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mon Returner RAW novel - Chapter (465)
465화 몰려드는 영웅들 (3)
곤륜파를 찬성하는 쪽과 반대하는 쪽.
양쪽의 의견은 팽팽하게 맞섰다.
“곤륜파가 대마교 전선의 선봉으로 싸운 것은 모두가 인정하는 바입니다. 하지만 곤륜파는 멸문지화를 입어 그 생존자가 몇 명에 지나지 않습니다. 그들을 우대하는 것은 충분히 생각할 수 있으나 그들에게 의결권을 준다면, 규모가 있는 문파들이 납득하지 못할 것입니다.”
곤륜파를 반대하고 나선 것은 오악검파 중 하나인 숭산파였다.
구파일방은 숭산파가 오악검파를 대표해 전면에 나섰다고 생각했다.
‘오악검파는 아직 맹주좌를 포기하지 않은 모양이군.’
구파일방을 대표해 나선 이는 앞서 곤륜파를 추천한 아미파 이대제자 금옥수였다.
“곤륜파는 마교에 의해 멸문지화를 입었습니다. 우리는 결코 그들의 희생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그 어떤 문파가 그들처럼 싸웠습니까? 그 어떤 문파가 그들과 같은 죽음을 맞이했습니까? 영웅대연의 의결권은 그들의 희생을 기리기 위한 최소한의 성의 표시라고 생각합니다.”
곤륜파의 희생을 기리기 위한 의결권이다. 그녀는 이렇게 주장했다.
명운은 결론을 내지 않은 채 모두를 향해 말했다.
“의견이 갈리고 있으니, 다른 문파의 의견 또한 듣고자 합니다. 의견이 있으신 분들은 거수해 주십시오.”
그의 말이 끝나자 천의문 문주 마행이 손을 들었다.
“마 문주께서 말씀하시지요.”
명운이 허락하자 마행이 두 손을 모으며 말했다.
“곤륜파는 예로부터 청해에서 마교를 견제하는 역할을 맡았습니다. 그런 그들을 보호하지 못한 것은 본맹의 실책입니다. 우리는 곤륜파를 보호하기 위해 더 많은 고수를 보냈어야 합니다. 그러나 우리의 실책과 영웅대연의 의결권은 다른 이야기라 할 수 있습니다. 영웅대연의 의결권은 희생에 대한 보상이 아니라 영웅대연에 참석하지 못한 영웅들의 뜻을 대변하기 위한 것입니다. 멸문한 곤륜파가 청해 영웅들의 뜻을 대변할 수 있습니까? 그들이 지금 있는 곳은 어디입니까? 사천성이 아닙니까? 마모는 그들이 청해 영웅들의 뜻을 대변하기에는 부족하다고 생각합니다.”
곤륜파의 생존자들은 청성파와 아미파의 보호 아래 사천에 머무르고 있었다.
마행은 곤륜파가 청해가 아닌 사천의 이익을 대변한다고 주장했다.
그의 논조는 앞서 이야기한 숭산파의 그것보다 구체적이라고 할 수 있었다.
명운은 구파일방 쪽에도 다시 한번 기회를 주고자 했다. 그가 의견을 묻자마자 화산파 일대제자 진원도장이 나섰다.
“진원이 여러분께 말씀드리겠습니다. 본맹이 마주하고 있는 가장 큰 적이 무엇입니까? 열에 아홉은 마교라 말할 것입니다. 본맹 맹주의 가장 큰 책무도 마교와 싸우는 것일 것입니다. 곤륜파는 본맹에서 가장 오래 그리고 가장 자주 마교와 싸운 바 있습니다. 마교와 싸우기 위한 적임자를 뽑는다고 하면 반드시 그들의 의견을 들어야 할 것입니다.”
대마교 전선을 위해서는 곤륜파의 의견을 반드시 들어야 한다는 이야기였다.
그의 의견 또한 과거의 희생에 대한 대가로 의결권을 주자는 말보다 구체적이었다.
명운은 진원도장의 발언이 끝나자 모두를 향해 말했다.
