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mon Returner RAW novel - chapter (44)
44화 변동 (2)
“그래, 그 돈을 어떻게 쓸 작정인가?”
강하원이 기다렸다는 듯 대답했다.
“사실은 돈의 사용처에 대해 공자님과 상의를 하고자 이렇게 찾아온 것입니다.”
명운은 고개를 끄덕이며 생각했다.
‘흐흠, 낙산원에 철광산과 금광산이 있으니, 당분간 수입은 걱정이 없을 테고. 그 외의 것을 생각하면…… 의원과 약방은 초예가 있으니, 남은 것은 말과 무기 정도인가?’
그는 명마를 구입하거나 괜찮은 무기를 사들이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그러고 보니, 무기는 직접 구입하기보단 괜찮은 장인을 이쪽으로 데려오는 것이 더 낫겠군.’
명운은 자신이 알고 있는 장인을 몇몇 떠올려 보았다.
‘신도(神刀) 무강진은 아직 입교하기 전일 테고, 철륜(鐵輪) 장패산도 지금은 어디 있는지 알 수가 없다. 결국 모검방(矛劍幇) 쪽을 봐야 하는 건가?’
그가 침묵하자 강하원이 자신의 의견을 꺼냈다.
“공자님, 천 냥을 상단에 투자하는 것이 어떨까요?”
구파일방은 천마신교를 피와 파괴를 추종하는 악의 무리로 묘사했지만, 실제 천마신교는 중원의 문파들보다도 더 세속적인 집단이었다.
그들은 청해성에 자리를 잡은 뒤, 비단길과 초원길을 이용해 부를 축적했고, 구파일방보다 훨씬 많은 상단을 운영하고 있었다.
명운은 강하원의 의견에 말끝을 흐렸다.
“그것도 나쁘지 않지만…….”
갑자기 그가 의자 손잡이를 가볍게 쳤다.
“그가 있었군!”
강하원이 고개를 갸웃했다.
“누가 있다는 말씀이십니까?”
명운이 밝은 얼굴로 대답했다.
“우가촌에 금석이라는 자가 있네.”
“우가촌의 금석입니까?”
“그렇다네.”
강하원은 명운의 말을 받아 주고 있었지만, 그가 무엇을 말하고 싶어 하는지 정확히 알 수가 없었다.
‘가끔은 공자님의 생각을 읽을 수가 없구나.’
명운이 오른손 식지를 세우며 말했다.
“지금 즉시 우가촌의 금석이라는 자를 포섭하게.”
“포섭한다면 우리 편으로 만들면 되는 것입니까?”
“그렇지!”
강하원은 결국 참지 못하고 물었다.
“공자님, 그가 대체 누구입니까?”
명운은 그의 질문을 받고는 자신의 설명이 부족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가 머리를 긁적이며 대답했다.
“이런…… 내가 미리 이야기를 해야 했는데 말이야. 금석은 뛰어난 장인일세.”
“장인이라면 어떤 것을 만드는 자입니까?”
“당연히 무기지.”
금석이 만드는 무기는 보검이나 보도라 할 수는 없었다.
하나 그가 만드는 무기는 종류를 가리지 않고 뛰어난 평가를 받았다.
‘지금 시점에서는 금석의 무기면 충분하다.’
강하원은 명운이 원하는 것을 선명하게 알 수 있었다.
‘공자님께서는 질 좋은 무기를 제조하는 공방을 가지고 싶으신 것이구나.’
그가 고개를 살짝 숙이며 말했다.
“알겠습니다. 우가촌의 금석이라는 자를 영입해 공방을 꾸리겠습니다.”
명운이 오른손 식지를 접으며 말을 덧붙였다.
“장인들이 흔히 그렇듯 그도 자존심이 센 자이니, 조심해서 접근하게. 그리고…… 잘 기억은 나지 않지만, 그를 쓰기 위해서는 조건이 하나 있을 걸세.”
“조건 말입니까?”
명운이 낮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게…… 잘 기억이 나질 않으니, 문제군.”
그는 자신의 기억력을 탓했지만, 접점이 많지 않은 이들의 사연을 일일이 기억하고 있는 이는 없었다.
강하원이 굳은 음성으로 그의 말을 받았다.
“어떤 조건인지는 모르겠지만, 제가 책임을 지고 처리하겠습니다.”
명운은 강하원의 진지한 눈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네. 이번 일은 그대에게 맡기도록 하지.”
그는 강하원이라면 믿고 일을 맡길 수 있다고 생각했다.
* * *
우가촌.
이 마을은 대명궁에서 남쪽으로 백여 리 떨어진 곳에 위치했다.
과거 소를 많이 키워 우가촌이라는 이름이 붙었으나 지금은 평범한 마을과 다를 것이 없었다.
“우가촌이라. 이곳인가?”
강하원은 우가촌 초입에서 죽립을 고쳐 썼다.
그는 금석이라는 자에 대해서 알아보기 위해 직접 더러운 옷과 죽립을 걸친 채 이곳을 찾았다.
몇 걸음을 더 가자 뛰어노는 아이들이 보였다.
