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mon Returner RAW novel - Chapter (444)
444화 무림맹의 주인 (1)
후개는 용두방주의 편지를 받고는 낮게 신음했다.
“으음…….”
그의 곁에는 집법장로 아래에서 방의 법을 집행하는 법개가 서 있었다.
“방주님께서 명을 내리신 것입니까?”
후개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영웅연에 참석하라는군.”
법개가 눈을 동그랗게 뜨며 물었다.
“오늘 무림맹 총단에서 열리는 영웅연 말입니까?”
“가서 새로운 임시 맹주에게 힘을 실어 주라는군.”
영웅연에 참석하라는 이야기는 받아들일 수 있었다. 하지만 새로운 맹주에게 힘을 실어 주라는 지시는 이해하기 힘들었다.
“새로운 맹주는 우리 구파일방과 관계없는 이가 되지 않겠습니까?”
“아무래도 그렇겠지.”
“한데 방주님께서는…….”
후개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방주님의 뜻을 내가 어찌 알겠는가?”
그는 속으로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후……. 다른 이들은 몰라도 나는 방주님의 뜻을 읽지 못하면 안 된다.’
개방을 이끌어 나갈 지도자로서 그는 선대 방주의 마음을 읽어야 했다.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어떻게 하긴 방주님의 명을 어찌 어기겠는가?”
“후개께서 참석하신다는 것은 알겠습니다. 제가 궁금한 것은 방의 형제들을 얼마나 데리고 가실 것인지 입니다.”
후개는 법개의 물음에 잠시 생각에 잠겼다.
‘전서에는 어떻게 하라는 구체적인 지시는 쓰여 있지 않았다.’
그 말은 재량껏 이번 일을 해결하라는 뜻이었다.
‘이것 또한 시험일 것이다.’
후개가 주먹을 살짝 쥐며 말했다.
“자네를 포함해서 아홉이면 될 걸세.”
아홉 명의 개방 제자.
후개를 더하면 딱 열 명이었다.
법개는 개방의 타구진이 열 명부터 시작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사람이 부족하면 서너 명으로도 짤 수 있지만, 타구진은 기본적으로 열 명에서 시작한다. 후개께서는 타구진을 염두하고 계신 것 같구나.’
개방제자 열 명이 이루는 타구진이 열 개가 모이면 대타구진이 되었다. 그리고 이 대타구진이 다시 열 개가 모이면 타구대진이 되었다.
타구대진은 무려 천여 명이 모여 펼치는 진법이었기에 강호에서 개방이 아니면 펼칠 수가 없었다. 그렇기에 개방제자들은 이 타구대진에 큰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다.
“그럼, 바로 준비하도록 하겠습니다.”
후개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일다경 후에 보세.”
그는 방으로 돌아가 총단으로 떠날 준비를 했다.
* * *
대전에 모인 무림맹 무인의 수는 삼백을 가볍게 넘었다.
명운은 단상 위에서 그들을 둘러보며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후……. 일이 너무 커졌군.’
그는 무림맹을 적당히 이용할 생각이었다. 하나 좌건이 독살당하면서 일이 걷잡을 수 없이 꼬이고 말았다.
하노대가 목소리를 낮추며 말했다.
“대협, 영웅들이 속속 모이고 있습니다.”
명운의 주위에는 오대세가 무인들과 하노대를 비롯한 개봉 무림인들이 자리를 잡고 앉아 있었다.
“여러 형제의 청을 받아들이긴 하였으나 일이 이쪽의 뜻대로 흘러가진 않을 겁니다.”
“오대세가와 우리가 함께하니 대협의 뜻이 꺾이진 않을 것입니다.”
하노대는 오늘 영웅연에 자신이 있었다.
‘구파일방이 빠지면 그다음은 오대세가다. 그들과 우리 개봉 사람들이 힘을 합하면 충분히 뜻을 이룰 수 있을 것이다.’
그가 고개를 옆으로 돌리며 물었다.
“연수각주님, 올 사람은 다 온 것 같은데 영웅연을 시작해도 될까요?”
연수각주 제갈서준이 고개를 흔들었다.
“아직 태원각주가 오지 않았네.”
