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mon Returner RAW novel - Chapter (463)
463화 몰려드는 영웅들 (1)
대장군 민자충 그는 황제가 가장 신뢰하는 무인이자 가장 경계하는 장군이었다.
“신, 민자충이 폐하를 뵙니다.”
“일어나게.”
황제의 표정은 좋지 않았다. 민자충은 그 이유가 금의위 도독 오순 때문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오순의 용퇴가 폐하의 뜻이 아니었다는 말이군.’
그가 몸을 일으키며 말했다.
“조금 전에 오 도독을 만났습니다.”
황제는 두 사람이 들어오고 나간 시간이 비슷하기에 어느 정도는 그들의 만남을 예상할 수 있었다.
“물러나겠다고 하더군.”
민자충이 눈썹을 세우며 물었다.
“그 일 때문입니까?”
“그렇다네.”
민자충이 언급한 그 일은 강남대협 장하 제거를 뜻했다.
“결국 실패했군요.”
황제가 오른손을 들며 말했다.
“자네는 정말로 중원 소식에 관심이 없는 모양이군.”
“소관은 북쪽의 성벽을 지키는 무인일 뿐입니다.”
민자충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성벽은 단연코 만리장성이었다.
그는 만리장성에 가까운 천서에 대장군부를 설치하고 그곳에 머물고 있었다.
“정말로 모르는 건가?”
대장군 민자충이 두 손을 모으며 한쪽 무릎을 꿇었다.
“소관, 진정으로 아는 바가 없습니다.”
황제가 오른손을 흔들며 말했다.
“그냥 한 마디 물은 것인데, 예가 과하군.”
민자충은 군권을 쥐고 있는 대장군이 황제 앞에서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잘 알고 있었다.
“신이 강남대협 장하에 관한 이야기를 들은 것은 이곳 어전이 마지막이었습니다.”
그는 앞서 사천총병 사옥찬으로부터 강남대협 장하에 관한 보고를 받은 바 있었다.
그러나 장하가 개봉으로 북상한 이후에는 제대로 된 보고를 받을 수가 없었다.
물론 척후를 풀어 장하의 뒤를 쫓았다면 알 수도 있었겠지만, 장하와 관련된 일이 금의위로 넘어간 이후에는 관심을 두지 않았다.
“알겠네. 그러니 일어나게.”
대장군 민자충은 다시 몸을 일으켰다.
“성은이 망극합니다.”
황제는 짧게 한숨을 내쉬었다.
“후…….”
그는 속이 답답해 보였다.
“대장군은 그의 무위에 관해 얼마나 아는가?”
대장군 민자충이 두 손을 모으며 대답했다.
“사천총병 사옥찬의 보고에 따르면 백 명을 능히 꺾을 수 있다고 합니다.”
“그러면 이백이면 그를 잡을 수 있겠는가?”
완전무장한 정예병 이백 명으로 장하를 쓰러뜨릴 수 있는가 하고 물은 것이었다.
민자충이 두 손을 풀며 답했다.
“그가 도망치지 않고 끝까지 싸운다면 철기병 이백이면 그의 목을 벨 수 있을 것입니다.”
황제는 그의 대답에 마음이 약간 놓였다.
“철기병 이백이라. 그렇다면 크게 걱정할 무인은 아니라는 말이군.”
민자충은 한 가지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것은 무림인들이 그가 전제한 것처럼 군대와 끝까지 싸우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벌판에서 포위된 것이 아니라면 그들은 지형지물을 이용해 우리의 추격을 따돌리고자 할 것이다. 장하쯤 되는 무인이라면 작은 강을 가로지르거나 절벽을 뛰어넘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는 강남대협 장하를 처리하기 위해서는 천인대 하나로도 부족할 것 같다고 생각했다.
“폐하께서 명을 내리시면 당장 그의 목을 베어 바치겠습니다.”
황제가 크게 웃으며 말했다.
“하하하하, 자네와 같은 충신이 있어 내가 발을 뻗고 잘 수가 있네.”
황제는 웃었지만, 민자충의 얼굴은 더욱 굳어졌다.
“폐하, 즉시 병사를 준비하겠습니다.”
황제가 오른손을 들며 고개를 저었다.
“대장군, 아직은 그럴 필요가 없네.”
“하면…….”
