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mon Returner RAW novel - Chapter (488)
488화 결국은 검이다 (2)
망종 열흘 전.
개봉 무림맹 총단.
먼 곳에서 도착한 문파는 이미 총단 한쪽에 자리를 잡고 있었다.
명운은 일찍 도착한 문파의 무인들을 위한 연회를 베풀었다.
무인들은 무림맹주가 직접 연회를 베풀자 크게 기뻐하며 활짝 웃었다.
문제가 된 것은 연회가 끝난 다음이었다.
다음 날 아침.
연수각주 제갈서준과 정묘각주 형우제가 명운을 찾아와 포권을 취했다.
“두 분이 동시에 절 찾아오시다니, 중한 일인가 봅니다.”
명운의 한마디에 두 사람이 허리를 굽혔다.
“맹주께 긴히 말씀드릴 말이 있습니다.”
“맹주께서 사심 없이 조언을 드리고자 합니다.”
명운이 오른손을 앞으로 내밀며 말했다.
“두 분의 조언이라면 언제든 환영입니다.”
그의 허락이 떨어지자 연수각주 제갈서준이 먼저 포권을 풀었다.
“맹주님, 어제 연회가 끝난 뒤 이곳저곳에서 말이 나오고 있습니다.”
명운은 이해할 수 없다는 얼굴로 물었다.
“멀리서 온 손님들의 여독을 풀어주기 위한 연회였는데, 뭐가 잘못되었다는 말입니까?”
제갈서준이 짧게 한숨을 내쉬며 그의 물음이 답했다.
“그게……. 맹주께서 영웅들의 마음을 얻기 위해 맹의 돈으로 연회를 벌였다 이야기하는 자들이 있습니다.”
명운은 그의 답을 듣고는 눈살을 찌푸렸다.
“맹주는 사소한 베풂도 할 수 없다는 말입니까?”
정묘각주 형우제가 목소리를 낮추며 그의 물음을 받았다.
“맹주님, 무림에는 맹주님을 시기하는 자들과 문파가 많습니다. 그들에게는 맹주님의 모든 것이 다 고깝게 보일 것입니다. 영웅대연이 끝날 때까지 뒷말이 나오지 않게 조심할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명운은 여러 세력이 그를 견제하거나 음해하려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맹주좌를 놓고 경쟁하는 이들이 더욱 그러하겠지.’
그는 좁혔던 미간을 펴며 두 손을 모았다.
“알겠습니다. 두 분의 조언을 받아들이겠습니다.”
명운은 더는 연회를 베풀지 않겠다고 덧붙였다. 그러자 제갈서준이 그의 눈치를 보며 말했다.
“맹주님께서는 이번 일로 너무 노하지 말아 주십시오.”
명운은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
“화가 난 것은 아닙니다. 단지 사람들의 마음이 작은 것에 실망했을 뿐입니다.”
잠시 뒤, 형우제가 화제를 돌리듯 그에게 물었다.
“맹주님, 맹주님께서는 맹주님을 지지하는 문파가 얼마나 되는지 아십니까?”
명운은 이번에도 고개를 흔들었다.
“나를 지지하는 문파와 지지하지 않는 문파를 구분하거나 세어 본 적이 없기에 알지 못 합니다.”
이것은 반은 진실이고, 반은 거짓이었다. 그는 영웅대연의 초대장을 돌리기 전에 황제와 갈등을 이유로 전서를 돌린 적이 있었다.
명운과 제갈서준은 답서의 내용을 바탕으로 그를 지지하는 문파와 그렇지 않은 문파로 나눈 적이 있었다.
다만, 전서의 내용에 지지를 밝힌 문파들은 맹주와 황제와 갈등에서 그를 지지한다는 것으로 영웅대연에서도 그를 지지한다는 법은 없었다.
“맹주님, 영웅대연에서 맹주 선출을 가르는 것은 서른넷 문파의 마음입니다. 그들의 마음을 잡지 못한다면 다른 이에게 맹주좌를 내어 줄 수밖에 없습니다.”
형우제는 조금 더 적극적으로 아군을 모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구파일방은 구파일방 자체만으로도 열 표를 확보할 수 있다. 맹주님께서 그들을 넘어서기 위해서는 오대세가만으로는 부족하다.’
그의 청룡사를 포함한다고 해도 명운을 지지하는 문파의 숫자는 여섯에 불과했다.
