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mon Returner RAW novel - Chapter (446)
446화 무림맹의 주인 (3)
“우리는 장 대협을 지지합니다.”
목소리를 높인 무림맹 제자들은 모두 일곱.모든 무림맹 제자들이 대협 장하를 지지하고 나선 것은 아니었다.
그래도 이들의 수를 합하면 자은사태를 넘어설 수 있었다. 한데 바로 그 순간 손을 들지 않았던 무림맹 제자들이 말했다.
“우리는 자은사태를 지지합니다.”
그들의 숫자는 다섯.자은사태 쪽에 그들의 숫자를 더한다면 딱 한 명 차이로 승패가 갈렸다.
하노대는 속으로 짧게 한숨을 내쉬었다.
‘후우……. 한 명인가?’
그가 목소리를 가다듬은 뒤 말했다.
“자은사태와 강남대협, 두 분께서 현재 박빙입니다.”
자은사태를 지지했던 이들이 그의 말에 목소리를 높였다.
“왜 박빙이란 말입니까? 한 사람이라도 많은 쪽이 이기는 것 아닙니까?”
“이건 자은사태가 이긴 것입니다!”
“임시 맹주는 자은사태입니다!”
명운을 지지하는 이들도 물러나지 않았다.
“차이가 단 한 명이지 않습니까?”
“숫자를 잘못 세웠을 수도 있지 않소! 다시 한번 숫자를 세어야 합니다!”
“맞습니다. 왼쪽과 오른쪽으로 나누어 숫자를 센다면 정확할 겁니다.”
하노대는 몸을 돌려 태원각주 조명에게 물었다.
“태원각주께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하노대의 말대로 상황은 박빙이었다.
‘겨우 한 명의 차이인가?’
공정하게 하고자 한다면 숫자를 다시 세는 것이 옳았다. 하지만 그는 그렇게 되면 이쪽이 질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그건 곤란하지.’
차후 있을 영웅대연을 위해서라도 오늘의 승부는 무조건 이겨야 했다.
“한 명이라도 많은 쪽이 이긴 것이 아니겠나?”
그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연수각주 제갈서준이 일어섰다.
“백 명이 넘는 사람을 세면서 한 명의 실수도 없다고 할 수 없을 것입니다.”
그는 명운을 지지했기에 다시 세는 쪽을 선택하고자 했다.
“연수각주, 승부는 끝났네.”
조명은 그대로 결과를 밀어붙이고자 했다. 그러자 기룡검 장익천을 비롯한 명운을 지지하는 이들이 한 걸음씩 앞으로 나왔다.
“맹주좌의 주인을 가리는 일이니,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기룡검의 말이 옳습니다! 한 번 더 확인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합니다!”
조명은 그들의 말에 미간을 좁혔다.
“그대들은 어찌 승복이라는 것을 모르는가?”
그가 목소리를 높이자 형산파 장문인 악흔이 앞으로 나와 양쪽을 말리고자 했다.
“여기 모인 이들은 다 맹의 형제들입니다. 언성을 높일 필요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양쪽으로 나뉜 이들의 생각은 달랐다. 그들은 맹주좌를 상대에게 넘겨줄 수 없었다.
“다시 세어야 합니다!”
“옳습니다!”
명운을 지지하는 이들이 목소리를 높이자 자은사태를 지지하는 이들 또한 목청을 높였다.
“이미 승부는 끝났소이다!”
“깔끔하게 승복하시오!”
제갈연연이 허리를 숙여 제갈서준에게 물었다.
“숙부, 어떻게 해야 할까요?”
그녀의 물음에 제갈서준이 긴 한숨을 내쉬었다.
“흐흠……. 여기서 우리가 나서면 싸움이 날 것이다.”
구파일방과 오악검파가 싸우기 이전에 오대세가와 오악검파가 싸우게 될 수도 있었다.
“방법이 없단 말씀입니까?”
제갈연연은 자은사태가 맹주좌에 앉는 것을 어떻게든 막고 싶었다.
“방법이 없구나.”
제갈서준은 자은사태를 막기 위해서 검을 뽑아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그것은 최악의 선택이 될 것이다.’
