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mon Returner RAW novel - Chapter (440)
440화 누명과 진실 (1)
구파일방 중 최강이 어느 문파냐고 묻는다면 무림인들은 대부분 소림이나 무당 또는 화산파를 언급할 터였다.
하지만 어느 문파가 가장 오래되었느냐고 물으면 그 대답은 하나였다.
공동파.
공동파의 역사는 신화 시절이라 할 수 있는 삼황오제까지 올라갔다.
황제와 만나 문답을 나누었다는 전설의 선인 광성자.
그가 세운 문파가 바로 공동파였다.
다시 말해 공동파의 역사는 무림의 태산북두라 불리는 소림이나 무당조차 범접할 수가 없었다.
다만, 무림에서 공동파의 위상은 그 역사에는 미치지 못했다.
“누군가 공동을 말하길 어중간하다고 했다.”
현원문 문주 채문조의 말에 답하는 이가 있었으니, 그녀는 그의 딸 채양이었다.
“그 말은 공동을 얕잡아 본 것에 지나지 않습니다.”
채문조가 그녀에게 물었다.
“너는 본문의 무공을 어떻게 보느냐?”
현원문은 공동파 속가제자가 창시한 문파였으니, 사용하는 무공이 공동파와 같았다.
그래서 채문조와 현원문 제자들은 공동파와 현원문을 동일시하는 경향이 있었다.
“공동의 무공은 그 폭이 넓어 그 어느 문파도 견줄 수가 없을 것입니다.”
채양의 말은 거짓이 아니었다.
공동파의 무공은 구파일방 중 가장 광범위하다고 할 수 있었다.
그러나 보는 이에 따라서는 이것이 장점이 아닌 단점이 될 수 있었다.
“어느 문파도 견줄 수가 없다. 더 자세히 말해 보거라.”
채양은 고개를 끄덕인 뒤 대답했다.
“본문의 경공은 곤륜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본문의 검법은 청성과 견줄 수 있을 것입니다. 본문의 도법 또한 대단하여 소림이나 팽가가 아니면 상대할 수 없습니다. 또한 권법과 장법의 깊이도 깊어 소림과 무당, 그리고 개방만이 그것에 대해 본문과 논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녀의 대답은 과장된 것이 아니었다.
공동파의 경공술은 그 다채로움과 깊이가 구파일방에서 손꼽힐 정도였다.
다만, 공동의 경공술은 경공술로 유명한 곤륜파를 넘어설 수 없었다.
이는 다른 무공도 마찬가지였다.
공동파의 검법은 청성과 견줄 수 있으나 무당이나 화산에 미치지 못했고, 도법은 팽가와 비교하면 손색이 있었다.
“네가 언급하지 않은 것이 한 가지 있구나.”
채양은 아버지의 말에 아미를 세웠다.
“소녀가 언급하지 않은 것이 있다는 말씀이십니까?”
채문조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본문은 암기와 독을 다루는 데도 뛰어나다.”
그의 말대로 공동파의 암기 기술은 사천당가를 제외하면 따를 자가 없을 정도였다.
다만, 독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여 공동파의 독학이 뛰어난가에 대해서는 의문을 표하는 이들이 많았다.
“암기라면…….”
공동파는 특히 자동으로 발사되는 기관 암기술이 뛰어났다
.“우리 현원문에서는 다루지 않는 부분이기도 하지. 하지만 본문에서는 아직도 활발하게 연구되고 있다.”
현원문이 암기술을 가지지 못하게 된 이유는 속가제자가 세운 문파였기 때문이었다.
공동파는 속가제자에게는 암기술과 독학을 가르치지 않았다.
“혹시 아버님께서는 총단에서 일어난 일에 대해 말씀하시는 것입니까?”
무림맹 총단에서 발생한 일.
그녀의 물음은 바로 무림맹주 좌건 독살을 가리키고 있었다.
