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mon Returner RAW novel - Chapter (491)
491화 결국은 검이다 (5)
영웅대연은 무림맹주를 뽑기 위해서만 열리는 것이 아니었다.
마교의 침공이나 혈교의 재래 또는 북방 이민족의 침공 등 굵직한 사건이 일어날 경우에도 무림맹의 결정을 통해 열리곤 했다.
물론, 오늘의 영웅대연은 새로운 무림맹주를 추대하기 위해서였다.
무림맹 총단 제자들은 오늘의 영웅대연을 몇 달 동안 준비한 바 있었다.
“모든 준비가 끝났습니다.”
무림맹주 장하의 심복 하노대와 천의문 문주 마행은 무림 영웅들을 영접하기 위해 나와 있었다.
“그간 수고가 많았네.”
“마 문주님, 영웅대연이 끝난 뒤에도 일은 있습니다.”
“그것이 지금까지의 준비보다 어렵겠나?”
영웅대연을 준비하는 것과 연회의 정리는 하늘과 땅 차이였다.
“그것은 그렇습니다.”
마행은 손님을 맞이하기에 앞서 주변을 한번 훑어보았다.
‘나쁘지 않군. 하노대와 제자들의 고생이 많았겠어.’
임시 맹주를 뽑았던 영웅연 때와 달리 단상 위는 깔끔하게 치워져 있었고, 단상 바로 아래에는 마흔 개의 의자가 놓였다.
이 마흔 개의 의자에는 무림맹주와 서른넷 문파의 대표, 그리고 무림맹의 삼각주가 앉게 되어 있었다.
“곧 오시입니다.”
“손님들이 도착할 걸세.”
“총단 정문을 활짝 열어 두었습니다.”
“잘했네.”
오시가 가까워지자 속속 무림인들이 무림맹 총단의 대전 안으로 들왔다.
마행은 밀물처럼 밀려드는 무림인들을 보고는 살짝 미간을 좁혔다.
“으음, 영웅대연이 반시진이나 남았는데, 벌써 반이 찼단 말인가?”
무림맹 제자들의 얼굴도 그와 마찬가지로 어두웠다. 그들은 급히 하노대에게 달려와 보고했다.
“하 대인, 아무래도 자리가 모자랄 것 같습니다.”
하노대는 시선을 마행에게 돌렸다.
마행은 그보다 경험이 많았기에 당황하지 않고 빠르게 지시를 내렸다.
“입구 쪽 의자를 치우게.”
무림맹 총단의 대전은 흔히 영웅전이라 불리었다. 이 영웅전은 촘촘하게 자리를 놓는다면 천여 명이 한 번에 앉을 수 있었다.
하지만 오늘 손님은 천여 명을 가볍게 넘을 것 같았다.
“의자를 치우면…….”
하노대가 멈칫하자 마행이 목소리를 높였다.
“서두르게! 의자를 치우고 깔개와 방석을 놓으면 더 많은 사람이 앉을 수 있을 걸세.”
그는 이것만으로도 부족하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영웅전의 모든 문을 다 열게.”
“문을 말입니까?”
“영웅전 안에 들어오지 못하는 이들도 생각해야 하지 않겠나?”
“알겠습니다.”
하노대가 달려가 지시하자 무림맹 제자들은 단상 뒤쪽의 문을 제외한 여섯 개의 문을 열어 영웅전 밖에서도 안을 볼 수 있게 했다.
제자들에게 지시한 뒤 돌아온 하노대의 표정은 좋지 못했다.
“마 문주님, 사람들이 계속 들어오고 있습니다.”
마행이 미간을 살짝 좁히며 그의 말을 받았다.
“나도 보고 있네.”
두 사람이 방법을 생각할 틈도 없이 손님들이 밀려들었다.
“하 대인, 구파일방이 도착했습니다.”
하노대는 구파일방 장문인들이 도착했다는 소식을 듣고는 급히 달려 나갔다.
구파일방 제자들은 막 총단 정문을 통과한 상태였다.
‘숫자가 많아. 역시 구파일방이야.’
장문인들의 뒤에는 수백 명의 구파일방 제자들이 따르고 있었다.
하노대는 우선 총단 제자들에게 그들의 안내를 지시했다.
“자네들은 각 문파를 지정된 위치로 안내하게. 장문인들의 안내는 내가 맡겠네.”