“상황을 보고 결정하도록 하지. 강남대협 장하란 자가 무림맹의 임시 맹주가 되었다고 하니 말일세.”
무림맹 임시 맹주.
민자충은 살짝 미간을 좁혔다.
‘임시라 해도 대리 출신이 무인이 무림맹의 맹주가 되었다고?’
그가 알고 있는 상식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다.
‘뭔가 무림맹에 일이 있다는 말이군.’
그는 무림맹에 큰 관심이 없는 인물이었다. 그러나 황제가 주시하고 있으니, 강남대협 장하와 무림맹을 자세히 알아보아야 할 것 같다고 생각했다.
* * *
제갈세가 가주 제갈진석은 도포를 입은 채 밖으로 나왔다.
‘허허, 주변에 뭔 파리들이 이리 많은지 모르겠구나.’
앞서 명운이 낡은 객잔을 떠났음에도 객잔을 감시하는 이들이 적지 않았던 것이었다.
그는 아무것도 모르는 척 걸음을 옮겼다.
‘날 쫓아오는 건 둘인가?’
둘 다 무공은 삼류를 막 벗어난 수준이었다.
다시 말해 객잔을 감시하고 있는 이들은 그를 대수롭지 않게 생각한 것이었다.
그는 조금 더 쫓아오고 있는 이들에게 주의를 기울이기로 했다.
‘하나는 개방의 거지인데, 다른 하나는 모르겠구나.’
개방은 제갈세가가 정주에서 뭔가 일을 꾸미고 있다는 것은 알았지만, 가주가 이곳에 온다는 사실은 모르고 있었다.
그래서 개방은 제갈세가를 감시하기 위해 서른 명이나 되는 제자를 정주로 보냈다. 그를 쫓고 있는 거지는 이번에 정주에 도착한 서른 명 중 하나였다.
‘후후후, 그러면 한번 놀아 볼까?’
제갈진석은 사람들 사이로 걸음을 옮기며 팔진법을 펼쳤다.
그리고 잠시 뒤.
개방 제자의 시야에서 그의 모습이 사라졌다. 개방 제자는 그의 모습이 갑작스럽게 사라지자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어, 어디로 갔지?’
그는 무공이 뛰어난 자는 아니었으나 눈썰미가 있어 정주까지 온 것이었다.
그러나 제갈진석의 흔적은 그 어디에서도 찾을 수가 없었다.
‘분타주께 뭐라 말씀을 드린단 말인가?’
제갈진석을 놓친 것은 그만이 아니었다. 그와 오십보 거리를 두고 제갈진석을 추적하던 무인도 시야에서 제갈진석을 놓치고 말았다.
‘놈이 연기처럼 사라졌다! 설마 이것이 말로만 듣던 제갈세가의 진법인가?’
제갈진석이 펼친 팔진법은 그 유명한 제갈공명의 팔진도를 응용한 보법으로써 무공이 낮은 이들의 눈쯤은 쉽게 속일 수 있었다.
그는 두 추격자를 따돌리고는 속으로 짧게 웃었다.
‘훗, 역시 쫓아오지 못하는군.’
제갈진석은 추격자들을 따돌리고는 단숨에 정주를 벗어났다.
반 시진 뒤.
그는 정주 북쪽의 작은 나루터에 도착했다. 나루터에는 두 척의 배가 정박해 있었는데, 그중 한 척의 배에 어깨가 넓은 사내가 앉아 있었다.
“어째서 벌써 오시오?”
제갈진석이 누구를 만났는지 알고 있는듯한 말투였다.
“긴 대화가 필요 없더이다.”
나루터에서 제갈진석을 기다린 이는 하북팽가의 가주 팽현오였다. 그는 팽가로 돌아가는 길에 잠시 정주에 들러 제갈진석의 이야기를 듣고자 했다.
“별로였소?”
제갈진석이 배에 오르며 말했다.
“우선, 강으로 갑시다.”
팽현오는 그의 말에 어깨를 세웠다.
“제갈 형, 근처에 우리 말을 들을 수 있는 이는 없소.”
나루터 주변 갈대밭에는 팽가의 무인들이 잠복하고 있었다.
제갈진석 또한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는 배를 띄우길 원했다.
“우리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이는 없지만, 멀리서 우리를 바라볼 수는 있지 않겠소?”