그는 조금 더 많은 문파를 모을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적여도 열은 되어야 구파일방을 상대해 볼 만할 것이다.’
명운이 목소리를 낮추며 그의 말을 받았다.
“정묘각주께서 걱정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겠습니다. 하나 지금 제게 가장 중요한 책무는 영웅대연을 성공적으로 마치는 것입니다.”
바삐 움직이며 아군을 모으기보다는 영웅대연 준비와 성공에 전념하겠다는 이야기였다.
형우제로서는 불안하지 않을 수 없었다.
“맹주님…….”
그가 한마디 더 하려 하자 명운이 오른손을 들었다.
“정묘각주, 무림맹주를 뽑는 것은 영웅대연에 참석하는 천하의 무인들입니다. 본좌는 그들의 결정과 판단을 존중할 것입니다.”
계책이나 거래를 통해 표를 늘리지 않겠다는 이야기였다.
형우제는 급한 나머지 제갈서준에게 고개를 돌렸다.
“연수각주, 자네가 뭐라 말해 보게.”
제갈서준은 그의 말을 듣고는 고개를 저었다.
“형 사형, 맹주께서 뜻을 굳히셨으니, 우리가 말한다고 해도 바뀌지 않을 것입니다.”
형우제는 그의 말을 듣고는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후우…….”
명운은 길게 한숨을 내쉬는 형우제를 위로하듯 말했다.
“천하의 뜻은 의로 통하는 법입니다. 너무 걱정하지 마십시오.”
순리대로 될 것이다.
형우제는 마냥 그렇게 생각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구파일방의 치밀함은 이전과 다를 것이다.’
오악검파 또한 무시할 수 없었다. 그들이 하북과 하남의 문파들과 접촉하고 있다는 소문은 이미 오래전부터 흘러나오고 있었다.
‘그에 비해 이쪽의 준비는 너무 허술하다.’
형우제와 제갈서준은 어깨를 내린 채 명운의 집무실에서 물러 나왔다.
“이보게 서준, 자네는 어떻게 생각하나?”
제갈서준이 걸음을 옮기며 되물었다.
“어떤 것을 말입니까?”
“맹주님께서 이길 가능성 말일세.”
제갈서준은 잠시 계산하는 듯 손가락을 움직였다. 이윽고 그가 대답했다.
“삼 할 정도일 것입니다.”
형우제가 미간을 좁히며 물었다.
“어떻게 그런 계산이 나오나?”
그는 예상보다 승산이 높다고 생각한 것이었다.
“지난번에 전서를 보낸 것이 있지 않습니까?”
“황궁과 일로 말인가?”
“그렇습니다. 그때 긍정적인 답을 보내온 문파가 절반이었습니다.”
형우제는 혀를 찼다.
“쯧쯧, 그 말은 절반은 부정적이었다는 말이 아닌가? 그리고 긍정적인 답을 보내온 문파라고 해서 모두 맹주님을 지지하는 것이 아니지 않은가?”
제갈서준은 그의 말을 부정하지 않았다.
“말씀대로 긍정적인 답을 보내온 문파가 모두 맹주님을 지지하는 것은 아닙니다.”
형우제는 재차 말끝을 높였다.
“자네는 그것을 알면서도 맹주님의 승산이 삼 할이나 된다고 생각하는 건가?”
제갈서준은 대답을 바꾸지 않았다.
“첫 번째 표결에서 승자가 나올 가능성이 작기 때문입니다.”
순간 형우제의 눈썹이 위로 솟아올랐다.
“첫 번째 표결에서 승자가 나오지 않는다고?”
“그렇습니다. 어느 문파도 열여덟 표를 가져가지 못할 것입니다.”
영웅대연에서 의결권을 가진 문파는 모두 서른넷이었기에 이들 중 절반을 넘는 열여덟 표를 얻어야 승자가 될 수 있었다.
“음, 구파일방이라면 가능하지 않겠나?”
구파일방은 자신들만으로도 열 표였다.
‘그들은 여덟 표만 더하면 승리할 수 있다.’
제갈서준이 조금 앞서 나가며 대답했다.
“이번에는 힘들 겁니다.”
“여덟 표를 더하는 것이 힘들다고?”
“소문을 하나 들은 것이 있습니다.”
“소문?”
“구파일방 중 이탈 문파가 있을 것이라는 소문입니다.”
구파일방의 굳건함은 철옹성과 같았다.
“구파일방에 이탈표가 나온다면 그것은 해가 서쪽에서 뜨는 것과 같은 일이 아닌가?”
