽은 인물을 내세우긴 할 것입니다.”
“오악검파에서는 누가 나올까요?”
“항산파 자은사태가 유력하지 않겠습니까?”
항산파 장문인 자은사태는 무림맹 강경파를 이끌고 있었다.
“자은사태는 언행이 경박하여 지지하는 이가 많지 않을 것입니다.”
자은사태는 마교를 미워하는 것이 지나쳐 선을 넘을 때가 많았다.
그래서 무림맹에는 그녀를 미워하는 이들이 제법 되었다.
“오대세가는 어떻습니까?”
오대세가는 전전대 맹주인 남궁민을 배출한 바 있었다. 그러나 마교와 싸움에서 큰 타격을 입어 남궁민과 같은 고수를 찾기가 힘들었다.
“오대세가가 나온다면 아마 제갈세가 쪽이 될 겁니다.”
“제갈세가라면?”
“제갈서준이 유력하지 않겠습니까?”
제갈서준은 제갈세가의 중진인 데다가 무림맹에서 연수각주라는 중책을 맡고 있었다.
“음, 그라면 확실히 무림맹 형제들의 지지를 얻을 수 있겠군요.”
“우리가 임시 맹주 자리를 얻으려면 제갈서준 이상의 사람을 내보내야 할 것입니다.”
이곳에 모인 이들은 제갈서준을 임시 맹주의 유력한 후보로 보고 있었다.
“연수각주 이상의 인물이라. 확실히 어렵군요.”
“천룡문주께서 나가 보시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천룡문주 강창홍.
그는 전전대 맹주인 남궁민과 함께 무림맹을 위해 일했으며, 구파일방과 관계도 나쁘지 않았다. 그가 나선다면 구파일방의 지지를 일부 얻을 수도 있었다.
“맹주 자리를 노리기에 노부의 무공은 부족한 부분이 많습니다.”
강창홍은 무공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고사했다.
‘맹주좌에 앉으려면 아무리 못해도 절정의 경지는 넘어서야 할 것이다.’
화경의 경지는 아니더라도 검오기를 사용할 수 있는 절정의 끝자락.
흔히 말하는 초절정의 경지는 필요했다.
“천룡문주께서 무공이 부족하다고 하시면 누가 그 자리에 도전할 수 있겠습니까?”
누군가의 물음에 강창홍이 대답했다.
“기룡검이면 가능하실 듯합니다.”
기룡검 장익천.
그는 황산파 제일의 고수로 절정을 넘어 초절정에 근접한 무인이었다.
“천룡문주께서 제 무공을 높이 평가해 주시니, 이거 몸 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장익천은 내심 맹주좌에 욕심이 있었다. 하지만 그가 속한 황산파가 문제였다.
황산파는 구파일방은 물론, 오악검파에도 견주는 것이 어려웠다.
한마디로 무림 맹주를 노리기에는 배경이 부족했다.
“기룡검께서도 고사하시면 나갈 사람이 없습니다.”
누군가 오른손을 들며 말하는 이가 있었다.
“한 사람이 있습니다.”
“한 사람이 있다고요?”
“이곳에는 없지만, 그라면 충분히 임시 맹주 자리를 맡을 수 있을 것입니다.”
천룡문주 강창홍이 물었다.
“그게 누구입니까?”
손을 든 이가 마른 음성으로 그의 물음에 답했다.
“강남대협입니다.”
강남대협.
이 별호는 전대 맹주 좌건이 명운에게 내린 것이었다.
“아! 장 대협을 추천하신다는 말씀이시군요.”
“그렇습니다. 장 대협의 무공이라면 맹주 자리에 손색이 없지 않겠습니까?”
대협 장하.
그는 개봉 인근에서 명성과 무공을 모두 갖춘 몇 안 되는 인물이었다.
곳곳에서 찬성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좋습니다!”
“저도 찬성합니다!”
“장 대협이라면 충분히 맹을 움직일 수 있을 것입니다.”
이곳에 모인 이들은 무림맹이 구파일방이나 오악검파 같은 특정 집단의 이득에 휘둘리지 않고, 공명정대하게 운영되길 바라고 있었다.
그들에게 명운의 존재는 한 줄기 빛과도 같았다.
“모두의 뜻이 모였으니, 그럼 장 대협으로 결정하겠습니다.”
이날 장원에 모인 이들은 대협 장하를 임시 맹주로 추대하기로 했다.
* * *
명운은 당오비를 비롯한 오대세가 무인들의 방문에 고개를 갸웃하지 않을 수 없었다.
‘제갈 소저 때는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했지만, 이건 조금 지나친 감이 있군.’
그를 찾아온 오대세가 무인은 모두 다섯 명이었다. 오대세가의 각 가문이 한 명씩 사람을 보낸 것이었다.
“장하가 여러 영웅을 뵙습니다.”
명운이 포권을 취하자 앞에 선 다섯 명도 포권을 취하며 인사를 받았다.
“장 대협을 뵙습니다.”
“대협께 인사드립니다.”
“대협께 인사 올립니다.”
명운은 그들의 과할 정도로 예를 차린다고 생각했다.