“양쪽의 의견은 어느 정도 들은 것 같습니다. 그러면 거수로 결정하고자 합니다. 곤륜파의 의결권에 찬성하는 분들만 손을 들어 주십시오.”
손을 든 이가 과반을 넘게 된다면 곤륜파는 의결권을 가지게 되었다.
그러나 손을 든 이는 과반을 넘지 못했다. 구파일방이 그들을 지지했으나 손을 든 이는 열셋에 불과했다.
“과반을 넘지 못했기에 곤륜은 아쉽게도 다음을 기약해야 할 것 같습니다.”
구파일방 대표들은 오대세가가 일제히 반대하고 나서자 속으로 혀를 차지 않을 수 없었다.
‘설마 오대세가가 오악검파와 동맹을 맺은 것은 아니겠지?’
‘오대세가가 어찌 곤륜을 돕지 않을 수 있단 말인가?’
‘우리 구파일방에서도 이탈자가 나올 줄이야.’
구파일방의 이탈자.
그는 형산파 장문인 악흔이었다.
악흔은 구파일방이면서 오악검파의 일원이었기에 이번 거수에서는 오악검파의 손을 들어준 것이었다.
개방의 후개는 형산파 장문인 악흔이 홀로 다른 판단을 한 것을 두고 오악검파의 편을 들었다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필시 자신과 상의하지 않은 구파의 대표들에게 불만을 갖고 있는 것이겠지.’
형산파 장문인 악흔은 이곳에 모인 구파일방 대표들과 비교하면 그 항렬과 위치가 모두 높았다.
후개는 다른 구파에서 먼저 그를 찾아가 자세한 설명을 해야 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화산파의 진원도장과 무당파의 태인진인과 같은 이들은 그러한 일을 하지 않았다.
물론, 그를 찾아가지 않은 것은 개방의 후개도 마찬가지였다.
구파일방의 후기지수나 일대제자들은 형산파 장문인 악흔을 꺼리는 경향이 있었다.
“다음은 문파로 넘어가겠습니다.”
명운은 계속해서 의결권 후보를 이야기했다. 그러나 이번 후보도 과반에 미치지 못해서 탈락이었다.
“황산파도 아쉽게 다음을 기약해야 할 것입니다.”
이번에 탈락한 문파는 기룡검 장익천의 황산파였다.
‘여덟 자리를 더 뽑는 것이니, 남은 자리는 일곱이다.’
명운은 잇달아 세 문파를 더 후보에 올렸으나 그들도 모두 탈락이었다.
“의견이 일치하는 문파가 많지 않군요.”
이대로 간다면 남은 일곱 자리를 모두 채우지 못할 가능성까지 있었다.
화산파 진원도장이 두 손을 모으며 명운에게 물었다.
“맹주께 묻겠습니다. 만에 하나 빈자리가 모두 채워지지 않으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명운은 의결권을 가진 문파를 서른둘에서 마흔으로 늘릴 것을 밝힌 바 있었다.
“본맹주는 의결권을 가진 문파를 무리해서 늘리진 않을 것입니다.”
지금처럼 계속 의견이 어긋난다면 무리해서 의결권을 가진 문파를 추가하지 않겠다는 말이었다.
구파일방 대표들은 그의 대답에 만족했다.
‘우리가 뜻을 하나로 모은다면 오악검파나 오대세가와 가까운 문파를 배제할 수 있을 것이다.’
공격은 불가하다고 해도 수비는 충분히 가능하다는 것이 그들의 판단이었다.
“계속하겠습니다.”
이번에 새로운 의결권 후보로 나선 문파는 보위산 천봉에서 공을 세운 바 있는 오행문이었다.
“오행문은 전전대 맹주께서 가시는 곳이라면 어디든 수행하였으며, 책자에 나와 있는 것처럼 천봉에서 크고 작은 공을 세웠습니다.”
오행문은 대대로 오악검파나 구파일방보다는 개봉이라는 지역을 대표하는 성격이 강했다.
구파일방은 오행문을 추천한 것이 천의문 문주 마행이라는 것을 알자 반대하기로 뜻을 모았다.
