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mon Returner RAW novel - Chapter (481)
481화 맹주와 교주 (6)
빙왕은 추격대가 따라붙지 않는 것을 보고는 역시라고 생각했다.
‘안에 내응하는 이들이 있는 것이 분명하다.’
모든 것은 교주 명운의 안배대로.
그녀는 담을 몇 개 더 넘은 뒤 저택을 빠져나와 작은 길로 접어들었다.
그리고 잠시 뒤.
그녀는 조광과 노서를 만났다.
“수고하셨습니다.”
빙왕은 주변을 살피며 검에 묻은 피를 닦았다.
“이곳은 괜찮은지 모르겠군.”
“마차에 타시죠.”
빙왕이 마차 안으로 들어서자 노서가 갈아입을 옷을 꺼냈다.
그러자 빙왕이 오른손을 들었다.
“피를 닦고 입어야 한다.”
그녀는 몸을 씻은 뒤 옷을 갈아입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다.
“목욕 후 갈아입을 옷은 따로 준비하였습니다.”
“하면 그 옷은?”
“피 냄새를 줄이기 위한 옷입니다.”
지금 입고 있는 옷을 버리는 것이 우선이라는 말이었다.
“이것도 교주님의 안배인가?”
“곽 대협의 생각입니다.”
곽권.
이 이름은 조광의 가명이었다.
“흠, 효과가 있을까?”
조광이 마차 밖에서 그녀의 물음에 답했다.
“개들은 가장 짙은 피 냄새를 따라가기 마련입니다.”
추격대가 개를 이용해 그녀를 찾을 때 도움이 될 것이라는 이야기였다.
“알겠네.”
빙왕은 마차 안에서 겉옷을 갈아입었다. 그녀가 옷을 버리자 조광은 그것을 받은 뒤 대기하고 있던 노새에 묶었다. 그러고는 반대 방향으로 노새를 달리게 했다.
“멀리 가라!”
빙왕은 조광의 계책을 보고는 속으로 살짝 감탄했다.
‘제법이구나.’
추격대가 개를 이용한다면 그들이 탄 마차가 아닌 피 묻은 옷을 달고 있는 노새를 쫓을 가능성이 컸다.
“이동하겠습니다.”
조광은 마부석에 오른 뒤 마차를 몰았다.
빙왕은 그와 함께 움직이며 생각했다.
‘믿기지 않는구나. 이렇게 쉽게 황제를 죽일 수 있다니.’
서장에서 무공을 연마할 때만 해도 황제란 너무나 먼 존재였다.
하나 그녀는 오늘 그 황제를 베었다.
‘물론, 내가 황제를 벨 수 있었던 것은 교주님의 안배 때문일 것이다.’
명운이 아니었다면 이처럼 쉽게 일을 끝낼 수는 없었을 것이다.
빙왕을 태운 마차가 황궁에서 멀어질 때쯤.
황궁 안은 아수라장이 되어 있었다.
“대체 누구의 명을 받았다는 말이냐?”
호통을 지르는 이는 황태후였다. 그리고 그 반대편에는 태감 진증이 금군 도독 장형과 함께 서 있었다.
“폐하를 살해한 자들을 쫓고 있습니다.”
황태후는 천연덕스러운 진증의 대답에 눈썹을 세웠다.
“폐하를 지키지도 못한 것들이 감히!”
진증이 살짝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신이 폐하를 지키지 못한 것은 배신자 때문입니다.”
“배신자라고?”
“역적과 손을 잡고 황좌를 찬탈하려는 자가 지금 이곳에 있습니다. 그자를 도륙하지 못하면 폐하께서 어찌 눈을 감을 수 있겠습니까?”
황태후가 차갑게 그의 말을 받았다.
“설마 나라고 말하려는 것은 아니겠지?”
진증이 좌우로 고개를 흔들었다.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태후께서는 이 나라의 어머니이십니다.”
“흥! 말은 잘하는구나.”
두 사람의 대화를 듣고 있던 금군 도독 장형이 두 손을 모으며 허리를 굽혔다.
“태후 마마, 저희가 이곳에 온 것은 폐하를 시해한 간악한 역적을 찾고자 함입니다.”