“존명.”
하노대는 앞으로 나아간 뒤 두 손을 모았다.
“먼 길을 오시느라 수고가 많았습니다. 여기부터는 제가 모시겠습니다.”
선두에 선 공동파 장문인 영진도장이 그를 알아보았다.
“음, 하노대인가?”
“기억해 주셨군요.”
“오행문주와 나는 막역한 사이였지.”
하노대는 오행문주 하주의 동생이었다.
“형님께 몇 번이나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하하하, 그런가?”
구파일방 장문인들은 하노대의 안내를 받아 영웅전으로 향했다.
공동파 장문인 영진도장은 그의 뒤를 따르며 무당파 장문인 현진도장에게 말했다.
“현진도장, 오늘이 지나면 무림이 바로 서게 될 것입니다.”
현진도장은 냉철한 판단력이 돋보이는 영웅이었다. 그는 영진도장의 말에 맞장구를 치기보다는 목소리를 낮췄다.
“영진도장, 방심은 금물입니다.”
소림사 방장 혜명대사가 불참했기에 그의 어깨는 이전과 달리 무거웠다.
‘진명도장이 맹주가 되지 못한다면 내 탓이 가장 클 것이다.’
그는 굳은 얼굴로 단상을 향했다.
현진도장 뒤쪽으로는 개방의 용두방주와 형산파 장문인 악흔이 따랐다.
용두방주는 어제 대화 때문에 마음이 무거웠다.
‘후우……. 악 장문의 제안이 날 힘들게 하는구나.’
형산파 장문인 악흔은 지금의 구파일방으로는 무림맹의 혼란을 잠재울 수 없으며, 여러 세력을 포용할 수 있는 이가 무림맹주가 되어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용두방주는 그의 이야기에 동의할 수밖에 없었다.
‘구파일방이 승리하면 구파일방 위주로 무림맹이 움직일 것이고, 오악검파가 승리하면 오악검파가 원하는 쪽으로 무림맹의 방향이 결정될 것이다.’
어느 쪽이 승자가 되든 무림맹은 하나가 될 수 없었다. 하지만 악흔이 무림맹주가 된다면 이야기가 달랐다. 그는 구파일방과 오악검파를 모두 대표할 수 있었다.
악흔은 이와 같은 논리로 용두방주를 설득하고자 했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진명도장의 꼴이 우습게 된다.’
더 나아가서는 구파일방에 내분이 일어날 수도 있었다. 그는 그것이 걱정되지 않을 수 없었다.
“방주, 생각이 많아 보입니다.”
그에게 말을 건 이는 종남파 장문인 나운이었다.
“나 장문, 영웅대연이 아닙니까? 걱정이 없을 수가 없지요.”
나운은 용두방주를 향해 미소를 지어 보였다.
“방주, 걱정하실 것 없습니다. 대세는 이미 정해졌습니다.”
구파일방은 개봉으로 향하기 전 유력 문파들에 사람을 보내 뜻을 합치고자 했다.
하나 그 과정은 쉽지 않았다.
‘우리의 전서를 받지 않은 곳도 있었다.’
구파일방의 영향력은 확실히 예전만 못했다. 그럼에도 여러 문파가 그들과 뜻을 같이하겠다고 답서를 보내왔다.
공동파 장문인 영진도장이나 종남파 장문인 나운의 얼굴이 편한 것은 그 답서 덕분이었다.
“대세가 정해졌다. 음,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나운의 뒤로는 점창파 장문대리 종헌이 따르고 있었다. 그는 구파일방은 물론이고, 무림에 알려진 바가 적었다.
용두방주는 그가 지금까지 한마디도 하지 않은 것을 알고 있었다.
‘말이 없는 사람인가?’
타고난 성격이 과묵할 수도 있었다.
‘그것이 아니라고 하면, 지금의 상황이 만족스럽지 않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점창파는 본문이 운남에 있었기에 정서적으로 무림맹주 장하와 가까울 수도 있었다.
‘점창파가 장 맹주의 손을 들어준다면 상황은 최악으로 전개될 것이다.’
용두방주는 구파일방의 결속이 그 어느 때보다 불안해 보였다.
“이쪽에서부터 앉아 주십시오.”
하노대가 그들을 안내한 곳은 단상과 가장 가까운 의자였다.
“우리가 가장 먼저 온 모양이군.”