“그러고 보니, 오악검파 사람들의 숫자가 많지 않군요.”
“그들까지 오면 오백이 넘을 걸세.”
임시였지만, 어쨌든 전대 무림맹주 좌건의 뒤를 결정해야 하는 영웅연이었다. 규모에서는 웬만한 연회를 가볍게 능가했다.
“저기 옵니다.”
항산파를 선두로 오악검파 무인들이 나타났다.
“자네가 가서 맞이하게.”
제갈서준의 명에 따라 하노대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럼, 다녀오겠습니다.”
오악검파 무인들이 모두 대전 안으로 들어서자 제갈서준의 말대로 대전에 모인 사람의 수가 오백을 넘겼다.
당오비가 명운에게 말했다.
“장 대협, 오악검파만 누를 수 있으면 무난히 뜻을 이룰 수 있을 것입니다.”
오악검파는 오늘 영웅연의 최대 난적이었다.
“오악검파를 지지하는 이가 많다면 그 또한 무림맹 형제들의 뜻이 아니겠습니까?”
오악검파의 세가 크면 굳이 맞서지 않고 물러나겠다는 말이었다.
“장 대협, 그렇게 말씀하시면 안 됩니다.”
당오비는 반드시 명운이 임시 맹주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오악검파는 좌건의 복수를 위해 무리하게 될 것이다.’
그가 생각하는 무리란 구파일방과 대립과 무림맹의 분열이었다.
‘그것만은 막아야 한다.’
오대세가는 무림맹의 분열을 막기 위해 명운을 선택한 것이었다.
잠시 뒤.
오악검파의 중진들이 단상 위로 올라섰다.
“연수각주께서 먼저 와 계셨구려.”
선두에 선 것은 태원각주 조명이었다.
“아우가 먼저 왔습니다.”
연수각주 제갈서준과 태원각주 조명은 호형호제하는 사이였다.
“오늘 잘 부탁하네.”
두 사람은 무림맹의 중진으로 이곳 무림맹 총단에서만 십 년을 넘게 일하고 있었다.
“저야말로 잘 부탁드립니다.”
두 각주가 자리에 앉자 오악검파 장문인들 또한 자리에 앉았다.
하노대는 오악검파 장문인들의 안내를 마치고는 자리로 돌아왔다.
“대협, 오악검파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습니다.”
명운이 담담하게 그의 말을 받았다.
“그들의 뜻이 아닌 형제들의 뜻이 중요하지 않겠습니까?”
오악검파의 세가 크긴 하나 이곳에 모인 수백 명의 뜻을 누를 수는 없다는 이야기였다.
“그건 그렇습니다.”
하노대가 고개를 끄덕인 순간 제갈서준이 그를 불렀다.
“하노대.”
“예, 각주님.”
“시작하지.”
오악검파 장문인들과 태원각주가 도착했으니, 영웅연을 시작하라는 말이었다.
하노대는 고개를 끄덕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는 단상 한가운데로 나간 뒤 오른손으로 북을 치는 제자에게 신호를 보냈다.
북을 치는 제자는 그의 신호를 받자 세게 북을 두드렸다.
둥. 둥. 둥.
북소리가 울리자 모두의 시선이 단상으로 향했다.
하노대는 모두의 시선이 모인 것을 확인한 뒤 두 손을 모았다.
“여러 영웅께서는 단상을 주목해 주십시오!”
그의 외침이 대전을 맴돌았지만, 중후한 내공이 느껴지진 않았다.
“지금부터 임시 맹주를 뽑기 위한 추천을 받겠습니다!”
그의 외침과 동시에 진주언가 무인인 언웅이 손을 들었다.
“제가 먼저 추천할까 합니다.”
하노대가 그를 지목하며 말했다.
“언 형께서는 단상으로 올라오시겠습니까?”
“이곳에서 말하겠소이다!”
언웅의 목소리는 단상 위에 서 있는 하노대보다 커서 대전 안에 있는 사람들이 편히 들을 수 있었다.
“그럼, 그곳에서 말씀해 주십시오.”
하노대가 허락하자 언웅이 재차 목소리를 높였다.