황태후의 시선이 금군 도독 장형에게 향했다.
“장 도독, 나는 그대가 사리를 아는 사람이라 생각했다. 한데 지금 꼴은 대체 무엇인가?”
금군 도독 장형은 수백 명의 병사와 함께 황후전을 포위한 상태였다.
“신은 역적을 찾고자 할 뿐입니다. 태후 마마께서는 부디 신의 뜻을 헤아려 주시기 바랍니다.”
황태후는 그가 지금 황궁에서 가장 큰 힘을 가진 자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폐하가 쓰러진 지금, 군권을 가진 것은 바로 그다.’
동창과 서창의 태감인 정명과 이웅지가 황궁을 비웠기에 금군 도독 장형은 쉽게 군권을 손에 넣을 수 있었다.
“병사를 모아 횡포를 부리면서 어찌 역적을 논하는가? 이곳에는 나와 궁녀들밖에 없다.”
장형이 허리를 숙인 채 목소리에 힘을 주었다.
“역적 오치가 이곳에 있다고 들었습니다.”
황태후의 눈가가 미미하게 떨렸다.
“오치가?”
장형이 덧붙이듯 말했다.
“폐하를 지키던 호위무사들이 말하길 오치가 자객을 대전으로 안내했다고 합니다.”
황태후가 두 손을 복부에 대며 말했다.
“오치는 내게 폐하를 살해한 것은 궁녀로 가장한 자객이라 말했다.”
“태후 마마, 그 궁녀를 폐하께 안내한 것이 오치입니다. 그가 그 궁녀를 대전으로 안내한 것을 목격한 이들이 적지 않습니다.”
황태후는 입술을 살짝 깨물었다.
“목격자를 데려오라.”
장형은 그럴 줄 알았다는 듯 허리를 편 뒤 고개를 뒤로 돌렸다.
“앞으로 나와라.”
황태후 앞으로 나온 이는 진공이라는 환관과 대전으로 통하는 문을 열어 주었던 금군 병사였다.
“진공이 태후 마마를 뵙니다.”
황태후가 진공에게 물었다.
“그대가 오치를 보았다고?”
진공이 고개를 숙이며 대답했다.
“태후 마마께 아룁니다. 소인이 영루전으로 향하고 있을 때, 오치가 궁녀가 아닌 계집을 데리고 움직이는 것을 보았습니다. 그래서 소인은 그에게 무슨 일이냐고 물었습니다. 그러자 그가 대답하길 계집과 함께 상선별감 염주에게 가는 길이라 답하였습니다.”
그는 궁녀가 아닌 여자를 오치가 데리고 갔다는 사실을 강조했다.
황태후가 재차 그에게 물었다.
“그다음은?”
“소인은 염 공공이 계집을 불러 장난을 치려 하는 것 같아 뒤로 물러났습니다.”
“고약한 취미로다.”
진공은 황태후의 질책에 급히 허리를 굽혔다.
“염 공공, 아니 염주는 그릇된 취미를 지니고 있었습니다. 그는 벌을 받아 마땅합니다.”
금군 도독 장형이 오른손을 들며 말했다.
“염주는 죽었으니, 이미 벌을 받은 것이나 다름이 없네.”
황태후는 상선별감 염주가 죽었다는 말에 눈썹을 세웠다.
“그대들이 죽였는가?”
금군 도독 장형이 두 손을 모으며 대답했다.
“염주는 그릇된 취미를 가진 자였으나 폐하를 보호하기 위해 자객과 싸우다가 장렬히 전사하였습니다. 신은 그의 시신을 대전에서 발견하였습니다.”
장형은 실제로 염주의 시신을 발견하지 않았으나 황태후에게 거짓으로 보고했다.
“으음, 염주는 충신이었구나.”
장형이 목에 힘을 주며 말했다.
“염주는 폐하를 지키기 위해 죽었으나 그 자리에 있던 오치는 사라져 버렸습니다. 신은 그를 찾아 범인을 추궁하고자 합니다.”
황태후는 그의 말을 듣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대의 말이 옳다.”
그녀는 시선을 돌리지 않은 채 곁에 있던 궁녀에게 말했다.