의결권을 가진 문파 중에는 구파일방보다 일찍 도착한 이들이 없었다.
종남파 장문인 나운이 너스레를 떨며 현진도장 옆에 앉았다.
“너무 서둘렀군요.”
모두가 앉자 총단 제자들이 찻잔을 들고 와서 옆에 내려놓았다.
“항산의 화차입니다.”
항산은 오악검파에 속했기에 구파일방 장문인 중에는 미간을 좁힌 이도 있었다.
“허허허, 항산의 화차라니, 무림맹에는 아직 오악검파의 영향력이 적지 않은 모양입니다.”
“어쩔 수 없지요. 전대 맹주가 오악검파 출신이 아니었습니까?”
“걱정하실 필요 없습니다. 그들은 임시맹주조차 내지 못했으니 말입니다.”
“자은사태의 무공이 부족했기 때문일까요?”
“저는 그렇다고 들었습니다.”
구파일방 장문인들은 임시 무림맹주 장하의 무공을 높이 치기보다는 그에게 패한 자은사태의 무공을 낮게 보았다.
“오악검파는 여전히 사람이 부족한 모양입니다.”
“화산이 빠진 뒤부터는 늘 그래왔습니다.”
“맞습니다. 숭산이나 태산만으로는 역부족일 겁니다.”
구파일방 장문인들은 여유가 있었다.
“장 맹주는 늦는 모양이군요.”
무림맹주 장하와 총단의 삼각주는 아직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었다.
“그들은 오늘이 자신들의 무대라 생각하는 모양입니다.”
“그렇게까지 어리석을까요?”
“범이 없는 곳에서는 여우가 왕이라 하지 않습니까?”
몇몇 장문인은 명운과 삼각주를 여우로 비하하기도 했다.
“그나저나 오대세가가 늦는군요.”
“으음, 그들이 우리와 함께하지 않기로 한 것은 유감입니다.”
오대세가가 함께 했다면 영웅대연은 형식적인 자리에 불과했을 것이다.
하지만 오대세가가 그들과 함께하지 않음으로써 약간의 변수가 생기고 말았다.
‘하지만 그 정도 변수로는 맹주가 바뀌지 않는다.’
그들은 오늘 진명도장이 무림맹주가 될 것을 의심하지 않았다.
하노대가 구파일방 장문인들에 대한 안내를 막 끝냈을 때였다.
총단 제자가 달려와 목소리를 높였다.
“하 대인, 오대세가입니다!”
하노대는 오대세가 대표들이 왔다는 소식에 속으로 혀를 찼다.
‘쯧, 구파일방 다음에는 오대세가구나!’
오대세가는 구파일방과 견줄 수 있는 몇 안 되는 세력이었다.
오늘 가장 바쁜 것은 바로 그였다.
“내가 직접 갈 것이다.”
하노대는 총단 정문을 향해 발을 빨리했다.
* * *
귀를 후비고 있는 사내는 장강수로십팔채 오채주 구총이었다.
“오늘 무림맹에서 뭘 한다고?”
그의 옆에 앉아 있는 이는 십삼채주 이정목이었다.
“영웅대연입니다.”
“영웅대연?”
“무림맹에서 맹주를 새로 뽑는다고 합니다.”
구총이 미간을 좁히며 물었다.
“맹주라면 지난번에 뽑지 않았나? 아니면 그사이 맹주가 또 죽은 건가?”
“지난번에 뽑힌 이는 이번 영웅대연을 준비하기 위한 임시 맹주입니다.”
구총이 미간을 좁히며 말했다.
“허! 맹주를 뭐 하러 두 번이나 뽑는지 모르겠군. 한 번 뽑으면 그만 아닌가?”
“그게 절차가 그렇다고 합니다.”
“절차? 무림맹 나부랭이들은 그런 식이기에 마교를 이기지 못하는 거야.”
구총은 자신이 무림맹주였다면 오래전에 마교 토벌을 진즉 완료했을 것이라 주장하곤 했다.
“오늘 선출되는 맹주의 성향에 따라 본채의 방향도 달라질 것입니다.”
십삼채주 이정목은 수적 중에서는 그래도 머리를 쓰는 자라 할 수 있었다.
“우리가 언제 무림맹에 눈치를 봤던가? 자네는 머리를 너무 굴리는 게 탈이야.”
