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mon Returner RAW novel - Chapter (459)
459화 영웅대연 (3)
오대세가.
그들은 과거 구파일방과 힘을 합쳐 남궁세가의 영웅 남궁민을 맹주로 선출한 바 있었다.
그러나 보위산 전투에서 맹주 남궁민을 잃은 뒤 그 기세가 위축된 상황이었다.
“다들 오랜만입니다.“
제갈세가 가주 제갈진석의 인사에 다른 오대세가 가주들이 포권을 취했다.
“제갈 가주, 오랜만입니다.“
오대세가 가주들이 모인 곳은 영웅대연이 열릴 개봉이 아닌, 상남현이었다.
상남현은 섬서와 하남, 그리고 호북이 만나는 곳으로 교통의 요지로 각 세가 사람이 편리하게 오갈 수 있는 곳이었다.
오늘 모임을 주도한 이는 제갈세가 가주 제갈진석이었다.
“제갈 가주께서 이렇게 모임을 주선한 이유는 영웅대연 때문이겠지요?”
말끝을 높인 이는 남궁세가의 가주 남궁책이었다. 남궁세가는 지난 보위산 전투 때 무림맹주이자 가문의 영웅인 남궁민과 수많은 고수를 잃은 바 있었다.
가주 남궁책은 보위산 전투에 참전하지 않았지만, 이 전투에서 아들 하나와 손자 하나를 잃고 말았다.
“남궁 형 말씀대로 영웅대연 때문에 이렇게 모임을 열게 되었습니다.“
남궁책이 그에게 물었다.
“제갈 가주께서는 우리 오대세가에서 따로 후보를 내어야 한다고 생각하시는 것입니까?”
그의 물음에 제갈진석이 고개를 흔들었다.
“지금은 그럴 생각은 없습니다. 다만, 오늘 회의에서 그쪽으로 의견이 모인다면, 그렇게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는 제갈세가 출신답게 여지를 두고 말하는 버릇이 있었다.
“다섯 세가가 모였으니, 영웅이 없겠습니까?”
어깨가 넓고 목소리가 큰 이는 하북팽가 가주 팽현오였다. 그는 형 팽현우가 전사한 뒤 가주가 된 이였다.
“팽 가주께서는 새로운 후보를 내고자 하시는 것입니까?”
팽현오가 제갈진석을 향해 말끝을 높였다.
“구파일방에 맹주좌를 양보하는 것보다는 그것이 낫지 않겠습니까?”
산동악가 가주 악소번이 그의 의견에 동의했다.
“구파일방에 양보를 하더라도 일단은 새로운 후보를 내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그는 상황에 따라 구파일방에게 무림맹주 자리를 넘기더라도 뭔가를 얻어 내야 한다고 생각했다.
“일단, 후보를 낸 뒤에 구파일방에게 양보하자는 말이군요.“
“그렇습니다.“
제갈세가, 남궁세가, 산동악가 그리고 하북팽가가 한마디씩 한 상황.
모두의 시선은 아직 입을 열지 않은 사천당가 가주 당사선에게 모였다.
‘사천당가는 예로부터 제갈세가 못지않은 지모를 지니고 있었지.’
‘오늘 그가 어떠한 계책을 낼지 궁금하군.’
‘설마 아무 계책도 없이 참석하지는 않았겠지.’
가주들은 당사선의 녹색 장삼 안에 극독과 암기가 가득 들어 있음을 알고 있었다.
“당 가주께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사천당가 가주 당사선에게 질문을 던진 이는 제갈세가 가주 제갈진석이었다.
그는 과거 당사선과 함께 무림맹에서 마교와 싸운 적이 있었다.
“구파일방에 맹을 맡기는 것이 옳은지 모르겠습니다.“
그의 한마디에 가주들이 낮게 신음했다.
“그것은…….“
“흐흠.“
“음. 가주께서는 구파일방을 탐탁지 않게 생각하시는 겁니까?”
당사선이 제갈진석의 물음에 답했다.
“전대 맹주께서 계실 때 구파일방의 행동이 어떠했습니까? 개방을 제외하고 적극적으로 나선 문파가 있었습니까?”