자은사태에게 아니, 오악검파에게 맹주좌를 내어 준다고 해도 무림맹 총단에서 피를 흘려서는 안 됐다.
“그대로 진행하십시오!”
오악검파 무인들이 하노대를 향해 목소리를 높이자 하노대는 어찌할 줄을 몰랐다.
“그, 그것은…….”
명운은 오악검파와 이외 무인들의 대립을 바라보며 속으로 혀를 찼다.
‘쯧, 본교였다면 검으로 승부를 냈을 것인데, 위군자들은 그저 목소리만 높일 뿐이구나.’
모두가 싸우지 않더라도 각 진영을 대표하는 이가 나서서 검으로 승부를 낸다면 이처럼 목소리를 높일 필요가 없었다.
“제가 한 말씀 해 보고자 합니다.”
단상 아래에서 들려온 목소리는 낮지만, 묵직하게 귓전을 때렸다.사람들은 그가 내공을 실어 말했음을 깨달았다.
“그, 그대는?”
단상 아래에서 목소리를 높인 것은 개방의 후개였다.태원각주 조명은 눈살을 찌푸리며 후개에게 물었다.
“후개는 할 말이 있는가?”
후개는 나이나 항렬로 보면 조명에 미치지 못했지만, 개방을 대표하는 신분이었기에 그 누구도 함부로 대할 수 없었다.
“한 가지 궁금한 것이 있어서 이렇게 모두 앞에 나섰습니다.”
그는 단상 위로 올라오지 않은 채 목소리를 높였다.
“어떤 것이 궁금하단 말인가?”
후개의 시선이 명운에게 향했다.
“장 대협은 후보이니, 자신을 선택할 수 없었을 것입니다. 하나 장 대협 뒤에 선 분은 어찌하여 그 누구도 선택하지 않은 것입니까?”
그가 주목한 이는 명운의 뒤에 선 하후문이었다.후개의 지적에 기룡검 장익천을 비롯한 명운을 지지하는 이들이 목소리를 높였다.
“옳은 말이외다!”
“그에게도 후보를 선택할 권리가 있소이다!”
조명은 미간을 좁혔다.
“그는 아무도 선택하지 않았을 뿐이오. 그리고 이미 시간이 지나지 않았소이까?”
그가 말끝을 높이자 연수각주 제갈서준이 오른손을 들었다.
“조 사형, 그것은 그렇지가 않습니다. 우리는 대전에 모인 이들의 뜻을 받들어 새로운 맹주를 뽑고자 하지 않았습니까? 시간이 다 되었다는 이유로 누군가의 뜻을 묻지 않는다면 그것은 옳은 일이라 할 수 없을 것입니다.”
하후문의 선택을 들어 봐야 한다는 이야기였다.조명은 제갈서준의 말에 목소리를 높였다.
“연수각주!”
그러나 제갈서준은 이번만큼은 물러서지 않았다. 그는 시선을 하후문에게 돌렸다.
“그대는 누구를 지지하는가?”
하후문은 창을 놓지 않은 채 두 손을 모았다. 그러고는 굳은 음성으로 대답했다.
“저는 장 대협을 지지합니다.”
명운은 그의 대답을 들으며 후개가 묘수를 냈다고 생각했다.
‘후후후, 용두방주가 사람을 제대로 뽑았군.’
후개의 묘수에 상황은 완전히 바뀌었다.명운을 지지하는 이들은 하후문의 대답에 목소리를 높였다.
“이제 동점이오!”
“같은 숫자가 되었습니다!”
“자, 이제 어떻게 하시겠소?”
조명과 오악검파 무인들은 쓴 약을 마신 사람처럼 얼굴을 찌푸렸다.
“이, 이것은 무효요!”
“후개, 그대는 의견을 낼 자격이 없소!”
후개는 자신을 저격하는 오악검파 무인의 말에 오른손을 들며 말했다.
“개방 제자인 제가 자격이 없다면, 이곳에 자격이 있는 자가 몇이나 있을까 싶습니다. 여러분께 묻겠습니다. 제게 자격이 없습니까?”