강하원은 아이들에게 다가갔다.
“말을 좀 묻자꾸나.”
아이들은 강하원의 복장을 위아래로 훑어보며 생각했다.
‘무인이 아니야.’
‘무인이 아니라면 위험한 사람은 아니지.’
우가촌 아이들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물어보세요.”
“금석이라는 사람이 이 마을에 살고 있느냐?”
아이들은 고개를 흔들었다.
“모르겠는데요.”
“금석은 들어 본 적이 없어요.”
강하원은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하…… 이름을 감추고 사는 것인가? 아니면 마을 아이들이 모를 정도로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자인가?’
그는 부드러운 표정을 지으며 한 번 더 물었다.
“그러면 이 마을에 대장간이 있느냐?”
키가 작은 아이가 고개를 크게 끄덕이며 대답했다.
“있어요. 남쪽에 소나무 아저씨가 하는 대장간.”
강하원은 그곳에 가면 금석에 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대장장이끼리는 통하는 것이 있을 테니까.’
그는 고맙다는 인사를 한 뒤, 품에서 엿을 꺼내 아이들에게 내밀었다.
아이들은 생각하지도 못했던 선물에 크게 환호했다.
“고맙습니다!”
강하원은 길을 따라 남쪽으로 향했다. 그는 마을을 지나면서 주변을 둘러보았다.
‘평범하군.’
드문드문 보리 수확을 준비하는 사람들과 그들이 가지고 온 농기구가 보였다.
‘이런 곳에 장인이 있단 말인가?’
명운이 이야기해 주지 않았다면, 장인이 있다고 생각도 할 수 없는 곳이었다.
마을 남쪽에 이르자 길게 올라가는 하얀 연기가 보였다.
‘저곳인가?’
강하원은 연기를 이정표 삼아 발길을 재촉했다.
잠시 뒤, 그는 허름한 대장간에 도착했다.
“흠.”
그는 조심스럽게 문으로 다가갔다.
대장간의 문은 열려 있었다.
그리고 안에서는 쉴 새 없이 풀무질 소리가 들렸다.
“누구 없습니까?”
강하원이 목소리를 높였으나 안에서는 아무 대답도 들리지 않았다.
‘작업이 한창이려나?’
그는 안으로 깊이 들어갔다.
“누구 없습니까?”
풀무질하던 사내가 고개조차 돌리지 않은 채 그에게 되물었다.
“무슨 일입니까?”
강하원은 심호흡을 한 뒤에 조심스럽게 물었다.
“이 마을에 금석이라는 사람이 있습니까?”
사내는 풀무질을 하면서 대답했다.
“없소이다.”
강하원은 그의 대답에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이거 실례가 많았습니다.”
그는 대장간을 나온 뒤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후우…… 우가촌의 금석이라. 쉽진 않겠군.”
강하원은 마을 곳곳을 돌며 금석이란 이를 찾았다. 그러나 금석이라는 이름을 가진 자를 아는 이가 없었다.
‘설마 공자님의 기억이 잘못된 것일까?’
그것이 아니라면 마을 이름이 잘못된 것일 수도 있었다.
‘우가촌이라는 이름은 흔한 것이니까.’
강하원이 여러 가능성을 생각하고 있을 때였다.
노인 두 사람이 망가진 농기구를 들고 대장간으로 향했다.
“옆 마을에 가서 고쳤더니, 금세 고장이 나고 마는군.”
“그러게 하루 더 기다리더라도 우송에게 고쳤어야지.”
강하원은 앞서 들렸던 대장장이의 이름이 우송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우송이라. 금석과는 거리가 있군.’
그가 노인들에게 말을 걸었다.
“우송이라는 친구, 솜씨가 좋습니까?”
노인이 그에게 고개를 돌리며 대답했다.
“좋은 정도가 아니지. 우송은 쇠와 친구를 먹었다네.”
쇠와 친구가 되었다.
이는 대장장이에게는 극찬이었다.
‘그 정도 실력자라면…… 필시 무기 또한 잘 만들 것이다.’
강하원이 살짝 말끝을 올렸다.
“칼이나 창도 잘 만든답니까?”
노인이 고개를 갸웃했다.
“칼? 창?”
옆에 있던 노인이 대신 답했다.
“우송은 그런 것을 만들지 않네. 그는 우리가 쓸 물건만 만들지.”
“아, 그렇습니까? 저도 가위가 하나 부러졌는데 그 친구에게 수리를 맡겨야겠군요.”
노인이 웃으면서 말을 받았다.
“그 정도라면 돈을 안 받고도 고쳐 줄 걸세.”
“맞아, 맞아. 우송이라면 그렇지.”
뛰어난 실력을 지닌 대장장이가 무기를 만들지 않는다.
덧붙여 인성도 훌륭하다.
강하원은 냄새를 맡았다.
‘그 친구가 바로 금석이군.’
그는 금석이 자신의 본명을 숨기고 우가촌에 은거했다고 생각했다.
* * *
탕! 탕! 탕!
우송은 마지막 망치질을 한 뒤, 허리를 폈다.
“후우…….”