‘흠, 허리를 숙인 정도가 평소와 다르다. 뭔가 부탁을 하고자 찾아온 것일 수도 있겠군.’
작은 부탁이면 들어 줄 수 있으나 큰 부탁을 들어줄 수가 없었다.
게다가 긴 시간을 요구하는 일이라면 더더욱 들어줄 수가 없었다.
‘이쪽은 할 일이 많으니까.’
그는 개봉에만 머무를 수가 없었다.
“앉으시지요.”
명운이 권하자 다섯 무인이 동그란 탁자에 나누어 앉았다.
먼저 입을 연 것은 사천당가를 대표하는 당오비였다.
“오늘 저희가 이렇게 대협을 찾아온 이유는 한 가지 부탁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는 이곳에 함께 온 오대세가 무인 중 가장 나이가 많았다.
“오대세가에서 제게 부탁이 있다는 말씀입니까?”
당오비가 포권을 취하며 대답했다.
“그렇습니다. 대협께서 꼭 저희 부탁을 들어주셨으면 합니다.”
당오비의 왼쪽 옆으로는 제갈세가의 제갈연연이 있었고, 그녀의 옆에는 하북팽가의 무인이 앉아 있었다.
‘반대쪽에 앉은 이들은 남궁세가와 산동악가의 무인이로군.’
명운이 그들의 정체를 쉬이 알 수 있었던 것은 착용한 무기와 복장이 각각 다르기 때문이었다.
“당 대협께서 바로 본론을 말씀하시지 않는 것을 보면, 쉬운 일은 아닌 듯싶군요.”
당오비는 명운의 말을 부정하지 않았다
.“대협께서 말씀하신 대로 쉬운 일은 아니라 생각합니다.”
명운이 부드러운 목소리로 그에게 물었다.
“그 쉽지 않은 일이 어떠한 일입니까?”
당오비가 굳은 음성으로 그의 물음에 답했다.
“대협, 임시 맹주를 맡아 주십시오.”
임시 맹주.
명운은 그의 대답에 멈칫하지 않을 수 없었다.
“무림맹의 임시 맹주를 맡아달란 말씀입니까?”
“그렇습니다.”
명운 못지않게 놀란 것은 그의 뒤에 서 있던 하후문이었다.
‘교주님께서 어찌 무림맹의 맹주가 될 수 있단 말인가?’
그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명운 역시 천천히 고개를 흔들었다.
“당 대협, 그것은 제 능력을 벗어난 일이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예상대로 명운은 당오비의 부탁을 사양했다. 그러나 당오비는 쉬이 물러나지 않았다.
“대협, 대협께서는 하늘의 뜻을 알고, 땅의 덕을 아신다고 들었습니다.”
명운은 그의 말에 낮게 신음했다.
“으음, 그것은 과한 평가입니다. 저는 그저 사람을 구하기 위해 검을 휘둘렀을 뿐입니다.”
당오비가 목소리를 높이며 말했다.
“대협! 맹이 흔들리면 강호가 흔들리고, 강호가 흔들리면 많은 이가 목숨을 잃게 될 것입니다! 부디 무림맹이 흔들리지 않게 잡아 주십시오!”
그의 말이 끝나자 제갈연연이 포권을 취했다.
“대협, 지금 무림맹에는 깊은 뜻을 품은 이가 많지 않습니다. 다들 사리사욕에 사로잡혀 이득만을 바라고 있습니다. 하나 대협께서는 다르십니다. 대협께서 품은 뜻은 태산보다 높고, 동해보다 깊다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저는 오직 대협만이 무림맹을 바로 세울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제갈연연의 말이 끝나자 하북팽가와 남궁세가, 그리고 산동악가 무인들이 차례로 명운이 임시 맹주가 되어야 한다는 이야기를 늘어놓았다.
명운은 그들이 차례로 이야기를 늘어놓자 속으로 혀를 차지 않을 수 없었다.
‘쯧, 단단히 각오하고 온 모양이군.’
그는 모두의 말이 끝나자 긴 한숨을 내쉬었다.
“후우……. 여러분의 뜻은 알겠습니다. 하지만 본인은 머나먼 대리에서 왔습니다. 중원 협사들의 뜻을 제가 제대로 이해할 수 있을지 걱정이 됩니다.”
당오비가 다시 목에 힘을 주었다.
“대협, 의를 세우는 일에 어찌 사는 곳이 문제 될 수 있겠습니까?”
제갈연연도 덧붙이듯 말했다.
“해남도의 해남파나 곤륜산의 곤륜파는 대리보다 더 멀리 떨어져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하나 그들의 의기는 이미 천하에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의를 행함에 있어 어느 곳에서 태어났는지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명운은 속으로 한숨을 내쉴 수밖에 없었다.
‘하……. 쉬이 물러날 생각이 없는 것 같구나.’
사실 그는 오대세가 무인들과 얼굴을 마주하는 것이 껄끄러웠다.
‘보위산에서 그들의 형제나 가족을 죽여야 했으니까.’
보위산 전투에서 주력을 맡은 것은 구파일방이 아닌 오대세가였다.