화산과 무당에서 고수를 보내오긴 했지만, 장문인이나 방장이 직접 나선 적은 없었다.
당사선은 그것을 지적하고 있었다.
제갈진석이 그의 물음에 답했다.
“당 가주께서는 남궁 맹주께서 계셨을 때를 말씀하시는 것이군요.“
“그렇습니다. 전대 맹주께서 비록 그들의 지지를 받아 맹주 자리에 오르셨지만, 그들은 맹주께서 전사하실 때도 함께하지 않았습니다.“
보위산 전투에서 명운을 막아섰던 이들은 대부분 오대세가 무인들이었다.
물론 구파일방도 할 말은 있었다. 그들은 보위산에서 마교의 요새를 포위한 바 있었다.
‘하지만 부상병이 그득한 요새를 포위하는 일과 마교주가 이끄는 지원군을 막는 일은 같다고 할 수 없다.’
이곳에 모인 이들은 대부분 명운과 전투에서 피붙이를 잃은 이들이었다.
하북팽가 가주 팽현오도 마찬가지였다. 그도 형과 조카를 잃은 바 있었다.
“구파일방에서 적극적으로 나섰다면 비극을 막을 수 있었다는 말입니까?”
당사선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구파일방은 보위산 전투와 같은 큰 전투가 열려도 셋에서 넷 정도만이 움직일 뿐입니다. 그들은 항상 여유를 두고 있으며, 적당히 싸우는 버릇이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어땠습니까?”
오대세가는 모든 가문이 나서서 가주와 맹주가 전사할 정도로 맹렬하게 싸웠다.
구파일방이 오대세가와 마찬가지로 모든 문파가 나서서 마교와 싸웠다면, 결과는 달라졌을 터였다.
남궁세가 가주 남궁책이 낮은 신음과 함께 그의 말을 받았다.
“으음, 구파일방이 믿음직하지 못한 것은 사실입니다. 하나 당금 무림에서 그들만 한 자들도 없습니다.“
구파일방이 아니꼽긴 하지만, 그들 말고는 손을 잡을 만한 세력이 없다는 뜻이었다.
산동악가 가주 악소번이 그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남궁 가주의 말이 옳습니다. 지금 와서 오악검파와 손을 잡는 것도 그렇습니다.“
구파일방이 아니면 오악검파다.
그는 이렇게 말하고 있었다.
당사선은 두 사람의 말을 듣고는 살짝 말끝을 높였다.
“무림에 오악검파만 있는 게 아니지 않습니까?”
제갈진석은 계책으로 유명한 제갈세가 가주답게 그의 의도를 단번에 간파했다.
“장 대협을 밀자는 말이군요.“
강남대협 장하.
이 자리에 모인 이들도 그의 명성을 알고 있었다.
남궁책이 턱수염을 쓰다듬으며 말끝을 올렸다.
“임시 맹주의 자리에 올랐다고 하나 장 대협은 아직 보여 준 것이 없지 않습니까?”
제갈진석이 그의 물음에 답했다.
“장 대협은 오월교 토벌에 혁혁한 공을 세워 황제조차 그를 인정하고 있으니, 보여 준 것이 없다고 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남궁책이 그에게 물었다.
“제갈 가주도 장 대협을 지지한다는 뜻입니까?”
제갈진석이 오른손을 살짝 들며 대답했다.
“당 사형처럼 적극적으로 지지하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구파일방에 끌려갈 바에는 장 대협이 나을 수도 있다는 뜻입니다.“
강남대협 장하를 적극적으로 지지하는 것은 사천당가 가주 당사선이었고, 제갈진석은 소극적으로 지지하고 있었다.
어쨌든 오대세가 가주 둘의 지지를 얻었으니, 그 세는 작다고 할 수 없었다.
“팽 형의 뜻은 어떻소?”
남궁책의 물음에 팽가 가주 팽현오가 대답했다.
“이쪽은 만난 적이 없으니, 잘 모르겠습니다. 다만 그의 명성이 높다는 것만은 알고 있습니다.“
팽현오는 뒤로 한 걸음 물러났다.