그가 완성된 낫을 바라보며 만족한 미소를 지었을 때였다.
“금석.”
우송은 차가운 목소리에 등골에 오싹했다.
‘기척도 없이 다가왔다. 상대는 고수다.’
그가 고개를 돌리지 않은 채 물었다.
“하찮은 자의 목숨을 거두러 오신 것이오?”
우송은 여차하면 망치와 낫으로 싸우는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검은 무복을 입은 자가 입을 열었다.
“그대의 목숨이 필요한 것이 아니다.”
“하면 무엇이 필요하단 말입니까?”
“그대의 솜씨.”
우송이 쓰디쓴 미소를 지었다.
“퇴물에게 무엇을 바란단 말입니까?”
“누군가에게는 아직 자네가 필요할지도 모르지.”
우송이 망치와 낫을 내려놓으며 말했다.
“돌아가십시오. 목숨을 내어 드릴 수는 있어도 피를 머금는 무기를 만들 수는 없습니다.”
사내는 쉬이 물러서지 않았다.
“이쪽이 손을 쓰면 우가촌 사람 모두가 저세상 구경을 하게 될 수도 있네.”
인질로 협박하는 것은 천마신교에서 흔히 쓰는 수법이었다.
우송이 눈썹을 세웠다.
“끝내 무고한 사람들을 죽이겠다는 겁니까?”
사내가 담담하게 말을 받았다.
“아니면 내기를 하나 할까?”
“내기 말입니까?”
사내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
“자네가 한 달 동안 무기를 만지지 않으면, 이쪽이 진 것으로 하지.”
“한 달 내에 무기를 만지면 어떻게 되는 겁니까?”
“그쪽이 지는 것일세. 물론 그다음은 우리가 원하는 것을 만들어야겠지.”
우송은 딱히 다른 방법이 없었다.
‘뭔가 함정이 있을 테지만, 지금은 내기를 받아들이는 수밖에 없구나.’
그가 사내에게 물었다.
“하늘에 맹세할 수 있습니까?”
사내가 답했다.
“성존께 맹세하지.”
천마신교 교도에게 성존, 다시 말해 천마에 대한 맹세는 꽤 중한 것이었다.
“진심이시군요.”
“이쪽은 언제나 진심일세.”
우송이 목에 힘을 주어 말했다.
“좋습니다. 내기에 응하겠습니다.”
그는 어떠한 유혹이 와도 무기를 만들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돈이나 여자로는 날 꺾을 수 없다.’
다음 날.
우송은 평소와 다름없이 일했다.
그다음 날도 마찬가지였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열흘이 지나도, 보름이 넘어도 특별한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하나 우송은 편히 밥을 먹을 수 없었다.
‘그냥 넘어갈 자들이 아니다.’
그는 상대가 분명 돈이나 여자로 유혹해 오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어떠한 유혹도 없었다.
‘왜지?’
우송은 이 물음에 대한 답을 얻을 수 없었다.
나날이 수척해지는 그의 얼굴을 보다 못한 감 노인이 한마디를 건넸다.
“우송, 왜 그러는가?”
우송은 고개를 흔들 뿐이었다.
“아무것도 아닙니다.”
“젊은 친구가 얼굴이 그러면 쓰나? 약이라도 써야지.”
다음 날.
감 노인은 가물치 한 마리를 잡아 왔다.
“우송, 여기서 기다리게.”
그는 부엌으로 가서 가물치를 삶기 시작했다.
우송은 거절할 힘조차 없었다. 그의 심력은 보름 이상 이어진 내기에 말라 버리고 말았다.
‘이런 식으로 넘어갈 리가 없다!’
그가 알고 있는 천마신교 무인들은 잔악무도(殘惡無道) 그 자체였다.
‘그들은 분명 손을 쓸 것이다.’
우송은 감 노인이 삶아 온 가물치를 먹는 둥 마는 둥 했다.
“어떤 일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힘을 내게.”
“죄송합니다. 하지만 아무 일도 없습니다.”
“정말 그러한가?”
“…….”
그리고 그 다음 날.
우송은 대장간 앞에 선 노인을 보고는 손을 멈췄다.
“감 어르신?”
감 노인은 낡은 창과 박도를 들고 서 있었다.
“우송, 이것을 수리해 주겠는가?”
무기를 받을 수는 없었다.
이것을 받는 순간 그는 내기에 지는 것이었다.
‘이런 식으로…….’
우송이 거절하려는 순간 다른 마을 사람들이 뒤에 서 있는 것이 보였다.
“다들 왜 무기를?”
감 노인이 대답했다.
“대산에서 마을 젊은이들을 변경으로 보낸다고 하니, 다들 걱정이 크다네.”
그는 변경으로 끌려가는 손자를 위해서 낡은 무기를 들고 온 것이었다.
다른 이들도 마찬가지였다.
그들은 가족을 위해 우송에게 부탁을 하고자 했다.
우송은 그들의 부탁을 거절할 수 없었다.
‘제길! 이런 것이었나!’
검은 무복을 입은 사내가 내민 패는 우송이 생각한 것 이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