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mon Returner RAW novel - Chapter (441)
441화 누명과 진실 (2)
곽염.
그는 현원문 출신으로 무림맹 총단에서 삼 년째 일하고 있었다.
그가 사부로부터 받은 지시는 안으로 들어가는 흑의인들을 모른 척하라는 것이었다.
‘안으로 들어간 지 꽤 되었는데, 아무 소리도 나지 않는구나.’
그는 일이 성공했든 실패했든 뭔가 소리가 났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흠…….”
곽염이 짧게 한숨을 내쉬었을 때였다.
탁. 탁. 탁.
무림맹 총단 안쪽에서 한 무리의 사람들이 움직이는 소리가 들렸다.
‘사람들이 안쪽으로 들어가는군.’
아직은 성공했는지 실패했는지 알 수가 없었다.
‘실패하면 곤란한데 말이야.’
만에 하나 누군가 사로잡힌다면 화가 그는 물론, 그의 사부에게까지 이를 수 있었다.
‘안으로 들어가서 살펴볼까?’
하나 지금 안으로 들어간다면 근무지를 이탈하는 것이 되었다.
‘쯧, 어떻게 하지?’
그가 망설이고 있을 때였다.
안쪽에서 누군가 목소리를 높였다.
“문을 잠그라!”
문을 잠그라는 말은 안에 침입자가 있다는 뜻이었다.
‘일이 나긴 났군.’
문제는 성공했는지 실패했는지 알 수가 없다는 것이었다.
“안에 무슨 일이 있습니까?”
곽염이 목소리를 높여 묻자 안쪽에서 답이 왔다.
“자네는 위치를 사수하게!”
“저도 안으로 들어가 돕겠습니다.”
“침입자들은 모두 제압되었네.”
침입자들이 제압되었다.
곽염은 일이 실패했음을 알게 되었다.
‘다 틀렸구나.’
순간 손가락이 떨렸다.
‘여기서 이럴 때가 아니다.’
그는 심호흡한 뒤 두 발에 힘을 주었다. 그러자 그의 몸이 화살처럼 앞으로 튕겨 나갔다.
‘당장 사부께 알려야 한다.’
그의 사부는 바로 현원문주 채문조였다.
같은 시각.
하노대는 명운의 방에 침입한 이들의 두건을 벗겼다.
“너희는!”
그는 여섯 명 중 두 명과 안면이 있었다.
“이들을 알고 있습니까?”
명운의 물음에 하노대가 대답했다.
“그렇습니다.”
하노대 옆에 서 있던 천룡문주 강창홍이 미간을 좁혔다.
“안에서 쏜 화살이라는 말이군요.”
그는 여섯 명의 괴한이 모두 무림맹 출신이라고 생각했다.
‘하노대가 얼굴을 알고 있다면 개봉 안에 있는 문파 출신일 것이다.’
당장 생각나는 문파가 몇 개 있었다.
“외부인이 아니라면 안에 조력자가 있을 것입니다.”
명운의 지적에 하노대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옳은 말씀입니다. 당장 총단의 문을 닫아야 할 것입니다.”
강창홍 역시 같은 생각이었다. 그가 고개를 돌려 무림맹 제자들에게 명했다.
“지금 즉시 밖으로 통하는 문을 잠그라!”
뒤에 서 있던 무림맹 제자들이 일제히 그의 명을 받았다.
“존명!”
무림맹 제자들이 흩어진 직후.
하노대가 명운에게 말했다.
“대협, 이들은 현원문 제자들입니다.”
사로 잡인 현원문 제자들은 하노대의 한마디에 절망했다.
‘이제 현원문은 끝이구나.’
‘이렇게 어처구니없이 실패할 줄이야.’
‘우리는 사부님의 얼굴을 볼 자격이 없다.’
그들은 명운을 손쉽게 제거할 수 있다는 말을 듣고 이번 거사에 참여한 것이었다.
하지만 명운의 상태는 현원문에서 들었던 것과 완전히 달랐다.
“현원문이라면?”
“공동파 속가제자가 만든 문파로 개봉에서는 제법 유명한 곳입니다.”
천룡문주 강창홍도 현원문에 대해 들은 것이 있었다.
“현원문의 채 문주가 이번 음모의 뒤에 있다는 말인가?”
하노대가 미간을 좁히며 그의 말을 받았다.
“현원문의 채 문주면 그나마 나을 것입니다.”
최악의 경우 현원문 뒤에 공동파가 있을 수도 있었다.
강창홍은 하노대의 말을 듣고는 낮게 신음했다.
“으음, 공동파인가?”
공동파가 뒤에 있다면 이번 일의 진짜 배후는 구파일방이라는 말이었다.
명운이 두 사람을 번갈아 바라보며 말했다.
