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mon Returner RAW novel - Chapter (454)
454화 무림맹주 장하 (4)
채양은 아버지가 죽었다는 소식에 속으로 탄식을 금할 수 없었다.
‘아버지가 죽었다면 사형 또한 죽었겠구나.’
현원문은 이제 끝이었다. 그녀나 다른 제자들이 살아남는다고 해도 도망친 두 사람과 같을 수는 없었다.
‘결국, 공동파가 우리를 버린 모양이구나.’
그녀는 아버지가 행한 모든 일이 공동파의 지시로 이뤄졌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다만, 아버지와 사형들이 죽음으로 지킨 공동파를 입에 올릴 수는 없었다.
“우리에게 협조하면 그대의 아버지를 죽인 자들을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채양은 말끔한 외모를 지닌 청년을 쏘아보며 말했다.
“찾으면, 그대들이 원수를 갚아 주기라도 할 생각인가?”
말끔한 외모를 가진 청년은 바로 명운이었다.
“물론.“
채양은 차갑게 그의 말을 받았다.
“나는 바보가 아니다.“
절대로 말해 주지 않겠다.
아니, 절대로 도움을 주지 않겠다.
그녀는 이렇게 결심을 굳혔다.
명운은 그녀를 바라보며 살짝 말끝을 높였다.
“내가 거짓말을 할 것 같은가?”
채양이 얼굴을 굳히며 되물었다.
“날 고문한 자들을 순순히 믿는 바보가 있을까?”
명운은 그녀가 무림맹 무인들을 적대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복수해 주겠다는 말로 해결할 수 있다면, 이 세상에 안 풀리는 문제는 없겠지.’
그는 채양의 반문을 부드럽게 받아넘겼다.
“그 말은 옳군.“
채양은 명운이 순순히 고개를 끄덕이자 눈썹을 세웠다.
“또 고문해 보시지. 내게 어떠한 말도 들을 수 없을 것이다.“
명운은 그녀의 날카로운 말에도 불구하고 목에 힘을 주지 않았다.
“고문이 과했다면 사과하도록 하지. 하지만 가볍게 고문해서는 진실을 얻을 수 없으니까. 당 대협을 이해해 주게.“
채양은 그의 사과에도 눈썹을 아래로 내리지 않았다.
“사탕발림 같은 말로 날 속이려 해도 통하지 않을 것이다.“
명운은 다시 한번 고개를 끄덕였다.
“그 말도 옳다.“
채양은 오른손을 꾹 쥐었다.
‘이 자는 날 가지고 놀고 있다.’
그녀는 명운이 언제든 자신을 고문하고 욕보일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죽일 것이면, 긴말하지 말고 죽여라.“
명운은 짧게 한숨을 내쉬었다.
“후……. 죽음을 각오했다면 스스로 생각해도 죄가 있다는 말이군.“
채양은 그의 말을 듣고는 목소리를 높였다.
“내가 언제 죄가 있다고 했더냐!”
명운이 그녀에게 물었다.
“그럼 무고한가?”
“무고하다!”
순간 명운의 목소리가 차가워졌다.
“무림맹 총단에 침입해 살인을 저지르려 한 자들이 무고하다면 천하에 무고하지 않은 이가 있을까?”
채양은 아버지와 사형들이 강남대협 장하를 죽이고자 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아버지와 사형들은 몰라도 외원에 거주하는 제자들은 아무것도 모른 채 끌려왔다. 그들은 무고하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명운은 그녀의 대답에 다시 목소리가 부드러워졌다.
“흠, 일을 주도한 것은 문주와 일대제자들이라는 이야기이군.“
채양은 이대제자들을 감싸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진실 일부분을 털어놓을 수밖에 없었다.
“그, 그것은 그대 말대로다.“
명운이 다시 그녀에게 말했다.