대전에 모인 이들 중 개방을 무시할 수 있는 많지 않았다. 그의 말을 들은 무인들이 일제히 목소리를 높였다.
“후개를 함부로 대하다니, 무례하오!”
“후개와 개방이 어찌 자격이 없다는 말이오!”
“후개는 당연히 자격이 있소!”
후개를 비난하던 오악검파 제자는 무인들의 기세에 눌러 뒤로 몸을 숨겼다.
상황은 이제 한 치 앞도 알 수가 없었다.
하노대는 포권을 취한 뒤 연수각주 제갈서준에게 물었다.
“연수각주님, 이제 어떻게 하는 것이 좋겠습니까?”
숫자가 같으니, 누가 이겼다고 할 수 없었다.
“다시 수를 세는 수밖에 없지 않나?”
그의 물음에 하노대가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하노대는 다시 숫자를 세고자 했다. 한데 그 순간 후개가 다시 한번 목소리를 높였다.
“단상에 계신 분들께 묻겠습니다. 맹주가 갖춰야 할 덕목이 이곳에 모인 사람들의 지지뿐입니까?”
태원각주 조명은 그의 물음에 이마를 찌푸렸다.
“후개는 무슨 말이 하고 싶은 것인가?”
후개가 낭랑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두 분의 지지는 동률이니, 어느 쪽도 지지를 받지 못했다고 할 수 없을 것입니다. 다시 숫자를 세는 것보다는 두 분께서 가볍게 무공을 겨뤄 맹주좌의 주인을 가리는 것이 낫지 않겠습니까?”
두 사람 모두 많은 이들의 지지를 받았으니, 두 사람 중 무공이 높은 쪽에게 맹주좌를 맡겨야 한다는 이야기였다.
무림맹은 중원 무림을 대표하는 집단이었다. 맹주는 당연히 무공이 뛰어나야 했다.
조명은 무공으로 맹주좌를 결정하자는 말을 쉽게 물릴 수 없었다.
“으음.”
그가 낮게 신음하자 제갈서준이 두 손을 모았다.
“옳은 의견이라 생각합니다. 조 사형께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제갈서준은 명운의 무공에 승부를 걸어 보기로 했다.
‘무공을 진다면 이쪽도 할 말이 없다.’
반대편에 선 조명이 미간을 잔뜩 찌푸렸을 때였다. 자은사태가 그에게 전음을 보냈다.
– 검으로 끝을 보겠습니다.
자신의 실력으로 맹주좌를 손에 넣겠다는 뜻이었다.
그러나 조명은 바로 승낙하지 않았다.
자은사태의 무공에 불안감을 느꼈던 것이었다.
‘장하의 명성으로 볼 때, 그의 무공이 낮다고 할 수 없을 것이다. 자칫 실수하면 맹주좌가 그에게 넘어갈 것이다.’
그가 망설이고 있을 때였다.
형산파 장문인 악흔이 오른손을 들며 말했다.
“서로의 의견이 갈리고 있으니, 그것도 좋은 방법 같소이다. 우리는 문인이 아니고 무인이니, 결국에는 무로 답을 찾는 것이 나을 것 같소이다.”
그가 후개의 의견에 찬성하자 당오비도 두 손을 모았다.
“저도 악 장문의 의견이 찬성입니다. 본맹의 맹주는 명성과 덕망도 중요하지만, 무공이 가장 중요하지 않겠습니까?”
분위기가 비무로 기울자 단상 아래 머물고 있던 무림맹 무인들이 목소리를 높이기 시작했다.
“무공으로 승부를 가립시다!”
“옳소!”
“비무로 정합시다!”
조명은 이때까지도 후개의 의견에 찬성하지 않았다.
명운은 그가 자신의 무공을 어느 정도는 알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고 생각했다.
‘황제와 가깝거나 황궁의 고관과 친하다면 내가 금의위 무인들을 쓰러뜨린 사실을 알고 있을 것이다.’
그가 쓰러뜨린 무인 중에는 화경의 경지에 올랐던 사마혼이 있었다.
자은사태의 무공은 아무리 높게 평가해도 사마혼을 넘을 수 없었다.
“장 대협, 한번 손을 겨뤄 봅시다!”