“섣부른 판단은 하지 맙시다.”
강창홍이 그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대협의 말씀이 옳습니다. 일단은 더 조사해 봐야겠지요.”
하노대는 시선을 현원문 제자들에게 옮겼다.
“우선, 이들을 심문해 보아야 할 것입니다.”
강창홍이 얼굴을 굳히며 말했다.
“이번 심문에 구파일방 출신들은 일단 배제해야 할 것 같네.”
“그러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탁! 타악!
곳곳에서 문이 닫히는 소리가 들려왔다.
무림맹 총단은 임시 맹주 선임을 앞두고 어둠에 휩싸이고 말았다.
* * *
“사부님! 사부님!”
현원문 문주 채문조는 곽염의 목소리를 듣고는 밖으로 나왔다.
“무슨 일이냐?”
곽염이 거친 숨을 몰아쉬며 바닥에 주저앉았다.
“시, 실패했습니다.”
채문조는 미간을 좁혔다.
“뭐라고?”
“모두 제압되었다고 합니다.”
“너는 어떻게 이곳으로 온 것이냐?”
곽염은 사부의 물음에 숨을 참으며 대답했다.
“밖에서 경계하고 있다가 실패했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바로 뛰어왔습니다.”
채문조는 탄식하지 않을 수 없었다.
“허허……. 실패라니.”
명운의 주변에 호위무사들이 많았던 것일까?
‘이쪽의 실력이 부족했던 것일지도 모르겠구나.’
곽염이 목소리를 높였다.
“사부님, 속히 자리를 피하소서!”
채문조가 미간을 좁히며 말했다.
“어디로 피한단 말이냐?”
“공동산으로 가십시오. 그곳이라면 사부님을 보호해 줄 것입니다.”
채문조는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
“아니다. 사문에 누가 될 수는 없다.”
그는 일이 실패한 마당에 공동산으로 가는 것은 안 된다고 생각했다.
“사부님!”
“차라리 이곳에서 죽는 것이 나을 것 같구나.”
채문조는 일이 이렇게 쉽게 실패할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그가 미간을 좁혔을 때였다.
그의 딸인 채양이 밖으로 나와 목소리를 높였다.
“아버지!”
그녀는 안에서 두 사람이 이야기하는 것을 모두 들은 터였다.
“양아.”
“목숨을 가볍게 여기시면 안 됩니다.”
“그러면 어찌하란 말이냐?”
“공동산이 아니라도 몸을 숨길 곳은 있습니다.”
채문조가 미간을 좁히며 물었다.
“어느 곳으로 피하란 말이냐?”
“아버님을 찾아온 그자들이 있는 곳으로 향하십시오.”
동창에게 도움을 청하라는 이야기였다.
“으음, 그들은…….”
채문조는 동창의 환관들은 믿을 수가 없다고 생각했다.
‘남자도 여자도 아닌 자들을 어찌 믿을 수 있다는 말인가?’
이번에는 곽염이 말했다.
“사부님, 어디가 되었든 이곳보다는 나을 것입니다.”
채문조는 두 사람이 채근하자 어쩔 수 없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다. 제자들을 모두 모아라!”
그는 현원문을 봉문할 생각이었다.
그러나 채양은 그의 말에 응하지 않았다.
“아버님, 지금 떠나셔야 합니다.”
“문의 제자들을 버리고 말이냐?”
“문은 제가 알아서 하겠습니다. 아버님과 곽 사형은 당장 이곳을 떠나야 합니다.”
채양은 곧 무림맹의 추격대가 도착하리란 사실을 알고 있었다.
“시간이 없습니다. 서둘러 주십시오.”
채문조는 주먹을 꾹 쥐었다.
“그럴 수는 없다.”
이윽고 채양이 말했다.
“아버님께서 여기 있으시면 제자들이 더 위험합니다.”
채문조가 달아났다면 일반 제자들은 이번 일을 몰랐다고 변명이라도 해 볼 수 있었다.
하나 그가 이곳에 있다면 현원문은 멸문지화를 피할 수 없었다.
“사부님, 지금이 아니면 늦을 것입니다.”
곽염까지 재촉하자 채문조가 몸을 돌렸다.
“알겠다.”
채양은 돌아서는 그에게 아무것도 묻지 않았다.
‘아버지께서 악인의 뀀에 빠지신 것이 아닌가 싶구나.’
그녀가 긴 한숨을 내쉬었을 때였다.
팍! 팍!
땅을 박차고 나아가는 소리가 들렸다.
채문조와 그의 제자 곽염이 현원문을 떠나는 소리였다.
‘남은 제자들은 내가 지킨다.’
채양은 무공이 뛰어나진 않았지만, 마음이 굳은 여인이었다.
