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mon Returner RAW novel - Chapter (466)
466화 진짜와 가짜 (1)
무림맹 회합이 끝난 뒤.
명운은 태원각주 조명과 정묘각주 형우제, 연수각주 제갈서준을 집무실로 불렀다.
“영웅대연에서 서른넷 문파가 다음 맹주를 결정할 것입니다.”
세 사람은 모두 무림맹 회합에 참석했기에 그 내용을 알고 있었다.
“해남파와 청룡사, 두 문파만 더해진 것은 참으로 아쉬운 일입니다.”
연수각주 제갈서준은 더 많은 문파가 의결권을 가지게 되지 못한 것에 아쉬움을 표했다.
“각 문파의 뜻이 다르니 어쩔 수 없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그들의 뜻을 겸허하게 받아들여야 합니다.”
명운의 태도는 태원각주 조명을 감탄하게 했다.
‘다른 맹주라면 자신의 뜻대로 회합이 진행되지 않은 것에 크게 화를 냈을 텐데, 장 맹주는 다르구나.’
그는 오악검파를 대표하는 무인이었지만, 조금씩 명운에게 끌리고 있었다.
“정묘각주께 한 말씀드리겠습니다.”
명운이 정묘각주 형우제에게 시선을 돌리자 형우제가 두 손을 모은 뒤 위로 들었다.
“귀를 열고 맹주님의 말씀을 듣겠습니다.”
명운은 미소를 머금었다.
“대단한 이야기는 아닙니다. 오늘 회합에서 있었던 이야기를 형 각주께서 사문에 그대로 전해 주십시오.”
오늘 의결권을 갖게 된 청룡사는 정묘각주 형우제의 사문이었다.
명운은 형우제를 보내 청룡사에 이와 같은 소식을 알리고자 했다.
형우제가 목소리를 높이며 그의 명을 받았다.
“이 형모 맹주님의 뜻을 본문에 전하도록 하겠습니다.”
명운은 그에게 지시를 내린 뒤 태원각주 조명을 향해 말했다.
“태원각주께서는 영웅대연의 날짜에 맞춰 각 문파에 명첩을 돌려주십시오.”
그는 회합이 끝나자마자 영웅대연의 준비를 시작하고자 했다.
태원각주 조명이 그에게 되물었다.
“각 문파라 하면 지난 영웅대연에 참석했던 문파들을 위주로 보내면 되겠습니까?”
명운이 부드러운 목소리로 설명을 덧붙였다.
“지난 영웅대연에 참석한 문파와 최근 세가 커지고 있는 문파를 모두 고려해 주십시오. 그리고 먼 문파부터 명첩을 보내, 먼 문파와 거리가 가까운 문파가 같은 시기에 명첩을 받을 수 있도록 안배해 주시기 바랍니다.”
태원각주 조명이 두 손을 모으며 고개를 숙였다.
“조명, 맹주님의 명을 받들겠나이다.”
명운은 마지막으로 연수각주 제갈서준에게 명을 내렸다.
“연수각주께서는 영웅대연에 참석할 영웅들의 숙소와 대접을 준비해 주십시오.”
그는 무림맹 총단을 찾아올 손님들에 대한 준비를 제갈서준에게 맡기고자 했다.
제갈서준 또한 조명과 마찬가지로 두 손을 모으며 그의 명을 받았다.
“맹주님의 명에 따라 손님을 맞을 준비를 하겠습니다.”
명운은 그에게 명을 내린 뒤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제 이야기는 여기까지입니다. 세 분께서 제게 하실 말씀이 있으시다면 해 주십시오.”
제갈서준이 두 손을 내리며 고개를 내저었다.
“오늘의 회합은 깔끔하기 그지없었습니다. 맹주께 건의하거나 물을 것이 없었습니다.”
명운은 시선을 태원각주 조명에게 돌렸다.
“조 각주께서는 어떠십니까?”
조명이 두 손을 다시 모으며 대답했다.
“저 또한 오늘 맹주께서 보여 주신 모습에 탄복하였습니다.”
그의 한마디는 살짝 아첨이 섞여 있었으나 절반 정도는 진심이었다.