“네가 장 도독을 오치에게 안내하라.”
오치는 황제가 죽은 뒤 황태후를 찾아 후일을 도모하고자 했다.
하지만 그가 제대로 된 계책을 이야기하기도 전에 금군 도독 장형과 태감 진증이 황태후를 찾아왔던 것이었다.
“저를 따라오시지요.”
궁녀가 장형을 안내하고자 할 때였다.
“크허허헉!”
답답한 신음과 함께 여인의 비명이 터져 나왔다.
“끼아아아악!”
장형은 급히 경공을 전개해 비명이 들린 방으로 향했다.
“큭, 한발 늦은 건가?”
오치는 일이 틀렸다는 것을 알고는 스스로 목을 찔러 자결했고, 그것을 본 궁녀가 비명을 내질렀던 것이었다.
태감 진증은 장형으로부터 오치가 죽었다는 신호를 받고는 황태후에게 말했다.
“태후 마마, 오치가 죽어서 흉수를 바로 알아내긴 힘들어졌습니다.”
황태후는 황궁에서 진증의 권력이 적지 않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대가 하고 싶은 말은 무엇인가?”
“황좌는 한시도 비워 둘 수 없습니다.”
“바로 황태자를 옹립하자는 말이냐?”
진증이 목소리를 낮추며 대답했다.
“장성 밖에는 오랑캐의 대군이 있고, 장강 이남에는 폭도들이 수시로 난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신, 감히 태후 마마께 아룁니다. 천하를 안정시키기 위해서는 나이 어린 태자가 아닌 경륜을 갖춘 황족이 황좌의 주인이 되어야 합니다.”
지금의 황태자는 너무 어려 내우외환의 나라를 다스릴 수 없다는 이야기였다.
황태후도 그 정도 정세는 알고 있었다.
“흠, 경륜을 갖춘 황족이라면 누가 있겠는가?”
진증이 두 손을 모으며 대답했다.
“정성왕은 인품이 뛰어나고 학식이 높아 백성들의 칭찬이 자자합니다. 그의 경륜이라면 나라를 다스리는 데 부족함이 없을 것입니다.”
정성왕 주현문.
그는 죽은 황제 주현민의 네 번째 동생이자 황태후가 낳은 두 번째 아들이었다.
다시 말해 주현문과 주현민 사이에 세 번왕은 황태후가 낳은 아들이 아니었다.
황태후는 자신이 낳은 아들을 진증이 추천하자 조금이나마 마음이 풀렸다.
“현문이 잘 해낼 수 있을까?”
그녀의 물음에 금군 도독 장형이 다가와 한쪽 무릎을 꿇으며 두 손을 모았다.
“황후 마마, 정성왕이 아니면 안 될 것입니다.”
황태후는 못 이기는 척 그의 충언을 받아들였다.
“지금의 황태자는 나라를 다스리기 힘드니, 정성왕이 대신 황좌에 앉는 것이 좋을 것 같구나.”
진증은 일이 쉽게 풀린 것을 확인하고는 속으로 긴 한숨을 내쉬었다.
‘후우……. 일단 황태후는 설득했다.’
다음 목표는 황제와 함께 그들을 토벌하고자 한 대장군 민자충이었다.
* * *
동창의 사례태감 정명은 황궁에서 날아온 전서를 읽고는 헛웃음을 흘렸다.
“허허, 황궁이 이리 쉽게 휩쓸리는 것인가?”
황제를 암살한 뒤 정성왕 주현문을 세우는 것은 그의 계책이 아니었다.
이 모든 것은 무림맹주 장하, 다시 말해 명운의 계책이었다.
‘궁녀로 위장한 살수를 보내 황제를 암살하고, 황태후의 두 번째 아들을 내세워 황좌를 차지한다.’
모든 것이 일사천리로 끝났다.
황궁의 권력 구도와 인간의 심리를 꿰뚫고 있지 않으면 세울 수 없는 계책이었다.
‘보통 사내가 아니다.’
오월교를 제압하고 개봉으로 북상할 때까지만 해도 그를 전형적인 무인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무림맹주 장하는 지금까지 그가 상대했던 무인들과 완전히 달랐다.