“사실 그건 중요하지 않지. 어차피 문주는 죽었고, 총단을 습격한 자들 또한 모두 죽을 테니까.“
그녀가 주모자에 관한 사실을 조금 이야기한다고 해도 달라지는 것은 없었다.
그녀 또한 이에 대해 알고 있었다.
“나는 죽여도 좋다. 하지만 외원의 제자들만은…….“
명운이 고개를 좌우로 흔들며 말했다.
“절반은 살 수 있겠지만, 절반은 죽게 될 것이다.“
채양의 눈이 커졌다.
“외원의 제자들을 죽이겠다고?”
현원문 외원의 제자들은 대부분 삼류에도 미치지 못하는 무공을 지니고 있었다.
그들에게 현원문은 호신술을 배울 수 있는 흔한 무관에 지나지 않았다.
심지어 몇몇 제자들은 입문한 지 며칠 되지도 않은 상황이었다.
‘멸문지화면 모를까? 그들이 현원문을 위해 목숨을 잃을 이유는 없다.’
명운이 담담한 어조로 말했다.
“외원 제자 중에도 협력자가 있다는 증언이 나왔다.“
채양의 눈이 더욱 커졌다.
“뭐라고?”
외원 제자들은 정말로 아무것도 몰랐다. 그들 중 협력자가 있다면 망을 보거나 소식을 얻어 온 수준일 터였다.
‘대체 누가 그런 증언을 했단 말인가?’
그녀의 눈은 의혹으로 가득 찼다.
당오비는 멀리에서 명운과 채양이 대화하는 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는 명운이 그녀에게 손을 대거나 겁박하지 않고 담담하게 이야기를 건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장 대협이 대체 뭘 하려고 하는 건지 모르겠군.’
담담히 이야기를 나누는 것만으로는 알아낼 수 있는 것이 없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었다.
다소 거칠더라도 손을 써야만 지푸라기라도 잡을 수 있는 것이 심문이었다.
그의 옆에선 무림맹 제자들도 같은 생각이었다. 참고로 그들은 지하 뇌옥의 간수를 맡고 있었다.
“당 대협, 맹주께서 무슨 말씀을 하고 계시는 걸까요?”
당오비가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
“모르겠네.“
그가 미간을 좁혔을 때였다.
명운이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그대가 진실을 이야기한다면 외원 제자들의 운명이 달라질 수도 있지.“
채양은 주먹을 꾹 쥐었다.
“간악한!”
그녀에게는 명운의 부드러운 말이 더할 수 없이 날카로운 협박처럼 들렸다.
“간악하다고? 난 기회를 주고 있는 것이다. 그대가 아무 말도 하지 않으면, 증언에 따라 절반을 참수할 것이다.“
“도대체 누구의 증언이란 말이냐!”
명운이 슬쩍 시선을 옆으로 옮겼다. 그곳에는 벽에 기대거나 눈을 감고 있는 현원문 제자들이 있었다.
채양은 그들이 아버지의 명을 받아 강남대협 장하를 습격했던 이들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사형제 중에 고문을 이기지 못하고 허위 자백을 한 이가 있다는 말이구나.’
그녀가 허위 자백을 바로잡지 않는다면 애꿎은 현원문 제자들이 목숨을 잃게 될 터였다.
“자, 설명은 됐나?”
채양이 꾹 쥐었던 오른손을 풀었다.
“내가 진실을 말하면 외원 제자들을 살려 주겠는가?”
명운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본좌가 그대와 같은 여인을 속여 무슨 이득을 취할 수 있겠는가?”
본좌.
채양은 이 한마디에 다시 눈을 크게 떴다.
“다, 당신은?”
명운이 짧게 한숨을 내쉰 뒤 대답했다.
“그대들이 죽이고자 했던 사람.“
강남대협 장하.
채양은 고개를 떨구었다.
‘대단한 사람이구나.’
평범한 이였다면 다른 이라면 자신을 죽이고자 했던 자들을 보자마자 격한 분노를 뿜어냈을 것이다.