“임시라 하지만 본맹을 이끌어야 하는 맹주가 아닙니까? 저는 무공이 뛰어난 이가 뽑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는 오른손을 크게 휘저으며 말했다.
“이곳에 모인 이들 중 기룡검의 무공이 가장 뛰어날 것입니다. 저는 기룡검을 추천합니다.”
기룡검 장익천은 앞서 명운도 임시 맹주로 고려했던 고수였다.
‘나올 만한 사람이 나왔군.’
하노대가 무림맹 무인들을 향해 목소리를 높였다.
“언 형께서는 기룡검을 추천하셨습니다. 언 형 말고 기룡검을 추천하는 분 없으십니까?”
그의 물음에 장강 남쪽 무인 몇 명이 손을 들었다.
“우리도 기룡검을 추천합니다!”
“장 형은 한 자루의 검으로 사패를 쓰러뜨렸으니, 가히 천하제일이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기룡검 장익천은 자신을 칭찬하는 이야기가 나오자 멋쩍은 표정이 되었다.
하노대는 여러 사람이 기룡검 장익천을 추천하자 고개를 크게 끄덕였다.
“좋습니다. 기룡검을 첫 번째 후보로 놓겠습니다.”
임시 맹주 추천은 기룡검 이후에도 계속되었다. 두 번째로 추천을 받은 이는 동정호에서 이름을 떨치고 있는 이호라는 무인이었다. 그는 장강 하류에 출신들에게 절대적인 지지를 받고 있었다.
“두 번째 후보는 동호대협으로 하겠습니다.”
동호대협에 이어 세 번째는 양산의 명창 조진이 추천을 받았다.
‘벌써 세 번째 추천이군.’
제갈서준은 슬쩍 조명을 살폈다.
‘흠, 오악검파에서 뜸을 들이는데, 이쪽에서 먼저 나갈까?’
그는 오악검파가 먼저 나서지 않는다면 자신들이 먼저 나설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 오비, 자네가 나서게.
제갈서준의 전음을 받은 당오비가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나 그가 나서려는 순간 형산파 장문인 악흔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본인도 한 명의 영웅을 추천할까 합니다.”
형산파는 구파일방이면서 오악검파에 속했기에 그 영향력이 적지 않았다.
사람들은 그가 어떠한 이를 추천할까 궁금해했다.
“누가 추천을 받을지 모르겠지만, 형산파의 추천을 얻게 되면 큰 힘이 될 테지.”
“아마도 오악검파 출신 무인이 될 거야.”
“오악검파라고 단정 지을 수는 없지. 형산파는 구파일방의 한 축이 아니던가?”
“하지만 지금 이곳에는 구파일방 출신이 없지 않은가?”
개봉의 구파일방 무인 중에서는 형산파 장문인 악흔을 제외하면 개방의 차기 방주인 후개와 장로인 진서문의 배분이 가장 높았다.
하나 후개는 맹주가 되기에는 연륜과 경험이 부족했으며, 장로인 진서문은 현원문주를 추격하기 위해 개봉을 떠난 상태였다.
“듣고 보니 그렇군.”
“그래서 악 장문이 추천할 사람은 오악검파밖에는 없다는 말일세.”
형산파 장문인 악흔은 구파일방 장문인답게 목소리에 내공을 실었다.
“다음 영웅대연까지 본맹을 이끌어야 할 이는 선대 맹주와 같은 뜻을 품고 있는 이가 되어야 할 것입니다.”
선대 맹주 좌건.
그와 같은 뜻을 품고 있어야 한다.
이 말은 오악검파 출신을 추천한다는 뜻이었다.
“본인은 악을 원수처럼 미워하며, 무공 또한 높은 항산파의 자은사태를 추천합니다.”
악흔이 자은사태를 추천하자 오악검파 무인들이 일제히 목소리를 높였다.
“훌륭한 결정입니다!”
“자은사태만이 맹을 바로 세울 수 있을 것입니다!”
“악 장문의 추천을 지지합니다!”
자은사태는 자신감이 넘치는 눈으로 단상 아래를 바라보았다.
‘오늘은 나의 날이 될 것이다.’
그녀는 자신이 무림맹의 임시 맹주가 될 것을 의심하지 않았다.