“꼭 그렇지만은 않습니다. 구파일방은 처음부터 구파일방이 아니었으니까요.”
형우제는 낮게 신음했다.
“으음……. 나는 자네 말을 잘 이해할 수가 없군.”
제갈서준이 담담하게 말했다.
“첫 번째 표결에서 승패가 나지 않으면, 가장 많은 표를 얻은 두 사람이 두 번째 표결에 나서게 됩니다.”
영웅대연에서는 첫 번째 표결에서 가장 많은 표를 얻은 사람이 무림맹주가 되는 것이 아니라 과반을 얻는 이가 나올 때까지 표결을 계속하는 것이었다.
“첫 번째 표결에서 두 번째로 많은 표를 얻기만 하면 최종 표결까지 갈 수 있다는 말인가?”
“전 최종 표결에서 승산을 삼 할로 계산했습니다.”
“음, 자네 말대로라면 맹주님의 승산이 적지 않다는 말이군.”
제갈서준은 명운이 더 적극적으로 움직인다면 승산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 계산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렇게 움직일 맹주님이 아니지.’
그는 명운이 이를 탐하기보다는 정도를 지키는 쪽을 선택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어쩌면 이번 선택은 변수를 줄이기 위한 것일지도 모른다.’
움직임이 많으면 실수가 나오는 법이었다. 그리고 그 실수는 구파일방을 비롯한 중원 문파들에 명분을 줄 수 있었다.
‘맹주님께서는 틈을 주지 않는 쪽을 선택하신 것인가?’
그는 명운의 곁에 머물며 여러 방향으로 길을 찾고자 했다.
* * *
장가구 대경문.
산하호대(山河好大)란 현판 아래 수만 군사가 모여 있었다.
이를 지휘하는 이는 당연히 대장군 민자충이었다.
“폐하께서는 대장군의 공을 높이 사고 계십니다.”
민자충은 넉살 좋은 환관을 바라보며 미간을 좁혔다.
“주군을 지키지 못했는데, 어찌 공이 있을 수 있다는 말인가?”
그를 찾아온 환관은 바로 사례태감 정명이었다.
“대장군, 폐하를 지키지 못한 것은 모두의 실입니다.”
민자충은 정명이 수십 기의 호위만을 대동한 채 대경문을 찾은 것만큼은 높이 샀다.
‘호랑이굴에 혼자 들어올 정도의 담력은 있다는 말인가?’
그가 새로운 황제를 인정하지 않고 정예병과 함께 반란을 일으킬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폐하를 시해한 역적을 찾아내 죽이지 못한다면 분이 풀리지 않을 것이야!”
정명은 민자충의 우렁찬 외침에 고개를 천천히 흔들었다.
“그것은 어려울 것입니다.”
“어렵다니!”
민자충이 연신 목소리를 높였지만, 정명은 태연했다.
“대장군, 자객은 북쪽으로 달아났고, 자객과 연류된 이들은 모두 죽었습니다. 대장군께서 선황의 복수하고자 하신다면 북쪽으로 달아난 자객을 쫓아야 하는데, 그것은 어려운 일일 것입니다. 자객을 쫓는 것은 오 도독에게 맡겨주십시오.”
민자충이 보낸 비장이 황도에 도착했을 때는 혼란이 모두 정리된 다음이었다.
그는 정명을 비롯한 환관들이 재빠르게 황궁의 주도권을 잡았음을 알 수 있었다.
“연류된 이들이 모두 죽었다니, 그 말은 병부시랑 안회가 주범이란 말인가?”
정명이 그의 물음에 답했다.
“병부시랑 안회는 본디 저희를 못마땅하게 여기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그는 역적 오치와 손을 잡고 저희를 황궁에서 몰아내고자 했지요. 하지만 폐하께서는 그의 손을 들어주시지 않았습니다.”
민자충이 눈썹을 세우며 재차 물었다.
“폐하께서 이야기를 들어주지 않자 시해했다는 말인가?”
정명이 짧게 대답했다.
“그렇습니다.”
민자충은 이 대답에 만족할 수 없었다.
“안회와 오치에게 그런 대범함이 있다고 생각할 수 없다!”
정명은 내력을 불러일으켜 민자충의 외침에 맞섰다. 그는 목소리에 내력을 불어넣었다.