‘구파일방의 압박에 굴하지 않았다는 것만으로도 장 맹주의 자질은 대단하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전대 맹주인 좌건 같은 경우 구파일방 무인들이 대거 회의에 참석하며 언성을 높이며 날이 선 모습을 보여 주는 일이 많았다.
하지만 명운은 구파일방의 맹공을 부드럽게 넘기며 대인의 모습을 보여 주었다.
이는 그의 그릇이 좌건보다 크다는 뜻이었다.
명운이 시선이 마지막으로 남은 형우제를 향했다.
형우제는 앞선 두 사람과 마찬가지로 두 손을 모았다.
“맹주께서 본문을 추천해 주시니, 감격할 따름입니다. 청룡사의 많은 형제들이 맹주께 감사할 것입니다.”
명운은 그의 말을 듣고는 포권을 취했다.
“감사한 것은 본맹입니다. 청룡사는 마교와 싸움은 물론 최근에는 금선방 토벌도 함께하며 맹에 큰 힘을 보탰습니다. 이를 어찌 보답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그의 겉모습은 약관에 지나지 않았으나 말과 행동은 노강호의 그것과 같다고 할 수 있었다.
형우제는 그런 명운의 노련한 모습에 탄복했다.
‘장 맹주께서는 좌 맹주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격이 있다.’
그는 명운이 무림맹의 맹주가 되면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 * *
무림맹 수뇌부들은 이번 회합에 만족하고 있었으나 당오비나 제갈연연 같은 실무진 쪽에서는 만족할 정도의 성과가 나오지 않았다고 생각했다.
“당 형, 당 형께서는 회합에 참석지 않으셨습니까? 일이 어떻게 된 겁니까?”
당오비에게 목소리를 높이는 이는 하북팽가의 팽도원이었다.
“구파일방과 오대세가, 그리고 오악검파의 의견이 충돌하였습니다.”
“그래서 목표한 여덟 문파가 아니라 두 문 파밖에는 이름을 올리지 못한 겁니까?”
당오비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되었습니다.”
그도 지난 회합을 만족하지 못하는 사람 중 하나였다.
“적어도 우리 오대세가에서 원하는 문파 하나는 들어갔어야 합니다.”
제갈연연은 연수각주 제갈서준으로부터 결과를 통보받고는 미간을 좁힌 바 있었다.
당오비가 그녀에게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
“회합 중에 황보세가가 추천을 받았지만, 명단에 이름을 올리지는 못했네.”
황보세가의 황보천은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는 말을 듣고는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아직 본가의 명성이 오대세가에 미치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당오비가 오른손을 앞으로 내밀며 말했다.
“그렇지 않네. 황보세가가 이름을 올리지 못한 것은 우리 오대세가의 힘이 구파일방에 미치지 못했기 때문일세.”
황보천은 구파일방이 반대했음을 알고는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후우……. 그자들은 겉으로는 정의를 외치지만, 속으로는 자신들의 이득만을 추구할 뿐입니다.”
당오비가 시선을 허공으로 돌리며 말했다.
“고인 물은 썩기 마련이지.”
그는 구파일방에도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구파일방을 보고 있으면 가슴이 답답해진다.’
구파일방은 중원을 지키는 방패이자 무림맹의 대들보였지만, 최근에는 그 어떤 변화도 받아들이고자 하지 않았다.
‘참마대란 것을 만들었다고는 하지만, 아직 전장에 한 번도 나서지 않았다.’
그는 마교와 싸우기 위한 참마대마저 구파일방의 기득권을 지키기 위한 무력 집단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당 사형, 맹주께서는 이번 결과에 실망하셨습니까?”
제갈연연의 물음에 당오비가 답했다.
“그렇지 않네.”
“맹주께서 이번 회합에 만족하셨다는 말입니까?”
“맹주께서는 이런 결과가 나오리라 이미 예상하고 계셨던 것이 아닐까 싶네.”
당오비는 명운의 부드러운 목소리와 자연스러운 행동을 똑똑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맹주의 언행에서는 어떠한 노여움도 나타나지 않았다.’