이윽고 거수가 이어지자 그들은 일제히 손을 들지 않았다.
“손을 든 분들의 수가…….”
명운은 처음에는 눈으로 수를 세었다가 그다음에는 손으로 일일이 수를 세었다.
이윽고 그가 시선을 옆으로 돌렸다.
“태원각주께서도 숫자를 세어 보시죠.”
그는 교차 확인을 원했다.
태원각주 조명은 명운의 지시에 두 손을 모으며 자리에서 일어나 손을 든 이의 숫자를 세었다.
“열여섯입니다.”
서른두 문파 중 딱 절반인 열여섯이 손을 든 것이었다.
“열여섯은 절반이기는 하나 과반이라 할 수 없으니, 아쉽게도 다음을 기약해야 할 것 같습니다.”
오행문은 무림맹 총단과 가까운 문파였으나 명운은 규정을 정확하게 적용해 오행문의 의결권을 포기했다.
이것을 본 구파일방 대표들은 명운이 사심을 가지고 의결권을 늘린 것이 아니라는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다른 이는 몰라도 맹주는 의결권으로 이득을 보려고 한 것은 아닌 것 같군.’
‘지금까지 뽑힌 문파는 해남파가 유일하다. 해남파는 장 맹주와 연관이 있다고 보기 힘드니, 그가 본 득은 없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형산파 장문 악흔은 명운을 공명정대하다고 생각했기에 애초에 그들과 같은 의심을 하지 않았다. 그는 다만 구파일방과 오대세가 그리고 오악검파가 뜻이 갈려 반대를 일삼는 것을 확인하고는 탄식할 따름이었다.
‘맹을 위해 싸운 문파들의 공을 기리는 것이 아니라 서로 이득을 볼까 두려워 견제만을 생각하는구나.’
물론, 그도 곤륜파가 의결권을 가지는 것을 반대한 바 있었다.
그러나 그가 곤륜파의 의결권을 반대한 것은 아미파가 곤륜파를 움직일 수 있기 때문이었다.
“이번에는 본맹주가 문파를 추천해 보겠습니다.”
오악검파도 구파일방도 아닌 맹주의 추천.
여러 문파 대표들의 시선이 명운을 향했다.
‘맹주가 직접 추천한다고?’
‘누가 맹주의 뒷배인지 알 수 있겠군.’
‘문이나 파가 아닌 세가는 아니겠지?’
청성파 이대제자 영진도장이 두 손을 모으며 말했다.
“맹주께서 추천하신다면 분명 훌륭한 문파겠군요.”
명운이 옅은 미소를 지으며 그의 말을 받았다.
“본맹주는 훌륭한 문파가 아니라 본맹과 무림을 위해 공을 세운 문파를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후개는 명운이 어떤 문파를 자신의 편으로 점찍었는지 맞혀 보고자 했다.
‘지난 영웅연을 생각한다면 황산파가 가장 적합했을 텐데 장 맹주는 황산파를 지지하지 않았다. 설마…….’
그가 설마 하면서 머릿속에 떠올린 문파는 대리의 단리원이었다.
맹주 장하가 출신 문파에 의결권을 주고자 할 수도 있다고 생각한 것이었다.
하지만 단리원은 책자에 짧게 언급되어 있을 뿐, 큰 공을 세운 문파라고 할 수 없었다.
‘만에 하나 단리원을 이야기한다면 자신의 세가 부족하다는 것을 만천하에 알리는 것이 될 것이다.’
후개는 단리원을 언급하는 순간 영웅대연은 기약할 수 없이 멀어진다고 생각했다.
명운이 모두를 향해 추천하는 문파를 이야기했다.
“제가 여러분께 추천할 문파는 양산의 청룡사입니다.”
양산의 청룡사.
그의 추천 문파는 모두의 허를 꿰뚫었다.
“처, 청룡사란 말입니까?”
소림사를 대표해 개봉에 온 일흥대사는 나직이 불호를 읊었다.
“아미타불.”
이곳에 모인 이들은 명운이 불문의 명문 청룡사를 언급하리라고는 예상조차 하지 못했다.