남궁책의 다음 질문이 악가 가주 악소번을 향했다.
“악가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악소번은 앞서 오악검파와 손을 잡을 바에는 구파일방이 낫다는 어조로 말한 바 있었다.
“장 대협이라. 생각해 볼 여지는 있는 것 같습니다.“
악소번은 소극적 지지에 가까운 중립이었다.
“여지라면 어떤 것입니까?”
“구파일방에서 내세운 조건이나 인물이 우리의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장 대협을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이번에는 제갈진석이 남궁책에게 물었다.
“반대는 남궁 형입니까?”
그의 물음에 남궁책이 긴 한숨을 내쉬었다.
“흐흠……, 가주들께서 장 대협을 좋게 보시는 모양이군요.“
악소번이 미간을 좁히며 그의 말을 받았다.
“장 대협을 좋게 본다기보다는 구파일방이 그만큼 미더운 것이겠죠.“
구파일방과 오악검파가 모두 싫다.
그렇다면 남은 선택지는 임시 맹주 장하뿐이었다.
“다들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우선, 사람을 보내서 만나보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임시 맹주 장 대협이 우리와 함께 갈 뜻이 있는지 없는지 알아본다는 말입니까?”
“그것이 낫지 않겠습니까?”
당사선이 고개를 끄덕이며 모두의 말을 받았다.
“그렇게 하는 것이 순리라 할 수 있겠군요.“
오늘 모임을 연 제갈진석이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그러면 제가 한번 장 대협을 만나보겠습니다.“
산동악가 가주 악소번이 눈썹을 올리며 그에게 물었다.
“사람을 보내는 것이 아니라 가주께서 직접 다녀오신다는 말입니까?”
제갈진석이 부드러운 목소리로 대답했다.
“다른 사람의 말을 믿기보다는 제 눈으로 그가 어떤 사내인지 확인하고 싶습니다.“
반대하던 남궁책도 그가 직접 다녀오겠다고 말하자 태도를 바꾸었다.
“음, 제갈 가주께서 직접 보고 판단하신다면, 저는 그 뜻을 따르겠소이다.“
제갈진석이 두 손을 모으며 그의 말을 받았다.
“남궁 형께서 불초를 믿어 주시니, 기쁘기 그지없습니다.“
남궁책이 오른손을 세우며 말끝을 높였다.
“제갈 가주를 믿지 않으면 그 누구를 믿을 수 있겠습니까?”
당사선은 오대세가의 뜻이 하나로 모인 것에 만족했다.
‘제갈 가주라면 분명 나와 같은 결론을 내릴 것이다.’
그가 내린 결론은 무림맹의 분열을 막기 위해서는 구파일방과 오악검파에 속하지 않은 이가 맹주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 * *
“각 문파의 대표들이 속속 도착하고 있습니다.“
명운에게 고개를 숙인 이는 하노대였다.
“수고하셨습니다.“
“맹주께서는 말을 편히 하시지요.“
명운이 고개를 흔들며 대답했다.
“아직 맹주라 칭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하면…….“
“영웅대연에서 뽑히게 된다면 그때 생각해 보겠습니다.“
하노대는 명운의 태도가 확실히 바뀌었다고 생각했다.
‘지난번과는 다르구나.’
지난 영웅연에서는 그를 비롯한 여러 무인의 요청에도 쉽게 움직이지 않았다.
한데 이번에는 영웅대연에서 뽑힌다면, 이라는 단서를 달고 있었다.
이는 영웅대연에 나서겠다는 뜻이었다.
“맹주께서 반드시 뽑히실 수 있으실 것입니다.“
명운은 고개를 흔들었다.
“세상에 반드시 라는 것은 없습니다.“
그는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맹주님…….“
“돌아가서 손님들을 잘 대접해 주십시오. 접대에 소홀함이 있다면, 표가 줄어들 것입니다.“
하노대가 두 손을 모으며 목소리를 높였다.
“존명.“
그는 뒷걸음으로 물러 나왔다.