장강수로십팔채 수적 중에는 그처럼 무림맹의 눈치를 보지 않는 이들이 제법 있었다.
하지만 다수는 무림맹과 충돌을 꺼려 무림맹과 연이 있는 배나 마을은 공격하지 않았다.
“구파일방 출신이 맹주가 되면 영업이 어려워질 겁니다.”
“구파일방? 그 나부랭이들이 또 우리 영업을 방해한다고?”
“그자들은 늘 의나 협을 내세우니까요.”
구총이 혀를 차며 말했다.
“쯧쯧, 자기들 주변이나 관리하라고 해.”
구파일방 제자들은 몰라도 구파일방 속가 제자들이나 그들에게 가르침을 받은 무인 중에는 품행이 바르지 않은 자가 제법 있었다. 그의 한마디는 그들을 가리키고 있었다.
“구 채주께서는 특별히 생각하신 것이 없으십니까?”
구총이 어깨를 으쓱하며 대답했다.
“나야 없지. 자네는 있나?”
“전 구파일방만 아니었으면 좋겠습니다.”
“자네는 구파일방을 꽤 싫어하는군. 하긴 그 곰팡내 나는 놈들을 누가 좋아하겠나.”
이정목이 마른 목소리로 그의 말을 받았다.
“맞습니다. 그들은 늘 영업에 방해가 됩니다.”
“그러고 보니, 그때 뽑힌 자가 누구라 했지?”
“강남대협 장하입니다.”
구총이 머리를 갸우뚱했다.
“강남대협이라고?”
강남은 그의 주 활동무대였다. 하지만 그는 강남대협 장하라는 이름을 들어 본 적이 없었다.
‘강남대협이라면 내가 한 번쯤 놈의 면상을 봤어야 하는 게 아닌가?’
이정목이 설명하듯 대답했다.
“장하는 사천과 귀주에서 활동한 협객으로 강남대협이라는 별호는 전대 맹주가 그냥 지어 준 것입니다. 그리고 그의 본문은 운남에 있다고 합니다.”
구총이 미간을 잔뜩 좁히며 말했다.
“운남 출신이 강남대협이라니, 별호부터 마음에 들지 않는군. 그 작자도 영 별로야. 그러고 보니, 그 작자 대채주와 성이 같군.”
대채주 장특.
그는 장강수로십팔채 수천 수적을 이끄는 수적들의 영웅이었다.
“저는 그나마 그가 가장 낫다고 생각합니다.”
“별호에 강남이 들어가서?”
“아닙니다. 그는 구파일방과 오악검파, 어느 쪽에도 속하지 않습니다. 그렇기에 그와 우리의 영업을 크게 방해하지 않을 것입니다.”
무림의 변방이나 무림맹에 속하지 않은 문파들은 이정목처럼 강남대협 장하를 지지하는 이들이 적지 않았다. 그리고 그들 중 몇몇은 지지를 넘어 신분을 속이고 영웅대연에 참석하고자 했다.
* * *
드르륵.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온 것은 검은 머리카락을 구름처럼 틀어 올린 미녀였다.
“맹주님, 시간이 되었습니다.”
명운은 예복을 입은 채 머리를 틀어 올린 제갈연연을 보고는 살짝 감탄했다.
‘부각주는 평소 무복을 입고 있기에 그 아름다움이 드러나지 않았던 것이구나.’
그가 자리에서 일어나며 물었다.
“삼각주는 준비가 끝났나?”
제갈연연이 두 손을 모은 채 대답했다.
“대전 근처에서 맹주님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연수각주 제갈서준과 정묘각주 형우제, 그리고 태원각주 조명은 그의 도착을 기다리고 있었다.
“나만 가면 된다는 말이군.”
명운이 앞으로 걸음을 옮기자 제갈연연이 고개를 들며 말을 흐렸다.
“맹주님, 검을…….”
명운은 그녀의 지적에 오른손을 뻗었다. 그러자 일장 밖에 걸려 있던 검이 그의 손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타악.
제갈연연은 그의 신공을 보고는 살짝 감탄했다.
‘역시 맹주님이시다.’
그녀는 무공으로는 구파일방 장문인들이 맹주를 따를 수 없다고 생각했다.
“더 가져갈 것이 있나?”
“없습니다.”
“좋아, 가지.”
명운은 제갈연연, 그리고 하후문과 함께 영웅전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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