“으음, 넌 어찌 그렇게 생각하느냐?”
채양이 아버지 채문조의 물음에 답했다.
“무림맹 제자들은 이번 일이 구파일방의 소행이라 생각하고 있습니다.”
구파일방에서 독에 가장 뛰어난 것은 공동파이니, 용의선상에 오르는 것이 당연하다는 이야기였다.
채문조는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처럼 물었다.
“이유가 무엇이냐?”
채양은 재차 아버지의 물음에 답했다.
“흉수는 뛰어난 경공과 치명적인 독을 소유하고 있었습니다. 아버님의 말씀에 따르면 본문이 이 두 가지 모두를 가지고 있지 않습니까?”
그녀는 채문조의 이야기를 듣자마자 좌건 암살을 떠올렸던 것이었다.
“네 말을 들으니, 무림맹 제자들이 본문으로 몰려가지 않을까 걱정이 되는구나.”
채양은 아버지의 말을 듣고는 목에 힘을 주었다.
“아버님, 그럴 리가 없지 않습니까? 본문이 어찌 맹주를 해한다는 말입니까?”
그녀는 구파일방의 하나인 공동파가 그런 독수를 쓸 리가 없다고 생각했다.
‘마교도 아니고 본문에서 그러한 짓을 저지를 리 없다.’
하나 모든 이들이 그녀처럼 생각하는 것은 아니었다.
무림맹 총단 제자 중 적지 않은 이들이 공동파를 의심하고 있었다.
특히 오행문 문주 하주의 동생인 하노대가 그러했다.
“양아. 만에 하나 맹에 그러한 의심을 부추기는 이가 있다고 하면 어떻게 할 것이냐?”
채양이 얼굴을 굳히며 대답했다.
“어찌 그러한 자를 그냥 두겠습니까?”
채문조가 고개를 끄덕이며 미소를 지었다.
“역시 내 딸이구나.”
그가 오른손을 들며 말했다.
“오늘 중으로 그러한 생각을 부추긴 이의 숨이 끊길 것이다.”
채양은 아버지의 말에 눈을 깜빡였다.
“아, 아버님.”
그녀는 아버지가 독수를 쓰고자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어쩌면 이미 손을 쓰고 계신지도 모른다.’
그녀의 예상대로였다.
채문조의 명을 받은 이들이 이미 무림맹 총단에 잠입해 일을 꾸미고 있었다.
* * *
개봉 무림맹 총단.
해가 떨어지자 총단 경비를 맡은 무인들이 교대를 시작했다.
“교대 시간일세.”
개관 주변을 지키던 무인은 자신을 향해 다가오고 있는 이를 보고는 고개를 갸웃했다.
“염? 자네는 오늘 경계가 아니지 않은가?”
“바꿨어.”
“바꿨다고?”
곽염이라는 자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양홍이 오늘 저녁 모임이 있다고 해서 말이야.”
객관을 지키던 무인은 곽염의 대답에 고개를 끄덕였다.
“아, 내일이 그날이니, 그럴 수도 있겠군.”
내일은 바로 임시 무림 맹주를 뽑는 날이었다. 총단 주변의 문파들은 그 일 때문에 연일 모임을 갖고 있었다.
“자네는 어떤가?”
“우리 쪽은 그냥 그래.”
“누가 되든 상관이 없다는 말인가?”
“이쪽은 구파일방이나 오대세가와는 상관없으니까. 자네는 좀 다르지?”
곽염이라는 자가 대답했다.
“이쪽도 크게 상관은 없어. 뿌리가 구파일방이라고 해도 갈라져 나온 지가 꽤 됐으니까.”
“하긴 그렇군.”
곽염이 그의 곁에 서며 말했다.
“자, 지금부터는 내가 맡도록 하지.”
무림맹 제자는 그의 말에 두 손을 모아 포권을 취했다.
“염, 잘 부탁하네.”
곽염이 오른손으로 가볍게 가슴을 두드렸다.
