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mon Returner RAW novel - Chapter (452)
452화 무림맹주 장하 (2)
용두방주가 돌아온 것은 명운이 임시 맹주로 추대된 이후였다.
그는 가장 먼저 후개에게 보고를 받았다.
“전서로 보고드린 바와 같이 무림맹 총단에서 영웅연이 열렸으며 강남대협 장하와 항산파 장문인 자은사태가 최종 후보로 뽑혔습니다. 그리고 두 사람은 비무로 승부를 가렸는데, 강남대협 장하가 자은사태의 승복을 받아 임시 맹주가 되었습니다.“
용두방주는 후개의 보고에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오악검파가 맹을 장악하는 데 실패했다는 말이구나.“
후개는 포권을 풀지 않은 채 용두방주의 말을 받았다.
“결과만 놓고 보면 그렇습니다.“
용두방주가 후개에게 물었다.
“네가 본 강남대협의 무공은 어떻더냐?”
강남대협 장하.
용두방주는 아직 그의 무공을 실제로 접한 바가 없었다.
“보기만 해도 그 뛰어남을 알 수 있었습니다.“
“겉으로 무위가 흘러나올 정도란 말이냐?”
후개는 살짝 고개를 저었다.
“무위가 흘러나오는 것이 아니라 기를 완전히 거두어 밖으로 드러나지 않게 하는 수준이었습니다.“
용두방주는 자은사태의 무공이 초절정에 이르렀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기를 겉으로 드러나지 않게 가둔다. 이는 기를 자유자재로 다룰 수 있다는 이야기이니…….’
바꿔 말하면 화경의 경지에 이르렀다는 뜻이었다.
‘그 정도의 무인이 운남에 있었단 말인가?’
금의위와 동창의 추격을 따돌렸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부터 어느 정도는 짐작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렇게 구체적인 보고를 들으니, 속으로 한숨이 나오는 것은 어찌할 수가 없었다.
‘후우……. 화경의 경지라.’
그는 전대 방주로부터 타구봉법에 항룡십팔장까지 배웠으나 여전히 화경의 경지에 이르지 못했다.
그만이 아니었다.
소림의 혜명대사나 무당의 현진도장도 화경의 경지에 이르렀다. 이르지 못했다. 이런 식의 소문이 돌뿐이었다.
구파일방의 무인 중 확실하게 화경의 경지에 들었던 것은 검선 장천선인뿐이었다.
“좌 맹주 암살 사건은 진척이 있느냐?”
전대 맹주 좌건의 암살 사건은 무림맹의 가장 큰 숙제였다.
오악검파를 비롯한 몇몇 문파들은 좌건 암살에 구파일방이 있다고 주장했다.
“개봉의 현원문이 살수를 보낸 문파로 특정되었으며, 현원문의 여러 제자가 무림맹 총단에 투옥되었습니다.“
“우리 쪽은 어떻게 하고 있느냐?”
“진 장로가 달아난 현원문주를 추격하고 있습니다.“
무림맹주 암살 사건은 워낙 사안이 컸기 때문에 개방도 적극적으로 협조할 수밖에 없었다.
“노 장로는 아직 도착하지 않았느냐?”
후개가 고개를 숙이며 대답했다.
“아직 도착하지 않았습니다.“
용두방주는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후……. 개봉이 어지럽구나.“
그는 현원문의 뒤에 공동파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공동파가 이번 일에 관계가 되었다면 구파일방은 비난을 면치 못할 것이다.’
공동파는 구파일방에서 힘을 쓰는 문파는 아니었지만, 벌써 백 년 이상 그 이름을 함께하고 있었다.
“맹주를 만나시겠습니까?”
용두방주가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
“따로 만나진 않을 것이다.“
후개는 그의 대답에 멈칫했다.
“개봉에 맹주가 있는데도 만나시지 않는다면…….“
“사람들 눈에는 구파일방이 지금의 맹주를 적대시하는 것으로 보이겠지. 하지만 반대로 내가 맹주를 만나러 간다면 지금의 맹주를 우리가 지지하는 것으로 보이지 않겠느냐?”
용두방주의 주장은 흑백논리에 가까웠지만, 무림맹은 지금 복잡한 상태였다.
“어느 쪽도 선택하기 어렵다는 말씀이시군요.“
“너라면 어떻게 하겠느냐?”
용두방주는 후개를 시험해 보고자 했다.
“저라면 만날 것입니다.“
용두방주가 물었다.
“음, 맹주를 만난 모양이구나.“
“영웅연에 참석했습니다.“
“그렇다면 따로 만나지는 않았다는 말이구나.“
후개는 용두방주의 말에 고개를 숙였다.
“제자 구파일방을 대표할 수 없었습니다.“
“나도 너와 같다. 개방은 대표할 수 있지만, 구파일방을 대표할 수는 없다.“
용두방주는 자신이 신임 맹주를 만난다는 것에 여러 가지 의미를 부여하는 이들을 경계하지 않을 수 없었다.
‘영웅대연까지 기다릴 수밖에.’
그는 영웅대연까지는 후개에게 일을 맡길 생각이었다.