“대장군, 안회와 오치가 일을 벌일 수 있었던 것은 금군 도독 오순이 황궁을 떠났기 때문입니다. 그들은 새로운 도독 장형이 금군을 장악하지 못했다고 생각해 이번 일을 벌인 것입니다. 그리고 일을 벌이자마자 황태후께 달려가 교지를 얻고자 했습니다. 이 모든 일은 제가 꾸며 낸 이야기가 아닙니다. 태후 마마 곁에만 수십 명의 증인이 있습니다.”
금군 도독이자 금의위 도독인 오순이 사직한 때를 노려 일을 벌였다는 말이었다.
“하면 역적이 겨우 둘이란 말인가?”
정명이 대장군 민자충을 바라보며 대답했다.
“황궁과 황도에 더 많은 역적이 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들을 찾기 위해 황궁과 황도를 뒤집는 것보다는 새로운 황제를 모시는 것이 먼저라 생각했습니다.”
복수보다는 안정을 택했다는 말.
“말은 잘하는군.”
민자충은 정명의 또렷한 음색을 들으며 속으로 혀를 찼다.
‘쯧, 환관답지 않게 담대하구나.’
정명은 환관이 되지 않았다면 비장이나 총병으로 손색이 없었을 재능이었다.
“대장군, 역적을 찾고자 하면 대장군께도 화가 미칠 수 있음을 알아주셨으면 합니다.”
민자충은 정명의 한마디에 뼈가 있음을 알았다.
“감히 내게 역적이라 말하는 것인가?”
정명은 태연한 어조로 그의 말을 받았다.
“대장군께서 역적이라 한 말이 아닙니다. 북벽에 주둔하고 있는 수십만 병사 중 역적과 뜻을 같이하는 이가 없다고 자신할 수 있으십니까? 안회는 군무를 담당하는 병부시랑이었습니다.”
혹여라도 북벽에서 반란에 동조한 장수가 나온다면 지휘관인 민자충의 책임이라는 말이었다.
“하하하하하! 그 말이 하고 싶어서 이곳까지 왔는가?”
정명은 그의 웃음에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후우……. 대장군, 폐하께서 조서를 내리셨습니다.”
황제의 조서.
대장군 민자충은 이것을 무시할 수 없었다.
이를 무시한다는 것은 곧 반란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는 즉시 자리에서 일어나 한쪽 무릎을 꿇었다.
“신 민자충, 폐하의 조서를 받사옵니다.”
정명도 자리에서 일어나 예를 취했다. 그러고는 품속에서 황제의 조서를 꺼내 읽었다.
“대장군 민자충은 날씨가 험한 북쪽에서 병마를 이끌고 역적을 토벌한 지가 벌써 십수 년에 이르렀다. 짐은 그 공을 높이 사서 민자충을 양광총독에 임명하고자 한다. 민자충은 짐의 배려를 거부하지 말지어다.”
양광이란 광동과 광서 두 성을 뜻했다.
다시 말해 양광총독은 하나의 성을 다스리는 총독에 비해 권한과 권력이 두 배라 할 수 있었다.
‘정명이 꾀를 냈구나.’
민자충은 황제의 조서를 받을 수밖에 없었다.
“신 민자충 폐하의 조서를 받사옵니다. 만세, 만세, 만만세!”
정명은 조서를 그에게 권하며 활짝 미소를 지었다.
“대장군, 아니 민 총독 축하드립니다.”
민자충은 낮은 신음과 함께 조서를 받았다.
“으음……. 내가 이곳을 떠나면 이곳은 누가 지킨단 말인가?”
“북벽은 이번에 공을 세운 이가 지킬 것입니다.”
민자충이 짙은 눈썹을 굽혔다.
“이번에 공을 세운 자라고?”
“도독 장형이 안회와 오치의 반란을 진압한 일등공신입니다.”
민자충은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후후후, 내 후임이 장형이란 말이군.”
장형은 일찍이 황궁을 지키는 금군 도독으로 임명되었으니, 그 실력은 의심이 없었다.
다만 그는 안락한 것을 좋아하고 힘들고 더러운 것을 꺼렸으니, 북벽에 어울리는 인물은 아니었다.
“장 대장군이 마음에 드시지 않는다는 것은 알고 있습니다.”
“내 마음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폐하의 마음이 중요한 것이지.”
“총독께서 그리 생각해 주시니, 감사할 따름입니다.”
민자충이 정명에게 물었다.
“지금 떠나야 하나?”