하노대는 악흔의 추천을 받아들였다.
“네 번째 후보로 항산파 장문인 자은사태를 올리겠습니다.”
그가 네 번째 후보까지 말했을 때였다.
누군가 단상 앞으로 나오며 목소리를 높였다.
“하 대협! 후보를 너무 많이 받는 것도 좋지 않을 것 같소이다!”
후보의 숫자를 조절하자고 말한 이는 거록의 호걸 하후준이었다.
“하후 대협께서는 후보를 얼마나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하후준이 하노대의 물음에 답했다.
“일곱이면 충분하지 않겠습니까?”
일곱.
지금까지 나온 후보가 넷이니, 남은 자리는 셋밖에 없었다.
“일곱은 조금 적지 않을까요?”
하노대가 조심스럽게 물었을 때였다.
태원각주 조명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나는 하후 대협의 말에 찬성하네. 후보가 열 명을 넘어가게 되면 일이 복잡해질 걸세.”
무림맹의 중진인 그가 찬성하자 하노대는 진땀을 흘리지 않을 수 없었다.
‘오악검파에서는 후보가 늘어나는 것을 원치 않는 모양이구나. 서둘러 장 대협을 후보에 올려야겠구나.’
그는 시선을 연수각주 제갈서준에게 돌렸다.
연수각주 제갈서준은 태원각주 조명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인물이었기에 그의 뜻을 묻고자 한 것이었다.
연수각주 제갈서준은 하노대의 의도를 읽고는 오른손을 들었다.
“하 형제, 나도 같은 생각일세. 너무 많은 후보를 올리면 이곳에 모인 형제들의 의견이 솥발처럼 갈리게 될 걸세.”
하노대는 그의 의견을 확인한 뒤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그럼 앞으로 세 명의 후보만 더 받도록 하겠습니다.”
당오비는 더는 추천을 미룰 수 없다고 생각했다.
“다음은 제가 추천하겠습니다.”
그의 외침에 모두의 시선이 쏠렸다.
“당 형제께서는 누구를 추천하시겠습니까?”
오대세가의 첫 번째 추천이었다.
“본맹의 맹주는 임시라 하여도 밖으로는 마교와 싸워야 하며, 안으로는 암살당한 선대 맹주의 한을 풀어야 합니다. 이 두 가지를 이루려면 무공은 물론이고, 명성과 경험 그리고 심모와 기책을 갖추고 있어야 할 것입니다.”
문과 무를 모두 갖추어야 한다는 이야기였다.
“그런 인물이 누가 있겠습니까?”
당오비가 두 손을 모으며 하노대의 물음에 답했다.
“강남대협이면 충분하지 않을까 합니다.”
강남대협은 선대 맹주 좌건이 장하, 즉 명운에게 내린 별호였다.
“장 대협을 추천하시는군요.”
당오비가 고개를 끄덕이며 하노대의 말을 받았다.
“그렇습니다.”
하노대가 시선을 단상 아래로 돌리며 물었다.
“장 대협을 또 추천하실 분 계십니까?”
대협 장하의 명성은 황제조차 시기할 정도였다. 대전 곳곳에서 장하를 지지하는 이들이 목소리를 높였다.
“장 대협이라면 충분할 것입니다!”
“오월교를 토벌한 장 대협이라면 능히 좌 맹주의 뒤를 이을 것입니다!”
“장 대협께서는 좌 맹주와 함께 독주를 마신 분이십니다! 장 대협이라면 분명 좌 맹주의 한을 풀어 주실 것입니다!”
대협 장하의 출현은 오악검파 무인들을 당황하게 했다.
‘여기서 대협 장하가 나오다니!’
‘오대세가에서 장하를 추천할 줄은 몰랐다.’
‘장 대협이 오대세가의 추천을 받았으니, 자은사태도 안심할 수 없겠구나.’
하노대는 곳곳에서 대협 장하를 추천하자 마음을 놓을 수 있었다.
“좋습니다. 그럼 장 대협도 후보에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당오비는 두 손을 모아 모두에게 고마움을 표시한 뒤 자리에 앉았다.
그는 지금부터가 시작이라고 생각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