‘무서울 정도로 강하고, 무서울 정도로 냉혹하다.’
그는 대의를 외치면서도 철저하게 계산된 움직임을 가져가고 있었다.
‘내가 상대할 수 있는 자가 아니라는 말이구나.’
정명이 속으로 혀를 찼을 때였다.
“공공, 계십니까?”
누군가 그를 찾아와 목소리를 높이고 있었다.
“누구냐?”
“염초란 자가 공공을 찾아왔다고 합니다.”
염초.
그는 오도육사 중 유일하게 살아남은 자였다.
“안으로 들라 해라.”
“알겠습니다.”
정명은 염초가 때마침 잘 찾아왔다고 생각했다.
끼익.
문이 열리면서 염초가 안으로 들어섰다.
“속하, 공공을 뵙니다.”
정명이 의자에 몸을 기대며 물었다.
“왔는가?”
“공공, 지금 황궁에 사달이 났다고 합니다.”
염초는 황궁에서 온 전서를 받자마자 정명에게 뛰어온 것이었다.
“알고 있다.”
“이미 알고 계셨습니까?”
“너보다 내가 소식이 느리면 어떻게 하느냐?”
염초가 고개를 숙이며 대답했다.
“옳으신 말씀입니다.”
정명이 짧게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후……. 네가 해 줘야 할 일이 하나 있구나.”
염초가 두 손을 모으며 목소리를 높였다.
“공공의 명이라면 목숨을 걸고 수행할 것입니다.”
“목숨까지 거는 일은 아니다. 개봉에 남아 무림맹의 형세를 살피도록 해라.”
염초는 멈칫하지 않을 수 없었다.
‘사달이 난 곳은 황궁인데 어째서 무림맹을 살피라는 것일까?’
그는 지금은 무림맹주 장하를 신경 쓸 때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공공, 무림맹을 살피는 일은 다른 자에게 맡겨도…….”
정명이 미간을 좁히며 목소리를 높였다.
“내 명을 듣지 않겠다는 것이냐?”
염초는 즉시 한쪽 무릎을 꿇었다.
“속하, 공공의 명을 받들겠나이다.”
그는 이웅지가 죽고 정명이 부상을 당한 것이 무림맹주 장하의 소행이라는 것을 알지 못했다.
“잘 들어라. 장하는 네가 알고 있는 것보다 훨씬 위험한 인물이다. 그러니 절대 눈을 떼지 말고 감시해라.”
“공공의 말씀, 명심하겠습니다.”
정명은 어떻게든 명운의 암계에서 빠져나오고자 했다.
‘언젠가 기회는 반드시 올 것이다.’
기회가 올 때까지는 숨을 죽인 채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다.
다음 날.
정명은 상처가 낫지 않은 채 황도를 향해 떠났다.
황궁의 모든 일을 태감 진증에게 맡길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개봉에 남은 염초는 이웅지와 환관들의 시신 수습과 뒤처리를 맡게 되었다.
‘이렇게 많은 고수가 죽다니…….’
그는 병사들이 운반해 온 시신들을 보고는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
“공공, 모두 관에 넣을까요?”
병사를 인솔했던 현위가 묻자 염초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그렇게 하라.”
“존명.”
병사들은 현위의 명령에 따라 관에 환관들의 시신을 넣었다.
“조심하라고.”
“여긴 팔이 없네.”
“그냥 넣어.”
염초는 시신을 관에 넣고 있는 병사들을 보며 속으로 혀를 찼다.
‘쯧, 정 공공께서 이 공공과 싸운 것인가?’
동창의 정명은 살아남았고, 서창의 이웅지는 죽었으니, 그는 이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으음, 도대체 일이 어찌 돌아가는지 모르겠구나.’
그가 미간을 좁혔을 때였다.
타타타탁.
급한 걸음과 함께 척후병이 안으로 들어섰다.
“공공께 아룁니다.”
“말하라.”
“무림맹 총단에서 수많은 파발이 사방으로 떠났습니다.”
염초는 척후병의 보고에 눈썹을 세웠다.
“파발이 사방으로 떠났다고?”
“그러합니다.”
적과 아군을 구분하기 위한 명운의 묘책이 시작된 것이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