“맡겨 달라고.”
무림맹 제자가 떠난 후 한 시진.
무림맹 총단 제자들이 잠자리에 들쯤.
검은 그림자들이 곽염을 스쳐 지나갔다.
쉬익. 쉬익.
그러나 곽염은 아무것도 보지 않은 사람처럼 정면만 바라볼 뿐이었다.
이는 그가 검은 그림자들과 한패였기 때문이었다.
‘다들 잘 해내길 바란다.’
그는 마음속으로 검은 그림자들을 응원했다.
이윽고 검은 그림자들이 개관 지붕 위에 내려섰다.
탁. 탁. 탁.
검은 그림자의 수는 모두 여섯.
그들은 모두 야행복을 입고 있었기에 외모를 확인할 수 없었다.
– 목표를 확인하라.
선두에 선 이가 수신호를 보내자 나머지 흑의인이 시선을 아래로 돌렸다.
– 주변에 아무도 없습니다.
무림맹 총단밖에 머무는 이들이 많았기에 객관은 조용했다.
– 시작한다.
선두에 선 이의 신호에 따라 흑의인들이 아래로 몸을 날렸다.
휙. 휙.
흑의인들은 세로로 선 벽을 마치 평지처럼 달려서 내려갔다. 이와 같은 경공은 무림맹에서는 흔히 보기 힘든 것이었다.
‘다들 훌륭하군.’
오늘의 습격을 맡은 이는 동료들의 날렵한 움직임에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실패는 없다.’
그는 가장 마지막으로 몸을 날렸다.
쉬익!
흑의인들이 지붕 아래로 몸을 날린 그 시각.
명운은 미간을 좁히고 있었다.
‘파리 떼가 꼬이는군.’
그는 흑의인들이 지붕에 올라서기 전부터 그들의 접근을 알고 있었다.
‘역시 노리는 것은 나인가?’
명운은 오대세가와 무림맹 무인들이 번갈아 그를 방문한 것이 화근이 되었다고 생각했다.
‘어느 쪽에서 날 노리는 것일까?’
구파일방?
그것이 아니라면 오악검파?
어느 쪽이든 이유는 충분했다.
‘어느 쪽이든 내가 임시 맹주가 되기 전에 제거하겠다는 뜻이겠지.’
그는 무림 맹주 좌건과 친분을 쌓은 것이 문제라고 보았다.
“후…….”
그가 짧게 한숨을 내쉬었을 때였다.
팟!
짧은 파열음과 함께 종이로 덮인 창이 가로로 길게 잘려 나갔다.
그리고 그 직후, 야행복을 입은 흑의인들이 안으로 들어섰다.
탁. 탁. 타탁.
여섯 명의 흑의인들은 경공 실력이 제법인 듯 큰 소리를 내지 않고 바닥에 내려앉았다.
– 놈을 찾아라!
흑의인들이 가장 먼저 주목한 것은 침상이었다. 그들은 그곳에 앉아 있는 명운을 확인할 수 있었다.
‘자고 있지 않다고?’
명운은 가부좌를 튼 상태였다.
흑의인들은 그가 눈을 감은 것을 확인하고는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후후후후, 독을 해독하는 중이었던 것 같구나.’
‘소문대로 상태가 좋지 않은 모양이군.’
상대가 운기조식 중이라면 자고 있는 것 이상으로 쉬웠다.
– 시작한다.
선두에 선 이가 신호를 보내자 그의 좌우에 서 있던 이들이 암기를 꺼냈다.
그들은 검을 쓰지 않고 암기로 명운을 살해하고자 했던 것이었다.
쉬익!
파공성과 함께 비표가 방 안을 날았다.
‘비표인가?’
명운은 비표가 허공을 가르고 있음에도 손가락 하나 움직이지 않았다.
아니, 그는 손가락을 움직일 필요조차 없었다.
우웅.