이는 감정을 완전히 절제했거나 회합의 결과를 이미 예견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맹주께서 멀리 내다보고 계신다는 뜻이군요.”
당오비가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는 맹주님의 솜씨를 이미 한번 접하지 않았나.”
그가 말한 명운의 솜씨는 현원문에 대한 판결이었다.
명운은 현원문의 일을 키워 구파일방과 맞서는 대신 현원문의 반란을 마교와 연결시켜 무림맹 안에서 내분이 일어나는 것을 막았다.
당오비를 비롯한 오대세가 사람들은 명운의 계책이 꼼꼼하며 빈틈이 없다고 평가했다.
‘이번에 죽은 것은 맹주님을 직접 습격한 자들뿐이었다.’
명운은 현원문 제자 중 일곱을 참수했고, 현원문주 채양과 나머지 제자들은 현원문으로 돌아가 근신하라는 명을 내렸다.
이는 현원문주와 현원문이 벌인 일을 생각하면 관대한 처분이라고 할 수 있었다.
“당 형은 맹주께서 앞으로 어떻게 하실 것이라고 예상합니까?”
“맹주께서는 그대로 나가시지 않겠나?”
“그대로라면…….”
당오비가 살짝 목에 힘을 주었다.
“서로는 마교를 견제하고 안으로는 내치에 힘쓰며, 동으로는 난적과 해적을 토벌하고자 하시겠지.”
동쪽의 난적은 제남을 중심으로 산동에 널리 퍼진 녹림의 무리들을 말했다.
이들은 녹림십팔채와 별개의 세력을 형성하였으며 여러 산채를 두고 산동의 백성들을 괴롭히고 있었다.
“하나 영웅대연이 곧 입니다.”
영웅대연까지 뭔가 성과를 내기에는 시간이 부족하다는 이야기였다.
“나도 그것이 아쉬울 따름이네.”
반년만 시간이 더 있었으면 명운은 중원 무림인들이 주목할 만한 성과를 냈을 것이었다.
하지만 영웅대연은 석 달도 채 남아 있지 않은 상황이었다.
‘장 맹주에게 가장 부족한 것은 시간이려나.’
그는 명운이 시간과 싸움을 벌이고 있다고 생각했다.
같은 시각.
개방 총타.
후개는 용두방주에게 예를 취한 뒤 그 옆에 앉았다. 그가 앉자 용두방주가 물었다.
“회합은 어떻게 되었느냐?”
후개는 회합의 결과를 짧게 보고했다.
용두방주는 추천을 받은 여러 문파 중 해남파와 청룡사만이 이름을 올렸다는 소식을 듣고는 고개를 천천히 끄덕였다.
“음, 각 문파의 의견이 많이 갈렸다는 말이구나.”
후개가 그의 말을 받았다.
“구파일방과 오대세가 그리고 오악검파는 조금도 물러섬이 없었습니다.”
“맹주의 표정은 어땠느냐?”
용두방주는 명운의 의도를 읽고자 했다.
“시종일관 태연했습니다.”
“이미 이런 상황을 예상했다는 말이냐?”
“제자가 보기에는 그러했습니다.”
용두방주는 후개의 명석함을 잘 알고 있었다.
“네가 보기에는 이번 회합에서 맹주가 무엇을 얻었다고 생각하느냐?”
후개는 그의 물음에 막힘없이 대답했다.
“장 맹주는 명성을 얻었습니다.”
용두방주는 그의 대답을 듣고는 미간을 좁혔다.
“청룡사가 아니라 명성이라고?”
후개가 목소리를 가다듬으며 대답했다.
“이번 회합에서 장 맹주는 그 누구보다 덕이 높은 모습을 보여 주었습니다. 구파일방이나 오악검파의 대표에게는 그러한 모습이 보이지 않았을지도 모릅니다. 하나 다른 문파들에는 그러한 모습이 똑똑히 보였을 것입니다. 그들은 이번 회합으로 무림맹주 장하가 풋내기가 아닌 거인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 것입니다.”
용두방주는 후개가 무엇을 지적하고 있는지 잘 알고 있었다.