하지만 장하는 그렇지 않았다. 그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차가웠다.
심지어 자신을 죽이고자 했던 현원문주의 딸과도 침착하게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그대는 일대제자들과 문주가 이번 일을 주도했다고 말한 바 있다. 하지만 그대의 사형 중에는 그대들도 함께 이번 일을 꾸몄다고 했다. 나는 어느 쪽을 믿어야 하는가?”
채양이 고개를 숙인 채 그의 말을 받았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외원제자들은 이번 일을 모릅니다. 그들 중 누군가가 망을 보라거나 소식을 알아 오라는 심부름을 했을지는 몰라도, 함께 상의하거나 뜻을 같이한 자는 없습니다.“
명운이 한쪽 무릎을 땅에 대며 몸을 숙였다. 이는 그녀와 거리를 좁히기 위한 행동이었다.
“양쪽의 말이 다르다. 본좌는 진실을 알고 싶다.“
더 구체적인 증언이나 증거가 필요하다는 말이었다.
채양이 목소리를 가다듬으며 말했다.
“장 대협, 생각해 보십시오. 외원 제자들은 뜨내기입니다. 몇 명은 이제 막 현원문에 입문했을 뿐입니다. 일대제자 중 누군가 그들에게 이번 중대사를 발설했다면 개봉 무림에 소문이 퍼져 나갔을 것이고, 일은 시작도 해 보기도 전에 실패로 돌아갔을 것입니다. 그렇지 않습니까?”
현원문은 명운에 대한 습격을 실행에 옮겼고, 실패하긴 했지만, 그의 방에 침입해 무기를 휘두르는 것까지는 성공했다.
‘옳은 말이군. 아는 사람이 많으면 소문이 퍼지는 법이지.’
명운은 그녀의 말을 듣고는 고개를 천천히 끄덕였다.
“좋아. 칠 할은 인정하지.“
앞뒤가 맞는 말이었지만, 다 믿지는 않겠다는 뜻이었다.
“제가 어떻게 말해야 믿겠습니까?”
명운이 짧게 대답했다.
“뒤에 있는 자를 이야기하게.“
뒤에 있는 자.
현원문의 배경을 이야기하라는 말이었다.
채양은 고개를 숙인 채 주먹을 쥐었다. 그러고는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대, 대협, 우리 뒤에 누가 있다고 그러는 겁니까?”
명운은 차가운 목소리로 그녀의 물음을 받아쳤다.
“현원문처럼 작은 문파가 혼자 힘으로 무림맹 총단을 습격한다면 그 누가 믿을 수 있겠는가?”
무림맹 총단 습격은 담을 넘는 것만으로 가능한 일이 아니었다.
게다가 그들은 명운의 방을 정확히 알고 찾아왔다.
“그, 그것은…….“
“이쪽에 협력자가 있겠지.“
채양이 고개를 좌우로 세차게 흔들었다.
“거기까지는 모릅니다.“
명운은 그녀의 말을 부정하지 않았다.
“그럴 수도 있겠지. 하지만 그대의 아버지는 분명 누군가와 접촉했고, 그의 지시나 협조에 따라 이번 일을 꾸몄다. 그대가 짐작 가는 이를 이야기하지 않는다면 나는 현원문 제자들을 참수할 수밖에 없다.“
참수.
채양의 목소리가 낮아졌다.
“그, 그것은…….“
명운은 그녀와 반대로 목소리를 높였다.
“내가 현원문 제자들을 참수하는 것은 그들이 맹주 암살범들과 손을 잡았기 때문만이 아니다. 단호한 판결로 무림맹의 적들에게 우리의 결의를 보여 줄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채양이 뭔가 중요한 사실을 이야기하지 않는 한 현원문 제자들을 죽일 수밖에 없다는 말이었다.
“대협, 제발 부탁드립니다.“
명운이 숙였던 몸을 세웠다.