“하 형, 맹주님과 만나고 나오셨습니까?”
밝게 웃는 이는 산동악가의 악민찬이었다.
“악 형, 맹주님을 뵈러 가는 길입니까?”
“그렇습니다.“
“오대세가에서는…….“
악민찬이 오른손을 흔들며 그의 말을 끊었다.
“가문의 의견은 아직 모릅니다.“
그는 영웅연에서 명운을 지지한 바 있으나 그것은 산동악가의 뜻이라기보다는 무림맹에 적을 두고 있는 오대세가 무인들의 뜻이었다.
“아직 가주님을 설득하지 못했다는 말이군요.“
“맹에 적을 두고 있으니, 가주님을 만나는 것이 어렵습니다.“
하노대는 맡은 일이 있었기에 악민찬과 오래 이야기를 나눌 수 없었다.
“들어가 보시지요.“
“알겠습니다.“
악민찬은 두 손을 모아 포권을 취한 뒤 명운의 집무실 앞으로 나아갔다.
“악민찬이 맹주님을 뵙고자 합니다.“
안에서 명운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들어오게.“
드르륵.
악민찬을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섰다.
“맹주님을 뵙니다.“
명운이 오른손을 휘두르며 말했다.
“예의를 너무 차리지 말게.“
그가 앉으라는 신호를 보냈으나 악민찬은 의자에 앉지 않았다.
“음, 자네…….“
악민찬이 목소리를 낮추며 말했다.
“맹주님께 전할 전서가 있습니다.“
명운이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난 그대를 경계하지 않으니, 직접 와서 전하게.“
황제는 물론이고 무림맹주 중에서도 암살을 경계해 외부인과 거리를 유지하는 이들이 있었다.
악민찬이 전서를 전하겠다고 밝힌 것은 이와 같은 이유 때문이었다.
그는 거리를 좁힌 뒤 고개를 숙이며 두 손으로 전서를 내밀었다.
“여기 있습니다.“
명운은 전서를 받아 들고는 낮게 신음했다.
“으음, 악 가주에게 온 것이 아니군.“
전서에 적힌 이름은 제갈진석이었다.
‘제갈진석이라면 제갈세가 가주가 아니던가?’
제갈진석은 지난 보위산 전투에는 참전하지 않았다. 다만 제갈세가는 많은 고수를 보내 맹주인 남궁민을 도운 바 있었다.
“여기서 읽고 답을 줘야 하는가?”
그의 물음에 악민찬이 답했다.
“당장 답을 주지는 않으셔도 됩니다. 다만 답장이 너무 늦으시면 안 됩니다.“
명운은 그의 답을 듣고는 짧게 말했다.
“그럼, 여기서 기다리게.“
찌익.
그는 겉봉을 뜯은 뒤 전서를 펼쳤다.
전서 내용은 아주 간단했다.
명운을 만나고자 개봉을 방문하려 하니, 날짜를 선택해 달라는 것이었다.
그는 전서에 적힌 날짜 중 하나를 택한 뒤 답장을 쓰기 시작했다.
악민찬은 명운의 붓 움직이는 솜씨가 나쁘지 않은 것을 보고는 시선을 집중했다.
‘무인의 거친 필체가 아니다.’
지난 생과 비교하면 명운의 필체는 퇴보했다고 할 수밖에 없었다.
그럼에도 그의 필체는 유명한 서예가의 서체와 견줄 만했다.
탁.
붓을 놓자 악민찬이 마른침을 삼켰다.
‘이렇게 유려한 필체를 지니고 있을 줄이야.’
그는 나름 서예에 조예가 있었기에 명운의 필체가 얼마나 뛰어난 것인지 알 수 있었다.
“먹이 마를 때까지 잠시 기다리게.“
“예, 맹주님.“
명운의 언행을 보고 있자면 무림맹주가 아닌 조정의 고위 관료 같았다.
‘이 사람은 정말로 자은사태를 쓰러뜨린 그 사람이 맞는지 모르겠군.’
자기 눈으로 직접 그 광경을 보았음에도 의심이 들 지경이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