“장 대장군이 올 때까지 며칠 시간이 있으니, 수하 장수들과 작별 인사를 나눌 시간은 있을 것입니다.”
민자충은 고개를 끄덕이며 몸을 일으켰다.
“다 자네 뜻대로 되었군.”
정명이 고개를 숙이며 그의 말을 받았다.
“선황께서 그리 떠나셨는데, 어찌 제 뜻대로 되었다고 할 수 있겠습니까? 그리고 이번 일로 많은 이가 목숨을 잃었습니다.”
혼란은 빠르게 진압되었지만, 목숨을 잃은 자가 적다고 할 수는 없었다.
민자충이 던지듯 물었다.
“목숨을 잃었다면……. 이웅지 말인가?”
서창의 태감 이웅지.
그는 정명과 함께 황궁의 실세로 불리고 있었다.
“이 공공의 일은 안타깝게 되었습니다.”
민자충은 정명이 경쟁자인 이웅지를 제거한 것인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권력은 형제간에도 나눌 수 없는 것이니까.’
그가 몸을 돌리며 물었다.
“하나 묻지. 이번 일은 누구의 생각인가?”
자신을 양광총독으로 임명한 것이 황제의 뜻이 아니라 생각한 것이었다.
“폐하의 뜻입니다.”
“그런가?”
“그렇습니다.”
민자충은 더 묻지 않고 서재를 떠났다. 홀로 남은 정명은 속으로 긴 한숨을 내쉬었다.
‘후우……. 민자충은 이번 일에 관련된 것이 아닌 모양이구나.’
안회와 함께 반란을 도모했다면, 이처럼 쉽게 병권을 놓지 않았을 터였다.
‘그렇다면 안회는 누구를 믿고 이번 일을 벌였단 말인가?’
병부시랑 안회의 배경을 다시 생각할 필요가 있었다.
* * *
망종 사흘 전.
구파일방 중 여덟 문파가 무림맹 총단에 도착했다. 아직 도착하지 않은 문파는 화산파와 방주가 자리를 비운 개방뿐이었다.
“개방은 개봉에 있으니, 언제라도 올 수 있어 걱정하지 않지만, 화산파는 이상한 일이군요.”
숭산파 장문인 홍익선과 바둑을 두고 있는 이는 명운이었다.
“진명도장이 이번에 맹주좌에 도전하고자 하니, 준비가 많은 것이겠지요.”
“맹주께서는 천하를 다 들여다보고 계시는 것 같습니다.”
“다 볼 수는 없어 마음으로 읽고자 합니다.”
그가 홍익선과 바둑을 두고 있는 이유는 비자나무 바둑판을 선물하는 대가로 대국을 청했기 때문이었다.
“맹주께서는 소문을 들으셨습니까?”
“어떤 소문 말입니까?”
“구파일방에서 두 명의 후보를 낸다는 이야기 말입니다.”
명운은 담백한 어조로 그의 말을 받았다.
“소문은 들었습니다. 하지만 그것을 그대로 믿을 수는 없는 법이죠.”
“구파일방에서 다른 문파들을 흔들기 위해 거짓 소문을 흘렸다는 말씀입니까?”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지요. 중요한 것은 마음입니다.”
홍익선은 살짝 미간을 좁혔다.
“마음입니까?”
“마음은 곧 의(義)이자 협(俠)입니다. 의와 협이 없는 자는 결코 맹을 맡을 수 없을 것입니다.”
홍익선은 정도만을 말하는 명운이 살짝 걱정되었다.
“맹주께서는 너무 사람들의 마음을 믿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명운은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을 받았다.
“사람들의 마음을 믿었기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습니다.”
“맹주님…….”
“자, 두시지요.”
명운은 홍익선의 걱정을 더는 들어줄 생각이 없는 듯 보였다.
탁. 탁.
빠른 걸음 소리.
누군가 맹주의 서재로 달려오고 있었다.
이윽고 그 누군가가 문 앞에 멈췄다.
“맹주님, 화산파 장문인 진명도장과 개방의 용두방주가 도착했습니다.”
구파일방의 모든 문파가 개봉에 도착한 것이었다.
명운은 돌을 놓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나가 봐야 할 것 같습니다.”
그는 무림맹주로서 손님을 맞이하고자 했다.
“함께 가시지요.”
홍익선은 그와 함께하고자 했다.
‘진명도장과 맹주의 만남이라. 기대가 되는구나.’
그는 두 사람 중 한 명이 맹주좌의 주인이 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