명운이 또렷한 목소리로 말했다.
“청룡사는 소림사만큼은 아니지만, 무림맹과 함께 여러 전장에서 싸웠습니다. 특히 정묘각주께서는 여러 차례 부상을 입었음에도 주먹을 내리지 않았습니다. 정묘각주의 공과 청룡사의 공을 합하면 충분히 의결권을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의 말대로 양산의 청룡사는 무림맹 정묘각주 형우제의 출신 문파이기도 했다.
“청룡사는 인정합니다.”
“청룡사라면 의결권을 갖고 있어도 이상하지 않습니다.”
“소인은 양산의 무인들을 대표하는 문파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여러 문파 대표가 속속 지지를 밝혔다.
구파일방이나 오악검파 또한 청룡사가 불문의 문파인지라 대놓고 반대할 수 없었다.
개방의 후개는 명운이 청룡사라는 패를 내밀자 속으로 감탄을 금할 수 없었다.
‘청룡사라면 확실히 통과될 가능성이 크지. 장 맹주의 심모는 과연 뛰어나구나.’
그는 단리원을 생각했던 자신이 어리석었다며 자책했다.
“그러면 거수에 들어가겠습니다. 청룡사의 의결권을 지지하는 분들께서는 손을 들어 주십시오.”
세어 볼 것도 없었다.
구파일방과 오악검파에서도 절반이 손을 들었으니, 손을 든 이의 수가 스무 명을 넘었다.
“많은 분께서 본맹주와 뜻을 같이해 주셨군요. 청룡사는 이로써 영웅대연에서 의결권을 갖게 되었습니다.”
태원각주 조명은 명운이 처음부터 마흔 자리를 다 채우는 것이 목적이 아니었을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그가 원하는 문파 중 한둘을 이 자리에 더하는 것이 목적이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가 의문을 제기한 것은 그렇게 한다고 해도 과반에는 미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구파일방의 의결권 수는 모두 열, 우리 오악검파 또한 넷이다. 그러면 나머지 문파 중 하나 또는 둘을 빼고는 전부 지지를 얻어야 맹주가 될 수 있다는 것인데…….’
그는 그것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다.
‘설마 모두 과반이 불가능한 상황을 만들고자 하는 것은 아니겠지.’
영웅대연에서 과반을 넘는 후보가 나오지 않는다면 가장 많은 지지를 받은 이가 맹주가 되는 것이 아니라 가장 지지를 많이 받은 상위 두 사람을 뽑아 모두에게 다시 의견을 묻게 되어 있었다.
‘어쩌면 장 맹주의 목표는 최종 후보 두 사람에 이름을 올리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것이 목표라면 이번 회의를 이해할 수 있었다.
명운은 계속해서 회의를 진행했다. 하지만 이후 나온 세 문파도 모두 의견이 갈리면서 의결권을 얻지 못했다.
“여러 문파의 의견이 갈리고 있습니다. 본맹주는 맹을 위해 싸운 이들의 공이 더 높은 평가를 받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더 많은 문파에 지지를 보내 달라는 이야기였다. 하지만 명운이 이와 같은 말을 하고 나서도 황보세가가 탈락하는 등 의결권을 부여받은 문파는 없었다.
“이제 더 추천할 문파가 없는 것 같군요.”
명운의 목소리가 낮게 깔리자 서른두 문파의 대표가 두 손을 모았다.
“맹주께 죄송스러울 따름입니다.”
구파일방은 해남파와 청룡사 둘만 의결권을 갖게 된 것에 만족했다.
‘해남파는 전통적으로 구파에 가까웠으니, 우리 손을 들어줄 가능성이 크다. 그리고 청룡사 또한 불문에 그 뿌리를 두고 있으니, 소림의 영향을 무시할 수 없을 것이다.’
오악검파는 구파일방과 친분이 있는 문파를 모두 쳐 내긴 했지만,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문파를 단 하나도 통과시키지 못했다.
‘다시 한번 구파에 밀렸구나. 하지만 장 맹주에게 밀리진 않을 것이다.’