“네가 다녀오너라.“
후개는 용두방주의 지시에 고개를 들었다.
“맹주를 만나고 방주님의 이야기를 전하라는 말입니까?”
“그저 축하 인사를 하는 것이니, 전언은 없을 것이다.“
인사차 무림맹 총단을 다녀오라는 뜻이었다.
“방주님의 명을 받들겠습니다.“
후개가 두 손을 모으며 허리를 굽혔을 때였다.
인기척이 난 뒤 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방주님, 진 장로입니다.“
용두방주가 밖을 향해 말했다.
“들어오시게.“
안으로 들어온 이는 개방의 진 장로였다.
“진서문이 방주님을 뵙습니다.“
용두방주가 그에게 물었다.
“발소리가 급하던데, 무슨 일인가?”
진 장로가 짧게 한숨을 내쉬며 대답했다.
“후……. 현원문주를 찾았습니다.“
“그를 잡았나?”
“우리가 갔을 때는 숨이 끊긴 다음이었습니다.“
용두방주는 그의 대답에 미간을 좁혔다.
“누군가 꼬리를 잘랐다는 말이군.“
“우리가 발견한 것이 오히려 해가 되지 않을까 걱정이 됩니다.“
용두방주는 진서문이 걱정하는 것이 어떤 일인지 알고 있었다.
‘누군가는 구파일방의 비위를 감추기 위해 우리가 현원문주를 죽였다고 할 수도 있지.’
가장 좋은 것은 현원문주를 생포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미 쏟아진 물이었다.
“어떻게 했으면 좋겠나?”
“솔직하게 대답하는 것이 좋지 않겠습니까?”
용두방주가 시선을 후개에게 옮기며 말했다.
“자네가 후개와 함께 가서 맹주에게 이야기하게.“
현원문주의 죽음으로 후개의 무림맹 방문은 단순한 축하 인사가 아니게 되었다.
“시신은 어떻게 할까요?”
“가져왔나?”
“많이 상한 상태입니다.“
“고인을 생각하면 매장하는 것이 좋겠지만, 흉수의 수법을 알기 위해서는 그대로 두는 게 좋겠지.“
현원문주 채문조는 죽어서도 안식을 얻을 수 없었다.
“그러면 현원문주와 제자의 시신은 그대로 두도록 하겠습니다.“
“그렇게 하게.“
용두방주의 명이 떨어지자 진 장로는 포권을 취했다.
“방주님의 명대로 처리하겠습니다.“
그와 후개가 물러난 뒤.
용두방주가 낮게 중얼거렸다.
“우리가 상황을 너무 낙관하고 있는 것이 아니었으면 좋겠구나.“
구파일방 장문인들은 영웅대연에서 모든 것을 처리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돌아가는 상황은 그렇지 않아 보였다.
* * *
맹주가 된 명운은 뜻밖의 손님을 맞이했다.
“대협을 뵙습니다.“
그 앞에 두 손을 모은 채 포권을 취한 것은 조광이었다. 그는 운하를 이용해 개봉을 향했음에도 명운보다 도착이 훨씬 늦고 말았다.
“생각보다 늦었군.“
조광이 두 손을 모은 채 대답했다.
“가벼운 문제가 조금 있었습니다.“
“가벼운 문제인가?”
명운은 그가 약간의 시비에 휘말렸음을 깨달았다.
‘무사히 도착했으니, 큰 문제는 없겠지.’
그는 더는 묻지 않았다.
“대협께서 무림맹의 맹주가 되셨을 것이라고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습니다.“
조광이 처음 이 소식을 들은 것은 봉양을 막 지났을 때였다. 그는 말도 안 되는 소리라면서 속으로 혀를 찼지만, 개봉 근처에 이르렀을 때는 그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처음부터 이 자리를 노린 것은 아닐세. 사정이 그렇게 된 것뿐이야.“
조광의 얼굴은 밝았다.
‘무림맹의 맹주이자 천마신교의 교주라. 무림사 일천 년, 교주님과 같은 업적을 이룩한 이는 없을 것이다.’
그는 명운이 그 누구도 해내지 못한 일을 해냈다며 뿌듯해했다.
“자네에게 맡길 일이 있네.“
조광은 명운이 보자마자 맡길 일이 있다고 하자 두 손을 모으며 고개를 숙였다.
“대협, 아니 맹주께서 명을 내려 주신다면 분골쇄신하겠습니다.“
명운은 그의 언행이 과하다 생각하여 오른손을 들었다.
“이곳은 무림맹 총단일세. 그리고 자네는 나의 벗이자 손님일세.“
“저는 문과 함께 대협을 모시는…….“
“문은 내 호위로 일하고 있지만, 내 시종이라 할 수는 없네.“
천마신교의 교주는 천상천하 유아독존의 존재였지만, 무림맹 맹주는 그렇지 않다는 이야기였다.
“대협의 말씀, 명심하겠습니다.“
명운은 조광의 행동이나 언행이 다소 딱딱함을 느꼈다.
‘그간 혼자 여행했기에 날이 서 있는 것 같군.’