‘풋내기가 아니라 거인이라. 장 맹주가 어느 쪽에서도 서지 않고 중립을 지키고 있는 문파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는 뜻이군.’
그는 명운이 중립 문파에게 자신의 매력을 보여 주기 위해서 이번 회합을 소집했음을 알 수 있었다.
“네 말에 따르면 장 맹주가 속으로 웃었다는 말이구나.”
후개가 두 손을 모으며 고개를 숙였다.
“제자는 그렇게 보았습니다.”
그가 대답하며 예를 갖춘 것은 객관적인 사실이 아니라 자신의 의견을 많이 담고 있다는 사실을 내비친 것이었다.
“수고했다.”
“제자,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입니다.”
회합이 관한 대략적인 보고가 끝나자 용두방주가 말을 부드럽게 하며 물었다.
“구파는 어떠했느냐?”
개방을 제외한 다른 아홉 문파의 뜻을 물은 것이었다.
“변함이 없었습니다.”
용두방주는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숭산의 소나무 같았다는 말이구나.”
후개는 용두방주가 구파와 같은 길을 가고 있지만, 그들을 마냥 좋게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방주님과 구파의 장문인들은 몇 년 전부터 좋지 않았지.’
구파와 개방의 사이가 틀어지게 된 결정적인 계기는 금선방 정벌이었다.
당시 개방은 장로급 무인이 전사하는 등 큰 피해를 입었으나 구파는 무당만이 적극적으로 나섰을 뿐, 이렇다 할 도움을 주지 않았다.
보위산 전투도 마찬가지였다.
소림과 무당은 각기 고수를 보내 마교를 견제하였으나 장문인이 직접 전선에 나서진 않았다.
“구파는 무림맹을 장악한 뒤 다른 것을 살피고자 하는 것 같았습니다.”
용두방주가 수염을 쓰다듬으며 말했다.
“다른 문파에는 그 모습이 마치 맹주좌를 탐하는 것처럼 보일지도 모른다.”
그는 구파일방의 명성이 예전 같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오월교를 토벌한 것도 결국에는 장 맹주였지 않은가?’
물론, 오월교 토벌에 구파일방이 손을 놓고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귀주의 오월교가 사천을 침범하자 아미파와 청성파는 제자들을 보내 관군을 지원하게 했다.
그러나 딱 여기까지였다.
그들은 명운이 귀주의 오월교 본산을 칠 때 협력하지 않았다.
오월교 본산으로 향했던 무인들은 무림맹에 적을 둔 당오비나 제갈연연 같은 이들이었다.
‘구파는 마교를 싸우기 위해 참마대를 편성했지만, 오월교는 방치하고 말았다.’
그는 마교에 대한 구파의 집착이 좋지 않은 쪽으로 연결되고 있다고 생각했다.
“숭산으로 가 보겠느냐?”
용두방주의 물음에 후개가 멈칫했다.
“숭산 말입니까?”
용두방주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숭산에 구파의 후기지수들이 모여 있지 않으냐.”
“참마대 말씀이시군요.”
참마대는 마교와 싸우기 위해 편성된 구파일방의 최정예 부대라 할 수 있었다.
“뜻이 없느냐?”
후개가 두 손을 모으며 대답했다.
“제자는 마교보다는 무림맹에 더 신경을 써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지금은 마교가 아닌 무림맹을 생각할 때라는 이야기였다.
“좋다. 그러면 이곳에 남아 영웅대연을 준비하라.”
그는 후개에게 영웅대연을 맡기고자 했다.
‘후개라만 잘 해낼 것이다.’
후개는 용두방주가 영웅대연을 통해 자신을 또 한 번 시험하고자 한다는 것을 알았다.
‘영웅대연과 같은 큰 행사를 운영할 능력을 지니고 있는지 시험하고자 하시는 것이다.’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허리를 숙였다.
“제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용두방주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후개에게 장 맹주가 큰 벽이 되지 않을까 걱정이 되는구나.’
후개와 무림맹주 장하는 세대가 같았다. 그 말은 즉 후개는 강호를 떠날 때까지 장하와 비교될 수밖에 없다는 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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