그들은 맹주 장하가 고작 하나의 문파만을 손에 넣었을 뿐이라고 생각했다.
하나 실상은 그렇지 않았다.
명운은 오대세가와 형의문, 그리고 한중검파의 지지를 이미 확보하고 있었다.
‘청룡사를 더하면 여덟이군.’
그는 구파일방의 열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오악검파의 넷은 이미 넘어서고 있었다.
다시 말해 영웅대연이 오늘 열린다면 그는 과반을 넘지는 못하지만, 최종 후보 두 사람 안에는 들 수 있었다.
“오늘 회의는 해남파와 청룡사 두 문파를 더하는 것으로 끝내고자 합니다.”
그가 회의를 끝내고자 하자 후개가 두 손을 모으며 물었다.
“맹주께서는 탈락한 문파들에 다시 기회를 주지 않으시는 것입니까?”
명운이 부드러운 목소리로 그의 물음에 답했다.
“의결권을 가지는 문파는 그 공에 이견이 있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견이 있는…….
그러니까 논쟁이 일어날 수 있는 문파의 합류는 피하고 싶다는 것이 명운의 이야기였다.
“맹주님의 뜻에 따르겠습니다.”
후개가 물러나자 다른 문파 대표들도 고개를 숙였다.
“맹주님의 뜻에 따르겠나이다.”
명운이 두 손을 모으며 그들의 말을 받았다.
“이만 파하겠습니다.”
그의 한마디로 서로의 의견이 갈렸던 회의가 파했다.
후개는 대전에서 물러나며 생각했다.
‘오늘 승리한 것은 정말로 장 맹주였을까?’
그는 명운의 생각을 다 읽을 수 없어 미간을 좁힐 뿐이었다.
그가 대전 밖으로 나왔을 때였다.
“어떻게 생각하나?”
그의 의견을 물은 것은 화산파 대표 진원도장이었다.
“진원 사숙, 후개가 인사 올립니다.”
진원도장은 화산파 일대제자였기에 항렬에서 후개를 크게 앞섰다.
물론, 후개는 개방의 이인자였기에 진원도장도 쉽게 하대할 수 없었다.
“인사는 됐네. 그저 그대의 의견을 듣고 싶군.”
후개가 걸음을 옮기며 말했다.
“절반의 성공이라 평하고 싶습니다.”
“절반의 성공인가?”
“이곳에 왔을 때 가장 걱정한 것은 여덟 자리를 맹주의 뜻대로 가져가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맹주의 뜻대로 의결권을 가져간 문파는 청룡사 하나뿐이었습니다.”
진원도장이 그와 함께 걸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 하나만으로는 뭔가를 할 수 없겠지.”
“다만, 걱정되는 것이 하나 있습니다.”
진원도장이 말끝을 높였다.
“걱정되는 것이 있다니, 그것이 무엇인가?”
후개가 목소리를 낮추며 대답했다.
“이번 일로 맹주를 지지하는 문파가 늘지 않았을지 걱정이 됩니다.”
“장 맹주를 지지하는 문파가 늘어났다고?”
“맹주는 이번 회합에서 자신의 뜻이나 지지하는 문파를 밀어붙이지 않았습니다.”
진원도장은 후개의 대답을 듣고는 턱을 쓰다듬었다.
“음, 듣고 보니, 그렇군. 장 맹주는 공명정대하게 회합을 주도했지.”
후개가 덧붙이듯 말했다.
“장 맹주가 이번 회합을 연 것은 자신의 능력과 공명정대함을 천하에 알리기 위해서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진원도장은 그의 말을 듣고는 충격을 받은 사람처럼 걸음을 멈췄다.
“그 말은……. 의결권은 미끼일 뿐이라는 말인가?”
그를 비롯한 구파일방 대표들은 의결권의 향방만을 주목했을 뿐 무림맹주 장하는 전혀 주목하지 않았다.
‘모든 것이 그의 의도대로란 말인가?’
어쩌면 구파일방과 오악검파는 무림맹주 장하의 손에서 놀아났을 뿐일지도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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