팽현오는 그의 말을 듣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제갈 형이 그렇게 말하니, 배를 띄우지 않을 수 없구려.”
그가 손짓하자 사공으로 보이는 이가 밧줄을 풀고 노를 움직였다.
두 사람이 탄 배가 황하로 나아가니, 하북팽가 무인들은 긴장하지 않을 수 없었다.
“가주님께서 떠나셨다?”
“우리는 어떻게 되는 걸까?”
노련한 무인이 가문의 젊은이들을 다독였다.
“다들 동요하지 마라. 떠나신 것이 아니라. 이야기하기 위해 배를 띄우신 것이다.”
그는 젊은이들을 다독이고는 시선을 황하로 돌렸다.
‘우리가 들어서는 안 되는 이야기인 것 같구나.’
제갈진석이 배를 띄운 이유.
그것은 하나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물론, 팽현오도 대강은 그 이유를 짐작하고 있었다.
“이쯤이면 될 것 같네.”
그가 오른손을 들자 사공이 배의 방향을 틀었다. 그는 됐다는 말에도 손을 쉬지 않았다.
그 이유는 황하의 물살이 빨라 노를 멈추게 되면 배가 하류로 떠내려가기 때문이었다.
“제갈 형, 그래서 어땠소?”
제갈진석이 머리에 쓴 모자를 벗으며 대답했다.
“보통 사람이 아니더구려.”
“음, 보통 사람이 아니다? 그건 애매한 말이오.”
조금 더 구체적인 대답이 듣고 싶다는 이야기였다.
제갈진석이 살짝 말끝을 높였다.
“대리의 기린아라고 하면 아시겠소?”
대리의 기린아.
대리에서 낳은 영웅이라는 뜻이었다.
팽현오는 그의 대답에 목소리를 낮췄다.
“인상이 깊었던 모양이구려.”
“후후후, 이 제갈이 따라갈 수 없는 인물이었소.”
팽현오가 굵은 눈썹을 세우며 물었다.
“그 정도요?”
“문과 무, 모두 통달했다는 말이 과언이 아닌 듯했소.”
“대리에서 그런 인물이 나왔다니…….”
“대리를 기준으로 하면 수백 년 만에 나온 인물일 것이오.”
강남대협 장하는 대리에서 흔히 나오는 인물이 아니라는 뜻이었다.
“혹시 단씨의 후손이 아닐지 모르겠소.”
대리 단씨는 과거 중원 무림에까지 영향을 미칠 정도로 명성을 떨친 바 있었다.
그 단씨의 후손이라면 장하의 무공과 학문을 어느 정도는 설명할 수 있었다.
“그것까지는 모르겠소. 다만 단리원이 대리 단씨와 연관이 있으니, 그들의 영향을 받았다고 할 수는 있을 것이오.”
단리원은 그 이름에서 알 수 있듯 대리 단씨의 영향을 깊게 받은 사원이었다.
“결론은 어떻게 났소?”
팽현오가 가장 알고 싶은 것은 바로 이 부분이었다.
“그를 돕기로 했소.”
“그가 우리 제안을 받아들였단 말이오?”
“제안을 받아들였다기보다는…….”
팽현오가 미간을 좁히며 말끝을 높였다.
“뭔가 일이 있는 것이오?”
“이쪽에서 부탁했다고 표현하는 것이 어울릴 것 같소.”
“호락호락하지 않았다는 말이구려.”
제갈진석이 고개를 끄덕였다.
“대리의 기린아라고 하지 않았소.”
“어쨌든 그를 돕기로 했다니, 나는 그리 알겠소.”
오대세가는 구파일방과 손을 잡는 것이 아니라 강남대협 장하를 맹주로 추대하기로 했다.
팽현오는 이 사실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팽 가주는 그가 마음에 들지 않는 것 같소이다.”
팽현오가 고개를 흔들며 말했다.
“마음에 들고 안 들고가 어디 있겠소. 그저 가문을 위해 노력할 뿐이오.”
그는 구파일방과 강남대협 장하, 그 어느 쪽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
다만, 그 둘을 미워하는 것 또한 아니었다.
그의 태도는 좋게 말하면 중립이고, 나쁘게 말하면 수동적이라 할 수 있었다.