그 때문에 명운은 수많은 오대세가 고수를 쓰러뜨려야 했다.
그가 죽인 이들 중에는 이곳에 모인 이들의 형제나 부모 또는 연인이 있을 수도 있었다.
“당 대협, 제가 임시 맹주를 맡게 되면 영웅대연이 열릴 때까지는 개봉에서 움직일 수가 없을 것입니다.”
이는 하고자 하는 일이 있기에 개봉에 오래 머무를 수 없다는 말을 돌려 말한 것이었다.
당오비는 그의 말을 듣고는 포권을 풀지 않은 채 목소리를 높였다.
“대협께서 하고자 하는 일이 곧 맹에서 하고자 하는 일이 될 것입니다.”
그는 맹주의 권한으로 대부분의 일을 처리할 수 있으니, 명운이 개봉을 떠날 필요는 없다고 답했다.
명운은 당오비의 굳건한 눈빛을 보며 속으로 긴 한숨을 내쉬었다.
‘후……. 할 수 없군.’
그가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이번 일은 바로 결론을 내릴 수 있는 일이 아니군요. 당 대협, 제게 생각할 시간을 주십시오.”
당오비가 포권을 풀며 그의 청을 받아들였다.
“알겠습니다. 대협께 생각할 시간을 드리겠습니다. 하나, 내일 아침까지는 답을 주시기 바랍니다.”
내일은 바로 임시 맹주를 뽑는 날이었다. 그래서 그는 아침까지는 확답을 받아야 한다고 말한 것이었다.
“좋습니다. 내일 아침, 제가 생각한 것을 이야기해 드리겠습니다.”
당오비를 비롯한 다섯 무인은 일제히 포권을 취한 뒤 물러났다.
그들이 떠나자 하후문이 미간을 좁히며 말했다.
“대협께서 임시 맹주직을 맡지 않으신다고 말하면, 저들이 가만히 있지 않을 것 같습니다.”
명운은 어깨를 으쓱하며 그의 말을 받았다.
“그냥 그만둔다고 하면 자네 말대로 가만히 있지 않겠지. 하지만 나를 대신할 수 있는 사람을 추천한다면 이야기가 달라지지 않겠나?”
하후문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그것은 그렇습니다.”
그러나 그는 명운을 대신할 수 있는 사람을 찾는 일이 쉽지 않다고 생각했다.
‘애초에 그런 사람이 있었다면 이렇게 교주님을 찾아오지도 않았을 것이다.’
명운은 의자에 앉은 채 눈을 감았다.
“나는 조금 생각을 해야 할 것 같네.”
하후문은 그의 곁을 떠나지 않았다.
“제가 곁에서 지키겠습니다.”
“문.”
“예, 대협.”
“밖에 나가서 맹의 분위기라도 살피게.”
명운은 혼자 있길 원했다.
“하지만 누군가 대협을 노린다면…….”
이곳은 무림맹 총단이었다. 이곳에서 손을 쓴다는 것은 보통 간이 크지 않고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지난번과 같은 일은 없을 걸세.”
명운은 좌건이 독살된 사건이 매우 특별한 일이라 생각했다.
‘백 년, 아니 수백 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사건이겠지.’
그는 눈을 감은 채 생각했다.
‘그러고 보니 전대 교주 중에도 암살된 이가 없진 않았다.’
천마신교 교주 중에도 좌건처럼 암살된 이가 있었다. 하지만 천마신교 교주가 머무는 곳은 음모와 책략이 횡횡하는 십만대산이었다.
명운은 십만대산과 무림맹 총단을 함께 비교할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황궁이라면 모를까? 이곳은 아니지.’
그는 생각이 황제와 황궁에 미치자 절로 눈살이 찌푸려졌다.
‘황제는 무슨 생각으로 날 죽이려 한 걸까?’
대강의 이야기는 금의위 무인에게 들었으나 황제의 진심은 확인할 방법이 없었다.
‘정말로 날 위험한 인물이라 생각한 것인가?’
그렇다면 황제는 천하에서 가장 속이 좁은 소인배라 할 수 있었다.
하후문이 두 손을 모으며 허리를 굽혔다.
“알겠습니다. 그러면 나가 보겠습니다.”
그가 밖으로 나간 직후.
다시 문이 열렸다.
“대협.”
안으로 들어온 것은 하무문이었다.
명운은 발소리만으로도 하후문이 돌아온 것을 알고 있었다.
그가 눈을 뜨지 않은 채 물었다.
“그대답지 않게 호들갑이군. 무슨 일인가?”
“손님이 찾아오셨습니다.”
명운은 손님이 찾아왔다는 말에 눈을 떴다.
“손님이?”
“무림맹 영웅들께서 찾아오셨습니다.”
명운은 하후문의 대답을 듣고는 미간을 좁혔다.
‘설마 당오비와 같은 이유로 날 찾아온 것은 아니겠지?’
만약 무림맹 무인들도 당오비와 같은 부탁을 한다면, 거절이 힘들 것 같았다.
‘무림 맹주가 된 신교 교주라.’
그는 천천히 고개를 흔들었다.
아무래도 힘들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