낭랑한 목소리의 주인공은 자은사태였다. 그녀는 조명의 허락을 받지 않고 앞으로 나와 목소리를 높였다.
본인이 나서니 하노대는 비무를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었다.
“자은사태께서 나서셨으니, 장 대협께 여쭙겠습니까? 이 비무를 받아들이시겠습니까?”
명운은 자리에서 일어나 두 손을 모았다.
“여러분의 생각이 이와 같다면 비무를 받아들이겠습니다.”
그가 비무를 받아들이자 사방에서 함성이 터져 나왔다.
“훌륭한 결정입니다!”
“비무로 승부를 가립시다!”
일이 이렇게 되자 오악검파 무인들도 목소리를 높이지 않을 수 없었다.
“길고 짧은 것은 대 봐야 아는 것이오!”
“자은사태의 무공을 보고 놀라지나 마시오!”
“이번 승부는 자은사태께서 이길 것이외다!”
명운과 자은사태.두 사람이 비무를 허락하니, 하노대가 대전에 모인 이들에게 몸을 돌렸다.
“여러 영웅께서는 준비가 끝날 때까지 잠시 기다려 주십시오.”
그는 말을 마친 뒤 무림맹 제자들에게 단상 위를 정리할 것을 주문했다.
“하 대협의 명에 따르겠습니다.”
무림맹 제자들은 명운과 자은사태가 무공을 겨룰 수 있도록 단상 위를 정리하고자 했다.
하노대는 두 손을 모은 뒤 단상 뒤쪽에 앉아 있는 이들에게 말했다.
“각주님들과 각 문파의 장문인들께서도 단상 아래로 내려가 주십시오.”
하노대의 요청에 오악검파의 장문인들과 오대세가 주요 인사들이 단상 아래로 자리를 옮겼다.
“결국, 검으로 결정이 나는군.”
조명은 쓰디쓴 표정이었다. 숭산파 장문인 홍익선이 그에게 말했다.
“자은사태는 절정에 들었으니, 쉽게 패하지 않을 것입니다.”
“하나 저자가 초절정이라면 이길 수는 없을 걸세.”
조명은 명운이 절정을 넘어 초절정에 이르렀다고 생각했다.
‘어쩌면 검오기를 쓸 수 있을지도 모른다.’
검오기와 초절정의 경지.
두 가지 모두 천마신교에서는 사용하지 않는 용어였다. 하지만 중원 무림에서는 이 두 가지 용어를 사용하는 문파가 제법 많았다.
법개는 이번 비무를 제안한 후개에게 조용히 물었다.
“누가 이길 것 같습니까?”
후개가 단상을 바라보며 대답했다.
“싸워 봐야 하지 않겠나?”
“박빙일까요?”
“명성을 놓고 보면 장 대협이겠지. 하지만 오악검파의 저력도 무시할 수 없다네.”
자은사태는 오악검파의 고수이기 이전에 항산파 장문인이었다.이 말인즉슨, 그녀의 무공이 항산파 제일이라는 뜻이었다.
‘항산파는 백여 년 이상 오악검파로 그 이름을 날리고 있다. 어설픈 검은 아닐 것이다.’
후개는 장하의 우세를 점치면서도 방심한다면 자은사태에게 패하게 되리라 예상했다.
명운을 지지하는 이들도 그와 비슷한 생각이었다.
“장 대협, 자은사태의 무공은 상당합니다. 절대 방심하면 안 됩니다.”
명운에게 방심하지 말 것을 주문한 이는 당오비였다.
“제가 어찌 항산파 장문인을 상대로 방심할 수 있겠습니까?”
명운의 부드러운 목소리가 당오비를 살짝 불안하게 만들었다.
“장 대협, 부탁드립니다.”
“알겠습니다. 당 대협께서는 걱정을 거두어 주시지요.”
제갈연연은 명운의 실력을 귀주에서 간접적으로 확인한 바 있었다.
‘당시의 실력이 진짜라면 자은사태는 장 대협의 상대가 되지 않을 것이다.’
그녀는 명운이 진짜 실력의 절반만 발휘해도 자은사태를 이길 수 있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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