* * *
당오비를 비롯한 오대세가 출신들은 사로잡힌 현원문 제자들을 보며 미간을 좁혔다.
“현원문 출신이 어찌 장 대협을 해하려 했단 말인가!”
남궁진의 한마디에 현원문 제자들은 고개를 숙일 뿐이었다.
“…….”
남궁진은 재차 목소리를 높였다.
“말하라! 말하지 않으면 죽음보다 더한 고통을 안겨 줄 것이다!”
하노대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남궁진을 보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말로는 안 될 것입니다.”
그는 아직 현원문 제자들에게 어떠한 고문도 가하지 않았다.
그 이유는 그들이 먼저 고문을 하면 오대세가나 오악검파 쪽에서 문제를 제기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면 고문을…….”
당오비가 오른손을 들며 말했다.
“진 아우, 아직 사람이 다 모이지 않았으니, 기다리도록 하지.”
남궁진이 고개를 돌리며 물었다.
“사람이 다 오지 않았다니요?”
당오비가 긴 한숨을 내쉬며 대답했다.
“후우……. 오악검파 사람들이 도착해야 시작할 수 있네.”
현원문 제자들은 오악검파 제자들이 도착하면 고문을 시작하겠다는 말에 몸을 부르르 떨었다.
‘당가 놈이 직접 나서겠다는 말이구나.’
사천당가가 사용하는 독은 사람을 죽이는 것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사람들은 사천당가 무인들이 약물과 암기를 사용해 죽음과 같은 고통을 느끼게 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직접 하시겠습니까?”
하노대의 물음에 당오비가 고개를 끄덕였다.
“다른 형제들의 손을 더럽힐 수는 없지 않겠나?”
직접 고문하겠다는 말이었다.
“당 대협께서 나서신다면 저희는 빠지겠습니다.”
하노대는 당가의 고문 실력을 잘 알고 있었다.
‘우리의 채찍보다는 당가의 침과 독이 더 무서울 것이다.’
현원문 무인들은 두 사람의 대화를 듣고는 잔뜩 얼굴을 찌푸렸다.
‘제길…….’
‘끝장이구나.’
‘다 틀렸다.’
그들이 고개를 숙인 순간 한 사내가 목소리를 높였다.
“개방의 힘을 빌리는 것은 어떻겠습니까?”
개방은 구파일방의 한축이었다.
지하 감옥에 모인 이들의 시선은 말을 한 이에게 쏠릴 수밖에 없었다.
“장 대협, 그게 무슨 말씀입니까?”
“개방은 구파일방이 아닙니까?”
“당치도 않습니다.”
명운이 부드러운 목소리로 그들에게 말했다.
“개방에는 섭혼술이라는 것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그것을 사용한다면 굳이 고문하지 않고도 진실을 들을 수 있을 것입니다.”
당오비도 섭혼술에 대한 이야기를 들은 바 있었다.
“음, 섭혼술을 익힌 이가 있다면, 그것이 가능할 수도 있겠군요.”
천룡문주 강창홍은 미간을 좁혔다.
“하나 섭혼술을 할 수 있는 사람이 개봉에 있다고 장담할 수는 없습니다.”
개방에서 섭혼술은 비전에 속했다.
‘개방에 섭혼술을 익힌 자가 있다고 해도 오결제자 이상일 것이다. 하나 지금 개봉 총타에 있는 오결제자는 몇 되지 않는다.’
명운이 그에게 말했다.
“사람을 보내 물어봅시다.”
당오비도 그의 의견에 동의했다.
“일단 개방에 묻고 답이 없다면 그때 고문해도 될 것 같습니다.”
모두의 의견이 개방으로 향했을 때였다.
하노대가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했다.
“장 대협, 개방에서 장난질할 수도 있습니다. 어찌 그들에게 이 일을 맡기고자 하십니까?”
명운이 옅은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본인은 개방의 의기를 믿습니다. 그리고 설령 악심을 품은 자들이 있다고 해도, 이렇게 많은 이가 보고 있는 앞에서 다른 짓을 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보는 눈이 많으니, 개방이라 해도 수작을 부릴 수 없을 것이다.
그는 이렇게 말하고 있었다.
“그, 그것은…….”
하노대가 말을 잇지 못하자 제갈연연이 앞으로 나섰다.
“개방에서 뭔가 속임수를 쓰려 한다면 저희 오대세가가 가만히 있지 않을 것입니다.”
오대세가가 증인이 될 터이니, 개방을 믿어 보자는 말이었다.
결국, 하노대가 고개를 숙였다.
“알겠습니다. 장 대협의 뜻에 따르겠습니다.”
현원문 제자들은 다행이라며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지만, 당오비는 알고 있었다.
섭혼술이 사람의 머릿속을 어떻게 파괴하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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