비표는 허공에서 짧은 이명을 내더니, 그대로 바닥에 떨어졌다.
타탁.
흑의인들은 허공을 가르던 비표가 바닥에 떨어지자 눈을 크게 떴다.
“침상 앞에 금사(錦絲=비단실)가 펼쳐져 있다!”
누군가 참지 못하고 목소리를 내었다.
“금사라고?”
두 번째 흑의인이 입을 열었을 때였다.
“으으윽.”
곳곳에서 신음이 터져 나왔다.
“아아악.”
“허허허허헉.”
가장 뒤쪽에 서 있던 흑의인은 동료들의 신음에 크게 놀랐다.
“무,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이냐?”
그는 자신들이 함정에 빠졌다는 것을 직감했다.
‘장하가 운기행공에 들어간 것이 아니었단 말인가?’
흑의인은 명운이 함정을 판 채 자신들을 기다렸다고 생각했다.
“빌어먹을!”
그는 몸을 돌려 도망치고자 했다.
그러나 다음 순간 발이 움직이지 않았다.
“어엇?”
흑의인은 속으로 비명을 내질렀다.
‘사, 사술이다.’
그는 지금까지 접해 보지 못한 수법을 무공이 아닌, 사술이라 생각했던 것이었다.
드르르륵!
하후문이 거칠게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섰다. 그는 명운의 앞에 쓰러진 흑의인들을 보고는 깜짝 놀랐다.
“이들은!”
명운이 침상에 앉은 채 말했다.
“혈도를 찍게.”
“알겠습니다!”
하후문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창에 기를 모은 뒤 휘둘렀다.
팍! 팍! 파파파파파팍!
그는 순식간에 바닥에 쓰러진 자들의 혈도를 모두 찍었다.
“한 번 더 손으로.”
명운의 지시에 하후문은 창을 세우고는 오른손을 뻗었다.
팍! 파파팍!
그는 방 안을 돌며 쓰러진 자들의 혈도를 일일이 찍었다.
“다 찍었습니다. 이들은 누구입니까?”
명운은 그제야 가부좌를 풀었다.
“날 습격하려던 자들이네.”
하후문은 명운의 대답에 미간을 좁히며 창을 세웠다.
“여기가 어디인 줄 알고!”
무림맹 총단을 습격한 자들.
사마외도에 속한 이들이라면 그 기상을 칭찬해 주고 싶을 정도였다.
‘후……. 의기는 가상하지만, 순순히 돌려보낼 수는 없지.’
명운은 속으로 짧게 한숨을 내쉰 뒤 오른손을 들었다.
“됐네. 지금은 그들의 정체를 확인하는 것이 우선이니까.”
하후문은 그의 명에 고개를 숙였다.
“알겠습니다. 지금 당장 복면을 벗기겠습니다.”
명운은 고개를 흔들었다.
“자네가 그럴 필요는 없네.”
하후문은 그의 말을 듣고는 멈칫하지 않을 수 없었다.
“제가 벗기면 안 되는 것입니까?”
명운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가서 하노대를 부르게.”
하노대는 오행문 문주 하주의 동생으로 전대 무림맹주 좌건의 측근 중 한 명이었다.
그는 자신이 아니라 하노대의 손으로 흑의인들의 복면을 벗기고자 했다.
“속하, 대협의 명을 받들겠습니다.”
바닥에 쓰러진 이들은 명운의 말을 듣고는 속으로 비명을 내질렀다.
‘하노대라니, 큰일이구나!’
‘끝장이다!’
그들은 일이 실패했을 경우 자결하라는 명을 받은 바 있었다.
하지만 명운의 수법은 그들이 자결하는 것조차 허락하지 않았다.
‘도대체 어떠한 수법을 쓴 것인가?’
명운이 그들에게 펼친 무공은 바로 천음진(天陰震)이었다. 그는 이 천음진을 수뢰방 제자들에게 처음으로 사용한 바 있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