“측은지심에 기대는 것은 여기까지다.“
그는 사과나 부탁이 아닌 협조를 원했다.
“고, 공동파입니다.“
명운은 현원문이 공동파 속가제자가 세운 문파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공동파에 죄를 씌우려는 것은 아닌가?”
채양은 고개를 흔들었다.
“아닙니다. 할아버지는 언제나 아버지에게 공동파의 위대함을 이야기했으며, 구파일방이야말로 무림을 지키는 기둥이라고 이야기했습니다.“
틀린 말은 아니었다.
구파일방이 없다면 무림맹도 없었다.
“계속하라.“
명운의 명에 채양이 말을 이었다.
“아버지가 이번 일을 꾸민 것은 무림맹이 구파일방을 배신하고 등을 지려 했기 때문입니다.“
명운이 차갑게 물었다.
“좌 맹주를 암살한 것도 그 때문인가?”
채양은 고개를 들었다. 그러고는 황급히 대답했다.
“아닙니다. 그 일과 본문은 관계가 없습니다.“
명운이 뒷짐을 지며 말했다.
“맹주의 술병에 독을 탄 자가 남긴 흔적은 공동파의 경공이었다.“
이는 거짓말이었다.
주방에 남아 있는 흔적은 공동파 경공만이 아니라 곤륜파나 무당파 경공으로도 만들 수 있었다.
“그, 그럴 수가…….“
명운은 채양의 떨리는 눈을 보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것까지는 몰랐던 모양이군.“
그는 시선을 밖으로 돌렸다.
“당 대협, 들어오게.“
당오비는 명운의 명을 받아 뇌옥 안으로 들어섰다.
“부르셨습니까?”
명운이 다시 시선을 채양에게 돌렸다.
“여기 있는 자가 누구인지 알 것이다.“
당오비는 자신이 직접 고문했던 채양을 보자 씁쓸하기 그지없었다.
‘쯧, 남아로 태어나서 여자를 고문하게 될 줄이야.’
채양은 자신을 고문했던 사내의 얼굴을 확인하고는 고개를 숙였다.
“그는 당가의 사람입니다.“
명운이 설명을 덧붙였다.
“당오비는 사천당문의 고수일세. 그가 지금부터 증인이 될 걸세.“
증인.
당오비는 명운의 갑작스러운 말에 두 손을 모았다.
“맹주님, 어떠한 증인이 되라는 것입니까?”
명운이 그의 물음에 답했다.
“이 소저가 지금부터 중대한 사실을 이야기할 걸세. 나 혼자 들어서는 믿을 수 없는 내용이지.“
자신의 입으로 말하면 통하지 않으니, 오대세가의 위세를 빌리겠다는 뜻이었다.
당오비는 그의 말을 알아듣고는 고개를 숙였다.
“귀를 열고 이야기를 듣겠습니다.“
명운은 다시 시선을 채양에게 돌렸다.
“조금 전 내게 했던 이야기를 그대로 당 대협에게 들려준다면, 외원제자들을 살려 주도록 하지.“
채양이 고개를 들며 명운에게 말했다.
“하늘에 맹세해 주십시오.“
그냥 하는 말은 믿을 수가 없다는 뜻이었다.
명운은 할 수 없이 오른손을 세웠다. 그러고는 담담한 목소리로 말했다.
“외원제자들을 살려 주겠다는 약속을 어긴다면 나는 천벌을 받아 죽을 것이다.“
채양은 그의 맹세를 들은 다음에야 앞서 털어놓았던 사실을 이야기했다.
“아버지께 일을 사주하는 이는 공동파입니다.“
당오비는 그녀의 말을 듣고는 숨을 깊이 들이쉬었다.
‘장 대협은 이 한마디를 내게 들려주려 한 것이구나.’
맹주 암살에 구파일방이 관련되어 있다. 이 소식은 중원 무림을 뒤흔들어 놓을 것이 분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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