그가 목소리를 부드럽게 하며 말했다.
“원래는 문에게 맡기고자 한 일이었는데, 마침 자네가 도착해서 이 일을 자네에게 맡길 수 있게 되었네.“
조광이 고개를 들며 물었다.
“대협, 어떤 일입니까?”
“왕 대인의 부인을 황도로 모시는 일일세.“
명운이 개봉으로 향하면서 내세운 것이 바로 전 호부상서 왕립의 부인을 황도까지 호위하는 임무였다.
“부인을 찾아 황도까지 모시는 것이 임무란 말씀이시군요.“
명운은 고개를 끄덕였다.
“아직 부인과 시비는 도착하지 않았으니, 개방의 도움을 받게.“
조광은 개방의 도움을 받으라는 명운의 말에 눈을 크게 떴다.
“개방의 도움을 받는다는 말입니까?”
그에게 개방은 아직 숙적 중 하나일 뿐이었다.
“개방은 무림맹의 일원이니, 그들에게 도움을 받는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닐세. 그리고 그 일은 원래 내가 해야 하는 일이었으니, 그들의 힘을 빌리는 것 또한 도리를 저버리는 일은 아닐세.“
조광은 그의 설명에 다시 고개를 숙였다.
“대협의 말씀대로 하겠습니다.“
명운이 말했다.
“개방 총타가 이곳에 있으니, 사람을 붙여 주겠네.“
개방 총타에 가서 도움을 얻으라는 이야기였다.
‘내가 개방 총타로 간다고?’
천마신교 교도인 그에게 개방 총타는 호랑이굴이나 다름이 없었다.
물론, 그가 서 있는 이곳 무림맹 총단은 개방 총타 이상의 장소였다.
“하 대협을 쓰는 것이 좋을까?”
명운이 머릿속으로 하노대를 떠올렸을 때였다. 밖에서 하후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개방의 후개와 진 장로가 방문하였습니다.“
조광은 후개가 개방의 후계자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개방의 후개가 교주님을 만나고자 왔다고?’
개방의 장로 또한 천마신교 교도에게는 위협적인 존재였다.
명운은 때마침 후개가 찾아왔다는 말에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호랑이도 제 말을 하면 찾아온다고 하더니.’
그가 오른손을 들며 목소리를 높였다.
“들어오시라 하게.“
명운은 조광에게 따로 말하지 않았다. 이는 조용히 머물러 있으라는 뜻이었다.
끼익. 탁.
집무실 문이 양쪽으로 열리자 후개와 개방 장로 진서문이 안으로 들어섰다.
두 사람은 들어오자마자 바로 포권을 취했다.
“개방의 후개가 맹주를 뵙니다.“
“개방의 장로 진서문이 맹주를 뵙니다.“
명운도 자리에서 일어나 포권을 취했다.
“어서 오십시오.“
그는 포권을 풀며 말끝을 높였다.
“두 분께서 저를 찾아오시다니, 어떤 일이십니까?”
후개와 진 장로는 앞에 한쪽 무릎을 꿇고 앉아 있는 조광을 보며 물었다.
“맹주님, 따로 일이 있으셨던 것은 아닙니까?”
명운이 시선을 조광에게 옮기며 말했다.
“일이 있기는 했는데……. 마침 개방과 관계된 일이군요.“
후개는 개방과 관계된 일이라고 하자 살짝 긴장하지 않을 수 없었다.
‘때를 잘못 맞춘 건가?’
그가 속으로 혀를 찼을 때였다.
진 장로가 명운에게 물었다.
“맹주님, 어떠한 일로 본방과 관계가 된 것입니까?”
명운이 부드러운 목소리로 대답했다.
“운남에서 이곳으로 올 때, 오래된 친구에게 부탁을 받았습니다. 그 친구가 말하길 한 귀부인이 있는데, 자네가 황도까지 호위를 해 주었으면 좋겠다고 했습니다. 저는 당연히 수락했지요. 하지만 중간에 흉수들과 싸우게 되어 부인과 시비는 장강을 따라 남쪽으로 내려가게 했습니다.“
진 장로는 그의 대답을 듣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면 헤어진 부인과 시비를 찾아 달라는 말씀이시군요.“
“바로 그렇습니다.“
명운이 시선을 조광에게 옮기며 말했다.
“개방에서 도움을 주시면 이 친구가 부인과 시비를 황도로 호위할 것입니다.“
후개는 권력 다툼이나 음모에 관련된 일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는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후우……. 장 대협이 따로 부탁하려는 일이 있었군.’
그는 이런 일이라면 얼마든지 처리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진 장로도 그와 생각이 같았다.
“맹주께서 직접 부인과 시비를 찾을 수 없으니, 본방에서 도움을 드리는 것이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명운이 눈짓을 보내자 조광이 몸을 후개와 진 장로에게 돌렸다.
“곽권이라고 합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후개는 조광을 보는 순간 그가 뛰어난 무인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눈빛이 맑고 예기가 날카롭다. 적어도 일류는 될 것이다.’
그는 조광이라면 충분히 이번 일을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보았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