“그것은 이 제갈도 마찬가지라오.”
팽현오는 대화가 끝났다고 생각했는지 배를 돌리게 했다.
하나 제갈진석의 말은 끝나지 않았다.
“팽 형.”
“더 하실 말이 있으시오?”
“이번에 개봉으로 오실 때, 가능한 많은 무인을 데려오십시오.”
“음, 뭔가 느낌이 좋지 않은 모양이구려.”
제갈진석이 고개를 끄덕였다.
“구파일방이 세로서 우리를 누르려 할 것입니다.”
그는 구파일방의 계책을 반쯤은 꿰뚫어 보고 있었다.
* * *
명운과 하후문은 제갈진석보다 한발 앞서서 정주를 출발했다.
“여전히 많군요.”
하후문은 자신들을 추적하고 있는 이들의 수가 열을 훌쩍 넘는다는 사실을 깨닫고는 짧게 한숨을 내쉬었다.
“모두 우리를 보호해 주는 자들일세.”
명운은 태연했다.
“대협, 어찌 그리 마음을 놓으실 수 있으십니까?”
명운이 하후문의 물음에 답했다.
“저들이 우리를 습격하고자 했다면 벌써 모습을 드러냈을 것이네.”
그를 추적하는 이들은 그저 멀리서 바라만 볼 뿐 손을 쓰지 않을 것이라는 이야기였다.
실제로 오도육사와 싸운 뒤로는 실력 있는 자객은 나타나지 않았다.
‘독주를 마시긴 했지만, 이것은 나를 노린 것이 아니라 좌 맹주를 노린 것이었지.’
명운은 동창이 그를 노리고 짐독을 썼다는 것까지는 꿰뚫고 있지 못했다.
그는 누군가 좌건을 노리고 짐독을 썼다고 추측할 뿐이었다.
“제갈 가주를 만나신 일은 잘되셨습니까?”
하후문은 명운이 누구를 만났는지 알고 있었다.
“잘되었네.”
“그들이 큰 요구를 하지는 않았군요.”
명운이 고개를 흔들며 말했다.
“아닐세. 그들은 내게 큰 요구를 했다네.”
하후문은 그의 말에 눈이 커졌다.
“아니, 대협. 그 말씀은…….”
명운이 오른손 식지를 입술에 가져가며 그의 말을 잘랐다.
“쉬잇, 목소리가 너무 크네.”
그의 뒤를 따르는 이들은 일정 거리를 두고 그들을 쫓고 있었다.
그래서 어느 정도까지는 목소리를 높여도 그들의 대화가 들리지 않았다.
다만 목소리를 키울 경우, 거리거 먼 곳에서도 그들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죄송합니다. 제가 그만 흥분해서…….”
명운이 그의 궁금증을 풀어 주듯 말했다.
“그들이 내게 무림맹주가 되라고 하더군.”
하후문은 고개를 옆으로 기울였다.
“그게 무슨 말씀입니까? 이번 협상은 무림맹주 추대에 관한 조건이 아니었습니까?”
그는 오대세가 쪽 조건을 듣고자 명운이 정주까지 왔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실제 대화는 그렇지 않았다.
“조건이라니, 나는 무림맹주가 되겠다고 굳게 맹세한 사람이 아닐세.”
하후문은 명운의 대답을 듣고는 눈썹을 세웠다.
“대협께서 그리 말씀하셨다면, 오대세가는 자신들이 돕겠다고 나설 수밖에 없었겠군요.”
“문, 조금은 수읽기가 늘었군.”
“대협의 옆에서 계속 있었지 않습니까?”
명운은 하후문이 자신과 함께하며 성장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대주급 무인이 되고자 한다면 무공만이 전부가 아니다. 사람을 다스리는 법, 계책을 간파하는 법, 그리고 다른 이를 다루는 법 또한 알아야 한다.’
그는 하후문의 성장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조금 더 일찍 자네를 곁에 두었어야 하는 건데 말이야.”
“대협?”
“후후후, 아닐세.”
정주에서 협상은 간단했다.
명운은 영웅대연에서 무림맹주에 추대되고, 오대세가는 그것을 돕는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것을 부탁하는 쪽이 명운이 아닌 오대세가라면 차후 주도권 싸움에서 명운이 유리할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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